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57.로왈링/신세계...카북(4,530m)에서 나가온(4,180m)으로 가는 환상적인 길....

나베가 2014. 4. 2. 03:11

 

 

 

 

 

모퉁이를 돌아 본격적으로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꼭대기에서 보았을땐

그렇게도 황량한 돌 사막같이 보이더니만,

군데 군데 제법 얕으막한 나무들이 쫘악 깔려있다.

 

그 아래로 실같은 길이 보인다.

그 길에 좀 전에 보았던 발전소 직원 둘이 걸어가는 모습이 그림같다.

얼른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왠지....

히말라야 로왈링이라는 또다른 이 행성에선

사람이 너무 귀해서.....

사람만 나타나면 마치 외계인 이라도 본 양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더라는....

 

그렇게 난 어느사이 사람이 그리운...

사람이 목마른....

내가 되어 있었다.

 

 

 

 

 

 

 

 

 

 

아!!

세상에나~

 

이 이쁜 솜꽃들 좀 봐~

혹시 이거 목화 아닌가??

목화를 본적이 없으니 알길이 있나~

ㅠㅠ

암튼 솜 방방이를 활짝 피우고 있으니 그냥

솜꽃이라고 할래~

왠지 목화라는 단어보다는 '솜꽃'이란 어휘가 훨씬 더 이쁘잖아~

그러고 보니 그거...같은 꽃말이잖아~ㅋㅋ

 

나는 정신줄을 놓고 주변의 솜꽃에 반해서

헤메고 다녔다.

얼마 동안을 그러고 있었는 지....

 

다시 나는 실처럼 가느다랗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정말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마 타시랍차를 향해서 가는 트래커들은

새벽같이 출발해 이미 다 지나갔고...

타시랍차 라를 넘은 사람은 오직 우리 팀밖에 없으니, 아마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 서 있어도 사람 구경하기는 힘들것 같다.

 

**************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는거....

그거 정말 진리인것 같다.

 

위에서 볼때와는 딴 판으로 길섶엔

온갖 종류의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바위에 다닥 다닥 달라붙어 피어있는 빠알간 열매의 나무는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 지....

저리도 이쁜 빛깔을 띄고  바위를 다 둘러 싸고 있다.

 

"그래~

내가 오랫동안 너를 자세히 보아줄께~"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란 시처럼...

 

 

 

 

 

 

오늘 일정은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

맘껏 헤철을 부려가며 걸었다.

 

작은 들꽃 하나에도 오랫동안 머물며 들여다 보았다.

시구를 떠올리며...

아니,

비단 꽃만이 아름답고 이쁜게 아니었다.

살아있는 것은 다 이뻤다.

 

험준한 히말라야의 거친 기후를 이겨내고

살아 있다는게....

살아 냈다는게...

 

마치 인간 승리를 외치듯

그리 대단해 보였다.

 

 

 

 

 

 

 

 

 

 

 

 

 

 

 

 

 

 

 

 

 

 

 

 

 

 

 

까마득하게만 보였던 드넓은 광야가

이젠 좀 더 가까이 보인다.

그렇게도 황량하더니만...

자세히 보니,

바닥이 온통 이끼 처럼 난장이 풀들이 자라고 있다.

해발 4,000m가 넘는 곳인데도 이처럼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게 신기하기 까지 하다.

순간 이제는 거의 다 바닥에 내려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아직 이곳은 안나푸르나 BC보다도 높다. ㅠㅠ

아무리 보고 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어도,

좌악 펼쳐진 깊은 계곡은 기막힌 풍광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시간이 하염없이 거꾸로 흘러 대하 역사 드라마속에나 나오는 드넓은 광야...

그들이 맞이한 신세계에 들어선 것 처럼....

 

나 역시 절로 순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곳...

 

 

 

 

 

 

 

 

정말이지

매혹적인 솜꽃은

작렬하는 햇살을 받아

더욱 환상적인 자태를

하고 있었다.

 

봐도 봐도

신기하고 이뻐서

연신 들여다 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어쩌면

이제껏 온 몸에

꽉 들어찼던 수많은 욕심과

허튼 생각들을

다 쏟아 냈으니

 

이젠 나도...

이 솜꽃처럼

가벼운 몸으로

살아가겠다는

굳은 맘이 들어서 일 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아름다운 빛깔의

이쁘고 화려한 꽃들보다도

이렇듯

더 이 솜꽃에 열광하는 이유가...

 

자꾸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시 처럼...

자세히 들여다 봐야

이쁘기 때문에...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기 때문에....

 

이 모습을

내 삶에 투영하기 위해...

 

 

 

 

 

 

 

 

 

 

 

 

 

 

 

 

 

 

 

결국

솜꽃옆에 앉았다.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그래도

잠시 누워 휴식을 취했다.

 

사실...

힘들것이 뭐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거북이 처럼 걷고 있는 걸~

 

그냥...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서지~

 

 

 

 

 

 

 

 

 

 

 

드넓은 평원과 아직도 눈을 들면 보이는 하얀 설산....

거대한 빙하 물줄기....

솜꽃과 에델바이스등 수많은 야생화....

찬란한 햇살...평온한 길....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풍광속에서 아주 오랫 동안 머물며 가슴에 머리에 가득 가득 담기 위해서지~

세월이 아무리 흘러 기억력이 퇴색되어져도 잊지 않기 위해서....

내가 이곳에 머물렀었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몸이 체득하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 누워 있었는 지, 대장님께서 내려오셨다.

 

연일 잘 드시지도 못하고, 힘들어 하시더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뒤에서 보니

바지가 완전히 접쳐진다.

아마 허리 벨트가 아니었다면 입지도 못할 지경이다.

 

그래도 참 대단하시지~

70세의 연세에...

 

끈질긴 인내...

도전...

산악인의 정신을 길이 이을...

멋진 본보기...

 

 

 

 

 

 

 

 

 

 

 

 

 

 

 

 

 

잠시 쉬면서

차와 간식을 먹고는

다시 일어섰다.

 

이제는

나가온이 나타날 듯도 싶은데...

가도 가도 똑같은 풍광에 변화가 없다.

 

에공~~

얼마나 가야하나~

 

 

먼 발치로

나가온이 보이는 듯 하다.

눈앞에 보여도

한 참을 가야한다는 걸 알지만....

 

 

 

 

 

 

 

 

 

 

 

 

 

 

 

 

 

 

 

 

 

오호~~

그때 저만치서 다와파상과 푸리가 나타났다.

우리를 마중나온 것이다.

 

이제는 정이 듬뿍 들어서 마치도 이들이 내 아이들 같은 착각 마저 든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우리를 만났을때

경계하고 어려워 했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저 만치서 눈에 띄면

서로 달려가고, 끌어안고, 매 순간이

그저 서로에게 애틋하게만 느껴진다.

 

 

 

 

 

 

 

 

 

 

Antonio Vivaldi 
Violin Concerto, for violin, strings & continuo in A minor
('L'estro armonico' No. 6), Op. 3/6, RV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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