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에 오르니 바람까지 가세해서 한기가 몸속까지 파고든다.
가까스로 능선을 내려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햇볕이 좋은 곳에 점심을 먹기위해 자리를 폈다.
역시 동물들의 직감이 사람을 앞선다고....
햇볕이 좋은 양지인 지라 고양이들이 한 바탕 축제를 벌리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사람을 찾아 온 듯한....
그러고 보니, 이 추위에 먹을것이 제대로 없어 사람들 주위를 멤도는 것 같다.
음식 냄새을 맡고....
그런데 들고양이가 어쩌면 저렇게 깨끗하고 이쁠까~~
마치 집에서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공주처럼 자란 고양이 같아~~
한 바탕 고양이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도시락 조차 펼치는 걸 잊었다.
벌써 다른 일행들은 도시락을 펼쳤고,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뜨끈한 누룽지탕도 만들어 놓았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 지....도저히 장갑을 벗고 도시락을 먹을 수가 없었다.
모두들 장갑을 낀 채로 어설프게 도시락들을 먹었다.
역시 한 겨울엔 뜨거운것이 최고다.
따끈한 국물과 누룽지탕을 얻어 먹으니 그제야 좀 추위가 가시는 것 같다.
너무 추워서 여유를 부리며 점심 식사 시간을 갖기도 어려웠다.
순식간에 얼른 먹어치우고 다시 발길을 이었다.
그 잠시 동안 몸이 추위에 노출되어 한기가 더 돌았다.
이럴땐 걸음을 재촉해서 빨리 몸을 데워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또 탄성을 내 뱉으며 카메라 렌즈를 이곳 저곳으로 옮겨가며 셔터 누른다.
여성봉을 끝으로 오늘 우리의 산행은 끝을 맺었다.
날씨가 추워서 고생스러웠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산행의 기쁨과 감동은 더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일 지도 모르겠다.
힘듦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그것을 능히 극복해 내었을때 진정 쾌감과 감동을 더 느낀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노력한다는 것....
좌절해도 다시 일어선다는 것...
Max Bruch / Kol Nidrei Op.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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