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파보 예르비 & 도이치 캄머필하모닉(테츨라프 협연)/12.4.목/예술의전당

나베가 2014. 12. 3. 09:31

 

 

 

 

Johannes Brahms - Symphony No. 3 in F major Op.90

 

 
브람스가 1876년 완성한 교향곡 1번은 구성에서 완성까지 21년이 걸렸다. 그 뒤 교향곡 2번은 실질적으로 4개월이 채 안 된 짧은 시간에 완성했다. 그렇다면 교향곡 3번은? 역시 작업의 속도가 상당했지만, 시기적으로는 2번 완성 이후 6년 뒤에 작곡되었다. 1883년, 브람스가 50세 때였다. 브람스는 1862년 빈에 진출한 이후 여름에는 빈을 떠나 피서지에서 창작에 몰두했다. 교향곡 3번도 피서지에서 탄생했다. 1883년 5월 30일, 브람스는 비스바덴으로 가서 교향곡 3번 작곡에 전념한 것이다. 브람스는 그해 비스바덴으로 온 친구이자 작곡가 프란츠 뷜너에게 교향곡 3번의 초고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10월 2일 빈으로 돌아왔을 때 작품은 완성되었는데, 날짜로 볼 때 브람스로서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에서 얻은 예술적 견문을 담아내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을 작곡하던 시절에서부터 교향곡 3번을 완성하던 시기까지 6년 동안 이탈리아를 세 차례 여행했다. 그 두 번째는 1881년 3월이고, 세 번째는 1882년 가을이었다. 이 곡은 유난히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구성 면에서 명쾌하고 간명한 특성을 보이는데,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주제를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전개시키고 있다. 이 점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브람스는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등을 방문하며 예술적인 견문을 넓혔다. 이즈음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 대학축전 서곡, 비극적 서곡,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트리오 2번 Op.87, 현악 5중주 1번 등 대표작들을 완성했다. 이러한 브람스의 체험들 때문에 교향곡 3번에서 1번이나 2번과는 상이한 양식을 썼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선율을 뚜렷하게 노래하는 경향이 이전의 두 교향곡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처음에 관악기들의 힘찬 화음에 뒤이어 여러 감정들이 얽힌 듯한 분위기로 제1주제가 연주된다. 브람스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경과부를 지나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부드럽고 아리따운 제2주제가 등장해 마치 자장가처럼 우아한 선율을 노래한다. 발전부와 재현부를 지나 코다로 들어간다. ‘con brio’(생기 있게)가 지시하듯 화려하고 활기에 넘치지만 단조의 색조가 짙어 적적하고 왠지 쓸쓸함도 감도는 악장이다.
2악장: 안단테 1악장과는 달리 평안한 분위기에 간소한 면을 볼 수 있는데, 감정의 표현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느리고 서정적이고 조용한 악장으로 밑바닥에는 절제된 정열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주제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 같은 멜로디다. 1악장에서 볼 수 있던 영웅적인 기세가 수그러들고 모든 정열적인 것에서 해방돼 평화로운 세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베토벤 이래 교향곡 3악장에는 스케르초를 쓰는 것이 상례였으나, 브람스는 여기서 C단조 편성의 전통적인 악장으로 구성했다. 악기 편성은 2악장보다도 축소되고 금관이나 타악기는 쓰이지 않는다. 애수가 담긴 아름다운 멜로디가 수묵화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4악장: 알레그로 1~3악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정열적이고 영웅적인 투지를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변형과 생략이 많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F단조로 진행하다 코다에서 F장조로 조바꿈되어 2악장의 제2주제와 관련된 코랄에 도달한다. 마지막에는 1악장의 제1주제가 나타나며, 격렬하고 힘찬 추진력을 보여준다. 2악장에서 지난날의 회상을 나타내고 3악장에서 동경 내지 향수를 보여준 브람스는 마지막 악장에서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다가 극복하고 해방을 보여주는,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베토벤적인 모토가 긍정적으로, 기쁨에 넘치며, 최후에는 사라지듯이 끝을 맺는다.

 

 

 

Brahms, Symphony No.3 in F major Op.90

브람스 교향곡 3번

Johaness Brahms

1833-1897

Bernard Haitink, conductor

Chamber Orchestra of Europe

2011.08.19

Haitink conducts Brahms' Symphony No.3

 

브람스가 1876년 완성한 교향곡 1번은 구성에서 완성까지 21년이 걸렸다. 그 뒤 교향곡 2번은 실질적으로 4개월이 채 안 된 짧은 시간에 완성했다. 그렇다면 교향곡 3번은? 역시 작업의 속도가 상당했지만, 시기적으로는 2번 완성 이후 6년 뒤에 작곡되었다. 1883년, 브람스가 50세 때였다. 브람스는 1862년 빈에 진출한 이후 여름에는 빈을 떠나 피서지에서 창작에 몰두했다. 교향곡 3번도 피서지에서 탄생했다. 1883년 5월 30일, 브람스는 비스바덴으로 가서 교향곡 3번 작곡에 전념한 것이다. 브람스는 그 해 비스바덴으로 온 친구이자 작곡가 프란츠 뷜너에게 교향곡 3번의 초고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10월 2일 빈으로 돌아왔을 때 작품은 완성되었는데, 날짜로 볼 때 브람스로서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에서 얻은 예술적 견문을 담아내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을 작곡하던 시절에서부터 교향곡 3번을 완성하던 시기까지 6년 동안 이탈리아를 세 차례 여행했다. 그 두 번째는 1881년 3월이고, 세 번째는 1882년 가을이었다. 이 곡은 유난히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구성 면에서 명쾌하고 간명한 특성을 보이는데,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주제를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전개시키고 있다. 이 점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브람스는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등을 방문하며 예술적인 견문을 넓혔다.

이즈음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 대학축전 서곡, 비극적 서곡,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트리오 2번 Op.87, 현악 5중주 1번 등 대표작들을 완성했다. 이러한 브람스의 체험들 때문에 교향곡 3번에서 1번이나 2번과는 상이한 양식을 썼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선율을 뚜렷하게 노래하는 경향이 이전의 두 교향곡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브람스가 교향곡 3번을 구상했던 독일의 휴양도시 비스바덴의 풍경.

브람스는 비스바덴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매일 매일을 쾌적한 기분으로 보냈고, 음악 창작에 힘을 쏟았다. 한때 그는 34세 연하의 16세 소녀 헤르미네 슈피스와도 알고 지냈는데, 가수 지망생이었던 슈피스와 브람스의 결혼설이 돌기도 했다. 또 비스바덴 숲을 산책하면서 작곡 스케치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서는 자연에 대한 공감과 자연의 따스함과 포용력이 전해져 온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교향곡 3번을 전후해 브람스가 작곡한 가곡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각 가곡의 가사를 살펴봐도 연애 주제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음악의 주제가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상들을 고려해보면 교향곡 3번에 노래하는 듯한 가곡적인 요소, 청명한 기운, 연애 감정 비슷한 설렘, 명랑함과 감상적인 기운이 복합적으로 감돌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두 대의 피아노 버전은 초연 한 달 전 11월 연주되었고, 초연은 1883년 12월 2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한스 리히터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로 거행되었다. 이후 브람스는 1884년에 몇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곡에 수정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영화에서 사용돼 인기 얻어

당대의 지휘자 한스 리히터는 이 곡을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한스 리히터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이 ‘에로이카(영웅)'로 불린 것을 의식한 것일 뿐만 아니라, 브람스의 이 교향곡이 갖는 남성적인 강건함과 웅장하고 중후함 때문에 영웅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러나 브람스의 ‘영웅’은 베토벤의 ‘영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각 악장이 쓸쓸하고 조용하게 끝맺는 것도 강인한 베토벤적 끝마침과 다르고, 작품 곳곳에 약간의 허무함이 배어 있는 것도 베토벤과 다르다. ‘영웅 교향곡’의 연주시간이 긴 것에 비해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가운데 연주시간이 가장 짧다. 1961년 영화 ‘Goodbye Again’의 포스터.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탕, 안소니 퍼킨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이수(離愁)’라는 특이한 제목으로 개봉되었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더 알려졌다. 남자 주인공이 연상의 여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면서 음악회에 초대를 하는데 그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그 대사가 바로 사강의 소설 제목과 같다. 원작 소설과 관련이 있어서인지 브람스의 3번 교향곡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브람스는 이 곡을 ‘작은 교향곡’(Symphonienchen)이라 불렀다 한다. 3악장의 도입부에서 한 번 들으면 잊어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선율이 흘러나온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 사강이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 영화에서 이 교향곡의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이후 교향곡 3번은 브람스 작품 가운데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곡이 되었다.

Celibidache conducts Brahms' Symphony No.3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Münchner Philharmoniker

Herkulessaal der Münchner Residenz

1979.06.20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1. Allegro con brio

처음에 관악기들의 힘찬 화음에 뒤이어 여러 감정들이 얽힌 듯한 분위기로 제1주제가 연주된다. 브람스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경과부를 지나면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부드럽고 아리따운 제2주제가 등장해 마치 자장가처럼 우아한 선율을 노래한다. 발전부와 재현부를 지나 코다로 들어간다. ‘con brio’(생기 있게)가 지시하듯 화려하고 활기에 넘치지만 단조의 색조가 짙어 적적하고 왠지 쓸쓸함도 감도는 악장이다.

2악장: 안단테

2. Andante

1악장과는 달리 평안한 분위기에 간소한 면을 볼 수 있는데, 감정의 표현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느리고 서정적이고 조용한 악장으로 밑바닥에는 절제된 정열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주제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 같은 멜로디다. 1악장에서 볼 수 있던 영웅적인 기세가 수그러들고 모든 정열적인 것에서 해방돼 평화로운 세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3. Poco Allegretto

베토벤 이래 교향곡 3악장에는 스케르초를 쓰는 것이 상례였으나, 브람스는 여기서 C단조 편성의 전통적인 악장으로 구성했다. 악기 편성은 2악장보다도 축소되고 금관이나 타악기는 쓰이지 않는다. 애수가 담긴 아름다운 멜로디가 수묵화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4악장: 알레그로

4. Allegro

1~3악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정열적이고 영웅적인 투지를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변형과 생략이 많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F단조로 진행하다 코다에서 F장조로 조바꿈되어 2악장의 제2주제와 관련된 코랄에 도달한다. 마지막에는 1악장의 제1주제가 나타나며, 격렬하고 힘찬 추진력을 보여준다. 2악장에서 지난날의 회상을 나타내고 3악장에서 동경 내지 향수를 보여준 브람스는 마지막 악장에서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 속에서 신음하다가 극복하고 해방을 보여주는,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베토벤적인 모토가 긍정적으로, 기쁨에 넘치며, 최후에는 사라지듯이 끝을 맺는다.

추천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브람스 교향곡은 1977~1978년 DG에서 녹음한 뛰어난 전집이 있지만, 교향곡 3번만은 빈 필을 지휘한 1961년 빈 조피엔잘 녹음(Decca)을 고르겠다. 이 곡을 초연한 빈 필의 아름다운 음향과 50대 초반 카라얀의 패기와 정열이 결합해 잊을 수 없는 연주를 들려준다. 역사적인 연주로는 한스 크나퍼츠부슈가 빈 필을 지휘한 1955년 잘츠부르크 실황(Orfeo)을 꼽고 싶다. 크나퍼츠부슈는 1악장 도입부부터 그 어떤 지휘자도 모방할 수 없는 엄청난 스케일로 거대한 낭만성을 구현해 낸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발매된 오이겐 요훔이 지휘한 베를린 필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DG) 가운데 교향곡 3번은 가장 나중인 1956년 녹음이다. 요훔의 연주는 푸르트벵글러의 브람스 교향곡 3번 녹음들(EMI, DG, Tahra)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다. 모노 레코딩이지만 리마스터링이 잘돼 음색이 정돈돼 있다. 요훔의 지휘봉에 반응하는 베를린 필은 뜨거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푸르트벵글러의 아우라를 이따금 내비친다. 끝으로 최신 녹음 하나를 덧붙인다.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BR Klassik)는 2010년 1월 빈 무지크페라인 잘 실황을 발매한 녹음인데, 피어나는 듯한 홀의 음향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정제된 관현악은 교향곡 3번과 잘 들어맞는 상성을 보여준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6.1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496

 
 

 

Brahms, Double Concerto in A minor, Op.102

브람스 ‘이중 협주곡’

Johaness Brahms

1833-1897

Renaud Capuçon, violin

Gautier Capuçon, cello

Myung-Whun Chung, conductor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Royal Albert Hall, London

BBC Proms 2011

 

Renaud & Gautier Capuçon - Brahms, Double Concerto in A minor, Op.102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파격적인 형식의 이중 협주곡

1885년 브람스는 교향곡 4번을 완성하고 나서 곧 다음 5번 교향곡 구상에 들어갔는데, 1887년 여름에 이 곡은 교향곡이 아니라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파격적인 형식의 '이중 협주곡'으로 탄생했고 브람스의 교향곡은 모두 4곡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과 브람스는 20대 초 젊은 시절에 만난 뒤 가끔 음악적 견해를 놓고 사소한 다툼을 벌이기는 했지만 평생지기나 다름없이 지냈다. 그러던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곡이 작곡되기 7년 전 요하임은 메조소프라노 가수인 아내 아말리에와의 사이에 둔 여섯 자식 중 막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이혼소송을 냈고 여기에 브람스가 끼어든 것이 큰 빌미가 되었다. 클라라 슈만은 요하임 편을 들었고, 브람스는 아말리에 편을 들었는데, 이러한 브람스의 태도 때문에 그만 두 사람은 절교 상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모름지기 남의 부부싸움에는 끼어들지 않는 법.^^~ ▶브람스(왼쪽)와 요하임.

이후 오랫동안 브람스는 요하임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여러 모로 애를 썼다. 바이올린 소나타 2번(1886)과 3번(1887)을 작곡했던 것도, 5번 교향곡으로 구상하고 있던 악상을 이중 협주곡으로 형식을 바꾸었던 것도 요하임과의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요하임의 조언을 구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회복되었고 ‘더블 콘체르토’는 요하임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나 단지 친구와의 화해 목적만으로 ‘더블 콘체르토’를 썼다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가 아닐까. 브람스는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합주 협주곡)’와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삼중 협주곡)’에 관심이 컸는데, 말년에 역량이 성숙되자 이런 형식의 곡을 작곡하고자 한 자신의 의지를 이루어낸 소산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첼로와 바이올린은 잘 섞일 수 없는 조합이다. 바이올린은 기민한 음색이고 첼로는 둔탁한 음색이니 둘을 훌륭하게 블렌딩하기란 대단히 어렵지 않겠는가. 게다가 오케스트라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니 셋 사이의 음색, 음역, 음량의 균형과 조화를 맞추기가 대단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브람스의 이 시도는 성공적이어서, 묵직한 서사적 부분은 첼로가 감당하고(주로 1주제), 애틋한 서정적 부분은 바이올린이 소화함으로써(주로 2주제), 호른과 클라리넷을 내세운 오케스트라의 장대함과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것이다.

Julia Fischer/Daniel Müller-Schott - Brahms, Concerto for violin and cello, Op.102

Julia Fischer, violin

Daniel Müller-Schott, cello

Deutsche Radio Philharmonie

Christoph Poppen, conductor

2007.12.16

 

1악장: 알레그로

1주제의 짧은 단편이 투티(총주)로 힘차게 시작된다. 이 웅혼한 선율이 1악장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이어 협주곡 종래의 관습을 깨고 독주 첼로가 바로 나온다. 더블스토핑이 풍부한 나지막한 첼로의 레치타티보 양식의 읊조림이 흐르다 갑자기 애원하는 듯한 선율이 클라리넷에서 나오고 오보에가 답한다. 2주제인 이 선율을 독주 바이올린이 되받아 연주하는데 첼로가 갑자기 뛰어들어 둘만의 대화와 대결이 진행된다. 두 악기의 열정적인 옥타브가 진행된 후 오케스트라가 처음의 주제를 연주한다. 여기까지가 서주부이다.

다음에는 이 두 주제가 첼로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옮겨 다니면서 날줄과 씨줄로 엮여진다. 묵직하고 단호한 첼로와 들뜨고 간절한 바이올린, 달래는 듯 부드러운 오케스트라의 3중주라 보아도 되겠다. 중간부에 이르면 첼로가 애원하듯 갈망에 찬 음색으로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그 주변을 장식하는데 이 부분에서 감정선이 폭발한다. 잠시 감정의 클라이맥스에 머물다 셋은 바로 얽히면서 화합을 향해 치닫는다. 코다에서 곡은 또다시 기본 조성으로 바뀌고 쓸쓸한 A단조로 마지막을 고한다.

2악장: 안단테

전형적인 브람스 표 목가적 악장이다. 한가로운 전원에서 선선하게 부는 초저녁의 미풍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과 첼로의 피치카토가 조화를 이루는 부분에서는 “아! 바로 이게 브람스야!”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즈넉하고 아련한 호른의 울림으로 곡이 시작되면 목관이 멀리서 화답한다. 2악장의 주제 선율이다. 코다는 갈라섰던 연인들이 예전의 사랑했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 바이올린과 첼로가 노래 부르듯 대화를 나누다 조용히 끝난다. 시적인 아련함이 밀려오면서 가슴을 아리게 한다.

현만으로 주제의 변형을 연주하면서 1부가 끝나고 한가로운 관현악만으로 2부가 시작된다. 그 한가로움을 길이 간직하듯이 독주 바이올린이 사랑스러운 선율을 연주하며 독주 첼로도 이를 이어받는다. 목관이 2부 처음의 한가로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그대로 약하고 조용하게 끝나갈 무렵 독주 첼로의 트릴에 실려 독주 바이올린이 더블스토핑에 이어지는 악구를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3부는 1부의 제시이지만 리듬이 조금 변하며 따라서 선율도 조금 그 모습을 달리한다. 코다는 독주 바이올린과 첼로의 응답을 거쳐 마지막에 두 악기의 노래가 합쳐져 디미누엔도 악구에서 곡은 조용하게 끝난다. 악장 첫머리에 연주되는 호른의 호소하는 듯한 동기가 여기저기 교묘하게 사용되고 있다.

3악장: 비바체 논 트로포

3악장은 분위기가 일신하여 신나는 헝가리 집시 풍의 론도인데, 브람스는 가끔 이렇게 심각한 악장 뒤에 분위기를 뒤엎는 악장을 배치하곤 했다. 화해한 뒤의 즐거운 무도회를 가지는 듯 흥겨우며 경쾌한 악장이다. 곡은 독주 첼로가 연주하는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주제로 시작된다. 이것을 독주 바이올린이 되풀이한 다음 관현악이 주제를 단조로 반복한다.

행진곡 풍의 밝은 리듬이 독주를 동반한 현악기에 나타난다. 론도 소나타 형식의 전개부이다. 독주 첼로로 주제의 재현이 시작되고 관현악에 의한 힘찬 반복이 계속된다. 그로부터 1부주제가 독주 악기에 나타나 앞에서와 같이 박자를 바꾸어 가며 진행된다. 템포를 조금 낮춘 코다에서는 잔물결 같은 독주 악기의 음형 위에 관악기가 주제 동기를 몇 번이고 연주한다.

그 후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합세하고 독주 악기가 큰 파도와 같은 패시지를 연주하면, 곡은 다시 처음 템포로 되돌아가고 주제의 변형을 관현악이 힘차고 경쾌하게 연주한다. 이어 바로 독주 악기도 함께 연주되며 그 정점에서 곡은 한 마디 팀파니의 트레몰로가 된다. 곧 힘찬 화음이 이어지며 전곡이 끝난다.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브람스 / 교향곡 제2번

Johannes Brahms, [1833∼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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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요 및 구성

브람스는 신고전주의자로 분류될만큼 고지식한 음악가였으며 베토벤이 극한까지 밀고나간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초기에 그가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나 실내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충실한 울림과 실내악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원대한 스케일이다.

그는 교향곡의 창작이야말로 베토벤을 계승하는 작업이라 믿고 자신의 첫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그러나, 실제 작품이 완성된 것은 무려 23년 후였으며 이러한 신중함에 의해 탄생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엄청난 힘과 완벽한 구조를 자랑하는 걸작이 되었다.

교향곡 1번의 발표 직후, 무슨 주문에서 풀려난 사람처럼 브람스의 교향곡 창작은 순조로와졌다. 1번 교향곡을 완성한 다음해인 1877년에 제 2 교향곡은 작곡되었다. 1877년 당시, 그리 건강이 좋지 못했던 브람스는 요양차 펠차하라는 도시에 들렀다.

그곳의 자연이 주는 경이감과 생명력에 감동한 브람스는 곧바로 신작 교향곡의 작곡을 시작하였다. 1번 교향곡의 부담감이 사라지고 나자 그는 마법이 풀린 사람처럼 순조롭게 작곡을 해나갈 수 있었다. 2번 교향곡은 착수한 지 불과 4개월만에 완성되었으며 차분한 분위기와 작곡의 배경등을 감안해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각 악장의 기조음이 3도씩 하향하여 긴장이 이완된다는 점이나 목관의 사용이 풍부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온화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점 등, 이 작품에는 목가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음악학자인 크레치머는 1악장을 가리켜 "저물어가는 태양이 숭고하고 그 위에 진지한 빛을 던지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평하였는데, 말 그대로 평화롭고 온화한 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물어가는 저녁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상념에 젖어있는 쓸쓸한 시정도 매우 잘 나타난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부는 저음 현악기가 기본 화성을 제공하는 가운데 호른이 여명을 그리는 것처럼 시작된다. 변형되는 고음의 주제를 목관이 받고 곧이어 바이올린이 이에 응답하면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한다. 제 2주제는 전원적인 저음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다. 이 작품의 1악장은 전체 연주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길지만 작곡된 결과물이 복잡하다거나 구조적으로 세밀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악장을 들어보면 편안하고 안락한 선율들의 변형이 곳곳에서 솟아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노래하는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친숙한 선율들이 등장하곤 한다. 확대된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의 온화함은 2악장으로 연결된다.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우수에 젖은 듯한 사색적인 악장으로서 장조의 조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독한 시정이 감돌고 있다. 형식은 변형된 형태의 소나타 형식으로서 발전부 자체가 경과부화 되어 매우 짧고, 또한 재현부는 변주곡 형태로서 제2주제가 생략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재현부 전체를 하나의 변주곡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쉽게 느껴졌다.

 

브람스의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우수와 정신적 깊이가 나타나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목관과 저현 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바이올린에 이끌린 선율이 주제를 연주한다. 2악장의 특징은 중간부의 진폭이 큰 현악기의 소용돌이가 금관과 타악기와 어울리는 부분에 있다.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지만 브람스의 이 작품이 더욱 소박하며 품위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가장 경쾌한 악장으로서 다음 4악장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곡 전체에서 느껴지는 애수에 찬 시정도 나타나는데 제1주제가 특히 그러하다. 형식적으로는 A-B-A'-C-A" 구조의 론도 형식이지만, 스케르초의 형식을 바탕으로한 변형된 구조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목가’라는 별명에 꼭 맞는 악상이다.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주제를 연주한 후, 현악기가 분위기를 바꾸어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곧이어 다시 주제가 등장하는 간단한 3부 형식의 악장이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브람스 교향곡 전 악장 중에서 이처럼 찬란하고 통열한 피날레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어떤 설명도 이처럼 아름답고 기쁨으로 충만한 시정을 모두 보여줄 수 는 없을 것이다. 4악장을 통해 필자는 브람스의 정열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작곡 당시 페르차하에서 보낸 1877년의 여름이 그에겐 얼마나 각별하였던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미 필자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브람스가 바라보았던 '그 풍경'에 마음껏 취해 보고 싶다. 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고, 특히 제1주제는 두 개의 악구로 이루어져있다. 이 중에서 제2악구는 제2주제로 이행하는 경과부를 수반하고 있어서 주제와 주제를 연결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쾌활함으로 가득차 있다.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 이처럼 낙천적인 피날레는 다시 없을 것이다.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연주를 배경으로 금관과 팀파니가 가세해서 마치 춤곡과도 같은 화려함을 선사한다. 역시 현과 목관이 번갈아가며 등장시키는 주제의 대비가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빨라지며 고조되어가는 음향이 코다로 바로 이어진 후 작품이 끝난다.

역시 4악장의 피날레는 어느 작곡가의 피날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밝고 열정적이다. 특히 398마디로부터 등장하는 위풍당당한 금관의 효과는 2관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하다. 이 피날레는 흡사 교향곡 1번의 4악장과도 유사하지만 그 보다더 젊음과 기쁨으로 넘쳐난다.

 

 

 

 

교향곡 2번의 3가지 감상 포인트

(1)브람스의 <전원교향곡>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페르차하라는 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작곡되었는데, 당시 이곳에서 브람스는 가장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으며, 매우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곡이 완성된 다음해 여름에도 브람스는 또다시 그 곳으로 휴향을 가기까지 했으며, 더욱이 2번 교향곡에 감동을 받았던 사람들까지도 "페르차하라는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라고 말하였다 한다.

따라서 교향곡 2번은 브람스 자신도 언급했듯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목가적인 시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곡이다. 이것은 그의 1번 교향곡에서 볼 수 있었던 '암흑(고뇌)으로부터 광명(환희)으로의 이행'이라는 심각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곡을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밝고 온화함 뒤에는 항상 애수에 젖은 듯한 쓸쓸함이 느껴지는데, 필자는 이러한 대별되는 곡의 정감을 어떻게 조화롭게 살려내는가에 따라 지휘자들의 연주의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기본동기(tree-note motif D-C sharp-D)의 사용

교향곡 2번은 브람스의 나머지 곡들과는 달리 곡 전체에 통일적 요소로 사용된 기본동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악장의 첫머리에서부터 저음의 현악기가 제시하는 D-Cis-D를 바탕으로 호른과 목관악기의 제1주제에서부터 전 악장의 주요 선율이 나타날 때마다 사용된다. 이것은 이 곡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더욱이 묵직한 저음의 기본동기는 곡 전체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여기에 덧붙여 플루우트, 오보에, 클라리넷은 곡 전체의 목가적인 성격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3) "Progressive", 그리고 조화와 절제의 미

한마디로 브람스의 교향곡은 선율적이지 않다. 다시말해서 멜로디를 중심으로 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향곡 2번에서도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주제선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대한 대위법 구조 속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선율 위에 다성적 선율이 첨가되고, 더나아가 선율 자체가 변화되고 모방되면 또 다른 악기들이 서로 응답하기라도 하듯 계속적으로 변화해 나아간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을 가리켜 쇤베르크는 1933년 <브람스의 시대>라는 행사의 인사말을 통해 "음악적 언어의 거대한 프로그레시브 progressive 흐름이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특정 악기의 강조나 주제선율 중심의 해석은 브람스 교향곡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휘자들에 따라서는 악보상의 특정부분을 강조하거나 수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 악기들의 음색과 상호 밸런스를 잃지 않으면서 곡 전체의 거대한 대위법 구조를 리드믹컬하게 쌓아갈 수 있는 평형 감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필자는 그러한 이상적인 연주가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거니와 적합한 객관적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다양한 연주들의 비교감상을 통해 그러한 기준들에 근접한 연주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자료출처: 참마음 참이웃 / 음원출처: 전남중등음악사랑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