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51.험준하고도 매혹적인 트라카딩 빙하 (Trakarding Glacier) 를 걷다

나베가 2014. 3. 21. 00:30

 

 

해발고도 4,980m 트라카딩 빙하위에서 실신하듯 쓰러져 잠을 잤다.

히말라야 패딩에 고어쟈켓까지 입고, 털모자에 캐시미어 목돌이까지 한 채로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느끼며 잤다는...

아니, 당연한걸 가지고...

롯지에서도 날씨가 안좋은 날은 이렇게 다 껴입고 이불까지 침낭위에 덮고 자는데....ㅠㅠ

 

 

다행히 아침 날씨가 환상이다.

찬란한 햇살에 밤새 젖은 텐트가  바짝 마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 빙하위 주방겸 포터들의 잠자리인  천막텐트 안에서 허접한 침낭속에서 추위와 안깐힘하고 잤을 포터 아이들이 안스럽기만 하다.

아닌게 아니라 모두들 텐트 밖으로 나와 바위에 앉아서 해바라기들을 하고 있다.

젖은 옷가지들과 양말, 신발들도 모두 내다 말리면서...

우리들도 얼어붙은 등산화를 밖에 내어 햇살에 말렸다.

햇살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어제 오늘 걸을 양의 반을 더 걸었으므로 오늘 일정은 아주 여유롭다.

때문에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얼어붙은 텐트와 옷가지들....무엇보다 한기에 얼어붙은 몸들을 녹이고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아침으로는 짜장면과 망고 통조림이 나왔다.

지난번엔 짜장면을 라면처럼 물을 붓고 끓여 왔더니만 오늘은 제대로다.

열심히 끓이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던 것을 제대로 알아들은것 같다.

 

근데, 아이들이 어제 지네가 잘못한 것을 아는 지, 눈치를 슬금 슬금 본다.

빌려주었던 스패치도 잘 접어서 가져오고....

오늘도 구만리 눈길을 걸어야 할판이거늘....ㅎㅎ

 

 

 

 

햇살이 강해서 밤새 얼어붙었던 텐트등이 금새 말랐다.

젖은 텐트의 무게를 17살 소년 도루치가 지고 간다는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이렇게 날씨가 좋아서 뽀송 뽀송 말린 텐트를 철수하는 모습을 보니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오늘은 종일 그림같은 초롤파 호수(Thso Rolpa, 4540m)와 그 끝으로 보이는 캉나추고(Kang Nachugo, 6735m)를 보면서 걷는다.

 

 

아침에만 해도 찬란하게 빛나던 햇살이 그렇게도 좋더니만....

막상 출발하려고 하니, 오늘도 또 이 작렬하는 태양과의 사투를 벌일 생각을 하니 심란해진다.

 

지수80의 썬크림을 삐에로 처럼 하얗게 칠하고는 커다란 등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로 눌러 썼다.

배낭에는 히말라야 패딩과 쟈켓, 그리고 DSLR카메라를 챙겨넣고 어제 죽도록 혼이 난 헤드랜턴도 챙겨 넣었다.

오늘은 어제 많이 걸은 탓에 일정도 훨씬 짧아 헤드랜턴을 쓸 일이 있을까마는....

트래커로서의 헤드랜턴을 항상 챙기는건 기본 상식이라는것...만약 다치거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걸 항상 명심해야 한다는 것...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은 상식이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매우 미끄럽지만, 반면에 또 너덜 바위 빙하지대라서 크램폰을 벗는게 더 낳아 아침에 크램폰을 챙기지 않았더니...

막상 걸어보니, 매우 길이 험준해서 잠깐 후회를 했다.

 

아니지~ 아직 나보다 뒤처져 파상이 오고 있으니, 기다렸다가 오면 크램폰을 꺼내달라고 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저 무거운 짐을 어디다 풀어놓고 다시 싸게 할까...싶어서 그냥 스틱만으로 걷기로 했다.

 

 

 

포터가 오늘 걷는 길은 매우 쉬운길이라고 하더니만,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사실, 여기 로왈링을 와본 사람은 세르파인 총바와 쿡인 왕다밖에는 없다.

그러면서.....ㅎㅎ

하긴 그들이 어제 겪었을 힘든 여정을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오늘 여정이 그들 말따나 비단길인 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보기엔 얕으막해 보이지만, 빙하의 굽이 굽이 능선이 얼마나 높고 가파른 지....

그 오른쪽으로는 거의 너덜 바위 절벽에 가까워 여간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안되었다.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만을 따라 걷고, 스틱도 안전한 곳에 짚어야지, 자칫 눈에 쌓여 보이지 않는 너덜 바위 사이로 빠지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시도 발자국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경치를 보거나 사진을 찍고 싶으면 반드시 완전히 안전한 곳에서 서서 눈을 들어야 한다.

마치 웜홀같기도 한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곳이 수없이 많았다.

 

 

 

 

한참을 걸어 뒤돌아 보니,

세상에 어제 우리가 그렇게 밤새도록 공포에 떨며 걸었던 트라카딩 빙하가 너무나도 평탄하게 보인다.

우리가 15m 절벽위에서 바라다 보았던 것 처럼...

하긴, 이 어마 어마한 로왈링 산군 한 가운데서 거리감과 높이를 운운한다는게 우습지~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거.....

ㅎㅎ

 

 

 

 

 

 

 

 

 

어제 사건의 주범인 파상이 뒤늦게 걸어오고 있다.

어제 재빠르게 날아가느라 캠프지를 지나쳐 버려 얼마나 호되게 맘고생을 했으면 오늘은 아예 가장 뒤처져서 천천히 오고 있다.

하얀 설원에 파란 쟈켓을 입고 오는 그 모습이 왠지 고독하고 쓸쓸해 보인다.

'히말라야의 고독한 한 마리의 표범...'이라고나 할까....ㅎㅎ

 

 

 

 

 

 

 

 

 

 

 

 

 

 

 

 

 

 

 

 

 

 

 

 

 

 

 

 

 

 

 

 

 

 

 

 

 

 

 

 

 

 

 

 

 

 

 

 

 

 

 

 

 

 

 

 

 

 

 

 

 

 

 

 

 

 

 

 

 

 

 

 

 

험준한 낙석지역을 만났다.

 

아!!

무슨 비단길은.....ㅠㅠ

 

총바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배낭까지 매고는 또 동분서주 하면서 나를 케어한다.

간신히 낙석 험준한 구역을

올랐지만 위험 구간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일행들이 올때까지

난 그곳을 약간 벗어난 곳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어지는 구간도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이어서 이풀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캠프장을 철수해서 오느라 뒤처진 포터들과

대장님 올때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할것 같아  우리를 먼저  안전한 곳까지 케어하면서 데려다 주고는 다시 그 자리로 총바는 되돌아 갔다.

 

안전지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총바가 절벽 오르막 끝에 앉아서 일행들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와우!!

멋진걸~

진정 한 마리의 '히말라야 표범' 같아~ ㅎㅎ

 

아니,

히말라야를 찾은 트래커들을 지키는 산신령같기도 하고....ㅎㅎ

 

 

 

 

 

 

 

 

 

 

 

 

 

 

 

 

 

 

 

 

 

 

 

 

 

 

 

 

 

 

 



 
Cimarosa(arr. Benjamin) - Oboe Concerto
in C minor : I~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