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45.로왈링/생애 가장 힘들었던 여정...타시랍차 패디(5,500m)에 오르다 (1)

나베가 2014. 3. 11. 13:24

<골레에서의 캠프 사이트....여전히 사진 한 컷을 찍지 못하고 캠프를 철수한 뒤에야 한 컷 찍었다는.....>

 

2013.10.20. 일...

골레(5,110m)에서 타시랍차 패디(5,500m)로 오르다.

 

어젯밤 텐트에 떨어지는 눈 소리에 밤새 근심 걱정으로 지새웠던것과는 달리 아침 햇살이 찬란하다.

아~~~

아이들도 모두 상기되어 난리법석이다.

 

'날씨가 너무나 좋다고!!

 우린 로왈링으로 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쁜 마음 한 구석에선 걱정이 교차된다. 

 

 

오늘은 스틱대신 피켈을 들고 출발을 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오르막이다.

비록 400m 정도의 오르막이지만, 해발 5000m가 넘는 생애 최고의 높이를...

그것도 끊임없는 설원에서의 오르막을 오른다는건 어제보다 훨씬 더 힘든 여정이 될것을 암시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에게 허락된 길이란 어제 오른 길 보다 훨씬 더 깊게 패인 좁은 길.....

 

고도가 높아져서 하늘과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져서 일까.....

아님, 태양이 어제보다도 훨씬 더 작렬한 걸까....힘이 든다.

아이들도 어제보다도 더 오르기 힘들어 하는것 같다.

 

햐아~ 나...바보아냐?? 당연한 얘길 하고 있어~

내 몸 하나 지탱하기도 힘든데,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작렬하는 태양 복사열을 받으며 가파른 눈 길 오르막을 오르고 있거늘....

어찌 이 길을 오를까....

대단하다는 탄복감과 함께 의구심 마저 들게하는걸~

 

 

 

 

오늘도 아이젠 없이 이 설원을 걸었다.

해발고도 5,200m 의 오르막 설원을 ...

그것도 겨우 몸 하나 통과할 수 있는 깊은 눈 길을 발자국 따라 스틱과 다리힘에 의존해서 걸으려니,에너지 소모가 얼마나 큰 지...

두배..세배...아니, 다섯배는 힘이 더 드는것 같다.

그야말로 기진 맥진...

조만간에 그만 탈진해 버릴것만 같다.

아~~~ 

 

 

 

 

이글 이글 타는 듯 작렬하는 태양빛이 마치 온 천지가 거울인 듯...

하얀 설원을 때리고 반사되어 우리에게 닿는 복사열이 얼마나 대단한 지....

고도도 높아서 한 발자욱 떼기도 힘든 판에  그만 주저앉고 싶게 만든다.

 

총바는 쟈켓을 벗어버리고 어느새 반팔 셔츠 차림이다.

단 어제,오늘 이틀사이에 그의 얼굴은 검게 타서 구리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모습이 얼마나 건장해 보이고 멋진 지....

화상이 무서워서 우린 저렇게 벗어 버릴 수도 없다.

아니, 더위보다 그 뜨거운 태양빛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누구랑 같이 오르면서 사진을 찍느다든가...그럴 여력도 없다.

그저 몸 하나 지탱하며 오르기도 힘이 부쳐 자신의 페이스를 최대한으로 조절해 가면서 천천히 오르고,쉬고, 또 오를뿐이다.

 

잠시 뒤돌아서 보니, 어느새 이렇듯 올랐는 지,

장엄한 로왈링 산군 사이로 까마득한 점 하나... 이풀이 보인다.

 

아!!

좀 더 천천히 올라야겠어~

 

 

 

 

 

 

 

 

 

 

 

 

 

 

 

 

 

수도 없이 쉬었다.

앉을 만한 바위를 찾을 수도 없다.

아니, 이젠 눈밭 아무데나 털석 털석 주저 앉아 쉬었다.

다행히 오버트라우저를 입어서 젖을 염려없으니 눈밭 위에 앉기도 하고, 눈 쌓인 곳에 기대기도 하면서....

 

한없이 앉아서 쉬던 우리 아이들도 또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아이들은 이 험한 오르막을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면서 버팀 지지대도 없다.

마침 눈이 태양빛에 이미 녹기 시작해 푹푹 빠져서 피켈 사용이 더 익숙지 않아 피켈을 아이들에게 주고, 난 스틱을 꺼내 사용했다.

아이들도 지지대가 생겨서 좋고, 나 역시 익숙한 스틱 사용이 더 편했다.

 

그나 저나 이 눈길에...차라리 12발 무쇠 크램폰이라도 신었으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왜 크램폰 신으란 말씀을 안하신거지??

아~~

정말 ~~

 

 

 

 

 

 

 

힘겨움에 멈춰서서 주위를 살펴보니....

이렇듯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에서도 두꺼운 빙설이 마치 빙하처럼 쌓여 있다.

아니, 저거 빙하인가??

아니 만년설??

그게 그건가??

 

더위에 지치고...

체력에도 고갈이 오고....

정신마저 몽롱해져 오는것만 같다.

 

수시로 서서 근근히 챙겨 가지고 온 사탕과 물을 마셨다.

오늘도 여전히 뜨거운 물 반잔에 눈을 타서....

 

 

 

그래도....

시야에 들어오는 장엄한 풍광에 넋을 잃고 카메라에 담으며 잠시나마 힘듦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참으로 신기하지??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는게....

그냥 무아지경이 되어서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걷기만 했었던 거 같아~

머릿속은 터엉 비고....

오로지 육체적으로 견뎌내며...

홀로 이 엄청난 광야...설원...거대 5500m의 설산을 걸어 올랐어.

 

아~~ 

아마 그래서 두려움 조차 들어설 자리도 없었든거 같아 ~~

 

 

 

 

 

 

 

 

 

 

 

 

 

 

 

 


A Wind With No Name (이름 없는 바람) - 양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