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오늘 일정을 살펴보다 11시반에야 잠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 빙하 한가운데서 잠을 자는데...
완전무장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서 인 지....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침낭속 포근함을 더 극적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아주 깊은 꿀잠에 빠져들었다 밖의 인기척에 깼다.
4시반이다.
포근함에 좀 더 밍기적 거리다가 5시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일어났다.
드디어 내게도 올것이 와서 매일 새벽 설사를 동반한 복통에 시달린다.
차라리 변비가 심한 나로서는 이렇게 하루 한 번 설사라도 하는 편이 더 나은듯도 싶어서
하루 3번 지사제를 먹지 않고 아침 출발직 전에 한번만 '정로환'과 '지사제'를 먹고 있다.
밤에 간간히 비가 후드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벽 하늘의 운무가 장관이다.
밤에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 지, 빙하위 바닥의 돌들이 꽝 꽝 얼어붙어 있어서 미끄럽기가 장난아니다.
슬글 슬금 기다시피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그래도 두꺼운 우모복을 입고 있으니 춥지는 않다.
버럭이 에어매트 잠금장치가 망가져서 밤새 냉기가 심해서 추웠나 보다.
아닌게 아니라 빙하위가 이렇게 꽝 꽝 얼어붙어 있으니 그 냉기가 얇은 폼매트를 뚫고 그대로 올라왔을테니 얼마나 추웠을까나~
이제 본격적으로 계속 빙하위에서의 캠프일텐데 걱정이다.
텐트로 들어와 다시 침낭속으로 들어가 5시50분까지 누워 있었다.
주방 텐트에서 밥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무래도 출발 준비를 해야 겠다.
오늘은 일정이 짧다고 했는데...
천천히 출발했음 좋으련만....
오늘 일정은 4시간 정도로 짧다하여 점심도 간단히 간식으로 하고 콩코르디아에 도착해서 먹기로 했다.
하루 2-스테이지를 달리다가 갑자기 짧다는 일정에 모두들 긴장이 풀어졌는 지, 늦장준비를 한 반면
쿡은 일찍 준비를 해서 6시 50분에 먹기로 했던 아침 식사를 6시반부터 와서 먹으라고 호출이다.
모두 허둥대며 짐을 꾸렸지만 약속시간 50분을 넘겨 꾸린 짐을 내어놓고 7시가 되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7시반 출발...
오늘도 밤에만 살짝 비를 뿌리고는 아침 식사때 부터 비가 그쳤다.
이렇듯 매일 아침마다 신의 축복을 가득 느끼며 시작하는 우리의 컨디션은 그저 좋을 수 밖에 없다.
한 밤중...
카라코람 발토로빙하 한 가운데서 텐트 위를 후드둑 때리는 빗소리는 또 얼마나 매혹적인가~
절대 고요속 짜릿함을 더욱 극적으로 몰고 들어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유롭다는 맘때문이었을까....??
시작부터 발걸음을 잡는 풍광은 내내 우리의 진로를 막으며 모델놀이에 빠져들게 했다.
멀리 보이는 굽이 굽이 거대한 설산앞으로 특이한 형태로 형성되어 있는 눈쎄락의 풍광은 가히 압권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쌓인 눈일까....
아님 다 녹아버리고 군데 군데 저리 남아 있는 것일까...
순간 순간 K2의 여정인 발토로 빙하가 아니라 북극에 와 있는 듯한 착각 마저 든다.
엄청난 크레바스 사이로는 세차게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맑은 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나 이쁜 지....
빙하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온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 마저 일으킨다.
수없이 화보촬영을 했다.
이제는 발토로 빙하의 주인공인 나귀까지 출현이다.
여전히 그 모습은 매혹적이다.
사진을 찍고 찍히는 즐거움과 행복감에 겨워 초반엔 4,000m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줄을 모르고 걸었다.
간간히 흐린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햇살은 내리쬐었다..
그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빙하위에서의 종일 내리쬐는강한 햇살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3일째 흐리며 간간히 몇방울씩 빗방울을 떨어뜨려주고...
그리고 섭섭지않게 사진 찍으라고 햇살도 비춰주는 것이다.
아!
누가 지구를 구한자 일까~
이렇게 빡센 날씨 운을 가지고 오는걸 보면
아마도 4명 다 지구를 구한자가 아닐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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