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산....

2013년3월23일/계룡산.../하나 산악회

나베가 2013. 4. 2. 18:53

계룡산 코스/ 주차장-동학사-삼불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주차장

 

 

이제는 주말 산행이 일상처럼 되어 버린 지도 오래 되었다.

수요일이 지나 목요일쯤 되면 벌써 마음은 등산 준비로 바빠진다.

이쯤되면 중독되었다고 해야하나??

 

그보다는 워낙에 빽빽한 일정으로 사는 지라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그만 밤샘을 한 채로 산행을 가게 되기때문이다.

이번 계룡산 산행도 한 주 내내 빼곡한 일정을 보낸 뒤 가는 산행이라서....

더우기 금욜밤은 오페라 '팔스타프' 공연이 있어 더욱 늦게 끝나 집에 와 씻고 어찌하다 보면 새벽 2시가 될 터였다.

그러면 최대한 잠을 잔다해도 2시간 남짓...

 

사실 늘상 금욜이나 토욜 무박 산행을 다녔기때문에 2시간만 잠을 잔다해도 별 무리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잠에 대한 긴장감을 갖게 한 이유는 내일 똑같은 새벽 시간에 다른 산악회로 또 산행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괜찮은데, 연 이틀 잠을 못자면 산행이 무척 힘듦을 경험한 지라 ....ㅠㅠ

암튼 잠을 최대한 2시간만이라도 꽉 채워 자기 위한... 투쟁에 가깝게 목욜과 금욜을 보냈다.ㅎㅎ

 

 

 

 

매번 날씨가 따듯하다가도 주말만 되면 한파가 몰아 닥치더니만, 이제는 3월 말이라고...새벽 기운이 그리 차지 않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새벽 공원 길을 여유롭게 걸어 버스 탑승지까지 가는 일도 이젠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었다.

 

********

 

오늘의 코스는 동학사로 시작해서 절경인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 능선을 타며 아름다운 풍광의 절정을 맛보고 은선폭포쪽으로 하산...다시 동학사로 내려와 합류하는 코스이다.

 

오늘은 늘상 함께 하던 일행들이 많이 빠져 28인승 리무진인 우리 차량을 꽉 채우지 못하고 19명만이 등산에 합류했다.

 

등산 코스도 그리 길지 않고 인원도 많지않으니 오늘은 선두, 후미 가릴것도 없이 그냥 함께 즐기며 가기로 했다.

아니, 누가 그러자고 할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같이 움직였다. 

 

 

등산을 시작할땐 동학사 옆길로 해서 올랐다.

동학사로 올라가면 길도 아스팔트 길일 뿐더러 입장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아놔~ 이럴땐 왜케 알뜰 살뜰 해지는 지 몰라~ㅎㅎ

 

아!!

시작부터 흥분됨으로 맘이 콩딱인다.

내가 딱 좋아하는 분위기....마치 늦가을의 정취 마저 풍기는  빛바랜 낙엽이 수북이 쌓인 돌길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날씨가 풀려서 길이 질퍽하거나 응달엔 혹시 아직도 빙벽이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대신 뽀송 뽀송한 낙엽 쌓인 돌길을 걸어가자니

등산을 한다는 힘듦보다는 마치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느낌 마저 들었다고 할까....ㅎㅎ

 

"우와~ 저 수북이 쌓인 낙엽좀 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한 바탕 뒹굴고 가야징~ㅋㅋ"

 

 

어느새 남매탑에 올랐다.

탑이 있으니 인증 샷을 하려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사진 찍고 싶을 만큼 풍광이 좋았다.

오래된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녹아든 풍광...

빼곡히 메운 주변의 나무들과 사찰,높다란 암릉이 휘둘러친 곳에 포옥 파묻힌 두 개의 탑....

한 바탕 사진을 찍고 나서 간식 타임을 가졌다.

배가 살짝 고팠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삼불봉과 관음봉까지 오르기가 무척 힘들어 지기때문에 간식만으로 떼우기로 했다.

 

 

 

원래 지극히 감각적인 사람이라 주변의 색깔과 분위기가 주는 느낌에만 빠져들어 유래과 역사등이 적혀있는 표지판 같은거 잘 안읽는데...

왠지 남매탑의 유래에 눈이 갔다.

 

어느날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수도승에게 와서 보니, 입안에 커다란 가시가 박혀 있더란 거였다.

그래서 가시를 빼주었더니, 그 보답으로 젊은 처자를 업어다 준것이다.

때는 엄동설한... 쌓인 눈때문에 마을로 내려 보낼수도 없고 해서 해동한 뒤 데려갔더니

혼인 첫날밤... 한 번 집 나간 딸을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낼 수도 없고하니 여자의 부모는 수도승이 딸과 혼인해주길 바랬지만,

그렇다고 처자를 부인으로 거둘 수 있는 그런 처지가 아닌지라, 할수없이 의형제를 맺어 이곳에서 남매로 평생 지냈다는 것이다.

 

크으~~

아무리 수도승이긴 해도 엄연히 남남인 젊은 남,녀 이거늘...평생 남매로 지냈다는 것이...

탑을 세워서 길이 길이 기억해줄 만한 일이구먼~

그런데...호랑이는 예부터 영적인 동물로 수많은 설화를 낳고 있잖여~

이렇듯 분명 엄~청~ 이뻤을 여자를 호랑이가 물어다 줬다는 건...혹시 부처님의 수도승에 대한 시험이 아니었을까??

아이구~ 참 잔인하시기도 하시지~ 이렇게 빡센 시험을 하시다니...ㅠㅠ

암튼  피로 맺어진 인연보다  더 드라마틱한 하늘이 맺어준 인연임에는 확실한 거 가텨~~

 

 

 

삼불봉과 관음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여기서 인증 샷 찍어야 되는 겨?? ㅋㅋ~~

 

 

아빠와 함께 산행에 나선 아름다운 부녀도 한 컷 담아줘야지~ㅋ~

 

 

너무나 낭만적인 좁은 돌길이 이어졌다.

돌 사이 사이에는 아직도 수북이 낙엽이 쌓여있고, 아직 싹 틔우지 못한...그러나 보이지 않는 물오름으로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숲길....

난 흥분해서 그냥 지나치는 일행들을 불러 세웠다.

ㅋ~~

 

 

갈림길에서의 0.2km에 있는 삼불봉은 금방이었다.

작년 겨울에 왔었던 마린은 '정말 겨울 상고대가 핀 이곳의 풍광은 최고'라고 지금의 풍광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해냈다.

아닌게 아니라 표지판을 읽어보니, 이곳의 설화가 계룡 8경 중 제 2경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그 겨울 풍광을 생각으로만 잠시 스쳐 보낸 우리들은 지금의 풍광에도 탄성을 내 뱉는다.

한 바탕 또 포토 존에서의 모델 놀이를 펼쳐 보인 뒤 우린 또 내리막을 걸어 내려갔다.

오르고 내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암릉이 관음봉까지 펼쳐진 이곳의 풍광이 계룡산의 최고의 절경일 터다.

바위 산을 타는 재미는 특별 보너스다.

 

 

 

 

 

 

 

 

 

 

 

 

 

내가 반한 이런 돌로 놓여진 오솔길은 암릉 옆으로 계속 이어졌다.

이렇게 낭만적인 길을 걷는다는게 얼마나 멋진 지.....

어디 그뿐인가~

능선에서 흘린 땀을 이 숲속 오솔길로 들어서면 한 줄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 일순간에 싸악 씻어주니....

입에선 저절로 탄성이 이는 것이다.

나는 바니님을 불러 세워 또 한바탕 사진을 찍었다.

 

 

 

반대 편에 서 계셨던 복다님도 한 컷 찍어드리고....ㅎㅎ

 

 

오솔길을 걷고....

작고 큰 암릉들이 거대하게 능선으로 이어진 곳을 타 오르기도 하는 계룡산 등반은 여간 산을 타는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날씨마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

거기다 가끔씩 불어주는 싸늘한 바람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좋은 바람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눈앞에 관음봉의 장관이 펼쳐졌다.

우와~

저 까마득히 수직상승 되어있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거쥐~

여기서 보기엔 너무 수직이라 가위가 눌리는 구먼~

그래도 막상 가서 오르다 보면 잘 모를거야~~

 

그래~

삶도 똑같은 거야~

괜히 미리 겁내고 두려움을 안고 살 필요가 없어~

닥치면 우리는 다 해내고야 말아~

다 할 수 있어~

ㅋ~~

 

 

 

 

 

드디어 관음봉에 올랐다.

사진을 찍지 않고 오르신 분들은 벌써 막걸리를 건아하게 한 잔씩 걸친 상태였다.

반가움에 마악 손짓하는 일행들을 보고 그만 나도 너무 흥분하여 그만 바로 위에 있는 관음봉에서의 인증 샷을 못찍었다는...ㅠㅠ

바람도 없고 햇볕도 너무나 좋은 이 명당 자리를 고수한 덕에 나중에 올라온 모든 일행들과 함께 점심 만찬을 펼쳤다.

불과 2주전만 해도 너무 추워서 도시락 보다는 컵라면이나 떡꾹, 죽,누룽지등이 주류였던 도시락이 이젠 화려한 한정식 만찬으로 변해있다.

사방에서 배 부르다고 즐거운 비명이 들린다.

 

" 괜찮아~ 이제부턴 내리막이야~"ㅋ~

 

 

함께 함이 즐거워서 일까....

빡센 계룡산의 정기를 받아서 일까....

모두들 얼굴에 행복만땅...웃음이 가득하다.

 

 

 

은선폭포쪽으로 하산이다.

헐!!

하산 길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가파른 너널길....

지리산 중산리 하산길 보다 얼핏 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뭐~무릎이 성성하다면야~

마치 돌무덤인 양 흩 뿌려 놓은 듯한 험한 돌 길이 나름 꽤나 운치 있는 걸~ ㅋ

이러면 또 발길을 멈춰서서 사진 한 컷 담고 가야쥐~ ㅋㅋ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너덜 내리막 길도 어느 순간 끝이나고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우리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그려~ 저기서 우리 발 담그고 가는 거야~

 

 

배낭 내려놓고,,, 등산화,양말 벗어 재끼고...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우와~ 너무 시원해~ 정말 좋은 걸~~"

그 탄성도 잠깐....발이 시려워서 더 이상 오래 담그고 있을 수도 없었다.

 

헐~~ 아니,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얼어있는 곳은 없구만....어디 얼음이 녹아 흘러 내린 물도 아닌것 같은데...

왜 이리 물이 차가운고~~ㅠㅠ

 

맘같아선 무릎까지 푸욱 담그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느라 힘들었을 무릎도 식혀주면 좋으련만....

처음엔 그래도 좀 담그고 있었는데, 한 번 나오고 나면 더 이상 들어가면 10초도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그냥 바로 나오기는 아쉽고....

돌 위에라도 난짱 올라앉아 손이라도 휘 휘~ 저어 볼까나~~

 

 

참으로 신기하지~

발만 물에 담그었을 뿐인데, 온 몸 샤워를 한 듯 온 몸이 금새 날아갈 것 같이 가볍다.

신 바람을 내며 동학사 길을 걸어 내려갔다.

아스팔트 길이 조금 아쉽기는 했어도 얼마나 운치가 있는 지....

여전히 계곡 저편 산등성이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오랜 역사를 품고 있듯 빼곡히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등걸들이 더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헐~

멋진 정자야~

저 정자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시를 읊조리며 풍류를 즐기고 있었을 옛 선비들이 순간 스쳐지난다.

우리도 그렇게 한 번 해 볼까??

ㅋ~ 막걸리가 없잖아~ 에공~~

 

그럼 걍 사진으로 ....ㅋㅋ

 

 

 

오랫만에 함께 산행한 울 설악,지리 모임 식구들과 한 컷!!

오늘....무지 무지 즐거웠지용??

계룡산...너무 너무 분위기 좋으네요~

 

뭐라구요??

조금 더 있다 오면 이 길을 흐드러진 벚꽃이 메워 정신 못차리게 한다구요??

아!! 그래도 전 4월의 흐드러진 벚꽃보다는 늦가을에 다시 오고 싶어용~

지금의 이 분위기에 약간의 채색이 된 그런 분위기 있는 날에.....

 

 

여늬때 같으면 산행을 마친 뒤 이른 저녁을 이곳 식당에서 특산물로 먹고 가는데...

오늘은 심할 정도의 한정식 만찬을 즐긴데다가 산행도 짧아서 걍 집으로 go..go..

 

식구들이 버스에 오르자 마자 곧바로 출발을 했다.

늘상 그렇듯이 나는 돌아올때는 자지 않는다.

헤드 폰을 쓰고 음악에 빠져들지~

그리곤 내가 오늘 걸은 길을 처음부터 하나 하나 음악에 싣는 거야~

기막힌 풍광이 펼쳐지며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가 되는 거지~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지.... ㅋㅋ

 

밤 느즈막히 도착할 줄 알았는데...세상에나~ 7시도 안돼서 도착했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저녁을 챙겨서 먹을 수 있겠다.

우와~~ 미안함도 덜고....좋은 걸~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내일의 산행에도  마음이 놓이고...

모든게 내 일정대로 착 착 움직여 주는것만 같군!

ㅋ~~

 

Bach / Siciliano from Sonata in E-Flat Major, BWV 1031

Jean-Pierre Rampal, Flute

Robert Veyron-Lacroix, Harpsich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