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데뷰란 어휘가 주는 느낌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히말라야의 첩첩 산중에서 만난 우리 팀은 모두 흥분에 휩쌓여
피차에 모험담을 얘기하며 또 한없이 히말라야의 깊은 속살을 달렸다.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이제서야 타보에 도착한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 작은 식당에 들어섰다.
건물 바로 옆에 거대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집 마당을 가득 메운 낙하산 천막은 더없이 낭만적인 느낌을 주었다.
험준한 사막길을 달리면서 얼마나 많은 흙먼지를 뒤짚어 쓰고 마셨는 지....손을 씻으니 한번의 비누칠로 다 닦여내 지지도 않는다.
이것 저것 음식을 주문하고, 한참만에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이렇듯 험준한 곳에서도 만찬이라니....
ㅎㅎ
점심을 먹고나서 바로 부근에 있는 1014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보 사원엘 갔다.
히말라야의 아잔타라고 했던가~
세계 3대 불교미술의 하나인 벽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원이다.
화려한 색깔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사원이 아닌 흙을 발라 지어진 그야말로 뒤에 쳐진 높다란 황톳빛 산과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우러지는 지...
건축물이란 느낌보다 그냥 풍경의 하나 같다.
그 독특함에 사로잡혀 사원안으로 들어섰다.
인도 사원이 어디나 그렇듯이 신발을 벗고 숨마저 죽이고 들어섰다.
물론 촬영금지....눈이 침침할 정도로 내부가 어둡다.
그 어두움이 절로 마음을 온전히 가라앉게 만들고 엄숙케 했다고나 할까....
아니,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고한 기의 흐름...
고요...
이 고요함이 티벳의 대부분 사원이 파괴된 문화혁명을 이겨내고 천년을 넘는 기인 세월을 고고하게 견뎌낸 것일까....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의 흐름이 내면 깊숙히 침잠해 들어오고 있는 듯 했다.
종교의 차원을 떠나 엄숙한 참배를 드리고는 내부를 샅샅히 둘러 보았다.
당연히 이 사원의 최고의 가치는 벽을 가득 메우고 그려져 있는 천년이 넘은 벽화다.
오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 그 아름다움이 그 무엇과도 비할 바 아니다.
아니, 현대인들은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오랜 시간의 희생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스님의 간단한 설명을 따라 들으며 한 바퀴를 돌아서 보고는 이교수님을 따라 또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작년에 한번 왔던 이교수는 헤드랜턴을 준비해와서 조금이나마 벽화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교수님은 프레스코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불교미술 복원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으신 분이라 벽화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감당해내고 있는 벽화....그 세밀한 표현과 기법...퇴색되었지만 녹아들어간 색감까지...감탄의 연속이다.
이 교수님의 감탄이 내게까지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전공이 그림이다 보니....ㅎㅎ
대 법당을 나와 사원을 한 바퀴 돌았다.
건물같아 보이지 않는 건물...
불탑같아 보이지 않는 불탑...
거대한 황톳빛 사막산의 일부처럼 느껴지기까지 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원....
무채색...
아무 장식도 없는 단순함...
그러나 내부엔 그 어떤 보석보다도 매혹적인 색감과 화려한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는 ...
세계 3대 불교미술중 하나를 간직하고 있는 보석같은 사원...
타보사원...
그 모습이 닮고 싶었을까....
겉은 한없이 단순하고 색깔마저도 없는....그러나 내면은 꽉 차있는...
그 어떠한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보다도
뇌리에 깊게 박힌 사원이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 1번. 프렐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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