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테너 마크 패드모어 리사이틀/12.11.목/아람누리 음악당

나베가 2014. 12. 10. 00:36

 

 

 

2014 아람누리 브리티시 테너 시리즈 (British Tenors @ Aram Nuri 2014)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와 홍혜경,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호세 쿠라,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베이스 연광철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무대를 꾸준히 마련해 온 성악의 명가 고양아람누리가 2014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 테너들의 특별한 리사이틀을 선보입니다.
이지적인 음색과 서정성의 절묘한 조화로 사랑받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기품있는 음성에 담긴 충만한 감성의 테너 마크 패드모어는 각각 4월과 12월, 계절감이 살아있는 슈만과 슈베르트의 예술가곡(리트)으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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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겨울 나그네>는 없다!
테너 마크 패드모어와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의 연주로 만나는 겨울의 슈베르트

오늘날 영국의 가장 빛나는 성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감성 테너 마크 패드모어가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내 첫 가곡 리사이틀을 선보입니다.

청아한 발성과 우아한 음색으로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분야에서 특히 명성을 떨친 패드모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슈베르트와 슈만의 연가곡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다수의 가곡 음반을 선보이며 탁월한 해석과 충만한 감성으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8년,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아 우리 시대 최고의 에반겔리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슈베르티안이자 2009년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겨울 나그네> 음반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명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와 함께 내한해 전 유럽을 뒤흔든 명연주를 재현할 예정으로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겨울 나그네> 연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 조합! 마크 패드모어와 폴 루이스가 안내하는 이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슈베르트의 겨울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슈베르트
F. Schubert
연가곡 <겨울나그네> Op.89, D.911
Op.89, D.911
  • · 제 1 곡 : 잘자요 Gute Nacht
  • · 제 2 곡 : 바람개비 Die Wetterfahne
  • · 제 3 곡 : 얼어붙은 눈물 Gefror′ne Tränen
  • · 제 4 곡 : 얼어불음 Erstarrung
  • · 제 5 곡 : 보리수 Der Lindenbaum
  • · 제 6 곡 : 홍수 Wasserflut
  • · 제 7 곡 : 냇물 위에서 Auf dem Flusse
  • · 제 8 곡 : 회고 Rückblick
  • · 제 9 곡 : 도깨비 불 Irrlicht
  • · 제 10 곡 : 휴식 Rast
  • · 제 11 곡 : 봄날의 꿈 Frühlingstraum
  • · 제 12 곡 : 고독 Einsamkeit
  • · 제 13 곡 : 우편마차 Die Post
  • · 제 14 곡 : 백발 Der greise Kopf
  • · 제 15 곡 : 까마귀 Die Krähe
  • · 제 16 곡 :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
  • · 제 17 곡 : 마을에서 Im Dorfe
  • · 제 18 곡 : 폭풍의 아침 Der stürmische Morgen
  • · 제 19 곡 : 환상 Täuschung
  • · 제 20 곡 : 푯말 Der Wegweiser
  • · 제 21 곡 : 숙소 Das Wirtshaus
  • · 제 22 곡 : 용기 Mut
  • · 제 23 곡 : 환영의 태양 Die Nebensonnen
  • · 제 24 곡 :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

 

 

 

 

영국 런던 출신의 테너 마크 패드모어는 성악에 늦게 진출하였으나 현재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중견 성악가로 처음에는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공부하였다. 이후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초, 윌리엄 크리스티가 파리, 헤이그 등에서 공연할 라모의 ‘이폴라이트와 아르시에’(Hyppolyte et Arcie)의 주역을 맡을 젊은 테너를 찾던 중 우연히 패드모어를 만나 진행한 오디션 자리에서 바로 주역으로 결정된 후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오페라와 바로크 음악에 집중된 활동을 시작하였다.

오페라와 콘서트 솔리스트로서는 물론, 리사이틀까지 성악 분야 전반에 걸쳐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있는 그는 특히 바흐의 수난곡 연주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서정적이고 감성에 충실한 테너로, 샤르팡티에의 <메데>, 륄리의 <프로제르피네>, 라모의 <피그말리온과 조로아스터>,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 헨델의 <알체스테> 등 다양한 오페라의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피터 브룩, 케이티 미첼, 마크 모리스, 데보라 워너 등 오페라 계의 명 연출가들과 작업한 그의 최근작으로는 2009년 공연된 해리슨 버트위슬의 신작 <통로>와 알데버러 페스티벌, 브레겐츠 페스티벌,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의 작품 등을 들 수 있다. 또 글라인드번에서 공연된 마태수난곡의 에반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영국 내셔널 오페라의 헨델 <주피터>, 브뤼셀 모네극장의 스트라빈스키 <난봉꾼의 행각>에 출연하였다.

뮌헨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보스턴 심포니,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콘서트 솔리스트로서도 각광받고 있는 패드모어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공연하며 바흐의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브뤼셀, 마드리드, 밀라노, 모스크바, 뉴욕, 파리, 비엔나 등 세계 각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열었으며,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는 2008년 처음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사이클 전곡(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을 연주한 것에 이어 2009-2010 시즌 상주예술가로 초청되었으며, 2011-2012 시즌 폴 루이스와 슈베르트 가곡 사이클을 재공연하는 등 정기적으로 초청되고 있다. 빈 안 데르 씨어터와 파리 살 가보에서 피아니스트 틸 펠너와도 슈베르트의 가곡 사이클을 선보인바 있는 패드모어는 마크-앤소니 터니지, 알렉 로스, 샐리 비미쉬, 토마스 라쳐, 휴 왓킨스 등의 작곡가들로부터 작품을 헌정 받았으며, 폴 루이스, 틸 펠너, 크리스티안 베쥐덴허트, 줄리어스 드레이크, 로져 비뇰레스, 사이먼 레퍼, 앤드류 웨스트와 같은 연주자들을 비롯해 이모겐 쿠퍼, 스티븐 이설리스 등 세계적인 명성의 연주자들과 즐겨 연주하고 있다.

2007년부터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 음반을 출시하고 있는 패드모어는 잉글리시 콘서트와 함께한 헨델의 아리아 모음집 <새벽을 훔치는 듯>으로 BBC 뮤직 매거진의 보컬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폴 루이스와 함께 발표한 슈베르트의 가곡 사이클로 2010년 그라모폰 보컬 솔로 부문 수상, 크리스티안 베쥐덴허트와 함께한 슈만 <시인의 사랑>으로 2011년 에디슨 클래식 어워드 보컬 솔로 부문을 수상하였고, 브리튼 신포니아와 최근 출시한 브리튼 곡집은 2013년 에코 어워드 보컬 솔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이전 녹음으로는 헤레베헤가 지휘한 <바흐 수난곡>, 엘리엇 가디너 지휘의 <바흐 칸타타>, 다니엘 하딩 지휘의 오페라 <돈 조반니>, 윌리엄 크리스티 지휘의 라모와 샤르팡티에의 오페라,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출시된 하이든의 <천지창조> 등이 있다.

마크 패드모어는 현재 콘월의 세인트 앤들리언 여름 음악축제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21세기 최고의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떠오른 영국 리버풀 태생의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는 아름다운 음색과 격조 높은 표현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수제자이다. 1994년 런던에서 열린 ‘런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World Piano Competition in London)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로 2위 입상하면서부터 국제적으로 알려진 후 탄탄한 연주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한 그는 1997년, 세계적인 피아노 제작사인 스타인웨이가 선정한 100번째 ‘스타인웨이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2000-2002년까지, 일찌감치 런던 국립음대의 피아노 교수로서 재직했던 그는, 위그모어 홀의 ‘라이징 스타’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 영국 주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이후 브리티시 오케스트라,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 콜론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비롯해, 슈바르첸베르크의 슈베르티아데, 루체른 부활절 페스티벌, 루어 페스티벌, 밴쿠버에서 열리는 챔버 뮤직 페스티벌 등 굵직굵직한 음악 축제에서 성공적인 독주회를 펼치며 음악 팬들에게 알려졌다. 또한 퀸 엘리자베스 홀의 퍼셀룸, 에딘버러 퀸홀, 터너 심즈 콘서트홀 등의 공연도 빼놓을 수 없고, 2003년에는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프라이즈(Royal Philharmonic Society prize)의 ‘우수 연주자’ 부문에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10여 년간 꾸준히 발매되어 온 그의 음반들은 슈베르트 소나타에 이어 최근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 음반 발매로 이어지며 또 한 번 평단의 극찬을 끌어내고 있다.

최근 테너 마크 페드모어와 선보인 함께 슈베르트의 연가곡 3부작은 <클래식 투데이>, , <그라모폰>, <클래식 FM> 등 각종 음반지로부터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 지금까지 슈베르트 연가곡집을 녹음한 명반으로는 페터 슈라이어, 프리츠 분덜리히, 마티아스 괴르네 등이 손꼽히고 있지만 두 젊은 영국 연주자들의 합작품은 기존 명반들의 아우라를 뛰어 넘는다는 평을 들으며 슈베르트 음악 해석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chubert - Winterreise 'Gute nacht'. Padmore, Lewis.flv

 

 

 Schubert Winterreise Ian Bostridge Julius Drake

 

 Schubert · Winterreise · Fischer Dieskau · Brendel Subtitles Spanish and Bulgarian

 

모두 24곡으로 이뤄진 이 가곡집의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그네의 정처 없는 방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매우 슈베르트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서 함께 들었던 슈베르트의 음악들, 예컨대 <방랑자 환상곡>이나 <피아노 소나타 21번>과 일맥상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잠시 후 설명해 드릴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른한 해의 짧은 생을 살았던 슈베르트는 약 600곡의 가곡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가곡집 형태로 출판된 것은 모두 세 작품입니다. 작곡 연도로 살펴보자면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1823), <겨울 나그네>(1827), <백조의 노래>(1828) 순이지요. 그 어느 것이든 가사를 음미하며 듣지 않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아울러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급적 혼자 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겨울 나그네>는 더 그렇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는 철저하게 혼자여야 합니다. 만약 다중이 모인 콘서트홀에서 이 음악을 듣게 될지라도, 당신 자신의 내면에만 고독하게 집중해야 음악이 귀를 열고 가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한 ‘겨울여행’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는다는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오늘 들을 <겨울 나그네>의 제목인 ‘Die Winterreise’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겨울여행’입니다. 물론 그 여행은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하지요. 4년 앞서 작곡했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만 하더라도 시적 화자의 여정과 극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찬미와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도 가끔 등장합니다. 하지만 <겨울 나그네>에서 슈베르트의 꿈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 가곡집은 훨씬 절망적인 분위기로 겨울의 어둠 속을 헤맵니다.

가사를 쓴 이는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라는 독일 시인입니다. 독일문학사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는 시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시풍은 매우 소박하고 민요적입니다. 질풍노도처럼 달려 나가던 낭만의 시대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시인이었던 셈입니다. 말하자면 때를 잘못 타고 났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한데 슈베르트는 그의 시를 무척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모두 그의 시를 가사로 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를 접하게 됐는지는 좀 불분명합니다.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시집을 발견했다는 설도 있고, 작곡가 베버의 권유로 뮐러의 시에 곡을 붙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에 완전히 매혹당한 것은 분명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주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뮐러의 시에서 ‘정처 없는 방랑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뮐러는 1827년 9월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고 전해집니다. 1827년은 <겨울 나그네>가 작곡된 바로 그해였지요. 슈베르트가 가장 존경했던 음악가 베토벤이 그해 봄에 세상을 떠났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시인 뮐러도 같은 해 9월에 세상을 등졌던 겁니다. 슈베르트는 10월에 <겨울 나그네>를 완성하고 다음 해인 182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 뮐러보다 오히려 더 젊은 나이인 31세였습니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져 있어서 전편의 가사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일 성싶습니다. 오늘은 <겨울 나그네>의 전반부 중에서도 특히 애청되는 1곡 ‘밤인사’(Gute Nacht)와 5곡 ‘보리수’(Der Lindenbaum), 6곡 ‘넘쳐흐르는 눈물’(Wasserflut)의 가사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전편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이 가곡집 전부를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가급적이면 독일어 원어와 한국어 번역이 나란히 나와 있는 텍스트를 활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뮐러의 시집 <겨울 나그네>(김재혁 옮김)는 국내에서 민음사가 번역해 펴냈습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도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문학수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 시절에는 음악을 멀리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 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1곡: 밤인사

1곡 ‘밤인사’(Gute Nacht). “(1절) 낯선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5월은 내게 친절했네. 꽃들은 만발하고 소녀는 사랑을 속삭였네.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을 약속했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차고 길은 눈에 덮였네. (2절) 여행을 떠날 날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나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네. 달빛을 벗 삼고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 하얀 풀밭을 지나가네. (3절) 사람들이 나를 쫓아낼 때까지, 나는 왜 서성이며 기다리는 것일까. 주인의 문 밖에서 짖는 개야, 짖을 테면 얼마든지 짖으려무나. 사랑은 방랑을 좋아한다네. 신이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도록 정해 놓았네. 그러니 내 사랑이여, 이제는 안녕! (4절) 너의 단꿈을 방해하지 않고, 너의 휴식을 훼방치도 않으리. 발걸음도 들리지 않게 살그머니 문을 닫으리. 떠나면서 그 문에 ‘안녕’이라고 적으리. 너는 그것을 보고,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을 기억할까.”

 

5곡: 보리수

5곡 ‘보리수’(Der Lindenbaum). “(1절) 성문 앞 우물곁에 보리수가 서 있네. 나는 그 그늘 아래서 많은 꿈을 꾸었지. 그토록 많은 사랑의 말을 가지에 새겼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나무 밑을 찾았네. (2절) 오늘도 나는 어두운 밤에 그곳을 지나가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감지.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이리 오게 친구여, 여기서 안식을 찾게나’라고 속삭이네. (3절) 차가운 바람이 얼굴 위로 매섭게 불고 모자가 어딘가로 날라 갔네. 그래도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네. (4절) 그곳을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는 속삭임을 듣고 있다네.”

 

6곡: 넘쳐흐르는 눈물

6곡 ‘넘쳐흐르는 눈물’(Wasserflut). “(1절) 눈물이 쉼 없이 눈 위로 떨어져, 내 뜨거운 슬픔을 차디찬 눈이 삼켜버리네. 풀들이 파릇하게 돋아나면 따뜻한 바람이 불고 얼음이 깨지고 눈도 녹겠지. (2절) 눈아, 너는 내 그리움을 알고 있겠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말해보렴. 내 눈물을 쫓아가면 어느덧 시냇물에 가닿을 텐데. 눈물이 도시로 흘러들어 번화한 거리를 지나서 뜨겁게 반짝이면, 그곳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