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97.바람의 땅-토레스 델 파이네...페오에 호수,그레이 호수

나베가 2012. 11. 4. 10:21

 

 

 

살토 그란데 폭포를 떠나 이젠 페오에 호수와 그레이 호수를 향해 달린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날것 같지 않은 빙하호수...

토레스 델 파이네의 깊은 속은 억만년을 품은 하얀 거대한 빙하뿐만 아니라  그 방하가 녹아 흘러 만들어진 에메랄드 빛 빙하호수가 마치 바다처럼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출렁이고 있다.

 

산 허리마다 가득 고인 빙하호수...

그 아름다움의 자태가 황홀하다.

 

어???  저기 유람선이 떠 가고 있네~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까지 가고 있는걸까...

아~아무래도 그레이 빙하를 보기위해 가고 있는 유람선인것 같아~

 

또 그레이 빙하까지 보고싶어 욕심이 난다.

저 유람선을 타고 굽이 굽이 토레스 델 파이네의 깊은 속을 달려 들어가고 싶은 거다.

이렇듯 차를 타고 길을 달리는 것과는 또 얼마나 보이는것, 느끼는것이 다를까....

아~~ 

빗방울이 또 차창에 거세게 부딪힌다.

 

한 순간에 나를 휩쓸어서 폭포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릴것만 같았던

살토 그란데 폭포...

 

그 엄청난 위용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거늘,

이렇듯 멀찌감치 달려나와 보니,

장엄한 토레스 델 파이네에 묻혀 한 줄기 흐르는 개울처럼 너무나 외소하게 보인다.

세상에나~~~

 

 

 

 

와아~~

지금 밖엔 얼마나 세차게 바람이 불어 재끼고 있는걸까??

저 멀리 산과 호수 끝이 닿는 곳의 휘날리는 하얀 파도와 물보라 좀 봐~~

여기서 이렇게 봐도 저 정도인데

가까이 가면 그냥 휩쓸려 들어가 버릴것만 같아~

정말 대단하군!!

 

바람의 땅...

빙하의 땅....

파타고니아...

 

 

차에서 우리는 내렸다.

페오에 호수를 감싸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의 위용과 장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뷰 포인트다.

그러나 잿빛의 강한 대기에 휩쓸려 여전히 유령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구불 구불 매혹적으로 나 있는  저 환상의 길로 달려들어가면

유령의 섬...유령의 나라에 도착할것만 같은.....

수많은 유령들이 강하게 우리를 유혹하듯

그 길로 들어가는 길이 판타스틱하다.

달려들어가고픈 치명적 유혹앞에 선것 처럼....

한번 달려 들어가면 절대 다시는 밖의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것 처럼...

 

아!!

날아갈듯....

칼날이 몸에 상채기를 낼 듯 불어재끼는 바람과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저곳 역시 뚫고 나가면 보물섬에 도착할 듯한

조금은 으스스한 기분에 서 있는 기분도 짱인듯 하다.

여자는 약한듯 하면서도 공포앞에서 호기심을 더욱 유발시키듯

그런 짜릿한 스릴감에 흥분되는 것이다.

 

아~~

정말 저 길...

판타스틱하다!! 

 

그러나 그 짜릿한 스릴에 대한 흥분도 잠깐....

또 안타까움이 온 몸에 달려든다.

 

아!!

토레스 델 파이네의 장엄함이여~

하얀 빙하와 만년설을 이고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을 너.....

그런 너의 본 모습이 너무 보고싶어~~

제발 한 순간만이라도 보여줄 수 없겠니??

 

 

 

 

 

 

다리를 쫘악 벌리고 온 몸에 힘을 준 채로 호숫가 언덕에 섰다.

저 잿빛 유령의 나라에 서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그리고 그 앞으로 나 있는 치명적 유혹의 길...

그것에 빠져들어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위험하다.

유령의 나라로 휩쓸려 들어갈것만 같다.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호수 아래를 내려다 본다.

거칠은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 위로 바위위에 겨우 겨우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나무들도 아름답다.

그래~

모든게 아름다워~

 

그러나

이 위태로움에 직면하고 있는건 다 하나같은거 같아~

너희도...

나도....

 

그래도 너희는 절대 바람에 휩쓸려 떨어지지는 않겠지??

 

그려~ 나만 위태롭군.

아~ 내려가야겠어.

욕심내지 말고...

 

무슨 호수가 저렇게 성을 내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어~

볼리비아 우유니 투어때 해발 4~5000m 에서 만난 사막의 호수....

너무나 잔잔해서 주변의 모습을 온전하게 담고 있어

마치 요술 거울 같았던...

아!!

호수는 자고로 그래야 하는거 아니었어??

아름다운 우윳빛 여인의 자태처럼...

그렇게 고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게 호수의 본 모습이 아냐??

 

근데...

페오에 호수야~

왜 이렇게 됐어~

왜 이렇게 화가 난거야~

 

원래 이 모습이 본 모습이라고??

우어어엉~~

무섭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주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이곳....

페오에 호수에 섬처럼 떠 있는 산장과 레스토랑의 다리를 걸었다.

세찬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려난다.

 

거대한 히말라야의 흔들다리를 건너는 것도 아닌데, 떨어지기 보다는 휩쓸려 호수에 풍덩 빠질것 같은 두려움 마저 인다.

도저히 저 다리 끝까지 갈 수가 없다.

 

아웅~~

그래,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는데....걍 이쯤에서 돌아가자.

모두들 다리 중간까지 걸어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유령같은 잿빛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다시 돌아나왔다.

 

그래도 그 녀석...페오에에 불어닥치는 바람은 한번 맛을 볼만은 해~ 정말 아찔하거든~

 

 

 

 

 

이젠 그레이 빙하호수를 찾아왔다.

역시 돌아올 시간을 정하고 우린 미라도르를 향해 전진...

 

이번엔 진짜 출렁이는 흔들다리를 건넌다.

잔잔한 호수라는 내 안의 이미지와는 달리

다리 아래로 거칠은 호수가 흘러간다.

 

다리를 건너니, 이내 한적한 숲길이다.

아!!

완전 힐링코스네~ 

 

 

 

 

한적한 숲길을 걷는 것도 잠깐이다.

어느새 우리 눈앞에 나타난 드넓은 바다...

아니, 그레이 빙하호수....

마치 호숫가가 아닌 세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변을 걷듯이 모래와 자갈길을 걷는 일은

바람에 휩쓸려서 한 발자욱 내 딛기도 힘들게 했다.

거기에 비까지 뿌린다.

얼굴을 스치는 찬 바람이 칼날에 상채기를 당하는 듯

아프고 매섭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대 부분 일행들은 이곳까지 왔다가 되돌아 나갔다.

그러나 나와 이풀은 이렇게 그레이 빙하호수를 얼굴만 잠깐 보고 갈 수는 없었다.

저 옆의 트래킹코스를 한 바퀴 돌고 나가야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말 빠듯했다.

 

호숫가...

아니, 해안가라는 이미지가 훨씬 더 적절해~

마치 바람이 세차게 부는 사막산을 오르듯 한 발자욱 걸으면 반 발자욱 밀려나듯이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

시간도 빠듯해서 맘도 급하고...

너무 바람이 세차서 아프기까지 하니...

조금이라도 쉽게 빨리 걸어가 볼까....

모랫길로도 걸었다가, 자갈 길로도 걸었다가,

남들이 걸어간 발자욱을 따라 걸어보기도 한다.

 

드디어 트래킹 코스인 작은 산에 도달했다.

비까지 내리니 감히 카메라는 꺼낼 생각 조차 할 수가 없다.

가까스로 나무등걸이나 휘어진 길에 잠시 바람을 비껴갈 수 있는 곳에서 찰나를 이용하듯 셔터를 한 두번 눌러 볼 뿐이다.

 

 

 

금방이라도 휘어져 부러져 버릴것만 같은

나무 등걸 사이를  비바람을 뚫고 걸었다.

 

그것은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등정을 하고 있는 듯

극한을 뚫고 오르는것만 같았다.

 

칼날에 스치는 듯한 아픔....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은 추위...

장갑도 끼지 않은 손은 동상이라도 걸릴듯 하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아!! 눈 앞에 푸르른 빛을 띤 커다란 유빙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저 커다란 유빙이 녹지 않고 둥둥 떠 다니는 걸 보면

저 빙하호수의 물은 지금 영하의 기온이라 이거지?

비바람만 불지 않는다면야~~

어제 우린 거대한 페레토 모레노 빙하위를 걸었잖아~

그런데...

지금 여긴...빙하위도 아니고 빙하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산일뿐인데...왜케 이렇게 혹독한 거야~

ㅠㅠ

 

유빙이 떠 있는 지점이

이 산의 정점...

이곳을  지나쳐 나오니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거짓말 처럼 바람이 잔잔해졌다.

그제서야 온 몸에 돋았던 소름이 가라앉는 듯 하다.

푸르둥둥하고 붉게 상기되었던 얼굴도 이제서야 제 빛이 돌아온것 같다.

 

트래킹을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매우 촉박했기에 우린 내리막에선 거의 뛰듯이 걸었다.

 

 

 

 

 

 

 

 

 

 

 

 

 

 

 

 

 

산을 내려와 해안가(ㅋㅋ 호숫가...)를 걸어나오는 일은 여전히 세찬 바람때문에 힘든 코스였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것은 비가 멈췄다는 것...

 

우린 다리에 무쇠를 단것 같은 중량감과 사투를 벌이며 뛰었다.

약속 시간이 임박했기때문에....

 

가까스로 시간내에 도착을 했다.

호숫가 까지만 갔다온 일행들은 차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것 같았다.

미안하긴 했지만...우린 시간을 지켰으니까....

 

유령처럼 모든것이 잿빛인 날씨에 무엇을 보기 위해 그렇게 다리가 끊어지도록 뛰고, 얼굴이 찢어지도록 세찬 바람을 뚫고 그 산을 돌았을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건 정말 짜릿한 스릴감과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생각했다.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낸 기쁨과 충만함은 그 어떤 고통과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인간은 발전하고, 문명은 진화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로망이었던...

그래서 다음엔 꼭 트래킹의 기인 일정으로

다시 와서 너의 온전한 모습을 보겠노라는 또 다른 꿈을 꾸게하며...

토레스 델 파이네 투어는 끝이났다.

 

아쉬움이 그 어떤 날 보다 많았던 날이기도 했지만, 반면 그 어떤 날 보다 감동의 크기가 컸던 날이기도 했다.

 

숙소에 도착해 얼어붙었던 몸을 우선 녹이고

윈드스토퍼를 입었지만 강한 비바람에 젖어든 옷가지를 말리고, 세탁을 했다.

그리고...

어제 봐다놓은 찬거리들을 가지고 저녁을 만들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파스타 라면....

일행이 가져온 라면 스프를 넣고 가장 가느다란 파스타를 넣어 끓이니 쫄깃 쫄깃한 퓨전 라면요리가 탄생되었다.

추위를 녹이기엔 그 어떤 요리보다도 최고의 국물 요리가 아닐 수 없다.ㅎㅎ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방안 천장에 창이 있는 우리 방은 그 어떤 날 보다 낭만적인 밤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다름아닌....빗소리....

이렇게 또 비가 오는 날이 낭만적이고 판타스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뚝 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고 할까....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드는게 ....

아!! 타임머신을 타고 훨 훨 나의 젊은 날들을 휘집고 다니며...

매혹적인 에로틱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회춘이라도 한거야?? ㅋㅋ

아무래도 오늘 맞은... 수 억만년이나 된 페오에 호수와 그레이 호수의 세찬 바람이 나를 온전하게 젊은 날로 돌아가게 만든것만 같아~~ㅋㅋ

 

여행중 이 숙소에서 가장 와이파이가 잘 터졌는데, 그것은 와이파이 존이 바로 우리 방 앞이었기때문....

덕분에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빗소리를 들으며 맘껏 고국의 식구들과 향수를 즐길 수 있었다는....

 

아!! 정말 멋진 밤이었어!!

낭만에 빠져들어 많은 글을 썼는데...

핸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저장된 일기가 다 날아갔다는...

ㅠㅠ 

 


 



Concerto A Major For Double Bass And Orch  5:08

도메니코 드라고네티//더블 베이스 협주곡 A장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