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⑫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3번> 3악장
유하 감독의 2008년작 <쌍화점>은 고려 말 궁궐 내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픽션 사극 영화. 송지효, 조인성, 주진모 등 스타배우들이 출연하여 여성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순간, 갑자기 비극적인 쓸쓸함을 강조한 교향악 한곡이 - 사실은 느닺없이 - 등장한다. 바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3악장이다.
브람스는 고독과 사색, 은둔의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선배인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동료음악가였던 클라라 슈만을 열렬히 사모했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평생을 가슴 속에 담아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은 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고독의 음악이다.
브람스는 평생 네 곡의 교향곡을 썼다. 그는 베토벤의 후계자이기를 원했고, 그랬기에 교향곡을 쓸 때는 특히나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한다. 제1번 교향곡이 펜을 든지 무려 10여년 만에 탄생한 이후, 브람스의 교향곡은 한곡 한곡이 사실상 서양음악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곡이 된다.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영어 원제목 ‘Goodbye again’). 앤서니 퍼킨스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했다.) |
특히나 네 곡의 교향곡마다 대중적으로도 매우 유명한 악장들이 하나씩 있어 우리를 뭉클한 감동에 젖게 만든다. 선율만 쫓아가는 가벼운 태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렇게 귓가에 오래 남는 선율이야말로 마음에도 오래 남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제3번 교향곡의 경우는 3악장이 가장 파퓰러하다. 아니, 이 3번 3악장이야말로 브람스의 교향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악장일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란 소설은 헐리우드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속에 등장한 브람스의 음악 또한 3번 3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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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교향곡 제3번>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지휘, 뮌헨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3악장은 마음 속에 차곡히 쌓아둔 애수라는 이름의 낙엽을 쓸어내리는 음악이다. 이 선율이라면 기꺼이 마음을 열고 평생을 의지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이처럼 브람스의 음악은 한점 거짓이 없다. 다가올 가을에 다시 한번, 그의 음악에 기대 무너져 내리는 허한 마음을 다시 한번 달래보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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