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59.로왈링/돌집..돌담이 환상적인 돌의 마을...나가온(4,180m)...2

나베가 2014. 4. 6. 16:28

 

 

 

 

 

 

 

오늘도 일정이 길지 않아서 햇살이 완전히 떠 오른 뒤 텐트도 완전히 말랐을 때 철수를 했다.

10시 출발이라 한다.

 

"오옷~~ 

 완전 띵까 띵까네~"

 

어제 도착 직후 벌써 캠프사이트 목초지에 앉아서 여유롭게 카드를 하고 있던 외국인 트래커들은 새벽 일찌감치 떠났다.

햇볕에 널어놓은 스노우 부츠를 비롯해 장비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포터, 가이드도 없이 둘이 거대한 박배낭을 매고 떠난다.

아마 이들은 근처에 있는

'얄룽리(Yalung Li  5,630m )'를 오르고 람둥을 지나 타시랍차 라로 넘어가는 트래커일 지도 모른다.

 

능력자들은 언제나 자유롭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원하는 대로 발길을 옮길 수 있으니.....

 

삶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그만큼 댓가를 치뤄야 하는것이다.

금전적이든, 시간적이든, 일정이나 계획등...

밖으로 나오면 이렇듯 대단하고 멋지고 자유로운...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걸 느낀다.

 

문득, 타메에서 만났던 포터,가이드,쿡...등 대부대를 이끌고 홀로 히말라야를 찾은 82세의 일본인 노인과

텡보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던...이 분 역시 가이드와 포터만을 데리고 홀로 렌조라패스와 촐라패스를 넘고자 다시금 히말라야를 찾은

70대 미국인 여성이 스쳐 지났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들인가!

그들의 도전이...

철저했을 자기 관리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멋진 인생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여유가 많아서 동네를 산책하기로 했다.

사방이 거대한 산으로 둘러쌓여 포옥 파묻힌 돌의 마을....나가온을 둘러보는 일은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난히 건축물과 골목등 시간의 흐름이 묻어있는 세세한 질감들에 현혹되면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나로선

이 이색적인 돌의 마을...돌의 건축물들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 세세한 질감들을 느껴본다는 것은

내가 거대한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는 그 희열감에 못지 않다.

 

 

 

 

저 지붕을 덮은걸 뭐라고 하지??

돌은 아니고...

나무 껍질같기도 한데...

너와라고 하나??

 

납작한 구둘장 같이 생긴 돌을 쪼개서 얹은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동네의 지붕과는 또 사뭇 다른 재료들이다.

 

아~이제 생각해 보니 그러네~

안나푸르나 오르는 길은 온통 집들 뿐만이 아니라 골목, 바닥을 비롯해 층층히 수백,수천개의 계단 길도 모두 구들장의 납작한 돌들 이었어.

 

이 어마 어마한 땅덩이를 형성하고 있는 토양과 암석들이 다 다를진데 왜 안그렇겠어.

 

정말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이곳 로왈링을 걸으면서는 온통 검은 돌들 뿐이었던것만 같아~

 

아!!

꽁마라 패스도...

촐라 패스도...

렌조라 패스도...

 

벌써 거기를 넘은게 꿈같이 느껴지네~

얼마나 오랫동안 온통 하얀 세상인 설국에서 산거야~

 

내가 지금...

이 나가온의 풍광에 정신줄을 또 놓으며

흥분할 만하지~

 

바람에 날아갈까...

지붕위에 가지런히 얹어놓은 돌들은 또 얼마나 이색적이야~

 

 

 

그리고...또...

여기까지 오면서 수없이 봐 온 풍광이지만, 저 돌담들...

거대한 높이의 히말라야 산을 배경으로 한 이 돌담들은 그래서 더 작고, 앙증맞아 귀엽기까지 하다.

 

저 돌담이 만들어 놓은 작은 골목들을 걸어야지~

 

 

그런가 하면....

고개만 들면 이곳이 거대한 히말라야 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하기위한듯 설산이 딱 버티고 있는 거다.

검은 바위 산을 덮고 있는 저 골까지 선연하게 다 보이는 히말의 설산들이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또 아름답다.

아!!

 

 

 

 

 

 

 

 

 

 

 

 

 

 

 

 

 

 

 

 

 

 

 

아!!

이 이쁜 창좀 봐~

또 탄성이 인다.

 

투박한...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하나 하나 쌓아서 만든 흙돌집...

창으로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처진 작은 처마....

왠지 히말라야에는 어울릴것 같지 않은 예쁜 문향의 창살...

투박하게 잘라서 만든 나무 창틀과 나무 문...

그 좁든 창틀 앞에 세워 말리고 있는 야크 똥...

 

거기다 정말 압권인것은

칠하다 말기까지 한 파란색 페인 팅이야~

이건 뭐 그대로 미술 작품같다는 착각 마저 든다.

 

왜 이렇듯 이들의 소박한...

작은 행복들...

이쁜 마음들이 가슴을 찌르도록 파고 드는 걸까....

 

 

 

 

 

 

 

 

 

 

 

 

 

 

 

 

 

 

 

 

 

 

 

 

  

 

 

 

 

 

 

 

먼발치서 보니, 우리의 캠프사이트가 다 걷혀져 있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데, 기막힌 풍경이 잡힌다.

 

파아란 페인팅이 듬성 듬성 칠해져 있는 돌집 ....

집도 예쁜데... 그 앞 풍광은 단숨에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창가 벽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두 노인 트래커의 모습....

그리고 그 두 노인을 바라보고 서 있는 포터....

 

그냥...

그대로 작품이었다.

 

빼곡할 정도로 가즈런하게 얹혀져 있는 지붕위 돌들과

저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그려내고픈 흙돌벽...

창마다 조금씩 다 다르게 칠해진...아니, 햇볕에 바라고 벗겨져 다 달라져 버린 파아란 색...

창에 비친 커튼....그리고 각기 다른 밤색빛이 되어 버린 창안 색감...

그 안을 반쯤 메운 녹색빛을 머금은 황토 색감....창살...

그리고...

노인의 노오란 쟈켓까지....

 

 

 

 

이 들만 멋진 풍광이 아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야크 한 마리는 또 왜케 멋진 지....

이 야크 또한 한 포스 하고 있다.

환타스틱한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한 바탕 카메라 세례를 퍼붓고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제 누구를 만나도 의기 양양한 포스로....ㅋㅋ

이 폭설 속을 뚫고 히말의 오지중의 오지인 '로왈링 산군'을 넘어왔으므로...

롯지 하나 없어 감히 쉽게 접근하기 힘든 설벽까지 타야만 하는 해발 5,755m 의 타시랍차 라를 넘어 왔으므로....

 

어디 그뿐인가~

우린 무려 6개의 빙하를 건너고 해발 5,000m가 훨씬 넘는 4개의 패스를 한 여정에 넘었잖아~

 

자랑아닌 자랑을 의기 양양하게 말한거지~ㅋㅋ

덩치가 우리의 2배는 되는 서양인이 볼때는 젊지도 않은 이 쬐끄만 동양 여자가 이 엄청난 도전을 해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거지~ ㅋㅋ

 

반대로 또 우리가 볼때는 이 분들의 나이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이렇듯 친구와 단 둘이서 이 로왈링 산군에 들어섰다는게 또 대단하고 놀라운 것이다.

아니, 놀라운게 아니라

저렇게  닮고 싶어서 순간 순간 흥분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분들은 오늘 하루는 이곳 나가온에서 더 묵는다고 했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지금처럼 해바라기 하며 종일 여유를 즐길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정말 멋진 노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청정 히말라야의 강한 햇살과 년중 녹지않는 설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이분들에겐 세월의 흐름 조차도 막을것 처럼 느껴졌다.

 

자연이 주는 선물도 맘껏 받고...

고도 순응차도 이렇듯 여유를 즐기는 일은 정말 바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이곳은 해발고도 4,180m이니까 ...

이 분들은 우리의 예상대로 내일 '얄룽 리(Yalung Li) 를 오를 예정이란다.

 

이곳 나가온에 오는 트래커들 중에는 '타시랍차 라'를 넘어 타메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거기다 더해서 렌조라 패스와 촐라 패스를 넘어 남체바자르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얄룽 리만을 오르려 오는 사람들도 꽤 많은것 같다.

 

 

 

얼굴에 하얗게 썬크림을 바르고 있는 파상이 귀엽게 느껴진다. ㅋㅋ

이제까지는 험한 여정을 무사히 넘어야 한다는 강박감과 두려움때문 이었는 지....

아니면 그 두려움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든 말든 생각 조차 할 여유가 없었는 지....

제대로 썬 크림 바른 모습을 못 본것 같은데...

이제사 찾은 여유로운 맘에....뒤늦게 모두들 하얗게 썬크림들을 바른 모습들이 얼마나 우습기 조차 하던 지....

 

에구~

파상도 입술이 다 터졌네~

그래도 어제 내가 준 연고를 발라서 인 지 좀 낳아진것도 같다.

 

 

 

 

 

 

 

이제 모두 출발 준비가 완료되었다.

아니, 준비는 이미 오랜 전에 되었지~

모두들 옷가지와 침낭, 텐트등을 햇볕에 말리고 찌푸둥했던 몸까지 뽀송 뽀송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던 게지~

참으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오옷~

우리 이참에 단체 사진 한 것 찍자!

이제껏 여유가 없어서 단체 사진 한 컷을 못찍었어~

 

 

 

설산을 배경으로도 한 컷....

 

 

 

 

이제 이풀이 대장님 대신 껴서 다시 한 컷...

오오~~ 그런데 쿡 왕다와 세르파 총바가 없잖아~

에잇~ 어디 간거야~~ㅠㅠ

 

 

 

 

카메라를 들이밀자 포즈를 취해주시며 웃으시던 아까 만난 분....

주름진 얼굴의 이 미소가 아주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내가 맘이 약해지려 할 때 마다....

쉽게 '나이'를 들먹이며 도전을 포기하고...쉬운 선택을 하려 할 때마다.... 

 

 

 

 

 

 

 

 

 

 

 

 

 

 

 

 

 

 

 

  차이코프스키 / 현악 세레나데 C장조, Op.49 - 네빌 마리너

Academy of St.Martin-in-the-Fields
Sir Neville Marriner. cond
Rec : Kingsway Hall. London. April.1968


재생순서. 2 -3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