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좀 더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지만...
아무리 맘을 그리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점점 광대하고 가깝게 드러나는 미터피크(Mitre Peak 6,025m) G4 (7,925m), G5 (97,312m), 발토르 캉그리(Baltoro Kangri 7,312m)
초고리사(Chogolisa 7,665m)에 살짝 보이는 K2까지....
이 모든 것들은 우리를 정신 못차리게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는 환상적인 쎄락지역은 거의 끝이 나고, 위압적인 거친 자갈 돌산이 가위 눌리게 했다.
우려했던 무릎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허리가 아파왔다.
이게 연신 잘 먹히지 않는 아침 식사때문인 지 (이것 저것 푸짐한 상차림이긴 하지만....) , 에어 매트 때문인 지...
허리 통증이 심해지니 지쳐오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임티아스가 손짓으로 가리키며 오늘의 캠프지까지 30분 거리라고 한다.
보아하니, 30분 거리는 아니고 그 이상 가야할 거리긴 하지만, 어쨋든 우리의 캠프지가 손짓으로 조만치~ 라고 하니
절로 기운이 나는듯 하다.
그때 저만치서 미르자의 모습이 보였다.
뜻밖에도 따듯한 쥬스를 타가지고 마중을 나온것이다.
아~~ 고마운 미르자...
그리고 이내 내 배낭을 매주는 것이다.
무겁진 않았지만, 허리가 많이 아프던 차라 얼마나 고마운 지...
갑자기 쿰부히말, 로왈링 여정이 화악 스쳐지나 울컥해졌다.
아! 그땐 매번 그랬지~
그 무거운 짐을 매고 날듯이 캠프지에 가서 내려놓고는 그 추운데...
먼곳까지 따듯한 밀크티를 타가지고 마중을 나와선 우리 배낭을 후떡 매고는 앞서 갔었어.
그네들은 작고 너무 어려서 안아주기 쉬웠는데...키가 큰 미르자는 안아주기도 힘들것 같아~ ㅎㅎ
캠프지가 가까워 보일때쯤 저만치서 또 헤마옛이 허둥지둥 무엇인가를 들고 우리를 마중나왔다.
예상시간 보다 훨씬 늦어지자 우리의 배고픔이 걱정이 되어서다.
사실, 쥬스를 한 컵씩 마셔서 먹고싶지 않았지만 성의를 봐서 자리를 잡아 앉았다.
처음 맘과는 달리 보온병에 담아 온 따끈한 물에 비스켓을 먹으니 또 그렇게 맛이 좋은 것이다.
오후 1시 반...
6시간만에 드디어 콩코르디아에 도착했다.
K2 (8,613 m), 브로드피크(Broad Peak 8,048m), 가셔브룸1( Gasherbrum 8,070m), 가셔브룸 2 (gasherbrum 8,036m),
주위의 미터피크 ( Mitre Peak 6,025m), 초고리사(Chogolisa 7,665m), 스노우돔(Snow dome 7,150m) 시아캉그리 (Sia kangri 7,423m)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거대한 원형극장 같다하여 존 케이가 '신들의 정원' 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
그래서 일까...
아님 이곳까지 왔으니 더 이상 욕심을 안내도 된다는...마치 이번 여정의 정점을 찍은것이나 다름없다는 듯.....
모든 포터들이 달려나와 나를 포옹하며 외치는 것이다.
"Welcome to Concordia"
포터들의 뜻밖의 행동에 나 역시 감정이 복받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저 만치 원정대팀들의 캠프가 보였다.
산더미 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가 걸리긴 했지만, 그들의 오랜 체류 기간과 힘듦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캠프사이트 주변으로 비잉 둘러 쌓인 카라코람 산군들이 정말 위압적이었다.
오늘 종일 옆에 끼고 걸은 듯한 미터피크( Mitre Peak 6,025m)는 이제서야 바로 옆에 우뚝 솟아있다.
오는 동안 잠깐 눈도 뿌렸었는데, 활짝 개인 하늘사이로 K2 까지도 살짝 보여주니,
이 어메이징한 풍광에 사로잡혀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서 있었다.
오늘도 예외없이 버럭이는 우리 카고백에 말벼룩 퇴치제를 뿌려주고 짐을 텐트안으로 챙겨 넣어 주었다.
대충 짐 정리를 할까 했는데, 빨리 점심을 먹으라고 쿡이 난리다.
우리의 배고픔이 정말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하긴, 나의 허리 아픔이 어쩌면 아침도 제대로 먹지못한 데다 점심까지 늦어진 이유도 있을 지 모르겠다.ㅎㅎ
도착 직전에 이것 저것 먹은 뒤라 밥 생각이 없었는데, 또 밥상을 보니 언제 그랬냐싶게 허겁 지겁 먹어댄다.
이윤즉은 특식...라비올리 파스타였기 때문이다.ㅋ~~
매번 쿡인 헤마옛은 우리 옆에 서서 맛있냐고 ...잘 되었냐고...묻는다.
우리의 표정만 봐도 다 안다는 듯이...우리의 표정을 살피며 최선을 다하려는 헤마옛과 미르자가 이쁘고 고맙다.
짐 정리를 대충하고는 자리깔고 누웠다.
왠지 점점 힘이 드는것 같아 무조건 쉬려한다.
일정을 잘 마쳐야 할텐데....허리가 아픈게....체력 고갈인 지도 몰라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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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패딩에 한겨울 차림을 했어도 춥다.
어제도 빙하위에서 잤지만, 오늘은 왠지 냉기가 더 심한 듯 하다.
매트에 비닐을 두겹으로 깔고, 에어매트도 빵빵하게 불었는데도 목덜미에 싸늘한 한기가 도는게 춥다.
온 짐을 다 흐트러 놓은 채로 한 숨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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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 호출이다.
비빔밥을 해 내었는데 제법이다.
감자조림과 염소 간 요리도 일품이고...
자다가 깬채로 갔음에도 이 특별 만찬에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주니 헤마옛이 좋아 죽는다.
세상에~ 우리의 이 단순한 칭찬에 저리 좋아할까...
천사같은 그의 표정을 보니 그 행복감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염되어 얼마나 좋은 지...천국이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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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 누워있다가 아주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아!! 세상에~~
살갗에 닿는 칼로 에이듯 싸늘한 느낌과 까만 어둠속에서 빛나는 푸른 빛이 이리도 잘 어우러질까....
마르발피크의 검은 색은 더욱 짙고, 그 검은 골 하얀 눈과 빙하에서 뿜어내는 찬란한 빛과 하얀 뭉게 구름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신세계였다.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오묘한 분위기.....
SF영화 속 주인공이 된 양 그 한 가운데 서있음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들 동화책 속에서 보았었나??
뒤 돌아서니,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미터피크의 삼각 뿔 모양 위로 반달과 함께 총 총 떠 있는 반짝이는 별이라니...
아!! 세상에...
감탄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디즈니 만화에서 본 사랑스런 그대로의 모습같기도 하고....
SF영화에서 본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같기도 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살을 꼬집어 봐도 이건 현실의 세계가 아니었다.
내가 히말라야에 처음 발을 내 디딘 첫 숙소-천국의 문에 들어선 포타나 롯지에서
한 밤중에 깨어나 수정처럼 투명한 설산-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에 매료되어 한 시간을 화장실 가는것도 잊은 채 서 있었던 것 처럼...
나는 옴짝 할 수가 없었다.
참고/<다음 까페-야크존 Tashigaon 님 도움말>
서구관념에 의해 와전된 '콩코르디아'는 사실은 '캉고로'에서 나온 유래가 정확하다는 설이다.
즉, 얼음<빙하>+돌밭의 단지 지형 특성을 가리키는 현지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후대에 유러피언들에 의해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디아' 광장으로 둔갑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지인들이 부르기로는-이곳을 방문한 서양인들 또한 '콩코르디아'가 아닌 '캉코르디아'로 부르는걸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물론 미국식 발음은 '칸코(르)디아'이기도 한다지만 실상 이 파키스탄을 방문, 특히 K2 발토로 지역을 트래킹하는 미국인들이 거의 없음을 짚어 보면 이들이 굳이 이같은 미국식 발음을 차용할 이유는 없다.
원래 발티어 명칭도 '캉코로데(디) 였다한다.
이는 한편 저 북쪽의 신강성 동파미르 지역의 '콩구르'란 산이름과도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콩구르' 자체가 '얼음산' 즉, '캉크리'와 같은 어원적 의미라는 것처럼...
<디,데=산을 뜻하는 토속어이다.주로 와키어를 쓰는 고잘/심샬 지역과 셰나어를 쓰는 아스토르/디아미르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발티어에서도 종종 혼재되는듯도 싶다>
Secret Garden의 Adagio- Swan / 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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