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서울시향/마크 위글스워스의 쇼스타코비치/11.27.목/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4. 11. 26. 01:29

 마크 위글스워스의 쇼스타코비치

 

 

알려진 작곡가들의, 다소의 설명이 필요한 명작들입니다. 말러가 16세 때 쓴 <피아노 4중주>는 오늘날 남아있는 그의 작품 중 최초의 곡으로 마를린 헬더에 의한 관현악 편곡판 연주는 한국 초연입니다. 이어 연주될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말러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마농이 어린 나이로 죽자 베르크는 이 협주곡에 '한 천사의 기억'이라는 부제를 붙여 그를 기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협연자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이 나섭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번>은 BIS 레이블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지휘자 마크 위글스워스의 무대로 꾸며집니다.

[프로그램]

말러: 피아노 4중주 (관현악 편곡: 마를린 헬더)
Mahler: Piano Quartet (orch. Marlijn Helder)
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
Berg: Violin Concerto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Shostakovich: Symphony No. 15 in A Major

[프로필]

지휘 마크 위글스워스 Mark Wigglesworth, conductor


영국의 서섹스 태생의 마크 위글스워스는 BBC 웨일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 런던 오페라 팩토리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런던의 왕립 음악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1989년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콘드라신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한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오슬로 필하모닉,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밀라노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또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암스테르담 말러 페스티벌, BBC 프롬스 등의 축제에서도 지휘하였고, 호주의 멜버른 심포니, 시드니 심포니 등도 지휘하였다. 북미에서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몬트리올 심포니를 지휘했으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디트로이트 심포니, 뉴 월드 심포니 등을 정기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1991년 런던 오페라 팩토리에서 <코지 판 투테>로 처음 오페라를 지휘한 이후 <피터 그라임즈>, <라 보엠>, <피가로의 결혼>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팔스타프>, <코지 판 투테>를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탕아의 행각>, <엘렉트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웨일즈 내셔널 오페라에서, <미트리다테>와 <보체크>를 벨기에 브뤼셀의 라 모네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휘하였으며, 2005년에는 <피가로의 결혼>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였다. 2009~10년 시즌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오페라에서 <피터 그라임즈>를,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카티아 카바노바>를 지휘했으며, 오케스트라로는 네덜란드 방송 교향악단,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시드니 심포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신시내티 심포니, 뉴월드 심포니 등에서 지휘했다. 2011년 시즌에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BBC 프롬스의 성공적인 무대를 이끌었고, 2012년 에는 바비칸 홀에서의 공연 등이 그의 지난 시즌 하이라이트이다. 현재 BIS 레이블에서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심포니 사이클 녹음을 진행 중이며, 멜버른 심포니와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6번>과 <10번>은 MSO 라이브 레이블이 발매한다.

바이올린 르노 카퓌송 Renaud Capucon, violin

 

 

 
1976년 샹베리에서 태어난 르노 카퓌송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제라르 풀레와 베다 레이놀즈를 사사하였다. 1992년 음악원 실내악 1등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바이올린 1등상을 수상하였으며, 1995년에는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베를린에서 토마스 브란디스, 아이작 스턴을 사사한 그는 199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초청으로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에 뽑혀, 피에르 불레즈, 오자와 세이지, 다니엘 바렌보임, 프란츠 벨저뫼스트,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3년간 연주하였다. 2000년 프랑스 『음악의 승리』상 중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올해의 독주자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조르주 에네스쿠'상을 수상하였다.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보스턴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파리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런던 심포니, 유럽 체임버 등의 오케스트라와 정명훈, 비치코프, 도흐나니, 두다멜, 뒤투아, 에셴바흐, 하이팅크, 예르비, 마주어, 자발리시, 슬래트킨 등 거장들과도 함께 하였다. 2011년 그는 차이나 필하모닉과 미국 순회공연을 가졌고, 상하이 심포니, 광저우 심포니와 중국에서 연주하였으며,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를 열었다. 르노 카퓌송은 아르헤리치, 그리모, 앤절리치, 브레일리, 브론프먼, 정명훈, 바시메트, 라베크 자매, 마이스키, 뫼르크, 피레스, 플레트뇨프, 티보데, 벤게로프 등과 실내악을 연주하였으며, 에든버러, 베를린, 라인가우, 루체른, 몽트뢰, 로켄하우스, 베르비에, 그슈타트, 잘츠부르크, 액상프로방스, 스트라스부르, 탱글우드 등 세계 각지의 페스티벌에 출연하였다. EMI/버진 레이블로 수많은 음반을 내었는데, 멘델스존-하이든 트리오, 베토벤 삼중 협주곡, 슈베르트 리사이틀, 라벨 실내악, 뒤티외 협주곡(정명훈 지휘), 생상 실내악, 브람스 트리오, 슈베르트 송어, 멘델스존-슈만 협주곡(하딩 지휘), 브람스 이중 협주곡(정명훈 지휘), 브람스 사중주, 모차르트 협주곡, 베토벤-코른골트 협주곡(네제세겡 지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 있으며, 앤절리치, 고티에 카퓌송, 달베르토, 코세, 에벤 현악사중주단과 함께 한 포레 실내악 음반이 출시된다. 그는 과르네리 델 제수 '파네트'(1737)로 연주하는데, 이 악기는 아이작 스턴 소유였으나 이탈리아의 BSI가 그에게 사주었다. 2011년 6월 그는 프랑스 정부가 주는 공로 훈장 기사장(Chevalier dans l'Ordre National du Merite)을 받았다.

 

 Mahler: Pianokwartet in a kl.t. / Piano quartet in a minor

 

 

 Alban Berg - Violin ConcertoTo the Memory of an Angel - Frank-Peter Zimmerman, GMJO, Gatti

(Proms 2012)

 

 

Berg : Violin Concerto - Afkham / Pogostkina

 

Shostakovich, Symphony No.15 in A major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Valery Gergiev, conductor

Mariinsky Theatre Orchestra

Martti Talvela Hall, Mikkeli

2006.06.07

 

Valery Gergiev/MTO - Shostakovich, Symphony No.15 in A major, Op.141

 

 

쇼스타코비치의 마지막 교향곡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번은 음악적 형식으로 본다면 전형적인 교향곡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1번 교향곡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두 교향곡이 서로 맞물고 있는 특이한 형태를 차지하고 있다. 즉 절대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는 음악적 퇴행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기나긴 교향곡의 길에 마지막 이정표를 세우고 영원한 음악적 순환의 굴레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확대된 타악기군을 포함하는 오케스트라의 표준에 가까운 4악장 교향곡”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순수 기악곡으로서 ‘울려 퍼지는’ 교향곡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5번 교향곡이 쇼스타코비치 전체 교향곡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바로 그의 모든 교향곡에 대한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곡을 작곡함으로써 그는 교향곡 장르의 새로운 진보에 대한 그동안의 시도를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작곡가의 철학이 깃든 교향곡이란 장르는 무조라는 현대적 음악언어로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고전적 음악언어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피력했다.

쇼스타코비치는 현대음악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 재탄생될 것임을 확신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교향곡의 존재 영역에 대한 명백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15번 교향곡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우화적인 면과 아울러 따뜻하고 쾌활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곡가들의 마지막 작품에서 풍기는 삶에 대한 경건함이나 숙연함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인 생각과 실내악적인 경향을 풍기고 있다. 1972년 아들 막심의 초연 지휘를 녹음한 앨범 재킷(멜로디아).

이 곡은 교향곡 14번 ‘죽은 자의 노래’가 발표된 후 2년이 지난 1971년, 쇼스타코비치가 69세 되던 해 여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작곡되었다. “급한 작곡은 금물”이라던 자신의 반성을 무색하게 하였으나 “심혈을 기울여 매우 빠른 시일 안에 완성했다.”는 말로 변명을 대신했다. 15번에 대응하는 1번을 작곡한 것이 그의 19세 때, 그 후 46년 동안 모두 15곡의 교향곡을 완성한 금세기 최대의 교향곡 작곡가에게는 4년이라는 생명이 더 남아 있었지만, 교향곡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초연은 1972년 모스크바에서 아들인 막심의 지휘와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연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Maxim Shostakovich/MRSO - Shostakovich, Symphony No.15 in A major, Op.141

Maxim Shostakovich, conductor

Moscow Radio Symphony Orchestra

Released in 1972, Melodiya

 

 

1악장: 알레그레토

매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다니며 로시니의 <월리엄 텔> 서곡 마지막 부분의 주제 ‘금관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쇼스타코비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을 매우 선명하고 경쾌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시도는 곡 전체의 구성은 고전적이지만 세부적인 형태는 소나타 형식에 구애되기보다는 자유로운 형식 표현을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러한 자유로운 형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서만이 자유로운 생각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생각은 쇼스타코비치의 과거 회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역할의 결정적인 도구가 바로 로시니로부터 인용한 금관의 선율인 것이다. 어릴 적 그가 깊은 인상을 받은 선율이며 이를 통해서 과거로 날아가는 것이다. 작곡자의 아들 막심은 “<윌리엄 텔>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멜로디였다.”고 말했다. 이 선율은 5차례에 걸쳐서 반복되며 매우 다양한 인상을 남기면서 전체 악장을 이끈다.

2악장: 아다지오

2악장은 장송 행진곡 분위기로 일관되게 진행된다. 특히 전통적인 장송 행진곡과는 달리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장송 행진곡은 1번 교향곡의 3악장, 4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인 3악장, 11번 교향곡의 3악장 ‘추억’에서도 쓰인 바 있는 형식이다. 주요 악상은 병행3도를 특징으로 하는 금관의 코랄이다. 이 금관의 코랄과 첼로의 레치타티보 대화가 3차례 이루어진 다음 라르고의 장송 행진곡으로 이어진다.

3악장: 알레그레토

악상에서 1악장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다. 바순으로부터 시작되는 목관의 도입부와 현을 중심으로 하는 재현부, 그리고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되는 중간부, 타악기로 마무리 짓는 피날레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면을 증폭시킨다. 탬버린, 실로폰, 캐스터네츠, 우드블록 등 타악기의활약은 웅장하지만 음량은 크지 않다. 여러 가지 악기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등장하지만 실제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는 그리 과장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마지막 악장에도 포함되어 있다. 괴기하고 장난기 어린 느낌을 주는 악장이다.

4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레토

이 악장은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타악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유명한 바그너의 음악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운명의 동기’를 인용하고 있으며, <신들의 황혼> 중 ‘지그프리트의 장송 행진곡’의 리듬과 패턴을 사용하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두를 암시하는 음형까지 등장하고 있다. 타악기는 3악장에서도 얼굴을 내비치지만 4악장에서는 팀파니를 포함해서 무려 13종의 타악기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타악기 특유의 강렬하다거나 투박한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산뜻하고 명료한 음색이 울려 퍼진다.

1악장에서 로시니의 ‘금관의 선율’이 5차례에 걸쳐 나타나듯이 바그너의 이 금관과 어우러진 선율은 8차례나 반복된다. 그러면 왜 윌리엄 텔이나 지그프리트가 등장하는가? 이들은 바로 영웅들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이러한 영웅들을 끄집어내서 음악적 소재로 사용한 것은 20세기는 영웅의 시대가 아님을 말한다. 또한 저 영웅들은 고전적인 교향곡이라고도 비유할 수 있다. 마치 영웅은 영웅의 시대에서 빛나듯, 교향곡도 마찬가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쇼스타코비치는 분명 이 4악장을 통해서 더 이상의 교향곡과의 교감은 접어두고 새로운 형체를 찾아 나서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낸다.

 

Shostakovich Symphony No15 Pletnev RNO 1-2 mov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