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102.비글해협 투어(2)-새들의 비상,물개,팽귄,최남단 등대...내안의 보물섬을 찾아 떠나다

나베가 2012. 11. 9. 19:03

 

 

 

잿빛속으로 ....

끝없는 망망대해를 달려 들어갔다.

무엇을 찾아 저리도 운무속을 헤쳐 들어가는 것일까....

문득 그런 의구심 마저 들으려 할때

느닷없이 우리 눈을 사로잡는것이 있었으니 바로 바다사자와 수많은 새들의 섬....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도 보았고,

여기 남미에 와서 페루 바예스타 섬에 가서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개체수의 물개와 새들를 보았기때문에 별다를 느낌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 내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바다사자와 새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름다움....

운무에 휩쌓인 아름다운 우수아이아의 먼 발치의 산을 배경으로....

얼굴이 따갑도록 한기가 느껴지는 추위앞에서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들과 마치 새들의 날개 짓을 구경이라도 하듯 바라보고 있는 바다사자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아름다웠다.

모두가 정신없이 셔터 눌러댔다.

 

 

 

 

 

 

 

 

 

 

 

 

 

 

한 바탕 출사 전쟁이 끝나듯 바다사자와 새들에게 넋을 빼앗기고

선실로 들어왔다.

커피 향내가 선실에 가득 퍼졌다.

여기 저기 따끈한 티타임이 벌어지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도 추위도 녹일겸 따끈한 커피에 쿠키를 곁들여 간식 타임을 즐겼다.

 

다시금 갑판이 소란스러워 진다.

아!! 지구 최남단에 있는 등대....

 

등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검은 바위위에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생명체가 아닌 무생물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외로움과 고독이 풍겨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물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불빛을 비춰주며 항해하는 배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완전한 희생물....

 

 

다시 갑판으로 올라갔다.

빗줄기가 다시 세어진다.

아니, 강한 바람때문에 갑판에 서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 멀리 우리 배를 뒤따라 오는 거대한 배가 아스라이 자그마하게 잡힌다.

멋지다!!

 

나는 갑판 처마밑에 서 있다가 그 끝을 가고픈 강한 열망을 느꼈다.

발자욱을 떼니 몸이 돌풍에 휩쌓여 날아갈듯 휘청거린다.

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갑판 끝까지 간신히 걸어갔다.

그 짜릿한 스릴감을 어디다 비할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더 용기를 내어봐??

뱃꼬리 아래를  내려다 보니, 거대한 파도가 폭풍처럼 일고 있었다.

우와~~~~~

 

 

 

미친듯이 비바람을 뚫고 달려 배는 드디어 팽귄섬에 도착했다.

적어도 갑판위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달린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미친듯이 배가 달린것 처럼...

 

배가 서니, 바람도 잠잠해 지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내 내게 다가온 실망감이란...

병아리보다 조금 더 큰 팽귄이라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가서 이 자그마한 팽귄을 보았었지.

그들이 노는 그 옆을 지나며 카메라에 담았어.

그들만의 엄격한 규율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던 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지구 최남단 우수아이아 비글해협에 사는 팽귄은 남극의 팽귄처럼 커다랄줄 알았다는 거야~

 

아!! 난 왜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까....

여기는 분명 남극이 아닌데....어찌 이곳에 남극의 팽귄이 서식할 수 있겠어~

아!! 바보다 바보~

무식하게 남극의 커다란 팽귄을 기대하고는 실망을 하고 있다니....

ㅠㅠ

 

 

 

에잇~

그래도 기념사진이나 한 컷 찍자.

내려갈 수도 없고...

너무 멀어서 가까이 당겨 찍어봤자...

아프리카에선 아주 옆에서 찍어서

사진만 보면 커다란 남극의 팽귄이랑 같은 줄....그렇게 보이는데...

ㅋㅋ

모르고 사진만 보면 그렇게 큰 줄

사람들은 알거야~

 

근데...

여기선 속일 수가 없네~ㅋㅋ

아주 더 작아 보여~~

 

 

 

 

 

 

 

 

 

 

 

 

 

 

 

 

 

 

 

 

 

 

 

 

 

 

 

 

배가 잠시 선착장에 섰다.

아~~ 잠깐 흥분했었어~

여기서 내려서 걷는 줄 알고....

 

그러나 우린 내리면 안된다고...가이드가 헐레벌떡 알리고 다닌다.

그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하고 내린 어르신이 계셨으니, 그 마나님 사색이 되어 달려 내려서 서방님을 구해 오셨다는.....ㅎㅎ

 

여기 내리는 사람들은 뭐지??

얼마나 추운 지, 

아주 두터운 방한복을 입고도 잔뜩 움츠러들어서 걷고 있다.

 

암튼 부럽다~

여기 이 멋진 곳에서 잠자고...아침을 맞고...

주변을 산책하고....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것 아니야~~

 

 

잠시 선실에 들어갔다.

일행들이 선실에서도 추워서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보고 어떻게 추운데 그렇게 갑판에 계속 서 있냐고 한다.

 

저요??

핫팩을 보여주며.....폴라폴리스 쟈켓과 거위털 패딩의 칼라사이에 핫 팩 2개를 양 옆에 대고 마지막 윈드 스토퍼를 까지끝 올려주면 고정이 되어서

절대 흘러 내리지 않아 너무나 따듯...아니, 뜨끈 뜨끈하다고....

그리고 양 주머니 속에도 핫팩 2개가 들어있고....

 

옷도 잔뜩 껴 입은데다가 핫팩이 4개나 있느니, 차가운 한기를 얼굴에 맞으며 온 몸은 따듯한 기운으로 감싸고....

아~~ 정말 난 역경을 헤쳐나가는덴 천재야~ㅋㅋ

어떻게 핫팩을 목에다 댈 생각을 했는 지...나도 그게 의아해~

ㅋㅋ

 

 

다시 갑판으로 올라왔다.

귓가엔 계속 베토벤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베토벤 전곡 교향곡.....

1번부터 9번까지....

배를 타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 황량한 망망대해를 뚫고 울려 퍼지는 베토벤 전곡 교향곡 연주회에 빠졌드랬지~

왜 베토벤을 듣기 시작했는 지....그것 또한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것이다.

남미에 오기 얼마 전....

바렌보임이 내한에서 4일에 걸쳐 베토벤 전곡 교향곡을 연주했던 그 실황 그대로....

내 가슴속에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정말 짜릿한 감동을 넘어 스릴감 마저 느끼게 했다.

마치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그 순간에도 오케스트라 악단들이 악기를 연주하던 그 감동의 격정이랄까....

그 감동의 연주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선실로 내려갈 수가 없었다.

홀로....

거친 파도와 비바람 속에서 마치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연주를 해 내고 있는 고귀한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서...

 

 

비구름이 점점 더 강해진다.

이젠 산의 형체도 사라졌다.

그때 그 구름사이를 비집듯 아스라이 배 한 척이 떠 가는게 보인다.

아!!

나는 순간 상상속 보물섬에 나오는 배 같아서

그 스릴감에 마음이 요동을 쳐댔다.

 

오오~~그랬어.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나 역시 보물섬을 찾아 계속 항해을 하고 있었던게야~

운무속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면 보물섬을 찾지 못할까봐 이 혹한의 바람속에 계속 서 있었던 게야~

이 비글해협의 정령이

그렇게 나를 옴짝 못하게 가두어 두고 있었던 게야~ 

 

 

 

혹한의 바람이 계속 불어닥쳤다.

이젠 얼굴이 아프다.

잠시 갑판문을 열고 들어와 조타실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열려진 문으로 조타실 안을 들여다 보니,

 예쁜 꼬마 천사가 조타실 운전대를 잡고 있는거다.

헐~~

저 아가씨 누구지??

선장 따님인가??

ㅎㅎ

 

그때 마침 갑판으로 올라온 일행이 저 안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한다.

결국,,,,

우리도 안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어

허락을 받고  잠시 선실을 구경했다.는....ㅋㅋ

 

 

 

 

 

이제 투어는 끝이 나는것 같다.

저 만치 구름속에 아련한 우수아이아 항구 모습이 어른거린다.

 

6시간 동안의 비글해협 투어...

어쩌면 쨍 하고 해가 뜬 대신

이렇듯 비바람이 몰아쳐서 더욱 지구 최남단  거친 해협을 뚫고 항해를 한 듯한 느낌....

 

그건 마치 인간승리에 가까운 쾌감 마저 느끼게 했다. 

 

 

Beethoven Sympony No.5 in C minor, "Schicksal(운명)" Op.67 제 2악장 Andante con moto (10 :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