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란 BC를 이른 새벽에 떠났던 아쉬움 만큼이나 이곳 라토보BC에서의 이른 떠남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 늦어진 시간 만큼이나 빙하를 건너기가 힘들어 진다는걸 너무도 잘 알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키로 마음을 다 잡는다.
정확히 7시 출발이다.
그 넓은 초원과 그 주변 산군을 메우고 있는 측백나무 숲을 지나 어제 만났던 빙하 계곡에 다달았다.
정말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설마했는데, 어제 그 넘치던 빙하계곡이 오늘은 물에 빠지지 않고
돌과 나무다리를 밟고 건널 수 있을 만큼 물이 줄어 있었다.
역시 가이드의 말이 맞았어~
일찍 출발하기를 아주 잘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어제 저녁 한 무리의 양떼들을 끌고 나가더니, 이곳에 모두 풀어 놓았나 보다.
어제 이 길을 지날때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사실, 양은 결코 순하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하면 떠오르는 것이 순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바로 이와같은 모습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복술 복술 털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채로 이렇듯 파아란 초원위에서 풀을 한가롭게 뜯고 있으니...
이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말과 소, 양들이 있어 어제 저녁 보다도 더 아름다운 융단이 깔린 듯한 초원을 걷다보니,
저만큼 바위에 젊은이가 기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세상 부러울 것이 하나 없는 사람같아 보인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글쎄...이곳 마을 사람같지는 않고, 여행객인것 같다.
옆에 포터가 있는 것으로 봐서...
푸르른 샹그릴라를 지나 이제 다시 빙하 길로 접어든다.
그 꼭대기 정상에 서서 보이는 눈부시게 하얗게 빛나는 낭가파르밧에 또 빠져들어간다.
캠프를 철수해 짐을 싣고 오느라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포터와 나귀들이 가파른 사면길을 올라오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에서는 무거운 짐을 띠로 묶어 머리에 이고 오는 포터들이 히말라야의 주인인 양 느껴지는데,
이곳에서는 짐을 잔뜩 실은 나귀와 마부가 히말라야의 주인인 양 느껴진다.
오직 네팔과 파키스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먼저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잠시 쉬었다.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게 가파르다.
거의 경사 70도는 족히 되는 사면 길을 곡예를 하듯 내려가는 나귀와 마부들의 모습에 하염없이 빠져들어
그들이 안전하게 다 내려갈 때까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거대한 높이로 쌓아 올려진 시커먼 모레인 빙하,,,,,
어느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균열이 가 있기도 하고....
군데 군데 크레바스가 커다랗게 뚫려있기도 한 그곳을 향해 걸어 내려가고 있는 나귀와 마부의모습이 더없이 나약해 보인다.
우리가 걸어 내려가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이 불모의 땅에 핑크빛 꽃을 피워내고 있다니...
우리도 발걸음을 떼 가파르고 험한 돌 사면길을 내려 빙하로 접어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빙하의 광활한 모습이 끝이 없어 보인다.
빙하의 돌더미 위에 잠시 걸터 앉아 쉬었다.
고개를 들어야만 끝이 보일듯이 거대한 루팔벽은 그리 또 우리앞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가파른 돌 사면 언덕길을 또 넘었다.
또 다른 빙하의 모습이다.
새하얀 설 빙하의 모습으로 우리를 매혹시켰던 미나핀 빙하와는 너무도 다른
온통 돌더미의 거칠고 험한 빙하....
이 모습 또한 세계 최장벽인 루팔벽의 위용을 대변이라도 해주는 걸까....
어느새 헤를리코퍼 BC에 도착했다.
우리를 훌쩍 앞질러 갔던 포터들은 벌써 주방 텐트를 쳐 놓았다.
물론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지만, 그래서 주방 텐트를 친건 아니고 우리들이 이곳에서 맘껏 쉬다가 가기로 약속을 했기때문에
햇빛 가리개로 쳐놓은 것이다.
그나 저나 이제 10시인데....
점심이라니...
하긴 뭐 디란BC에서 라카포시 BC로 내려갈때에는 9시에 점심 먹었는걸~ ㅎㅎ
점심을 좀 천천히 먹고 12시까지 이곳에 머물다 내려가기로 했다.
아!!
근데 오늘은 구름이 루팔벽을 밑둥만 남겨두고 완전히 뒤덮었어~
그래도 상관없어~
저 거대한 루팔벽 앞에 다시 서있다는것 그 자체만으로도 마냥 가슴이 뛰는걸~
루팔벽 머리를 완전히 뒤덮고 있는 구름마저도 거벽 루팔벽에 어울리는것만 같아~
등산화 벗고, 패딩을 덧 입고는 모두 주방 텐트로 들어가 누웠다.
때론 엎어지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악마의 산...산중의 산-다이마르 대 장벽 루팔벽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구름이 이리 저리 움직일 때 마다 그리고 내 몸을 조금씩 움직일때 마다 달리 시야에 펼쳐지는 헤를리코퍼BC의 모습은 현실이 아닌
다른곳의 모습같이 느껴졌다.
바닥에 꽃잎을 뿌려 놓은듯 좌악 피어오른 하얀 야생화....
그 위를 어슬렁거리면서 그 꽃을 따먹고 있는 나귀들...
휘휘 휘돌아쳐 나가는 앙증맞은 도랑물들...
누워서 보니 , 이 모든 풍광은 여전히 세상것이 아닌 천상의 것인양 그리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고미영을 포함 31명의 생명을 빼앗아 간...무시 무시한 악마의 산이라니...
그 엄청난 수식어들이 또 전혀 다른세상것 처럼 느껴지는것이다.
우리가 딩굴며 천상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 맛있게 해놓은 점심을 먹고는 다시 또 천상으로 돌아가 12시까지 누워 있었다.
낭가파르밧 남동쪽 루팔벽 아래 푸른 초지-하얀 야생화밭에 누워 구름에 휘감긴 거벽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두 눈을 뜨고 있어도 꿈같아 그저 평화롭기만 한것이다.
Vox Angeli - Imagine 2008
자연의 온유하고 부드러운소리 프랑스 성가대 조합.
여섯 멤버들의 세 여성(Lola,Iris and Claire)와
세 남자 (Mathis, Louis and Etienne) 2008 년 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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