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나추고(Kang Nachugo, 6735m)-호수끝 뾰족히 솟은 봉우리
아!!
이제 초롤파 호수(Thso Rolpa, 4540m) 곁에 바짝 다가섰네~
어제 15m 절벽에 서서 봤을때 너가 이리 멀리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단다~~
근데 넌...어떻게 생긴거야.....
저 거대한 트라카딩 빙하가 이렇게나 많이 녹아버린 거....??
거대한 두께의 빙하가 쫙 쫙 갈라져 있는것을 보니 왠지 그런거 같아~ㅠㅠ
빙하는 갈라져 점점 녹아 들어가고 있고, 그 옆으로는 또 거대한 모레노 지역이 또 흘러 내리고 있어.
금방이라도 다 호수물을 채워 묻어 버릴듯이....
저 끝으로 보이는 캉나추고는 여전히 아름답네~
눈이 부셔~
가파른 험준한 구역을 또 만났다.
자연은 우리의 수고로움을 절대 그냥 보내지 않는다는 걸 난 너무나 잘 알아~
정말 멋지군!!
초롤파 호수를 끼고 그 옆으로 펼쳐진 광활한 설원은 작렬하는 태양 아래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났다.
그 한 가운데로 딱 한 줄....
실낫처럼 가녀린 선을 따라 무거운 짐을 매고 우리 아이들이 곡예를 하듯 걸어오고 있다.
그 힘겨움 조차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곳....
그 광활함에 그저 모든걸 잊게 만드는 곳...
하얀 순백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색채감을 맛보게 하는 곳....
그저 넋을 잃고 하염없이 서 있게 만드는 곳....
여기 로왈링......
하늘 끝까지 좌악 이어진 하얀 설원.....
가까스로 얼음땡이 되어 버렸던 몸을 추스려 오르막 길을 다시 딛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얼마 가지 못하고 또 그 자리에 섰다.
뒤 돌아서서....
그토록 험란했던 여정....
너무 힘이 들어서 두려움 조차도 느낄 여력이 없었던....
아니, 너무 두려워서 온 몸을 비워내고 오로지 살기위해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내 딛기만을 했던 ....
아니, 아냐...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시렸던 곳...
너무 장엄하고 너무 어마 어마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곳....
저 곳....
저 로왈링 타시랍차 라와 트라카딩 빙하를 쉽게 떠날 수가 없어서....
뒤처져 오던 이풀이 지나가고...
이어서 따라오던 다와파상과 락파도 지나갔다.
이제 다 지나가고 하얀 설국의 나라는 터엉 빈채로 남아 있었다.
그 터엉 빈 자리...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순결하고도 성스러움 마저 느껴지는 그 공간을 난 쉬이 떠날 수가 없었다.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아~~
저 까마득한 오르막...
또 너덜길의 연속이네~
저 끝까지 오르면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에 바로 닿을까....
그 길을 오르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아!!
그래~힘겨워 보이기 보다는 아름답게 보여져~
대단해!
정말 고생했어~
이 오르막만을 넘으면 저기 보이는 파아란 하늘 아래 어쩌면 또다른 신비의 나라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
이제는 고도가 계속 내려가니 뗑보에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처럼 험준한 길은 없을꺼야~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로왈링 산군에 휩쌓여 그 한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자니....
갑자기 울컥 하고 뭔가가 치고 올라온다.
순식간에 제어할 틈도 없이 가슴이 복받쳐 오르고, 눈거풀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제서야 두려움의 끈에서 해방이 된걸까....
하얀 설산....
하얀 광야...
내 앞에 아무도 없는 ....
지독한 고독....
오직 나 혼자 이 거대함 속을 걷고 있는 내가 스스로 감당하기 그렇게도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이 뜻모를...
느닷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무엇일까...
불현듯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된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의 의미심장함이 가슴을 뚫고 로왈링 산군에 퍼져나갔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이 극심한 고통속에 한 말이 왜 지금 이 순간 선명하게 떠올랐는 지....
이 글과 함께 울려퍼졌던 선율때문에 하루 종일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까지....
가슴은 더욱 더 복받침으로 터져나갈 듯 했다.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그래, 가야만 한다!"
4-PASS....
해발 5,535m의 콩마라 패스..
해발 5,368m의 촐라 패스...
해발 5,360m의 렌조라 패스...
해발 5,755m의 타시랍차 패스를 넘었고...
5,364m의 EBC....5,550m의 칼라파타르 봉과 5,357m의 고쿄리에 올랐고...
쿰부의 눕체빙하, 쿰부빙하, 고줌바 빙하와
로왈링의 트로람바오 빙하와 트라카딩 빙하를 건넜던 24일 동안의 험란한 여정이 스크린 처럼 지나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험악한 날씨와 다른 팀들의 불행한 일들을 겪으면서
선택을 바로 하고 있는건 지...
불확신과 언뜻 언뜻 솟아오른 두려움에서 오는 회의가
도전을 하고 그것을 해내야만 했던것 보다 더 커서...그것이 그렇게도 힘들었어서...
갑자기 울분을 토해내듯 복받쳤던 걸까....
아냐~
다 틀렸어.
이 엄청남 앞에서 그런 사소한 일들이 무슨 이유가 되겠어.
그저 감동일 뿐인거지!
우린 해낸거잖아~
매일 매일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 70세의 대장님, 그리고 우리 두 아지매....
험악한 날씨에 맞닥쳤어도 아무 탈없이....
이제 힘겨운 난코스는 다 해냈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앞으로 어떠한 삶이 내 앞에 지금 이 여정처럼 험준하게 펼쳐진다 해도...
나는 그 길을 기꺼이 가야만 하고...
또 갈것이고...
해낼것이라는 ....
어쩌면 그 진리의 깨우침에
그리 눈물을 쏟아냈는 지도 모르겠다.
다시 아이들을 만났다.
쿵가가 초반부터 치통때문에 아파서 중간에 하산하려 했었는데, 약사인 이풀이 처방을 해주어 낳아져서 무사히 여기까지 왔는데...
과로가 누적되었는 지, 자꾸 쉬는게 오늘 좀 몸이 아파보인다.
아직은 남은 여정이 길어서 긴장을 풀면 안되는데....
쿵가를 비롯 아이들 얼굴이 모두 반쪽이 되었다.
새까맣게 타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린 그들 모두가 안스럽기 그지없다.
베토벤 현악4중주 16번(관현악편곡)
3rd mov. Lento assai e cantante tranquillo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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