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다.
마치 허리케인이라도 불어닥쳐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아주 머얼리 날아가 버릴것만 같은...
순간 순간 공포심 마저 들었던....
아!!
엘찰텐....
정말 바람 장난이 아니었다.
피츠로이의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더니, 여기도 이런데....
아!! 날아가면 어쩌지??
태풍같은 바람을 맞으며 피츠로이로의 등반....상상만으로도 털이 쭈삣 쭈삣 돋아나는 것만 같다.
오늘 피츠로이 앞까지 등반하기로 한 사람들은 새벽에 출발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아주 일찍 일어났다.
더욱이 피츠로이 등반 후 바로 엘 깔레파테로 출발을 해야했기에 짐까지 다 싸서 보관소에 맡겨놓아야 했기때문.
다행히 조식은 그 시간에 셋팅이 되어 있었다.
아니, 놀랍다고 해야하나??
그 시간에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것을 너머 조촐한 호텔의 조식으로는 기대이상.... 아니, 황홀할 정도였다.
적어도 별 3개짜리 호텔 수준....ㅎㅎ
오늘 등반을 위해 평소보다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놀랍게도 그렇게 밤새 불어 재꼈던 바람이...
마치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것 처럼 조용했다.
아니,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있는 것 처럼 고요했다.
세상 모든것이 그대로 얼음 땡이 되어 정지되어 있는 것 처럼....
우린 깜깜한....적막강산의 어둠속을 걸었다.
바릴로체에서 느꼈던 밤투어의 짜릿함이 또 한번 온 몸을 감싸고 돈다.
아!!
숙소에서 한참을 걸어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혹시라도 실수할까.....어둠속에서 자세하게 이정표를 확인한 뒤 우린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금새 몸이 더워진다.
쟈켓도 벗을 겸 잠시 멈춰섰다.
아!! 그때 우리앞에 펼쳐진 광경...
어느 사이 이렇게도 멀리 왔는 지, 아득하게만 보이는 엘 찰텐의 마을이
아직 어둠을 벗어버리지 않은 채 거대한 바위산 가운데 마치 요술의 나라 처럼 반짝였다.
탄성이 인다.
아!! 이쁘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사이 금새 어둠은 걷혀 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부터 붉은 기운이 밀려들었다.
아!!
일출이구나~
어디서나 아침을 맞는 기분은
벅차다.
특히 어둠속을 걷다가 산에서 맞는 일출은 벅찬 감동을 준다.
그 일출이 장관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대 자연속에서 마치 우주에 빛이 생성되는 듯한 원초적인 느낌때문일까....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
저게 뭐야~
벌써 저 끝자락에서 하얀...설산이 뾰족이 얼굴을 내민다.
가슴 벅찬 새벽 일출과
하얀 설산의 수줍은 인사를 맞으며
우린 계속 걸었다.
우리 눈 앞에서 마치 우리를 인도하는 듯 했던 설산은 어느사이 들어가 버리고 우린 끝없어 보이는 깊은 숲속을 걸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흐른것일까...
고사목들이 사방에 널부러져 있다.
마치 그 모습이 고사목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심한 바람이 휩쓸어 버리고 간 것 같은 느낌....
그렇지 않고서야 삼분의 일이나 될법한 많은 나무들이 이렇게 널부러져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드디어 카프리 호수 이정표가 눈앞에 보인다.
오호~
저기... 야영을 하는 사람이 있네~
와아~
얼마나 멋진 밤을 보냈을까....
호숫가에 가 앉아 있으면 저 멀리 하얀 설산이 마치 유리성 처럼 투명하게 보였을꺼야~
하늘의 별은 또 얼마나 쏟아져 내렸을까....
와아~~
카프리 호수다.
어둠과 고요를 뚫고 걸어 새벽 일출을 맞고...그리고 한없는 숲길을 걸어 맞이한 호수....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탄성이 먼저 인다.
아!! 그리고 눈을 들어 보니 반쯤 운무에 휩쌓인 피츠로이 봉우리가 호수만 건너면 닿을 듯이 지척에서 보인다.
그 자태에 반해서 망연자실 서 있다가 카메라 렌즈를 당겨 피츠로이를 담아본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 사이사이로 하얀 눈이 가득하다.
아~ 눈이 아니라 수만년을 품고 있는 빙하겠지??
이풀은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가득 들은 물을 쏟아내 버리고 카프리 호수의 물을 가득 담는다.
한 병쯤은 그 자리에서 마시고, 다시 한 병 가득 담는다.
오호~
그려 그려~
나두 그렇게 해야지~
와우~ 이 물을 마시면 신선이 될것만 같은 걸~ ㅋㅋ
그때 놀랍게도 무지개가 느닷없이 생겨났다.
호수의 양쪽을 잇는 사랑의 구름다리 처럼...쌍 무지개가...
와아~
무지개다~ 무지개가 떴어~
우리는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어떻게 카메라에 이 쌍무지개를 다 담을까 사투를 벌이듯 셔터를 눌렀다.
무지개가 너무 커~~ㅋㅋ
아~~좀 더 진했더라면 선명하게 잡을 수 있었을텐데...
ㅠㅠ
무지개가 떴었다는 사실이 거짓말 처럼 어느 순간에 또 무지개는 사라졌다.
늘상 쉬이 접하는 현상이지만 적어도 이 순간 카프리 호수에 나타났던 쌍 무지개는
마치 우리에게 환영인사라도 하려 나타난 듯 신비스런 느낌 마저 들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한참을 머물었다.
혹시나 저 운무가 걷혀서 피츠로이 봉우리가 훤히 드러나지 않을까....
마치 살아 움직이듯 움직이는 운무를 주시하면서..간절한 소망으로 빌듯 그렇게....
호수를 떠나 다시 길을 걸었다.
벌써 호수가 저 아래로 훤히 보인다.
카프리 호수를 끼고 걷는 길은 편안한 둘레길 정도의 길이었다.
호수를 벗어나서 부터는 오르막을 많이 올랐는 지,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이....
믿을 수 없는 계절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파아랬던 나무들이 울긋 불긋 단풍이 들어 있었다는 것.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빙하를 품은 하얀 설산...
그 앞으로 붉게 물든 나무들의 조화로움이...
그만 숨을 턱 하고 막히게 한다.
어떻게 저렇게 빙하가 가깝게 있지??
한 길 숲속만 건너가면 바로 빙하를 품은 피츠로이가 우리를 반길 것만 같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걸음을 뗄때 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설산은 성큼 성큼 내 앞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기가 막힐 정도로 매혹적인 풍광은 계속되었다.
우린 가던 발걸음을 돌려서 커다란 바위앞 비경앞에 섰다.
와아~
하얀색과 붉은 색의 조화로움...
눈앞에 펼쳐진 어메이징한 광경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믿을 수 없는 풍광이었다.
바람이 미칠듯이 불어 재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잘 균형을 잡고 서 있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휩쓸려 날아가 버릴것만 같다.
바람 소리는 또 얼마나 세찬 지....
그 소리를 기억하기 위해서..그리고 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동영상으로 촬영을 했다.
와아~~
헐~~
근데 저기 세차게 흐르는 계곡 한 가운데 바위 위 사람은 뭐야??
여기 어디 근처에서 야영을 한 거야??
아니지, 여기 최고의 비경속에 온전히 빠져 있는 것??
와우~진정한 자유인이군!!
온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이승과 천국의 경계도 없는 다른 세계를 비상하고 있을거야~
멋져 멋져!!
기인 터널 처럼 나 있는 단풍 숲속 길을 걷는다.
피츠로이가 바로 숲만 빠져나가면 발길이 닿을 듯 매혹적인 자태로 유혹을 하고 있다.
어쩌면 가도 가도 결코 닿을 수 없는 머언 유토피아에 있을 지도 모르는....
그래서 치명적인...
그런 피츠로이를 향해 걷는다.
진짜 끝없이 가다가 지쳐 쓰러져 버리는 건 아닐까.....
Domenico Scarlatti
Complete Keyboard Works - Vol1 (CD2)
Scott Ross, Harpsich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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