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느덧 5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사고 현장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우리가 도착한 후 벌써 8시간이나 흘렀다.
아!!
정말 K2 가기가 만만찮구나~
시작부터 난관이야~
여기도 이럴진데....스카르두에서 아스꼴리 가는 길은 거의 산사태가 난다고 봐야한다고 했는데...
대체 얼마나 험하길래 한 3번까지는 그냥 옵션없이 진행되지만 그 이상이면 경비에 오버챠지가 붙는다고 말하는 걸까...
독특한 풍광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태까지는 그다지 지루함없이 보냈는데....
이젠 슬슬 지쳐오기 시작한다.
아니, 지친다기 보다는 걱정이 슬슬되는 거다.
일단은 사고 현장으로 가 보자고 합의하고 길을 나섰다.
세상에~
다리를 건너니 언제부터 모여든 차들인 지 끝이 안보이게 차들이 서있는 것이었다.
아니, 우리가 온 이후로 다리를 건넌 차들을 거의 못본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 차들은 산사태가 난 직후부터 모여든 차들이란건가??
복잡하게 뒤엉킨 이 길을 어떻게 뚫고 들어간다는 건가~
진작부터 이곳에 와서 기다렸었야 했다는 후회가 걷잡을 수 없이 일었지만, 후회해봤다 맘만 상할 뿐이다.
어짜피 이곳에서 자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초심 그대로....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우리의 기사...불가능한 이 길을....귀신같이 뚫고 앞으로 계속 전진한다.
왠지 한 켠에선 불안함 맘이 이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서 있는 차들은 아무 반응이 없다.
클락션이라도 막 울려댈것 같은데....
하긴, 그렇게 뚫고 들어가 봤자라는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일까??
그들의 생각대로 였는 지....
우리 차는 더 이상 전진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처음 들어섰을때 보다는 한참을 뚫고 들어왔기에 우리 맘은 좀 편안해졌다고 할까...
우리는 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와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답답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 눈앞에 나타난 풍광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서 이렇게 태연한 것일까....
아님 이 나라 사람들의 원래 태생이 여유로운걸까...
지치고 힘들어 한다기 보다는...
내 눈엔 차라리 이 들이 이 풍광을 즐기고 있는것만 같이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서양 여자도 아닌 낯선 동양 여자가 카메라를 메고 이 현장의 남정네들 속을 누비고 있음에
그들은 환호했다. ㅎㅎ
카메라 렌즈가 자기네를 향하고 있다 생각하면 여지없이 포즈를 잡아 주는거다.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름 몰래 찍느다고...카메라 폰으로 우리를 찍느라고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ㅋㅋ
이들나라의 여성들은 히잡으로 얼굴을 가릴뿐만 아니라 절대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데....
이 남정네들 사이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를 볼때 이들은 우리가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ㅎㅎ
급기야는 나름 용기를 낸건 지, 우리보고 같이 사진을 찍자는 거다.
여기 저기 불려서 사진을 찍었다.
이건 뭐 인기 연예인을 불사하듯 사방에서 달려들어 찍어댔다.
헐!!
이 나이에도 이 나라에 오니, 인기가 짱이구먼~
앞으로는 계속 파키스탄에만 와야겠어.
살맛 나잖아~ㅋㅋ
우린 이 생경하고도 재밌는 풍광에 히히낙낙 했다.
하지만 이제 그만 이 인기를 그만 누리고 이들 속을 빠져 나가야 했다.
마치 영화배우가 팬들의 인파를 헤쳐 나가듯이...ㅋㅋ
우리는 손사레를 치며 '이제 그만 안녕..'하며 급히 빠져 나왔다.
사실 이 재밌는 상황에 빠져서 사고 현장이 얼마만큼 수습되었는 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모든게 멋진 카메라의 피사체였음에 열광 했을 뿐이다.
와우~~
이 남자들은....역시 좋은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양새가 다르구만~
영화배우 못지 않아. ㅋ~~
근데 이들이 입은 이 옷...
정말 편하고 시원해 보여~
아니 정말 멋스럽기까지 하잖아~
작은거 있으면 나도 하나 사입고 싶다.ㅋ~~
사람사는 곳은 전세계 어디나 다 똑같은 모양이다.
이 사고 소식이 전국에 퍼졌을 터....언제들 달려왔는 지...
우리나라 교통체증때 여지없이 나타나는 뻥튀기 같이...갖가지 먹거리들 파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어떤이는 음료수 1.5리터를 우리에게 통째로 주는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만 하고 도로 돌려주었다.
10시간...
아니, 15시간이 넘도록 기다린 사람도 있을 터인데, 이 지겨운 사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이렇게도 밝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니...
우리는 즐겁기 조차 한 이 산사태 현장에서 파키스탄 K2 여정의 험란한 여정은 어느새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저쪽 끝 현장에서 함성소리가 터졌다.
와아!!
드디어 길이 뚫린게야~
이제 금방이라도 모두가 움직일것 같았다.
급히 발걸음을 서둘러 우리 차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한 승용차에서 또 천사를 발견했다.
차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길래 가까이 다가갔다.
안에는 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이 오랜 기다림을 차안에서 어쩌면 보채지도 않고 저리 있을까...싶어 이쁜데다가 기특한 마음까지 인다.
안에는 엄마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안고 있던 아기를 우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들어 세운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귀엽고 이쁠까....
누나와 동생을 손으로 밀치고 혼자서 찍겠다고 고개를 차창밖으로 쏘옥 내민 이 녀석...
세상에...어쩌면 이 짖궂음이 이렇게 이쁠까....ㅎㅎ
절로 함박 미소가 온 얼굴에 번진다.
이 커다란 눈망울을 담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어 또 폭소했다.
이들이 우리 동양여자들의 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싶어서
저 눈으로 뭐가 보일까....혹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ㅋㅋ
그런데 함성이 분명 터졌는데, 생각과는 달리 전혀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는다.
뭐야~
길이 뚫린게 아니었어??
ㅠㅠ
그나 저나 저 차에 실린 닭들은 어쩌나~
반 이상을 죽지 않았을까....ㅠㅠ
이 더위에 물도 모이도 먹지 못하고 저기에 하루 종일 갇혀있었을텐데...
그리고 이나라에선 다 살아있는 닭만을 사고 파는데...저 닭 판매자는 또 어떻게 되는거야~
손해배상도 못받고...ㅠㅠ
함성소리가 들리고도 예상과는 달리 차는 움직이지 않고 시간은 흘러갔다.
이젠 어둠이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벌써 10시간이 지났는데...
그래도 ...설마...조만간 뚫리겠지~
차에서 잘 생각도 했었는데 뭐~~
얼마동안의 시간이 또 흐른걸까...
아!!
그때 또다시 함성이 터졌다.
이제서야 진정 길이 뚫렸나 보다.
순식간에 흐터졌던 사람들이 모두 차에 오르더니, 차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려했던 체증은 전혀 없고 일사불란하게 빠져 나갔다.
알고 보니, 경찰의 통재아래 들어오는 차는 그대로 서 있고, 우리쪽 차들을 먼저 일방통행해 나가게 한것이었다.
그러니 우려와는 달리 순식간에 그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다.
잠시 차가 멈춰섰다.
남수가 옆꾸리를 찌르며 손가락으로 밖을 가르킨다.
창밖의 풍광이...
헐!!
이 무슨 재밌는 시츄에이션??
우리 나라 중고차를 수입해서 차를 개조했나본데, 차에 써 있는 글자가 뒤짚어 진채로 조립되어 있었다.
얼마나 웃기는 지...
차에서 내려 한 컷을 담았다.
가이드가 아침에 오늘 일정은 길이 좋아서 짧다고 했었는데....정말 산사태가 난 구역을 빠져나오니 잘 닦인 도로에 차들이 쌩쌩 질주를 했다.
오늘 중으로 못들어 갈줄 알았는데....
글쎄~ 잘하면 오늘 중으로 들어갈까??
깜깜한 어둠속을 질주하며 창밖을 보니,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마을이 있는 지...
불빛이 별빛 처럼 반짝였다.
아!
이제 거의 다 온것 같다.
훈자인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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