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55.카북(4,530m)에서 나가온(4,180m) 가는 길....1

나베가 2014. 3. 26. 00:30

 

 

 

새벽부터 분주히 준비를 하던 스페인 팀은 벌써 출발이다.

 

해발고도 8,201m나 되는 초오유를 등정한 원정대 출신들이니, 아마 우리가 이틀을 걸었던 여정을 어쩌면 하루만에 주파할 스케줄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무리 체격이 좋고 체력이 좋다해도 새벽같이 출발하는게 맞다.

 

텐트를 열고 빼곡히 얼굴을 내밀고 그들을 환송했다.

그들 역시 우리보고 활짝 웃으며 답례를 한다.

 

아!!

저들은 어찌 저렇게 폼이 멋질까!!

 

늘 다른 트래커들이 다 떠나고 나면 그제서 우리는 여유로운 일정을 시작한다.

오늘도 햇살이 찬란히 빛나는 기막힌 날씨다.

그렇다면 그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고 받아야지.

 

탁자를 밖으로 내어놓고 아침 상을 차려냈다.

모든게 풍족했던 타메를 떠난 지가 벌써 며칠째인가~

뗑보의 눈밭에 갇혀서 이틀을 보내고, 골레,타시랍차 패디, 타시랍차라...트라카딩 빙하...카북까지....

먹을거리가 다 떨어져 갈거라는건 예견하긴 했지만....

아침상에 올라온 것은 북어 감자국과 간장.....

 

기막힌 뷰앞에 앉아 먹는 식사치곤....ㅠㅠ

그래도 점심으로 삶은 계란 2개와 감자을 준비해 주었다.

 

 

 

 

 

 

 

 

오늘도 양쪽으로 거대한 설산을 병풍삼아 그 사이로 그림같은 캉나추고를 보면서 종일 걸을것 같다.

어디에서 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줄기인 지, 마치 도랑물 처럼 흘러가는 내는 하얀 설원의 풍광을 더 멋드러지게 한다.

 

 

아직은 해가 중천에 떠 있지 않아 눈이 얼어 있는 상태라서 어제 걸을때와 같이 걷기가 수월했다.

 

 

 

 

하얀 설원을 걸어가고 있는 다와파상과 락파의 뒷모습이 멋져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 순간 소리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던 내 속으로 캉나추고가 온전히 담그어져 있는 모습이 잡힌다.

 

 

 

 

 

  

   

 

 

 

  

 

 

저만치서 로왈링 타시랍차 라로 들어서는 팀의 포터들이 보인다.

 

헐~~

어디서 출발을 했는데.... 벌써 여기까지 온거야~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나가온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여기 카북까지 온거야??

아니, 얼마나 꼭두새벽에 출발을 했으면 .....@#%&

 

아마 험준한 로왈링 산군-트라카딩 빙하로 들어서는데 눈이 녹기전에 걷기 위해서 새벽같이 출발했나 보다.

 

 

 

 

 

 

 

 

 

한 무리의 포터들이 먼저 지나가더니, 그 뒤를 이어 트래커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마치 트래킹중 엄청난 풍광을 만난것 처럼 흥분되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마치 세상이 멈춘것 처럼 햐얀 세상속에 나 혼자만이 존재했었는가~

그것도 한 두 사람도 아닌, 줄을 지어 오고 있는 멋드러진 트래커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찌 흥분됨을 감출 수 있을까....

 

 

 

 

정신없이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도 마치 연인을 떠나 보낸것 같은 아쉬움으로 쉬이 그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들을 시발점으로 수도없이 많은 트래커들이 떼를 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4~5개팀...

5~60 명은 족히 되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내게 스위스팀 가이드라는 네팔 청년이 말을 걸어온다.

two pass를 하고 오는 길이냐고....

나는 콩마라, 촐라, 렌조라, 타시랍차라 패스를 넘었다고 당당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며 역시 이도 나보고 'strong woman' 이라고 한다.ㅎㅎ

 

 

 

날씨가 연일 좋았어서 그동안 눈도 많이 녹고 다져져서 트라카딩 빙하와 드로람바오 빙하를 건너고 타시랍차라를 넘기는 훨씬 수월하겠지만,

트래커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한줄 러셀된 길이 정체되거나 캠프 사이트 쟁탈전이 조금은 심각해질것만 같다.

아무래도 서로 경쟁하듯 걸으면 고산증 위험에 부딪힐텐데....

암튼 롱다리의 외국인들의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이들대로 연일 내리는 폭설로 로왈링 타시랍차 라 길이 막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와는 반대편에서 얼마나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을까....싶다.

그래도 우리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먼저 도착한 일본과 미국의 '아마다 블람'원정대 팀을 만나 포기 직전 다시 심기일전 도전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음이 다행이라면 더 다행이랄까....

 

그래서 훨씬 더 험란했지만 드라마틱한 여정을 걸었고...

처절하리 만치 외롭고 고독한 트래킹을 했지만...

그만큼 또 평생 보고 느낄 수 없는 경험과 스릴과 감동을 맛볼 수 있지 않았는가~

 

아!!

맞아~

 

'히말라야 표범'을 찾아 하염없는 히말라야의 깊은 속살로  찾아들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본 적이 있었어.

처절한 고생끝에 결국 히말라야 표범을 찾아냈잖아~

정말 그 장면을 본 순간 눈물이 울컥하고 올라 왔었어~

 

기막히게 멋진 꼬리를 가진 히말라야 표범.....

마치 또 다른 세상같은 하얀 설원의 땅...높은 곳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자태가

진정 이세상과는 확연히 다른...영험한 생물이었지~

조용필이 읊조리며 노래하던 그... 처절한 고독감...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상상력이 순간 교차 되었었어~

 

세상의 제왕....

그 고독감이 아픈게 아니라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리도록 감동이었지~

 

아~~

그런데 ....

우리 지금...여기서...그 히말라야 제왕의 발자국을 수없이 보았잖아~ 

트라카딩 빙하를 건너고 초롤파 호수를 끼고 오르막을 오를때.....

내가 주체할 수 없이 감동의 눈물을 쏟아낼때.....

시야가 닿는 끝까지 표범의 발자국이 나 있었어~

 

 

 

 

맞아~

어쩌면 히말라야 정령일 지도 모를....진정 히말라야 표범이 살만한 곳...

그가 살기에 딱 어울리는 곳....

그곳이 바로 로왈링 이었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이제는 점 점 멀어져만 가는....

어쩌면 잠시 뒤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 거대한 로왈링 산군과 트라카딩 빙하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저 깊은 속살 속 어딘가에 있을 히말라야 표범을 떠올려 보면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Allegretto)
독일 드레스덴 국립교향악단/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