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라닥 짚사파리 (2013.7)

9.라다크 짚사파리/칼파(2960m)에서 나코(3,639m)까지 가는 험준한 드라이빙...

나베가 2014. 5. 17. 10:37

 

 

새벽에 풀짐을 등에 맨...아니, 마치 풀잎 날개를 달고 나타난 천사를 본 흥분의 연속일까...??

굽이 굽이 가파른 칼파의 내리막을 달리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은 그야말로 탄성이 연신 터지게 만들었다.

맑디 맑은 풍광과 딱 맞아 떨어지게...

아니, 그 선명함과 영롱함을 더 부추기듯 차안에는 이교수님이 가져온 스피커에서

파가니니의 기막히도록 매혹적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드라아빙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이 깊고 깊은 히말라야의 3,000m 의 굽이치는 길을 달리는 기분.... 

 

 

 

온 몸과 마음이 청명함으로 가득 채워져

마치 신선이라도  될듯한 그 기분은

차가 멈추면서 함께 멈추어져 버렸다.

 

밤사이에 산사태가 또 난것이다.

순간 이곳을 어케 지나쳐야 되나... 걱정에 앞서

이미 어제 우리를 떨구어 놓고 수백 킬로 미터의 길을 돌아 돌아 달리고 있을 팀들이 생각이 났다.

 

아!!

산사태....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간 또 산사태를 일으켜

길을 막아 버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아!!

그렇다면...지금 우리의 계획에도 수시로 차질이 생길수도 있다는 거고....

 

걱정도 되었지만...

그에 따른 스릴감은 열배, 백배로 상승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놔~~이 방랑벽!!

차마고도를 달릴때도 수도없이 막힌 길이 뚫릴 때를 기다리며 차안에서...밖에서 그 여유를 차라리 즐겼었지~

저녁을 밤 12시에 먹기도 하고...차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래도 그 누구하나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걸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거든~

나는 사실 그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사람이었는데...그게 또 금방 전염이 되드라 이거였잖아~

험한 길이 나오면 더 신바람이 나 했던...

 

 

 

사람들의 힘이 모아지면 얼마나 대단해.

이 험준한 히말라야의 산맥에 이처럼 대단한 길을 끝도 없이 내놨는걸~

이정도의 일은 순식간에 해결하고 우린 또 길을 달렸다.

 

길이 막힌 부분은 극히 일부였지만, 지나가다 보니 길섶의 건물들이 절벽 아래로 무너져 내린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

이건 스릴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은 다치지 않았을까....

한 순간에 거처가 없어졌으니 또 어찌 살아갈까...

이 아픔을 어찌 또 이겨낼까....

 

잠시 우울한 기분이 또 온 몸을 뒤덮는다. 

 

 

 

아팠던 맘도 순간에 잊혀졌다.

눈앞에 펼쳐진 어마 어마한 광경에 그 어떤 감정도 생각도 싸악 잊혀져 버렸으니까....

길섶에는 여전히 낙석으로 떨어진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로 즐비하기도 했지만

그것 조차도 ...그런 불안감 조차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탄성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벅찬 가슴으로...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으니까. 

 

 

 

 

 

 

엄청난 계곡의 깊이와 끝도 없이 뻗어있는 줄기에 압도당할 즈음 차는 섰다.

사파리의 철칙이라고나 할까...

순식간에 내리고...

순식간에 차에 타는 순발력....

잽싸게 내려 감당하기 벅찬 풍광을 카메라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도 기사들을 비롯한 팀원들도 순간 카메라에 담아보고...

스케치하고 있는 이교수님도 담아주고...

나도 폼을 잡아본다.

모든건 그 순간 찰나에 이뤄진다.

그리고...

이 교수 스케치가 끝나면 흥분된 출사현장도

끝이다.

그렇다 보니, 이교수 스케치가 늦게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교수님의 스케치 속도는 날로 빨라지는듯 하다.

 

 

 

 

 

 

 

 

헐~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솔방울??

와아~ 정말 크군~

간밤에 엄청난 바람이 불었었나 보네~

산사태 뿐만이 아니라 이렇듯 커다란 솔방울이 수없이 떨어져 있는걸 보니....

 

우리가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을때, 이들은 여유롭게 솔방울을 줍고 놀고 있었군 그래~ ㅋ~

이렇듯 귀여운 모습을 짖고 있으니 또 카메라에 담아줘야징~

쿡-텐진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너무 귀엽다.

 

 

 

 

한 참을 달리다 깊섶에 앉아있는 아녀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왜 이 첩첩산중 절벽길에 있는 걸까....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또 어디를 가려는 것일까...무슨 일을 하려는 것일까...

그 짧은 찰나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조금 더 가서 풀렸다.

공사현장에 일을 하려고 온 아녀자들인 것이었다.

유실된 도로 복구와 절벽 끝에 축대를 쌓는 일....

산사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날 터이니, 매일같이 이 끝없는 길엔 이를 복구하기 위한 노역들이 필요한 터였다.

아~~ 그러나 저러나 이 험한 일을 이 젊고 여린 아녀자들이 한다고??

 

 

 

 

 

 

 

 

 

이들은 또 어디를 이토록 한가롭게 가고 있는 것일까....

해발 3000m 의 험한 히말라야 줄기에...사람 하나 없을것 같은데...

개까지 함께 여유자작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니.... 

 

 

 

 

 

 

 

 

 

구름층이 능선을 휘감아 내리더니

비가 살 살 흩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 깊은 히말라야 줄기를 그냥 지나쳐 버릴 수는 없다.

그 누구보다도 히말라야 작가인 이 교수를 위해서라도...

 

아~

이 귀여운 센스좀 봐~

비를 맞고 스케치를 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

자신의 쟈켓을 벗어 씌워주고 있는 ...

30년지기 친구 포토그래퍼 이 작가의 딸이다.

 

얼마뒤면 의사가 될....

공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착한 마음 씀씀이가...앞으로 훌륭한 의사가 될 조짐이 충분히 보인다.

 

 

 

 

 

 

 

파가니니/베네치아 사육제 주제에 의한 변주곡 외 4곡 - 아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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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Accardo, violin (19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