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37.라토보BC(Latobo BC 3,500m)...

나베가 2014. 11. 19. 01:00

 

 

 

거대한 측백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오니, 라토보BC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뜻밖에도 빙하 계곡을 만났다.

오후시간이라 강한 햇빛에 빙하가 녹아서 인 지, 

계곡을 흐르고 있는 물의 양이 제법 많아 빠지지 않고 빙하를 건너기는 힘들어 보인다.

 

주저할것 없이 등산화를 벗고, 두켤레를 신은 양말중 한 켤레만 벗고 빙하계곡을 건넜다.

그 넓이가 그리 멀지는 않아 발이 시려워질 즈음 나와 이풀은 계곡을 건너와 젖은 양말을 벗고 다시 벗어 놓았던 양말로

갈아 신었다.

 

 

 

그러나 뒤이어 온 요사니와 남수는 양말을 한 켤레만 신어 맨발로 빙하계곡을 건너야만 했다.

그들은 발이 끊어지도록 시려웠다고 한다.

그래도 날카로운 돌들이 없어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나무 숲이 무성한 숲길을 벗어나니, 또 거짓말 처럼 푸르른 초원이 펼쳐졌다.

아!!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라토보BC에 도착한 것이다.

 

융단처럼 보드라운 초원 가장자리 사방으로 맑디 맑은 도랑물들이 흐르는데, 얼마나 이쁜 지...

 

 

 

이곳 역시 초지이니,소와 말이 주인일 터였다.

 

 

 

그런데 저 만치 고개를 들어 보니, 이 높은 곳에 마을이 다 있다.

거대한 돌더미 아래로 낮으막한 돌집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여늬 풍경과는 달라 또 흥분감이 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동네 사람들이 한결같이 빨간 히잡을 두루고 있는 여인네들의 마을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초록의 평원....

그래, 초록의 융단위를 거닐고 있는 저 빨간 히잡의 여인들의 모습은 이곳 샹그릴라에서만 왠지 볼 수 있는 풍광같아 보인다.

 

 

 

나는 그 자리서 얼음땡이 되어 렌즈로 그녀들의 뒤를 쫒았다.

그녀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아름아닌 이풀이었다.

한동안 머무는데...무슨 얘길 하는걸까....

 

 

 

잠깐 궁금증이 유발했지만, 고개를 돌려 라토보BC앞의 낭가파르밧 거벽에 눈을 맞춘다.

여전히 위압적이다.

 

 

 

 

아늑한 곳에 쳐져있는 텐트에 짐을 들여놓고 젖은 양말은 텐트에 걸어놓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저녁이 다 된 이 시간에 한 무리의 양떼를 몰고 어디로 가는 지, 그림같은 비경을 펼쳐 보여주며 우리 앞을 지나간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을 가리킨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루팔벽앞에서 좀 쉬다 오긴 했어도 무려 3500m에서 10시간을 걸은 것이다.

그것도 아침도 거의 먹지 못한 상태에서.....

목적지가 오늘처럼 그리웠던 적이 있을까 싶다.

여행을 떠나 가장 많이 힘들은 날이었다.

 

 

피곤해서 잠시 텐트에 누웠다가 저녁을 지으러 주방텐트로 갔다.

하필 오늘 저녁 반찬을 내가 하겠다고 했는 지, 스스로 야속한 맘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육개장을 해먹을 생각을 하니,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기가 힘들었지 이내 힘이 난다.

 

올라올때 60루피어치 산 배추를 연한것은 쌈을 싸서 먹기위해 깨끗이 씻어서 놓고,

제법 굵은 배추는 찢어서 건조 육개장 소스 2개와 북어국 스프 1개를 넣은 냄비에 넣고

고추장과 내가 가져간 고추가루와 마늘을 듬뿍 다져서 넣었더니,

얼큰한 것이 제대로 육개장 맛을 낸다.

 

거기다 맛있는 쌈장에 배추쌈까지 먹으니 기력이 바닥이었던 몸이 회춘하듯 벌떡 일어서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행들도 모두 맛있다고 잘먹으니 짖눌렀던 몸이 한 순간에 날아갈 듯 하다.

역시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은 곧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거란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텐트에 들어가 대충 짐을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맑은 도랑물가로 가서 세수도 하고 이빨도 닦고...오랫만에 차갑긴 했어도 맑은 물로 씻으니 신선이 되는건 시간문제...

아무래도 눈앞에 설산과 빙하가 없으니 같은 고도에서도 디란BC나 라카포시BC보다는 훨씬 덜 춥고, 물도 덜 차다.

 

어느듯 어둠이 스물 스물 찾아든다.

비닐을 들고 나와 깔고, 타르싱에서 하지 못했던 침낭까지 들고 나와 누웠다.

서서히 어둠이 잠식해 들어오며 하나 둘...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하나씩 별이 떠오를때 마다 별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소년 소녀같이....

 

아!!

그러고 보니, 별을 헤아려 본 것이 얼마나 오랫만이야!

40년?? 

아니, 50년??

잠시 추억에 잠긴 사이에 별은 더이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늘을 가득 메웠다.

 

멈춰져버린 시간....

단지 점점 더 어둠이 우릴 삼켜버렸고, 그 어둠의 깊이 만큼 하늘의 반짝거림은 우주 쇼를 벌이듯 화려해졌다.

어느새 다리를 놓은 건 지...낭가파르밧으로부터 뻗어나와 저 쪽 끝 하늘까지 닿은 듯한 은하수는 매혹적이었다.

숨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우주를 유영하고 있을때...요사니가 별 사진을 찍는다고 나와 그 적막감은 깨져 버렸다.

 

한동안 별 사진을 찍는데 모두는 몰두했다.

또 다른 적막감이 모두를 덮었다.

그리고 '철컥' 셔터 소리와 함께 찍힌 라토보BC의 밤하늘....

그제서야 모두 낭가파르밧 밤하늘을 담은 작은 액정을 보고 또 탄성을 낸다.

 

 

<일행이었던 요사니가 보내준 밤하늘 별사진입니다>

 

 

 

낭가파르밧 라토보BC에서의 일출이 궁금하여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이곳에서는 일출 포인트가 아니라서 타르싱에서와 같이 선명한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먼발치로 핑크빛으로 물들어 오는 새벽 풍광을 느낄 수는 있었다.

 

 

 

 

무엇보다 부지런한 이 마을의 아녀자들이 또 한 무리의 소떼들을 새벽에 몰고 나가는 풍광에 열광했다.

 

 

 

 

이젠 출발 준비를 서둘러야 겠다.

어제 물에 빠져 건너온 빙하계곡을 제쳐두고라도 늦게 출발해 해가 솟아 오르면

다른 수많은 곳들도 자칫 빙하 도랑을 또 만들어 낼 지 모르니 일찍 서둘러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늘처럼 천국을 떠나기 싫지만...오늘 헤를리코퍼BC에서 대신 오랜 여유 시간을 주겠다니 랄랄룰루다.

6시에 아침 식사고 7시 정각 출발이다.

 

 

 

 

 

 

Maria O’Connell - Down By The Sally Gard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