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0.파키스탄 46일 일정의 대하 드라마/출발...이슬라마바드에서 칠라스까지....

나베가 2014. 10. 17. 04:30

<이슬라마바드 공항 도착...>

 

<이슬라마바드 새벽4시...칠라스로 떠나기 직전...>

여행을 결정짓고 두달여 동안을 어떻게 보냈는 지....

여기 저기서 얻은 정보는 날마다 택배가 배달되게 만들었고, 짐싸기는 더욱 힘들어지게 만들었다.

 

스트레스였는 지, 과로였는 지...2주를 앞두고 악관절까지 왔으니 그 당혹감이란 ....

 

험란한 여정 만큼이나 집안 사정도 준비과정도 드라마틱했던 두달여가 지나고 드디어 출발이다.

 

새벽 5시...

아들녀석이 엄마 배웅을 위해 따라 나선다.

공항에 도착하니,파트너 이풀도 야간 리무진을 타고 밤새 달려 벌써 도착해 있다.

우린 곧바로 수속을 위해 이동을 했다.

 

 

 

 

 

 

 

 

아들 녀석이 여늬때와는 달리 엄마의 험한 여행이 걱정스러운 지, 한참을 엄마의 등을 토닥거리며 쉬이 떠나지 못한다.

 

'힘들면 바로 멈추고 돌아오라고...

그리고 혼자 집에 있을 자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라고...집 잘 지키고 있겠다고...'

 

등을 토닥이는 아들녀석의 온기가 더없이 따듯하고 믿음직스럽다.

 

기인 작별을 고하고 재빨리 수속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우리의 이 어마 어마한 짐이 무사히 통과를 할 수 있을 지가 걱정스러웠다.

 

매기조차 힘들게 무게감이 나가는건 모두 배낭에 넣었어도  나의 카고백 무게는 무려 37kg , 이풀은 나보다 더 심해서 47kg이나 나갔다.

타이항공은 아시아나 골드카드 회원은 허용치가 30kg이다.과연 오버챠지를 얼마나 물게될까....

 

침을 꼴딱이며 기다렸는데....

세상에.... 그냥 통과다.

 

오오~~우리가 말을 너무 잘했나봐~ㅋㅋ

우린 이 기적같은 행운에 신바람이 났다.

 

 

<칠라스로 이동중...시장 풍광...망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게도 힘들었던 준비과정과 두려웠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진걸까...

무게를 줄이느라 그렇게도 애을 태웠던 짐까지 그냥 통과되었으니 기분좋은 마음에 몸까지 한없이 가벼워졌다.

 

 

 

두려움 대신 또다른 기대감때문인 지, 시간은 금새 흘러 비행기 탑승시간이다.

그런데 탑승구에서 우리와 같은 트래커를 만났다.

이들도 K2에 가나보다 싶어 반가이 인사를 나누었는데..왠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아!! 혹시 원정대원 아니세요??

 

이 말에 빙그레 미소를 띠는 그의 얼굴을 보니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촐라체에서 크레바스에 빠진 동료를 구하느라 손가락 8개를 잃은....박정헌...

이 느닷없는 만남에 짧은 순간이었지만 호들갑을 떨고는 비행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오늘의 일진이 왠지 예사스럽지가 않다.

행운의 연속....비행기 3명의 연이은 좌석에 한자리가 비었으니, 번갈아 가며 다리를 뻗고 누울 수도 있다.

우리의 흥분이 가실 여유도 없이 연속 쾌재를 부른다.

 

 

 

우리는 왜 이다지도 복이 많은걸까....

작년 쿰부 로왈링 트래킹을 떠날때도 케세이 팩 항공의 홍콩 공항이 홍수로 폐쇄가 되는 바람에

되려 대한 항공 직항으로 몇 시간만에 카투만두로 날아갔던 순간까지 떠오르며 흥분을 부추겼다. 

 

 

 

환승하기 위한 방콕에서의 시간이 5시간이다.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서 거의 잠을 못자고 바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지라 시간만 나면 가능한 쉬기로 했다.

공항 한켠에 사람도 없는 빈좌석에 누워 

일정도 다시 살펴보고, 음악을 들으며 누워있자니,

꽤 길어보이던 5시간의 시간도 금새 지난다.

 

어제 출발해 오늘 우리와 같은 비행기로 떠나게 되는 일행을 만나러 게이트로 움직였다. 예비모임때 요사니를 한 번 보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초면이다.

첫 만남이 조금은 서먹했지만...금새 친숙해지는게 또 여행자들의 모습이 아닌가~

 

***********************

 

 

밤 10시반....드디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제법 기인 줄을 서서 수속을 밟고 나오니, 반가운 익발의 얼굴이 보인다.

 

우여곡절도 많았는데....이렇게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익발의 얼굴을 보니 이제서야 K2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난다.

 

흥분된 마음에 금새 도착한 호텔...

창밖으로 낯익은 얼굴이 또 보인다.

쿡인 임티아스다.

한번도 본적도 없는 쿡을 차안에서도 단번에  알아보다니....인터넷이 무섭다는 생각 마저 든다.

 

 

 

 

 

 

짐을 방에 들여놓고, 아랫층 요사니 방으로 가서 익발에게 잔금 일체를 완불하고,

어느 정도 쓸만큼의 환전을 했다.

결국 그렇게도 간절히 기다리며 고대했던 곤도고로라 퍼밋은 나오지 않았다.

어느정도 그러리라고 생각해서 제 2안의 일정표도 짜가지고 왔지만, 도착하자 마자 그 소식을 접하니 한켠에선 서운한 맘이 인다.

아니지, 이건 괜한 맘이고...최근 사망사고 소식을 연달아 들은 터라  어쩌면 불안한 마음이 싸악 가셨는 지도 모른다. 

 

 

 

새로 핸드폰을 바꾸어서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익발에게 선물했다.

그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거라 생각드니 괜히 기분이 우쭐해진다.

 

방에 들어오니, 벌써 자정을 넘었다.

그도 그럴것이 공항에 착륙한 시간이 10시반....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반이었으니....

 

그나 저나 낼 새벽 4시 출발이라 3시 기상...3시반에 아침식사인데....

짐도 다시 팩킹해야 하는데...아무래도 한 숨도 못자고 그냥 일정을 시작할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씻고나서 배낭에 있던 무거운 짐을 다시 카고백으로 옮기고, 가벼운걸 배낭으로 옮기며 다시 짐을 패킹하고 나니,

벌써 새벽 2시가 훌쩍 넘었다.

지금 잠들면 못일어날것 같아 그냥 40여분 누워있다가 식당으로 내려갔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에 밤까지 샜건만 토스트인 아침식사가  잘 먹히다니,

살기 위한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새벽 4시 출발이 차가 늦어져서 30분쯤 늦게 출발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밤을 꼴딱 샌 채로의 첫날의 일정 시작...

오늘은 하루종일 칠라스까지 이동이다.

차에서 좀 잘까...싶었지만 금새 날은 밝아졌고, 창밖의 낯선 풍광들은 우리의 눈을 감기게 하지 않았다.

 

 

 

약간의 흐린 날씨...

간간히 보슬비까지 뿌려주니, 40도를 윗도는 덥고 습한 날씨에 맞춰 입은 옷이 되려 스산스러울 정도다.

초록은 촉촉이 젖어 더욱 짖푸른 녹음을 보여 주며 눈과 마음까지 상큼하게 만들었다.

 

"누가 이슬라마바드가 덥다고 했어~

 이건 뭐 더워 죽는게 아니라 시원하잖아~ㅋㅋ"

 

우린 신바람이 나서 히히낙낙하며 첫 출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계곡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에메랄드빛 빙하물과 인더스 강의 흙탕물이 묘하게 섞이고 있다.>

 

 

한참을 달려 제법 큰 시장에서 잠시 내렸다.

온갖 종류의 과일과 특히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커다란 망고가 눈길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임티아스가 과일을 사는 동안 우리는 시장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정 시작의 첫 카메라 샷이다. ㅎㅎ

 

 

 

그런데 웃기는 시장풍광...

과일 가게 주인들이 과일은 안팔고 우리를 쳐다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아니, 포즈까지 취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도 있다.ㅎㅎ

 

어찌나 사람들이 밝은 지....

파키스탄 사람들의 밝고 친절한 모습의 첫 대면이었다.

 

 

 

어느 정도 달린걸까....

이젠 완전히 도심을 벗어나 첩첩 산길을 달린다.

사막 바위산엔 난장이 나무들이 터럭머리 처럼 달라붙어 있다.

그 야릇한 풍광...구불 구불 휘어진 좁다란 절벽 길에 탄성이 절로 난다.

 

창밖으로 시선을 빼았긴 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렀는 지....

점점 고도가 올라가면서 어느새 주변 풍광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다.

 

황량한 바위 사막산의 모습이...

거친 물살의 흙탕물인 인더스 강물이....

끝없이 S자로 휘어진 그 익사이팅한 모습이...

 

완벽한 인도의 라다크 가는 길...스피디 계곡길과 똑같았다.

 

 

입에서 탄성이 멈추지 않았던 인도 라다크 가는 길의 스피디 계곡....

그 똑같은 모습을 다시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억까지 오버랩 되며 짜릿함을 더 부추겼다.

 

 

황량하고도 거칠은...왠지 지구 태초의 모습속으로 끝없이 달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너무도 아찔하여 카메라에 담을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몇 시간을 그리 흘려 보낸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차창가로 바짝 다가가 카메라에 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아~~ 새로 산 카메라가 넥스-5 보다 큰데다가 익숙지도 않아 달리는 차창으로 카메라를 내어 사진 찍기가 쉽지않다.

아!! 넥스카메라도 가지고 오는거였는데....ㅠㅠ

짐과의 사투를 벌이느라 생각지도 않던 작은 카메라가 이제서야 아쉽기 그지없다.

 

 

 

그래도 몇 컷을 날리다 보니, 조금 익숙해진다.

가끔은 기막힌 풍광앞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싶음이 간절해지기도 했지만,

험로를 달리며 그 자체가 여행인 라다크 짚사파리와는 달리 우린 K2여정으로 가기 위한 질주라서 시간에 쫓겨 도저히 차를 세워달랄 수가 없었다.

블로거인 나로선 그것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광활하고 험준하고 삭막한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 환상적인 길...

 

 

 

황량한 아름다움에 더욱 놀라운 것은 간간히 나타나는 마을의 풍광이다.

인간이 살 수 없는 원초적인 지구의 핵으로 달려 들어간것 같은데, 느닷없이 나타나는 환상적인 초록 숲이라니....

 

 

 

 

이 황량한 땅에 사람이 사는 것이다.

정말 독특한 것이 마을이 생겨나면 그 주변이 비옥한 초록 숲이 형성된다는 거다.

 

비옥한 땅을 찾은것일까...

사람이 그렇게 만든것일까...

 

인간의 의지와 투지가 감동적이며 매혹적인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쇼팽 //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 Op.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