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687회 정기연주회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브람스 교향곡 2번
Johaness Brahms
1833-1897
Leonard Bernstei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82.09
Leonard Bernstein/Wiener Philharmoniker -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1876년, 오랜 시간 다듬어 발표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격찬했다. 브람스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듬해인 1877년 6월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두 번째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남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들이 둘러싼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 한 브람스는 그 후 2년 동안 이곳으로 휴양을 왔다. 페르차하의 좋은 환경, 그리고 교향곡 1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재촉했다. 그래서인지 교향곡 1번과 달리 두 번째 교향곡 작곡의 진도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다.
그해 9월경, 클라라 슈만은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새로운 교향곡에 대해 언급하며 “1악장은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10월 3일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 1악장 외에 4악장의 일부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고, 이후 2악장과 3악장을 포함한 전곡이 완성되었다. 즉, 작곡 순서는 1악장, 4악장, 중간의 두 개 악장이다. 11월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에 힘써서 12월에는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와 함께 연주했으며, 자필 초고를 클라라 슈만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오스트리아의 휴양지 페르차하의 평화로운 풍경.
교향곡 2번의 정식 초연은 1877년 12월 9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파트 악보를 사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습시간이 충분치가 못했기 때문에 초연은 부득이 12월 30일로 연기되었다. 초연 당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한스 리히터의 악보는 브람스가 손으로 쓴 초고였다. 아직 악보가 인쇄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평론가 에두아르 한슬리크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고 표현했다. 빈 사람들의 기질에도 맞았던 이 곡의 초연은 3악장을 반복해서 연주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람스를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반응의 온도차가 있었다. 교향곡 1번 같은 장중한 분위기와 깊이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금관악기의 잦은 실수도 한 요인이었다. 이후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드레스덴,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될 때까지도 이 곡의 인쇄 악보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향곡 2번의 총보와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 악보는 1878년 8월 짐로크 사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직전의 여름까지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용과 4손 피아노용 악보를 정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인쇄된 악보를 가지고 브람스는 1878년 9월 이 곡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밝고 아름다운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선 교향곡 1번에 있는 복잡함과 큰 규모는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2번에는 밝고 아름다운 페르차하와 조용하고 온화한 빈 근교의 리히덴탈에서 보낸 브람스의 여유로운 생활이 묻어난다.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 같은 전체 곡상의 추이를 2번에서는 분명히 내세우지 않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그리고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나타난다. ▶페르차하 호수의 평화로운 산책로. 브람스의 교향곡 2번에는 자연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 페르차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브람스가 휴양지 페르차하에서 작곡한 곡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교향곡 2번과 유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하려고 했던 주제를 재료로 활용해 작곡했다.
또한 1악장에서 렌틀러나 왈츠의 분위기가 나타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2번을 총 4곡의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빈 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분명히 양식과 성격이 다르고,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대조적이지만, 노작이었던 교향곡 1번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처지지 않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2번이다. 반복 감상하다보면 이 말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된다.
Carlos Kleiber/Wiener Philharmoniker - Brahms, Symphony No.2 in D major
Carlos Kleib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91.10.07
먼저 모차르트의 교향곡 36번 ‘린츠’가 연주된 뒤 이어서 31분 30초경부터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이 연주됩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지휘 영상은 드물어서 올립니다. 화면 아래 커서를 움직여 듣기 바랍니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이 곡의 도입부에 대해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숭고하면서도 맑은 빛을 던지고 있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저음현의 기본 동기에 목관과 호른이 부드럽고 목가적인 온기를 띠고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고풍적이고 명랑한 새로운 선율을 표현하고 비올라와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제시부가 끝나면 발전부로 들어가는데, 그 전에 호른의 제1주제가 나타나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재현부에서는 오보에가 제1주제를 연주하면 이것이 여러 가지 악기로 옮겨져 연주된다. 얼마 후 제2주제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코다는 제1주제로 시작돼 여러 갈래의 발전을 보이다가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때로는 장엄하면서 그러나 비극적인 감정이 저류로 흐른다. 이런 감정은 낭만적인 서정 속에 녹아 있다.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1악장의 유쾌한 기분과는 대조적으로 적적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제1주제가 나타나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그 후 목관에 의해 밝고 귀여운 새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제2주제다. 이 주제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해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나서 제1바이올린이 제3주제라 할 새로운 선율로 연주한다. 재현부를 지나 팀파니의 조용한 울림이 있은 뒤 고요히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가 중심이다. 3개의 주요 멜로디가 제각기 특징을 보이며 조용히 우수에 잠기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에 찬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빠르고 아름다운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케르초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2악장에서 볼 수 있었던 침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경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먼저 오보에가 소박한 춤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희롱하는 듯한 현악기의 가벼운 선율이 감정을 고조시키면 이에 이어 고요한 목관악기의 연주가 나타나 주제를 명상적으로 읊조리듯 이끌어간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평론가 한슬리크의 말과 같이 이 악장에서는 모차르트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듯한 기쁨과 경쾌한 맛이 흐른다. 브람스의 관현악 가운데 축제의 환희를 가장 빼어나게 표현한 부분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에 찬 악장이라 하겠다.
추천음반
1. 음반도 많이 나와 있고 선호하는 연주들이 무척 많기 때문에 특정한 음반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일단 귄터 반트가 지휘한 북독일 방송교향악단(NDR 심포니)의 함부르크 무지크할레 실황(1996, RCA/소니)을 꼽고 싶다. 밝은 기운 속에 숨겨진 브람스의 우수를 본고장 함부르크에서 페르차하를 회상하듯이 그려낸 연주다.
2.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지휘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1988, 텔덱/워너)는 유려한 현과 관이 균형이 잘 잡혀 있고 4악장의 추진력도 돋보이는 연주다.
3. 브루노 발터/뉴욕 필 음반(1953, United Archives)은 과거 도시바 EMI에서 발매됐던 콜럼비아 스튜디오 녹음으로 유나이티드 아카이브즈 사에서 복각이 잘 돼 발매됐다. 발터의 브람스 2번은 1960년 콜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한 신반보다 이 구반 쪽이 확실히 곡을 장악하고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
4. 오토 클렘페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연주(1956, EMI)는 느긋한 템포 속에서 곡의 정수를 하나하나 지나치는 법 없이 모두 보여준다.
5. 이 밖에도 푸르트벵글러/빈 필의 1945년 실황(DG)이나 번스타인/빈 필의 디지털 리코딩(DG), 1977년 므라빈스키/레닌그라드 필 일본 실황(알투스) 등 들어봐야 할 연주가 너무도 많아 브람스 애호가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현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전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 <객석> 편집장 역임.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누비길 즐겨 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5.0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163
Symphony No.34 in C major, K.338
모차르트 / 교향곡 34번 C장조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Mozart Symphony No 34 K 338 C major Karl Böhm Wiener Philamoniker
Mendelssohn, Piano Concerto No.1 & No.2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 2번
Felix Mendelssohn
1809-1847
Murray Perahia, piano
Sir Neville Marriner, cond.
Academy of St. Martin-in-the-Fields
멘델스존의 정식 이름은 야콥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이다. 19세기 고전주의의 마지막과 낭만주의의 시작을 잇는 가교로 평가받는 그는 탄생 20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다.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하여 제목으로도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몰아치는 폭풍을 수채화 톤으로 담아낸 <핑갈의 동굴> 서곡과 천재성으로 가득 차 있는 <한 여름 밤의 꿈> 서곡과 ‘결혼 행진곡’, 따스한 온기가 충만해 있는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멘델스존이 남긴 아름다운 멜로디는 앞으로도 우리의 귓가를 맴돌며 영원한 생명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유명한 멜로디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내용, 풍부한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유머로 두 세기를 넘어 음악 대중들을 매료시켜 온 멘델스존의 음악은 그 위상이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고, 10대에 이미 거장으로 숭배 받았으며, 요절한 이후에는 전설로 평가받았던 작곡가였던 만큼 모차르트에 비견할 수 있을 만한 유일무이한 신동이었다.
천재적인 관현악법, 세련된 낭만주의 신사
사춘기 무렵에 이미 천사로부터 엿들은 선율을 옮겨놓은 듯한 음악을 작곡했던 멘델스존은 20세기 초반 명지휘자들과 명작곡가들로부터 거의 신적인 존재로 대접받았다.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가 저서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서 멘델스존에게 보낸 찬사를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2세 천재소년 멘델스존의 모습.
음악 외에도 승마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언어, 역사, 수학, 천문학, 건축,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델스존은 동일한 천재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멘델스존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해로 흐르는 강도 근원지가 있듯이, 그의 넘쳐나는 천재성에도 분명 출발점이 존재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바흐를 재발견한 지휘자 역할도 분명 무시할 수 없겠지만,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서의 멘델스존의 가치는 지금까지도 덜 조명 받고 있다. 물론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이 펠릭스보다 피아니스트로서 좀 더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최초의 음악적 스승은 풍부한 음악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였다. 이후 7살 때부터 파리로 옮겨오면서 베토벤이 선호했던 피아니스트 마리 비고(Marie Bigot)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이후 베를린으로 돌아온 뒤 각 분야의 탁월한 스승들로부터 작곡, 화성, 바이올린, 그리스어, 피아노를 배워 나갔다. 1818년 10월 28일, 9살의 멘델스존은 피아니스트로서 최초 공개 연주회를 가졌고 1819년에는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이후 1821년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와의 만남과 바이마르에서 괴테와의 만남을 가진 멘델스존은 일종의 내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었고, 자신의 집에서 열었던 일요음악회에서 보다 풍부한 감수성과 정교해진 테크닉으로 교향곡과 모테트, 피아노 작품, 가곡 등을 작곡, 연주, 지휘하며 독일 내의 모든 예술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은 이 무렵부터 자신의 악기였던 피아노를 위해 많은 수의 협주곡을 작곡했지만, 이러한 사실조차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의 것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자주 연주되고 널리 사랑받은 작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유독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멘델스존의 신격화가 극도에 달했던 20세기 초반에도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이는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탁월한 기법과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들 협주곡에 멘델스존의 음악정신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 레퍼토리는 물론 레코딩에서도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원형
멘델스존은 출판된 버전으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1830년부터 31년 사이 작곡한 1번 협주곡 g단조 Op.25와 1837년에 작곡한 2번 협주곡 d단조 Op.40이 그것이다. 멘델스존의 짧은 생애 가운데 중기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 외에도 피아노 협주곡이 더 존재한다. 10대 무렵인 1823년과 24년, 누이인 파니와 함께 연주하고자 작곡한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E장조와 Ab장조 두 곡을 작곡했고, 1822년에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협주곡> a단조가 뒤늦게 악보가 발견되었다. 이들 작품은 마이너 레이블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레코딩되어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는데, 다들 화려한 로코코풍의, 어딘지 모차르트 초기 피아노 작품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멘델스존이 이끌어나갔던 일요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이 최소 두 개 이상 더 작곡되었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정식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만큼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여기에 1838년에 작곡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와 <알레그로 지오코소> b단조 Op43, <피아노, 바이올린, 현악을 위한 협주곡> d단조까지 넓은 의미의 피아노 협주곡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 수는 기존에 알려진 것에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정도면 멘델스존이 피아노 협주곡에 쏟아 부은 노력, 아니 피아노 협주곡이 그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장르였는지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낮은 평가를 받으며, 그 적합한 권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멘델스존의 수채화 루체른 풍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그림과 같은 따스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원형을 창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슈만이나 리스트의 협주곡이 보다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엄밀한 관점에서 이들은 협주곡, 즉 Concerto라는 고전 형식에 가깝다기보다는 랩소디(Rhapsody) 혹은 콘체르트슈투크(Konzertstuck)라는 새로운 형식을 연상시키곤 한다. 이에 비하면 멘델스존의 협주곡은 고전적 협주곡 양식을 바탕으로 낭만파 특유의 서정, 이 시대에 만개하게 된 피아노 비르투오시티를 완벽하게 결합했으며, 베버에 의해 제창된 낭만파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 양식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신은 후일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에 의해 고스란히 계승되었다.
한편 멘델스존의 피아노 솔로 작품들 또한 <무언가> <론도 카프리치오소> <엄격 변주곡>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작품 목록 가운데 교회음악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 작품들의 음악적 위상은 대단히 높다. 그의 <세 개의 전주곡>과 <세 개의 연습곡> Op.104나 여러 변주곡들, 전주곡과 푸가와 같은 바로크 양식에 의한 작품들, [무언가]에 필적하는 새로운 형식인 <어린이를 위한 소품> (Kinderstucke)이나 <음악노트>(Albumblatt) 등은 대단히 혁신적인 동시에 지극히 낭만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아노 작품이 아직까지도 교육적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는 현상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장르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천재의, 천재에 의한, 천재를 위한
1번 협주곡과 2번 협주곡은 서로 상이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1번은 봄날의 꿈처럼 포근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이라면, 2번은 다소 어둡고 사색적이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듯한 작품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같이 음악적으로 성숙한 걸작을 생산한 1844년 이후, 즉 생의 마지막 시기에 피아노 협주곡을 다시 한 번 썼다면 과연 얼마나 훌륭한 걸작이 탄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멘델스존이 작곡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형식적 완성도는 이미 완벽하기에 분명 발전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여기서 유추해본다면, 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이토록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낯설은 완벽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iano Concerto No.1 in G minor, Op.25
Rudolf Serkin, piano
Eugene Ormandy, cond.
Philadelphia Orchestra
1번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여러 협주곡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작품으로 화려한 기교와 낭만적 열기를 충분히 갖춘 전형적인 낭만주의 협주곡이다. 1830년 이탈리아를 여행할 당시 이 작품을 쓰고자 마음먹었는데, 당시 교향곡 <종교개혁>을 발표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즉시 작곡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겨 1831년 10월에야 전곡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초연은 그 해 10월 17일 멘델스존의 연주와 지휘로 뮌헨에서 이루어졌다. 이 곡은 당시 젊은 여류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높이고 있던 델피네 톤 샤우로트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녀에 대한 로맨틱한 여운만이 숨어 있을 뿐 명확한 사랑의 증거는 확인할 수 없다.
모차르트의 E플랫 장조 협주곡 K271이나 베토벤의 4, 5번 협주곡처럼 피아노가 가장 먼저 노래를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2중 제시(double exposition)를 따르지 않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일하게 주제를 연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그리고 3악장이 연속해서 연주되며 1악장 주제가 3악장에서 다시 제시된다는 것, 카덴차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것 등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Piano Concerto No.2 in D minor, Op.40
Stephan Hough, piano
Lawrence Foster, cond.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2번 협주곡은 1번 협주곡이 발표된 지 6년 후에 완성되었다. 결혼한 직후인 만큼 한층 성숙한 책임감이나 정신력을 반영하는 듯 시종 어둡고 사색적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된 것은 영국의 버밍엄 음악제에 초청되어 오라토리오 <성 바울>을 지휘할 때였다. 제의를 받은 멘델스존은 즉시 작곡에 착수하여 빠른 속도로 전곡을 마무리했고, 1937년 9월 21일 영국 버밍엄 음악제의 일환으로 초연까지 이루어졌다. 이때도 멘델스존이 직접 연주, 지휘하여 초연에 임했다.
한층 유기적으로 통합을 이룬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1번 협주곡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제가 다시 반복된다거나 끊임없이 비르투오시티가 넘실거리는 것과 같은 점은 사라지고, 오히려 악장의 독립성과 관현악 파트의 역할이 강조되며 2악장에 아다지오 템포의 론도 형식을 도입하는 등 한층 신선한 특색을 보이고 있다.
추천음반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명연은 루돌프 제르킨이 유진 오먼디가 이끄는 콜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SONY)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쾌한 터치와 낭만적인 상상력, 고전적인 형식미를 고루 갖춘 제르킨의 손끝으로부터 울리는 사운드는 멘델스존 피아노 작품 해석의 기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한편 현대적 해석으로는 스테판 허프가 로렌스 포스터가 이끄는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앨범(Hyperion)을 추천한다. 투명한 터치감과 신선한 아고긱 및 프레이징 처리를 통해 오케스트라와 혼연일치를 이루는 허프의 명연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감각적인 터치가 눈부신 장-이브 티보데의 피아노 연주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DECCA), 순수하면서도 즉흥성 높은 안드라스 쉬프의 피아노와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DECCA) 또한 중요하다.
글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의 역자. 클래식 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설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 201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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