쉬는 날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ㅎ~~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휴일이 있어야 함을 새삼 실감하면서...
주방에서 밥 짓는 소리가 요한해질 때까지 마냥 누워있었다.
일행들이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어도... 사진에 대한 욕심 조차도 생기지 않았다.
그동안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몸은 그렇지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아니야~
그냥...내 몸 하나로 가득 채운 침낭 속... 이 작은 공간이 천국인 양 좋은 것이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가슴까지 쌓였던 피곤이 싸악~ 가시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화장실이 가고싶어 일어났다.
어젯밤 본 풍광이 아스라이 오버랩되며 꿈처럼 아득해진다.
K2가 구름에 가려져 꼭대기만 살짝 보이지만 그래도 날씨도 좋은데....
왠지 그 판타지 같았던 밤 풍광이 간절해져 아침 풍광이 시들하다.
<발토르 캉그리 Baltoro Kangri,7,312m>
휴식일날 김치를 담궈야겠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갔다.
양배추가 있느냐고....
코리안 김치를 담그겠다고 했더니, 주먹만한 양배추 1/4 쪽이 다란다.
그럴리가 없는데...??
순무도 있었는데...??
미르자와 함께 식재료통을 뒤졌다.
정말 그 많았던 양배추, 순무가 보이지 않는다.
길다란 무우처럼 보였던 것도 오이 일종의 야채란다.
실망하던 차에 열심히 뒤지던 미르자가 양배추 2개와 순무 3개를 찾아냈다.ㅎ~
벌써 순무 한개는 바람이 잔뜩 들어있었지만 야채가 간절한 마당에 버릴 수가 없다.
내가 가져간 고추가루와 멸치, 보리새우 다시마를 갈아서 만들어간 천연 조미료와 설탕, 마늘, 생강, 소금을 넣고 김치를 담그었다.
내가 해간 반찬통의 반찬들을 다른 통으로 옮기고 그곳에 담았더니 채 2/3 가 안된다.
맛이 들도록 통에 담고,그중에 조금은 식초와 깨소금을 뿌려서 것절이를 하니 상큼한 것이 여간 맛이 좋지 않다.
이 얼마만에 맛보는 상큼하고 신선한 맛인 지....
오이도 그냥 고추장에 버무려 놓았길래 식초와 깨소금을 뿌리는 걸 가르쳐 주었다.
곁에서 눈여겨 보던 헤마옛이 내가 참 좋댄다. ㅎㅎ
모두들 내가 한국음식을 만드는 모습에 신기해 죽는다. ㅎㅎ
내가 반찬을 만드는 사이 헤마옛은 김말이를 만들었다.
아침 메뉴는 염소고기탕 이었다.
국물이 약간 짜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진국이었고, 고기가 얼마나 연하고 맛있던 지....
아침내내 압력솥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아주 제대로 끓여냈다.
연신 맛이 최고라고 난리를 폈더니, 주방팀들이 모두 행복해 죽는다.
식사를 마치고 여유로운 휴식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아껴두었던 원두커피를 드립으로 내려서 마셨다.
신들의 정원에서 누리는 최고의 만찬이 아닐 수 없다.
기분도 업되었겠다...오랫만에 화보촬영 놀이에 들어갔다.
그런데 쎈스장이 알쏭이 자기 산악회 피켓을 만들어 K2와 브로드피크 앞에서 들고 있는게 아닌가!
Wow!!
저런 쎈스는 배워야 하는겨~~
잽싸게 텐트로 들어와 내가 소속되어 있는 산악회 피켓을 모두 만들어 들고 나갔다.
화장품이라고 달랑 립스틱 하나 들고간 거 이 피켓 만들어 칠하느라 다 닳아 없앴다. ㅋㅋ
그러고 보니, 활동하고 있는 산악회도 엄청 많다.
조금은 빡센 산행을 하는 함지박 산우회...
월 1회의 산행이 부부 모임날이랑 겹쳐서 최근엔 잘 참석하지 못하지만, 산악회의 첫발을 내 딛게 된 우리 성당 산악회-성모 산우회....
주 2회 산행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어 최근 가장 주력 활동하고 있는 덕이 살레와 산악회...
한바탕 놀이를 끝내고 텐트로 들어와 음악을 들으며 호사를 누렸다.
그때 밖에서 또 외침이 들려왔다.
드디어 K2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아!
그렇다면 이번엔 제대로 된 피켓을 만들고 나서야지~ ㅋㅋ
오랜 기간 동안 세상을 누비고 다닐 수 있게 해준 남편에 대한 사랑고백 이라고나 할까...ㅋ~
쑥스럽구만~
사랑고백이라기 보단 고마움의 표시라고 하는게 낫겠다.
에잇~ 이왕 만들은것 하나 더 추가 해야겠다.
히말라야로 거뜬히 들어서게 해준 안내 산악회에서 만나 이제 새로 마악 창단한 산악회-두리...
날씨가 화창해졌으니, 아까 찍은 산악회 피켓 다시 총 동원....ㅋㅋ
훈자마을의 남자들만이 쓰는 모자인 훈자캡을 쓰고 나서서 온갖 피켓을 들고 쌩 쇼를 벌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던 스텝들이
우리의 이 행동을 보고는 재밌는 지, 한참을 웃더니만 지들도 회사 플랫카드를 들고 나선다.
아!!
맞아~
이 곳- 신들의 정원 콩코르디아에서 단체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돼지.
<브로드피크 Broad Peak, 8,047>
날씨가 점점 더 좋아졌다.
아니, 찬란하다!
우린 또다시 날씨 복을 타고 났다고...모두들 신바람이 났다.
아!!
지구도 모두 구한 사람들이고...
날씨 복도 모두 타고난 사람들이고...
그려~ 우린 모두 대단한 군단이여~
선명하게 드러난 가셔브룸 산군위로 파아란 하늘과 그림 처럼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
정말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어디 그뿐인가!
어젯 밤 마치 마법의 성처럼 우뚝 솟아 수많은 별들을 머리 위로 휘장을 두르고 있던 미터피크는
오늘도 칼날 처럼 선 봉우리로 여전히 그 위용을 과시한다.
아니, 매혹적인 자태다.
<가셔브룸4봉 Gasherbrum 4 ,7,925m Gasherbrum7, Twins, Gasherbrum5 >
미터피크와 함께 우리 눈앞에 터억 버티고 있어 다른 8000m 급 보다도 더 높아 보이고 두드러져 보이는
매혹적인 마블피크 ....
마블피크 우측 뒤로 뾰족이 삼각뿔 모양으로 솟아있는 설산이 세계 제 2위봉 K2 ....
아무리 보고 있어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아!!
정말 기가 막혀 연신 입에선 탄성이 터졌다.
K2부터 우로 브로드피크,가셔브룸 4, 트윈스, 가셔브룸 5, 가셔브룸6, 발토르 캉그리, 스노우 돔...까지
한 눈에 이 거대하고 장엄한 산군이 다 들어오는 것이다.
<K2, 브로드피크, 가셔브룸4,가셔브룸7,트윈스,가셔브룸5,가셔브룸6, 발토르캉그리,스노우 돔...>
카셔브룸(Gasherbrum) 산군...
가셔브룸 산군은 카라코람 산맥의 발토로(Baltoro) 빙하 북동쪽 하단부인 중국의 신강 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의 국경 인근에 위치하며,
K2와는 동남쪽으로 16km 떨어져 있다.
1봉에서 6봉까지 말발굽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8,000m 봉우리 셋을 포함한 하나의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침낭도 꺼내 널어 거풍을 하고 쏠라 충전지도 밖에 내어 놓았다.
그리고 빙하물이 깨끗해서 그냥 끓여 마셨더니, 심하진 않지만 배가 가끔씩 살살아파 다시 끓인 물을 식혀서
정수를 해 물병에 담았다.
<브로드피크 Broad Peak, 8,047>
그리곤 주변 산책을 하고 들어와 일기를 썼다.
저만치 보니, 알쏭은 K2와 브로드피크,가셔브룸 산군을 보며 일기를 쓰고 있다.
멋진 여인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을 늦게 먹어 점심을 1시반에 먹기로 했다.
다 삭아버린 원정대팀에서 얻은 김치가 있길래 점심땐 부대찌개를 해먹기로 했다.
물론 주방장은 나다.
1시에 나가 밥을 하고, 내가 가져간 햄과 스팸, 쏘시지, 파키스탄 라면을 넣고 찌개를 끓였다.
간을 너무 일찍 해서 너무나 짰던 김치에 스팸의 짠기까지 우러나니 그만 찌개가 짜져버려서 뜨거운 물을 더 부어 먹었지만,
그리고 버려야 할 정도로 시어버린 김치라서 맛이 덜 나긴 했어도 이곳 콩코르디아에서 부대찌개라니....
스텝들에게 '아르미 찌개' 라고 가르쳐주었더니, 웃겨 죽는 표정이다. ㅋㅋ
휴식일날 점심도 맛있게 먹었겠다 , 모두들 기운이 넘쳐나는 지, 벌써부터 내년 계획들을 세우며 신바람이 났다.
가셔브룸4봉 Gasherbrum 4 ,7,925m>
카라코람의 빛나는 서벽...
가셔브룸 4봉은 남가셔브룸 빙하위에 사다리 형상으로 신비롭게 솟아 있으며, 그 빛나는 서벽의 표고차는 약 2500m에 달한다.
1892년 카라코람을 탐사한 영국의 마틴 콘웨이(William Martin Conway)는 가셔브룸4봉의 서면 빙벽이 해질녘 오렌지색 노을을 머리에 이고
아름답게 빛나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빛나는 벽'이라 이름지었다.
이후 뛰어난 산악미와 높은 등반 난이도로 인해 K2와 함께 극한 도전의 상징이 되었다.
히말라야 초등 경쟁이 한창이던 1958년 리카르도 캐신(Riccardo Cassin)은 노련한 6명의 클라이머들과 함께 카라코람을 찾았다.
이들은 가셔브룸 빙하를 거쳐 가셔브룸 3봉과 4봉 사이에 있는 안부로 부터 주능선을 올라
8월6일 보나티(Walter Bonatti)와 마우리(Carlo Mauri)가 북동릉을 통한 초등정을 이루었다.
<참고/다음까페 공간 산-탄호이저>
<가운데-발토르캉그리 Baltoro Kangri, 7,312m 스노우 돔 Snow Dome, 7,150m 스노우돔 가운데 뾰족이 솟은것-Kondns Peak 6,756m>
오지 트래킹을 하게되면 먹을것도 귀한데다가 체력이 떨어져 입맛까지 없어지니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우린 입맛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여유로움에서 먹거리들을 매 순간 생각해 냈다.
점심을 그리 잘 먹어놓고도 문득 '피자'를 해먹자는 생각이 들은거다.
주방에 가서 저녁메뉴로 피자를 해달라고 하니 당연히 빈대떡을 떠올린다.
'이탈리안 피자'를 해달라고 하니 치즈가 없다는거다.
내게 치즈가 있다하니, 임티아스가 자기 전문이라고 신이 났다.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 텐트로 갔다.
평소와는 달리 나름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테이블 셋팅을 해놓은거다.
깜찍한 발상이라고나 할까....ㅎㅎ
잠시후 헤마옛 손에 근사한 피자가 들려왔다.
화덕이 없으니 당연히 팬에다 구웠을텐데,두툼한 피자 도우가 얼마나 담백한 지,
거기다 어디서 다 나온건 지 양파, 피망, 토마토, 스팸, 양송이..등등 토핑도 제대로 들어갈 것이 다 들어갔다.
그리고 무슨 향신료를 넣었는 지, 매콤한 맛이 나는게 아주 깔끔해서 더욱 맛있었다.
그야말로 K2 여정...4600m의 콩코르디아에서 먹는 일품요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또 얌전히 앉아 먹기만 할까....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난리굿을 쳤더니, 또 주방팀 모두 나서서 행복해 죽는다.
아!!
이것이 최고의 행복이 아니고 무얼까....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결핍의 상태에서 얻어진 단 한가지로 이렇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게...
3판을 구워왔길래 한 판은 그들 먹으라고 주었다.
<왼쪽 설산-Gasherbrum6 가운데-발토르캉그리 Baltoro Kangri, 7,312m 스노우 돔 Snow Dome, 7,150m 초고리사 Chogolisa,7,665m.. >
<K2 ,8,611m>
<브로드피크 Broad Peak, 8,047>
어느덧 해가 뉘엿 뉘엿 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붉게 노을이 진건 아니지만 가장 높은 봉우리부터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파아란 하늘을 수놓듯 뭉게 뭉게 흐르면서 떠다니던 구름들도 마치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서서히 아래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 모습에 매료되어 밖에 서 있었다.
<해가 닿은곳-가셔브룸4봉 Gasherbrum 4 ,7,925m Gasherbrum7, Twins, Gasherbrum5 7,147m 우측 끝-Gasherbrum6 6,979m...>
<미터피크 Mitre Peak,6,025m>
내일은 큰 짐을 이곳 콩코르디아 캠프에 두고 작은 짐을 꾸려서 브로드피크BC를 지나 K2BC까지 가서 1박을 한다.
그리고 다시 콩코르디아로 원점 귀환.
1박2일의 짐이라고는 해도 필요한 것은 다 가져가야 해서 짐꾸리기는 여전히 시간이 오래걸린다.
그동안 카고백 2개중 작은것 한개에는 주로 먹거리들이 담겨져 있었으므로 그것을 다 뒤짚어 비우고 필요한것을 빠짐없이 챙겨넣자니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
최종적으로 짐을 다 꾸리고 '달빛이 이쁘다'는 소리에 또 밖으로 나갔다.
마법의 성-미터피크 뾰족한 그 끝과 거의 일치하게 반달이 솟아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 지 초승달이었던 달이 반달이 되어 있었다.
<마블 피크 Marble Peak,6,252m>
<미터피크 Mitre Peak,6,025m>
어젯밤 처럼 그렇게 강렬한 느낌은 아니었다.
하긴, 아직 시간이 이르잖아~
별빛도 약하고, 주변 풍광도 어제보다 덜 선명한 것이....
갑자기 오늘 밤과 내일 날씨가 흐릴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해가 닿은곳-가셔브룸4봉 Gasherbrum 4 ,7,925m Gasherbrum7,Twins, Gasherbrum5...>
봉우리 | 높이 | 상대 높이 |
|
---|---|---|---|
가셔브룸 1봉 | 8,080 (11위) | 2,155 | / 35.72417; 76.69667 (가셔브룸 1봉) |
브로드피크 | 8,047 (12위) | 1,701 | / 35.80972; 76.56833 (브로드피크) |
가셔브룸 2봉 | 8,035 (13위) | 1,523 | / 35.75750; 76.65417 (가셔브룸 2봉) |
가셔브룸 3봉 | 7,952 | 355 | / 35.75944; 76.64194 (가셔브룸 3봉) |
가셔브룸 4봉 | 7,925 (17위) | 725 | / 35.76083; 76.61667 (가셔브룸 4봉) |
가셔브룸 5봉 | 7,147 | 654 | / 35.72917; 76.61333 (가셔브룸 5봉) |
가셔브룸 6봉 | 6,979 | 520 |
텐트에 들어와 누워있는데, 버럭이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가 기막히단다.
그러면서 내일 날씨가 환상일거라고...
별도 총총하고...
구름도 너무 이쁘고...
달빛도 너무 이쁘단다.
<미터피크 Mitre Peak,6,025m>
다시 튀어나갈까 하다가 버럭이가 한 말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넣었다.
아닌게 아니라 버럭이의 말대로 그려진 풍광이 너무나 선연하게 느껴졌다.
그대로 머릿속을 멈춰 세운 채 어젯밤 느낌까지 더 추가해 꼼짝않고 누워있었다.
어젯밤 느낌이 너무 강렬했으므로....
<맨끝 좌-K2,8,611m 가운데-브로드피크 Broad Peak, 8,047>
내일은 우리 여정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드디어 K2를 가장 가까이서 알현하러 가는 날인거다.
아까 달빛을 보고 간절히 기도했었는데....
10시 10분이다.
빨리 자야겠다.
모두 깊은 잠에 빠진듯 하다.
적막감 마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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