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1.월
타시랍차 라(5,755m)를 넘다
어제....
체력고갈에서 온 두통으로 사경을 헤매느라 다른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때, 그래도 한 참 뒤쳐져 오시던 대장님께 아이들이 뜨거운 차와 크램폰을 들고 마중을 나가 무사히 잘 도착하셨단다.
두통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내가 걱정되시긴 했어도 토하지 않고 어쨋든 쓰러져 잘 자고 있으니 걱정은 놓으셨나 보다.
암튼...새벽에 눈을 뜨니, 두통이 싸악 사라진것이 컨디션이 괜찮다.
아~ 정말 다행이다.
*************
오늘은 이번 여정중에 가장 높은 타시랍차 패스(5,755m)를 넘는다.
최고 높이의 고도뿐만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낙석지역을 통과해야 하므로 눈이 녹기전,새벽 3시에 출발을 한다고 하시더니만, 오늘 모두들 너무 힘들었는 지,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어제 그렇게 사경을 헤맸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새벽 3시반에 눈을 떴다. 아무것도 짐을 꾸리지 못한 채 그냥 쓰러졌었기에 서둘러 짐을 꾸리기 시작해서 시간에 맞게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런데...왠일인 지 벌써 일어나 소란스러워야 할 밖이 잠잠하다.
아니나 다를까....
대장님을 비롯해 포터들까지 모두 늦잠을 자버린 것이다.
뷰랴 뷰랴 서둘렀어도 겨우 7시반에야 출발을 했다.
결국 우리 둘만 꼭두새벽에 일어나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새가 된 셈이다.
어제는 자세히 볼 여력도 없어서 얼마나 위험한 상태의 캠프였는 지 알지 못했었다.
아침에 텐트밖으로 나가보니, 자칫하다간 그대로 낭떠러지로 낙하할 만큼 가파른 바위에 걸치듯 아슬 아슬하게 우리 텐트가 쳐져 있었다.
헐~~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얼마나 밖의 날씨가 추웠으면
텐트안에 넣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젖은 등산화의 거죽이 꽁꽁 얼어붙어 반질 반질한 얼음덩이가 되어 있었다.
울 양말을 두 켤레 겹쳐 신었다.
그리고도 혹시 몰라서 양말 사이에 비닐을 덧 신었더니, 크램폰의 무게때문인 지 미끈덕 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 벗어 버렸다.
걱정과는 달리 등산화 안은 젖지 않았지만 그렇게 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얼마나 발이 시려웠는 지...
오늘도 햇살은 찬란했다.
그나마도 날씨가 연일 좋아서 천만 다행이긴 하다만, 오늘도 얼마나 끓어오르는 복사열이 우리를 지치게 만들 지...눈앞에 선하다.
오늘은 크램폰을 단단히 신었다.
그리고 타시랍차 패스를 넘은 뒤 최고의 난코스인 15m 의 설벽을 타고 내려가야할 준비물을 배낭에 챙겨넣고, 도시락을 싸달라고 해서 김밥 한 줄과 감자, 그리고 딱 오늘 먹을 분량의 초콜릿과 사탕, 물을 챙겨 넣었다.
어제도 죽도록 힘이 들었는데...
오늘은 얼마나 더 힘이 들까...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때문인 지 몸이 벌써 알아차리고 스스로 준비를 하는것만 같다.
***************
드디어 역사적인 타사랍차 라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캠프 사이트(타시랍차 패디 하이캠프,5,560m)에서 바라다 보이는 파르차모 (Parchamo,6,273 m ) 와 그 아래로 펼쳐진 흔적 하나 없는 순색의 향연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너무도 광활하여
보기에는 그저 평탄한 설원처럼 보이지만
저 평평해 보이는 고도가 무려 200m나 되는 것이다.
역시 해발고도 5,600m 를 걷는 일은 예사롭지 않았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뗄때 마다 다리에 가해지는 힘이 천근 만근이었다.
크램폰을 신고 아직은 시간이 일러서 얼어있는 눈 위를 걸으니 어제보단 수월했지만,
고도의 높이에서 오는 힘듦이 초반부터 지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들도 얼마 못가서 얼어있는 눈덩이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털푸덕이 쉬고 있다.
조금 가다가 쉬고, 또 조금 가다가 쉬고....
그렇게 힘겹게 오르고 있는 그들을 보자니, 나의 힘듦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그들만이 걱정이 되었다.
어디 이뿐이랴~
장비도 없이 그 15m의 설벽은 어찌 타고 내려갈까....ㅠㅠ
사실 타시랍차 라가 워낙 높아서 등반피크인 파르차모까지와는 불과 500m 밖에 차이가 안나서 욕심을 내 볼만한 피크였다.
돌아와서는 대장님께서도 그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는 하셨지만...
사실 이때의 상황으로는 1인당 입산료가 300$ 나 했고, 일정이나 체력등 모든 여건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우리의 일정만도 감당하기가 힘들었었으니까....
ㅠㅠ
지금 타시랍차 패스를 넘고 있는 중이다.
위 사진의 오른 쪽 바위...
아래 사진의 타시랍차 라를 보면 타르초가 다른 라들 보다는 너무나 조촐하게 한 줄 매달려 있는것이 보인다.
무시 무시한 이름에 비해 너무나 소박하다.
아니, 그 앞의 파르차모가 너무나 매혹적인 자태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사실 시선 조차도 가지 않는다.
타시랍차 라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 내리막 길이었다.
아래 사진에서는 저리도 평탄한 길 처럼 보이거늘...ㅠㅠ
아~ 저 내리막 끝으로 펼쳐지는 울퉁 불퉁한 넓다란 곳이 바로 트람바우 빙하구나~
폭설이 뒤덮어 버려서 빙하 처럼 보이지도 않네~
그러고 보니, 굉장히 위험한 구역이겠잖아??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디디며 힘겨운 타시랍차 라를 넘고 보기만 해도 가위가 눌릴 가파른 절벽 내리막 길을
오로지 발자국만을 따라 밟고 내려오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풀이 보이지 않는거다.
아니, 이렇게나 많이 내려왔는데....아무리 사진을 찍으며 와도 지금쯤은 저 꼭대기에 있는 이풀이 보여야 하는데....??
그리고 아까 그렇게도 힘들어 하며 바로 앞에서 오르던 포터들도 흔적도 없잖아~
발자국이 있긴하나 길도 뚜렷하지도 않고....??
불현듯 또 다른 길이 있었나?? 하는 불안함이 온 몸을 쏴아~ 하게 했다.
목이 터져라 '이풀'을 외쳐댔다.
그러나 대답도 없고, 한참이 지나도 이풀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냥 가면 안될것 같아 그리 힘들게 내려왔던 가파른 내라막을 다시 오르막으로 바꾸어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꼭대기까지 다시 오르기 전에 이풀은 또 나를 부르며 나타났다.
ㅠㅠ
세상에~
내려오며 옆을 보니, 여기가 바로 그 위험한 낙석 지역이었던 것이었다.
어젯밤에 난건 지, 아님 아침에 난건 지...한 바탕 눈사태가 난 자욱이 역력했다.
아! 그래서 어제 일본팀과 미국팀이 내어 놓은 길이 없어진 거로구나~
겨우 우리 아이들이 지나간 발자국만이 있을 뿐이야~
아니, 세상에나~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눈사태 지역에서 ...그렇게 소리 소리 지르며 이풀을 불러댔던 거 아냐~
헐!!!
순간 간담이 서늘해 졌다.
우린 빠른 걸음으로 낙석 지역을 지나갔다.
아!!
이제부턴 거대한 트람바우 빙하구나~
눈이 쌓여 있어서 정말 조심해서 걸어야 할 거 같아~
근데, 이 빙하 어디까지 일까....
어디로 흘러 내려가는 것이지??
까마득한 앞을 바라보며 우리의 갈 길이 어디일까 실눈을 뜨고 찾아본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다.
분명 앞을 좌악 가로막고 있는 저 높디 높은 설산을 넘어가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 그 옆으로 어디 빠져나가는 길이 있을거야~
그렇지 않아?? 저 높은 설산을 어떻게 넘어?
잠시 멈춰서서 까마득한 오늘의 여정을 점쳐보며 다시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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