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상임지휘자_임 헌 정
이상향을 추구하는 소리의 전도사 -1998년 6월호 객석
임헌정의 지휘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한상우(음악평론가)
황무지에 심포니 심은 ‘말러 조율사’ -2004년 6월 8일 헤럴드경제 이윤미 기자
음악적 텍스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주 속으로 깊숙이 몰입하는 것, 지휘자 임헌정이 언제나 강조하는 ‘신조’다. -2004년 9월 16일 경향신문 문학수 선임기자
국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희망의 상징인 임헌정에게는 ‘첫 도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서울대 음대 재학 시절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초연은 파격적인 도전으로 평가 받았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해냄으로써, 우리나라 클래식 계에 ‘말러 신드롬’이라는 커다란 붐을 일으킨 하나의 ‘사건’으로 남았다.
제14회 동아 콩쿠르에서 작곡부문으로 대상을 차지하며 작곡가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바 있는 임헌정은, 서울대 음대 졸업 이후 미국 메네스 음대와 줄리아드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하고 1985년 귀국하였다. 귀국한 해부터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29년째 재직하고 있는 한편, 1989년부터 25년간 부천필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다.
또한, 동아일보가 국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의 지휘자’로, 한겨레신문이 기획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 중에서 뽑은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음악협회 ‘한국음악상’,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우경문화예술상’, ‘서울음악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대원음악상 특별공헌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성과를 입증했다. 이어 부천을 문화예술도시로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하며, 부천필하모닉 재직 당시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호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현재 코리안심포니 제5대 예술감독과 서울대학교 작곡과 지휘전공 주임교수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르틴 뢰어 Martin Löhr (Cello)
베를린필 첼로 수석
첼리스트 마르틴 뢰어는 1967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첼리스트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레 첼로를 접하게 된 그는 함부르크 국립음대에 진학하여 Wolfgang Mehlhorn를 사사하였다. 줄리아드 음악원 장학금과 독일국립학술재단 장학금의 수혜자인 그는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는 Zara Nelsova를 사사하였고,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는 Wolfgang Boettcher를 사사하며 공부를 마쳤다.
1995년, 유고슬라비라 벨라그라드에서 열린 죄네스 뮈지칼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에 오른 그는 1997년,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로 수석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르틴 뢰어는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 외에도 솔로이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유럽 주요 도시는 물론, 미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를 누비며 다양한 무대 위에 서왔다. 그는 피아니스트 에카르트 헬리거스, 바이올리니스트 울프 슈나이더와 함께 장 폴 트리오를 결성하여 꾸준한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1년 결성된 장 폴 트리오는 1993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1995 멜버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높은 명성의 피아노트리오로서 음악팬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있다. 또한 그는 잘츠부르크,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루체른, 에딘버러, 쿠모, 라인가우 등 세계 유명 음악축제에 정기적으로 초청받으며 세계적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왔다.
러시아 문학, 마술 그리고 이론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모교인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2013년도 독일 ARD(독일 제1공영방송)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임명되었으며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1985년 3월 30일 창단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29년의 역사 속에서 연간 9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하여 국내 교향악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의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와 발레 전문 오케스트라로 인정받으며 전문성을 확보해왔다. 1989년 문화체육부로부터 사단법인단체로 승인 받은 이후, 2001년 3월 창단 16주년을 맞아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하면서 예술의전당 상주오케스트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이 후 [11시 콘서트]와 같은 예술의전당 대표 프로그램을 연주하며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1985년 창단 이후 현재까지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선 굵은 연주회는 물론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하여 다양한 기획공연과 함께 많은 무대에 서고 있다. 2013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오케스트라로서는 유일하게 무대에 섰고, 2013년 덕수궁 고궁 음악회, 1989년과 1990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5천명 합창단과 함께 ‘대합창 연주회’를 진행하는 등 화제의 공연을 이루어낸 바 있다. 2011년 국립 오페라단의 국내 초연작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2013년 ‘파르지팔’ 등은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2012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카르멘’ 역시 호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안젤라 게오르규, 라두 루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내한 시에도 함께 연주하였으며,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OST 를 녹음하였고, 세계적인 팝 스타 ‘스팅’ 내한 공연 등을 통하여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연간 5회의 정기연주회와 함께 2011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시리즈 [키즈콘서트, 라이징스타] 등은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국립예술단체와 함께한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을 통하여 전국 문화소외지역을 찾아 클래식음악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초대 음악감독인 홍연택을 시작으로 제2대 김민, 제3대 박은성을 이어 제4대 최희준과 함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2014년 1월 지휘자 임헌정이 제5대 예술감독.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며 최상급 오케스트라로 나아가고 있다.
공연후기....
7월...코앞으로 다가온 '파키스탄 K2,곤도고로라,차라쿠사 트래킹' 일정이 생각보다 너무 엄청나서
그 준비로 왠만한 예매공연은 다 취소를 해버렸다.
오늘 이 공연도 취소 버튼을 누루려고 몇번을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아무래도 임헌정 지휘자의 코리안 심포니 취임공연을...
그리고 마르틴 뢰어의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르틴 뢰어는 내게 '베를린 12첼리스트 내한공연'에서 늘 기억에 남는 연주자였다.
항상 신명나듯 연주를 하는 그가 내 뇌리에 강력하게 박힌 탓이리라.
지난 해 '바흐 페스티발'에 그가 초청되어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가 있었다.
그 어떤 공연보다 기대에 부풀었던 공연이었는데,
입원중이시던 친정어머님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서 다른 사람이 내 대신하여 공연을 갔었다.
그런데 그날 그의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실수 연발에 당황했는 지 정말 엉망인 연주를 보여주었다는 훗 얘기를 들은 터라
안타까웠던 마음과 함께 어쩌면 그래서 오늘 그의 연주를 더 듣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일찌감치 공연장에 들어서니, 마침 최은규 바이올리니스트가 프리 렉춰를 하고 있었다.
빠듯한 시간에 이 명곡 두곡을 해설하자니 그의 해설에서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진다.
그녀의 마지막 멘트에서 오늘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왠만한 리허설은 보통 간단하게 맞춰보기만 하는데, 오늘은 그의 마음에 들을때까지 아주 철저하게 리허설을 했다는것.
훌륭한 연주라고 생각하면 맘껏 기립박수를 쳐주기를 바란다"고
드디어 연주자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지휘자에 이어 협연자 '마르틴 뢰어'가 들어섰다.
훤칠한 키에 너무나도 말끔한 그의 자태에 그만 깜짝 놀랄정도로 훔짓했다.
연주자가 아니라 마치 영화배우가 들어오는것 같아서...ㅎㅎ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의 표정과 함께 그의 첼로로 시선이 간다.
1700년대 산 명기 바이올린을 수없이 봐왔지만 너무나 윤이 나도록 반들거리는 악기의 형체에 세월의 흐름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는데,
뢰어가 들고나온 첼로는 정말 그렇게 오랜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악기는 처음 본것 같다.
이제서야 진정 300년이 훨씬 넘는 그 악기의 실체를 보는것만 같아서 섬뜩해지기 까지 했다.
저 악기의 이름이 뭘까...
자꾸 호기심이 간다.
1악장, 2악장,3악장....곡이 흐를수록 스트라디바리우스 라는 확신이 간다.
저음이 풍부한 웅장함보다는 고혹적이고 맑은 소리가 왠지 내가 늘 들어오던 스트라디 바리우스 바이올린과 흡사한 느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혹적인 첼로 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오케스트라가 기막히게 첼로를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목관, 현...모두 훌륭하게 연주해 내고 있다.
지난 연주회에서 그렇게도 난조를 보였다던..그래서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뢰어는 역시 베를린 필 수석답게 드볼작의 첼로 협주곡을
잘 연주회 내었다.
무엇보다 맑고 고혹적인 첼로 연주에 푸욱 빠져들 수 있었던 귀한 연주회였다.
연주가 끝나자 지휘자도 뢰어도 연주에 만족했는 지, 너무나 흡족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나 그 표정이 절절하던 지....
하긴 연주자들이 연주를 훌륭하게 잘 마쳤을때 보다 더 행복한 일이 뭐 있을까....
그 순간의 표정을 보고 느끼는 일도 실황을 보는 짜릿한 묘미가 아닐수 없다.
앵콜곡으로는 바흐의 프렐류드를 연주했다.
아무래도 지난 바흐 연주를 엉망으로 했다는 선입견때문일까...바짝 긴장감을 가지고 듣게 된다.
오늘은 본 연주도 잘 마친 터라 앵콜 연주에 당황하거나 긴장할 이유는 없으니까.....
수 십년 전...대학 시절...처음으로 생긴 독특한 분위기의 까페에 들어섰을때의 풍광이 선연하여
그 추억에 푸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교회 건물을 개조해 만든 까페라 높은 천정으로 울려퍼졌던 바흐의 프렐류드가...
그 잊을 수 없는 감동이 지금 이 순간 그대로 느껴져왔다.
사실,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부보다 2부였다.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연주가 시작되자 마자 편안히 앉았던 몸을 등받이에서 뗄 정도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렇게 소리가 좋을 수가...
아니, 이렇게 연주를 잘 할 수가...
시작부터 사로잡기 시작한 연주는 4악장이 끝날때까지 종끗 세웠던 귀를 내릴 수가 없었다.
일사불란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 단원의 혼연 일체가 되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오늘 임헌정 지휘자가 코리안 심포니를 맡고 첫 취임연주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피차에 쏟아부었는 지
단순에 알수 있은 연주였다.
그건 어느 훌륭했던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더 큰 감동으로 가슴을 울렸다.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맹연습을 하면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해낼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연주....
임헌정 지휘자 부천필을 맡고 우리나라에 '말러 붐'을 일으키며 열광하는 많은 팬을 만드는데 선두를 섰듯이...
'정명훈'지휘자가 서울 시향을 년초에 이미 전석 매진의 행진을 벌이는 오늘의 서울 시향으로 만들었듯이...
어쩌면 코리안 심포니도 제2의 서울 시향이 되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감에 감동이 더 부풀어 올랐다.
기립박수를 쳤다.
아마 코리안심포니 연주에서 기립박수를 친건 오늘이 처음이지 않았을까....
그들의 값진 연습량과 훌륭한 연주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임헌정 지휘자의 표정이 감동과 벅참에 젖어있음이 여실히 나타났다.
이런 객석의 반응과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만족스럽고 흡족한 표정을 보면 그 또한 감동이 배가 되기도 한다.
앵콜연주가 시작되었다.
세상에나~~
'라 트라비아타' 라니....
끊어질듯...가슴이 시려 탄성이 터질 수 밖에 없는 현의 흐름....
벌써 무대엔 이 서주흐름만으로도 라 트라비아타의 아름답고도 가슴아픈 장면으로 가득해진다.
아~~
처음 탄성을 내지른 뒤 채 멈추지도 못한 채 앵콜곡은 끝났다.
그만 오늘의 연주 전체가 절절한 느낌으로 남는다.
임헌정과 코리안 심포니의 강렬한 어필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코리안 심포니 정기연주회의 팬이 될듯한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1891년은 드보르자크의 생애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해였다. 그는 이 해에 프라하 음악원의 작곡과 교수에 임명되었으며, 그 뒤 얼마 되지도 않아 미국에서 음악원 원장 자리를 제의받았던 것이다. 작곡과 교수 월급의 세 배가 넘는 거액의 급료는 물론이고 4개월에 걸친 휴가와 연주회를 한 해에 10회 지휘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덧붙여서. 음악가라면 누구라도 뿌리치기 힘들 이런 조건을 내세워 드보르자크를 유혹한 사람은 자넷 서버(Jeanette Thurber)라는 여성이었다. 열렬한 음악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그녀는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한 뒤, 당시만 해도 척박하기 그지없었던 미국의 음악계를 개혁할 젊은 음악가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뉴욕에 음악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 원장 자리를 맡을 적임자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명성이 퍼져 있었던 드보르자크를 낙점했던 것이다.
사실 드보르자크가 이 자리를 덥석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조국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는 프라하 음악원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후한 조건 덕에 생활도 풍족해지고 창작 및 연주 활동의 자유도 보장된다는 판단에 결국 제의를 수락하게 되었다. 이 수락에는 미국의 기차와 방대한 철도 시스템을 눈으로 직접 보고자 했던 욕심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드보르자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철도 마니아이기도 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작곡한 망향의 노래
뉴욕 음악원을 설립하고 드보르자크를 미국에 초빙한 자넷 서버
드보르자크가 가족과 함께 뉴욕을 향해 출발한 것은 1892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열렬한 환영 속에 뉴욕에 도착한 9월 27일부터, 이른바 그의 ‘미국 시기’가 펼쳐진다. 원래 2년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1895년 4월까지 연장된 이 시기는, [현악 사중주 F장조 ‘아메리카’]와 [현악 오중주 E플랫장조], [첼로 협주곡](체코 귀국 후에 완성되었다) 등의 대작이 나온 풍요로운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신세계 교향곡]은 이 시기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1893년 1월 10에 착수되어 5월에 24일에 완성된 이 교향곡은, 같은 해 12월 15일에 카네기 홀에서 공연되었다. 초연은 작곡가의 생애 최고라 할 수 있을 만큼 대성공이었으며, 이듬해에 유럽에서 악보가 출판될 때는 드보르자크와 절친한 사이였던 브람스가 교정을 도와주기도 했다.
드보르자크는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교향곡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인디언이나 흑인 음악을 차용했다는 것은 무의미한 소문일 뿐이며, 나는 다만 미국의 민요 정신을 넣어 작곡했을 뿐”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선율이나 음계에서 인디언 음악이나 흑인 영가의 영향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드보르자크가 ‘신세계로부터’라는 제목을 붙일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오히려 미국의 광활한 자연과 대도시의 활기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이었다(특히 1악장과 4악장에 이런 인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1악장 - 아다지오-알레그로 몰토
E단조 4/8박자 서주는 첼로 선율로 조용히 시작한 뒤 점차 악상이 고조돼 알레그로 주부로 넘어간다. 주부에서는 호른이 당김음을 사용한 1주제(상승했다가 곧바로 하강하는 단순한 선율이다)를 제시하고, G단조의 2주제는 목관악기로 부드럽게 제시된다. 코데타(‘작은 코다’라는 뜻으로, 코다가 아닌 곡 중간에서 코다처럼 종결감을 주는 악구)는 플루트가 제시하는 G장조 선율이 주축을 이루며, 발전부는 이 코데타의 선율을 활용한 뒤 1주제로 나아간다. 재현부는 제시부와 동일한 순서로 진행된다(G단조 주제를 경과구 주제로, G장조 선율을 2주제로 보기도 한다).
2악장 - 라르고
D플랫장조 4/4박자. 짧은 서주에 이어 잉글리시 호른이 유명한 주제를 노래한다. 이 주제는 ‘Going Home’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초연 당시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이 선율을 듣고 많은 여성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중간부는 C샤프단조로, 클라리넷이 사랑스런 선율을 연주한다. 1악장의 1주제와 코데타 주제, 2악장 1부 주제가 한데 어울려 클라이맥스를 이룬 뒤 3부에서는 1부 주제가 자유로운 형태로 반복된다.
이 곡의 미국 대도시의 활기찬 문명과 대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은 20세기 초 뉴욕 번화가의 모습
3악장 -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
E단조, 3/4박자. 짧고 활기찬 서주에 이어 목관이 탐색하는 느낌의 주제를 제시한다. 1악장 2주제를 소재로 한 경과구를 지나 등장하는 트리오에서는 목관을 주축으로 해 밝고 낙천적인 주제를 연주한다. 이어 스케르초 섹션으로 되돌아가 코다로 이어지며, 코다에서는 1악장 1주제가 호른으로 연주되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코데타 주제가 트럼펫으로 울려 퍼진다. 강렬한 총주와 함께 끝난다.
4악장 - 알레그로 콘 포코
E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저음현이 연주하는 육중한 서주(영화 [죠스]에서 상어가 등장할 때 나오는 선율과 비슷하다)에 이어 1주제가 힘차게 연주된다. 이 주제의 앞쪽 절반은 응원전 같은 데서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어 클라리넷이 2주제를 아름답게 연주하며, 3악장 스케르초 주제도 등장한다. 발전부는 1주제 및 1악장 1주제, 2악장의 주요주제, 3악장 스케르초 주제 등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전개되며, 재현부 다음의 코다에서도 각 악장의 주요 주제가 골고루 회상된다. 여운을 남기는 관악기의 긴 화음으로 곡이 마무리된다.
체코적이면서 동시에 미국적인, 교향악 예술의 걸작
이 곡은 작곡된 뒤 지금까지 인기를 잃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이방인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음악적 이디엄으로 여겨지고 있다. 2년 전에 로린 마젤이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고 평양에서 연주회를 열었을 때 프로그램에 이 곡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비록 다분히 국제적(달리 말하자면 절충적)이고 보편적인 성격 때문에 드보르자크의 음악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해도(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그 이유 때문에 작곡가의 교향곡 가운데서는 8번을 더 좋아한다.) 형식과 내용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교향곡의 역사를 통틀어 대단한 걸작임은 부인할 수 없다.
시대가 다르고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또 ‘신세계’라는 명칭에, 그리고 그러한 명칭이 생겨난 역사적 연원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 듣는다 해도 이 곡의 아름다움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시대에는 오로지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신세계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스위스의 희곡작가 막스 프리쉬가 [만리장성]이라는 희곡에서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한 말이다. 이 교향곡이,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신세계’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천음반
아무래도 이 곡에 대해서는 체코 지휘자들의 발언권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세부에 대한 철저한 통제력과 특히 바이올린 파트를 빼어나게 다루는 솜씨가 돋보이는 바츨라프 노이만/체코 필하모닉의 1993년 녹음([신세계]의 초연 100주년 기념 음악회 실황)은 단연 압권이다. 체코 출신이 아닌 지휘자도 훌륭한 연주를 남긴 경우가 많아 이스트반 케르테스/런던 심포니의 1966년 녹음(Decca)은 억양과 리듬감이 뚜렷한 가운데 매우 격심한 대비를 보여주는 연주이며, 아바도/베를린 필의 1997년 실황 녹음(DG)은 강렬함과 섬세한 세부 묘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리듬감도 뛰어나다. 최근 녹음 가운데서는 금관이 놀랄 만큼 정교하고도 호쾌한 연주를 들려주며 각 성부의 균형감 역시 뛰어난 마린 앨솝/볼티모어 심포니의 2007년 녹음(Naxos)이 단연 주목할 만하다.
- 글
- 황진규 음악 칼럼니스트
-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코리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객석>,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라 무지카> 등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말러,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닐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며, 지휘자 가운데서는 귄터 반트를 특히 존경한다.
Dvořák: Symphony No. 9 "From The New World" / Karajan · Vienna Philarmonic
Antonín Dvořák - Symphony No. 9, "From the New World" - Paavo Järvi/Royal Philharmonic Orchestra
Dvo??k, Concerto for Cello in B minor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Anton?n Dvo??k
1841-1904
Truls Mørk, cello
Eivind Gullberg Jensen, conductor
Oslo Filharmoniske Orkester
2011.01.26
Truls Mørk performs Dvo??k's Cello Concerto Op.104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태어난 트룰스 뫼르크(1961~ )는 어릴 때부터 로스트로포비치를 존경하였으며 러시아의 첼리스트 나탈리아 샤호브스카야에게 사사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도메니코 몬타냐나’라는 이름의 첼로는 1723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한 것으로, 고가의 이 악기를 어느 부유한 은행가가 이 악기를 구입하여 그에게 빌려주었다고 하는군요. 뫼르크는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레코딩으로 그래미상을 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신경성 틱 장애로 연주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2011년 연주무대에 복귀하였으며 현재 노르웨이 음악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1894년 가을,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첼로 협주곡(B단조)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협주곡들을 작곡했고 그 모든 경험이 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사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몇 달 전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느낀 강렬한 체험에서 출발했다. 그때 빅터 허버트라는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처음 듣게 된 드보르자크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드문 편성인 3대의 트롬본을 사용한 점이 드보르자크가 받은 감동을 증명하고 있다. 작곡가의 미국 체류 경험은 이 첼로 협주곡에 새로운 영감을 제시했으며, 미국의 아프로-아메리칸 문화가 체코의 슬라브 문화와 만나서 의미 있는 형식을 이끌어냈다. 만약 드보르자크가 유럽에서만 활동했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로 협주곡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아프로-아메리칸 문화와 체코 슬라브 문화의 만남
첼로 협주곡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의 초연은 작곡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첼리스트 하누슈 비한(Hanu? Wihan)과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복잡해졌다. 런던 필하모니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초연자로 첼리스트 레오 스턴(Leo Stern)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작곡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미안합니다만 이 첼로 협주곡을 지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오랜 친구인 비한에게 초연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런던 필하모니가 나의 첼로 협주곡을 그날 꼭 연주해야 한다면, 저는 함께할 수가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다른 기회가 또 있을 겁니다.”
드보르자크 자신은 이 말을 지킬 수가 없었다. 결국 런던 퀸즈 홀에서 1896년 3월 19일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런던 필하모니와 레오 스턴이 세계 초연의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다(같은 해 4월 17일에 이루어진 프라하 초연 때도 스턴이 연주했다). 이 일로 인해 체코 음악계의 거물이었던 비한과의 사이는 더욱 틀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드보르자크의 마음속에는 이 작품을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애썼던 스턴이 아니라 계속 딴지를 걸었던 비한을 향해 열려 있었던 것 같다. 첼로 협주곡의 헌정을 비한에게 바쳤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한 브람스의 반응은 잘 알려져 있다. “누군가가 이와 같은 첼로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벌써 오래 전에 이와 같은 작품을 썼을 것이다.” 그만큼 드보르자크의 이 작품은 19세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첼로 협주곡이다. 영국의 첼리스트 줄리어스 해리슨은 “나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이 낭만 음악이라는 넓은 정원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 곡의 위대함을 칭찬했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의 뛰어난
녹음을 남긴 명연주자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 모습.
Rostropovich performs Dvo??k's Cello Concerto Op.104
Mstislav Rostropovich, cello
George Szell, conductor
Cleveland Orchestra
196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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