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 (1933 - 2014) 추모특집 지난 20일의 일입니다.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시의 여성대변인 라파엘라 그리마우도가 담담히 부고 성명서 하나를 읽어 내렸습니다. “우리 시대의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오늘 자택에서 지병으로 영면하셨습니다. 볼로냐시를 대표해 이 위대한 거인의 죽음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빕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롬바르디아의 아들’은 그 특유의 섬세하고 고결하며, 또 귀족적인 우아한 해석으로 우리 시대 음악사에 지울 수 없는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
(1966년 라 스칼라 음악감독 시절의 아바도. 벨리니의 <카풀레티와 몬테키>에 출연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
밀라노의 유명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아바도는 밀라노와 빈에서 공부한 후 1960년 겨우 27살의 나이에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데뷔합니다. 그리고 1966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라 스칼라에서 그는 단 한번도 푸치니를 지휘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로시니와 벨리니, 베르디의 오페라에 ‘고결한 이탈리아의 영혼’을 불어넣었습니다. |
(베르디 <맥베스> 전주곡.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1975년 라 스칼라) |
특히 그가 1978년 연출가 조르지오 스트렐러와 함께 만들어낸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20세기 오페라 무대의 가장 기념비적인 위업으로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
(베르디 <시몬 보카네그라> 2막 3중창.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바리톤 피에로 카푸칠리, 테너 베리아노 루케티,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1978년 라 스칼라) |
이후 빈필하모닉,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 지휘자와 음악감독으로 빛나는 활약을 펼쳤던 아바도는, 1979년부터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수많은 명연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
(드뷔시 <녹턴>,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 중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
1989년부터 아바도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사후의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자리에 오릅니다. 사상 최초로 단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임된 음악감독이었습니다. 특히 2001년에는 치명적 위암 투병의 와중에도 포디엄에 올라 베르디의 <레퀴엠>을 지휘했습니다. 앙상히 말라버린 가녀린 몸으로 영육을 오가는 장엄한 진혼의 음악을 지휘했던 당시 그의 모습이 아직도 영상기록으로 남아 있어 숭고한 전율의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
(베르디 <레퀴엠> 중 ‘리베라 메’,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2001년 베를린) |
베를린필 이후 아바도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가장 순도 높은 말러 음악의 진수를 들려주게 됩니다. 그 고결한 우아함이 또한 간절히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04년 루체른) |
(루체른 페스티벌에서의 클라우디오 아바도) |
2012년의 일입니다. 그해 여름 루체른에서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지휘하기로 되어 있었던 아바도는 주치의의 권유 등에 의해 건강상의 부담이 보다 적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지휘하게 됩니다. 단 한순간조차, 단 하나의 음조차 일체의 허위와 과장 없이 순수에의 지극한 몰입과 헌신을 보여주었던 그 공연 - 콘서트 현장을 지켰던 관객들은 진혼미사곡의 마지막 음이 끝나고 악기의 잔향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거의 1분여를 미동도 하지 않으며 ‘가장 위대한 침묵’으로 마에스트로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
모차르트 <레퀴엠> 중 피날레 ‘코무니오’(제찬성령),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12년 루체른) |
작년 5월 베를린에서 그가 지휘하는 콘서트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베를린필을 리드한 아바도는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하이라이트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지휘하며 다시 없을 최고의 앙상블을 엮어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아니, 그 음악은 그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작년 5월 아바도의 베를린필 공연에서 직접 찍은 사진. 결국 이 콘서트가 아바도의 마지막 베를린 공연이 되었다.) |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의 감격이, 그때의 그 감동이 마지막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당시 필하모니홀 합창석 객석의 한 쪽에는 베를린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 부부도 함께 와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도, 저도, 또 저와 함께 공연을 보았던 일행들도, 그때 그 관객들도 그날 밤 들었던 그 음악이 아바도가 베를린에서 남긴 마지막 음악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을 것입니다. 삶이란 이렇듯, 늘 준비되지 않은 마무리를 향해가는 작은 여정인 것일까요? |
(위대한 이탈리아 음악가 3인방. 좌로부터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가 루이지 노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1975년 밀라노) |
마지막으로 루이지 노노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현대음악 작곡가인 그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가장 절친한 음악적 동지이기도 했습니다. 노노의 <일 칸토 소스페소(중단된 노래) Il canto sospeso>는 2차 대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문제적 음악입니다. 지금은 노노도, 아바도도 모두 우리 곁을 떠나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위대한 예술은 내내 우리의 마음 속에서 살아남아 영원히 불타오를 것입니다. |
(루이지 노노 <중단된 노래 Il canto sospeso>,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필하모니 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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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도를 추모하며 옛 공연을 회상해 보다.
카톡으로 날라온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별세 소식'을 듣고는 식구들이 다 놀랄정도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오래 전에 암투병을 이겨냈고, 예전의 잘생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말라버린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무대에 선 그분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는 그분의 별세 소식을 이렇게 빨리 들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언제나 다시 아바도를 볼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건강이 좋지않으니 우리나라에서 그분의 연주를 볼 기회는 없을것 같고...
거금을 들여 루째른 페스티발을 보기위해 스위스까지 날아갈 용기도 없고...
예전처럼 혹시나 또 중국에서 제2의 루째른 페스티발을 개최하지는 않을까....고대를 했던...
그러나 이제는 다시는 그분의 실황 연주를 볼 기회는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 평생에 그분의 실황 연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불후의 명연- 루째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의 말러 1번 연주를...
그리고 '유자 왕'과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의 연주를....
얼마나 소름이 끼쳤었던가!!
단 1초도 그분에게 클로즈업된 망원경을 뗄 수 없었다.
마치 그분의 영혼이 내 영혼과 일치를 이룬 듯 나의 존재 마저 잊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꿈을 다 꾸었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혼신을 다해서 연주하는 그분의 모습을...
그러나 끝내 그 엄청난 연주를 아바도는 감당해내지 못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던 손수건을 합창석 맨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안깐힘을 다해 무대 뒤로 들어가던 그분의 손수건을 받았다.
그리고 연주회는 그 다음날 다시 개최된다는 꿈....
아바도의 건강이 연주를 해내지 못할 만큼 나빠졌다는 가슴아픈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꿈에서도 그분의 연주를 보고, 또 그분이 흘린 땀을 닦던 손수건까지 받았으니,,,,
평생에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행복한 꿈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왜 그런 꿈을 꾸었는 지 모른다.
그분이 아프다는 걱정이 항상 잠재하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그분의 연주를 다시 보고 싶어서 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동안은 모든 무대에서 아바도를 보았다.
그분이 지휘하던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여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어디서든 그분의 모습만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뉴욕필하모닉이 내한해서 같은 곡인 '말러 1번'을 연주했는데....
아바도의 연주가 너무 강렬하여 뉴욕필 공연은 끝내 내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공연장이 떠날 듯한 함성에 휩쌓였음에도 불구하고.....ㅠㅠ
얼마나 오랫동안 이 연주가 내 가슴을 울릴까...
아마 평생을 갈것이다.
천번을 넘게 간 공연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선두에 선 압도적인 연주회였을 뿐아니라
다시는 볼 수 없는 연주가 되어 버렸으니까....
오늘...서울 시향 연주회에서 말러 10번 연주회가 있다.
그리고 내일은 KBS오케스트라...말러 1번 연주회가 있고...
아마 온통 아바도의 모습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지 않을까....생각든다.
2014.1.23.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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