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의 보컬 시리즈 III
[프로그램]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한국 초연)
Wagner - Tristan und Isolde (Korean Premiere)
1막 Erster Aufzug (약 80분)
-휴식 15분-
2막 Zweiter Aufzug (약 65분)
-휴식 15분-
3막 Dritter Aufzug (약 65분)
[출연자]
지휘 : 정명훈 _ Myung-Whun Chung, conductor
프랑스 <르 몽드>지가 ‘영적인 지휘자’라고 극찬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이 시대의 가장 깊은 존경과 추앙을 받는 지휘자 중 한 사람이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9년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보조지휘자로 경력을 시작하여, 2년 후 이 오케스트라의 부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정명훈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유럽과 미국 등지의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을 지휘하였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리 바스티유, 라스칼라, 빈 슈타츠오퍼를 비롯한 세계 오페라 유수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지휘를 하였다.
1984-1990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1989-1992년 피렌체 테아트로 코뮤날레 수석객원지휘자, 1989-1994년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음악감독, 1997-2005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및 2001-2010년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특별 예술 고문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2005년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고문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직접 창단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1988년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프레미오 아비아티 상’ 과 이듬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을 수상했으며, 1991년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 1995년 프랑스에서 ‘브루노 발터 상’과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음악의 승리상’에서 최고의 지휘자 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003년에 다시 이 상을 비롯하여 2011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코망되르 레종 도뇌르 훈장’, 일본의 ‘레코드 아카데미상’,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인 ‘금관 훈장’ 등 수 많은 세계적 권위의 상을 수상했다.
1984년부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30여 장의 음반을 레코딩하며 유명 음반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메시앙이 그에게 헌정한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비롯한 메시앙의 음반들 -<투랑갈릴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등- 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베르디의 <오텔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 등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아시아 교향악단 역사상 최초로 서울시향의 5년 전속 음반계약 체결을 이끌며 그 공고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도주의적 대의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오고 있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으며,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서 2010년 서아프리카의 베닌을 방문하여 에이즈, 식수 위생 및 교육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였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08년 설립한 비영리재단 (사) 미라클오브뮤직을 통하여,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인도주의적인 대의를 음악과 연계하고 있다.
테너 (트리스탄) : 존 맥 매스터 _ John Mac Master, tenor (Tristan)
'그의 노래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맥 매스터는 위엄과 남성다움, 명예로움을 보여주었다.'
- 뉴욕 선, 제이 노들링어, 2008.3.13
글리머글래스 오페라의 <팔리아치>에서 카니오를 맡아 놀라운 성공을 거둔 존 맥 매스터는 드라마틱 테너 레퍼토리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에 콜린 데이비스 지휘의 <피델리오>에서 플로레스탄을 맡고, 하이팅크 지휘의 베토벤 9번 교향곡으로 런던 심포니와 녹음한 맥 매스터는 파비오 루이지 지휘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역을 맡아 드레스덴 젬퍼 오퍼에 데뷔하였다. 맥 매스터는 카니오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였으며, 웨일즈 내셔널 오페라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트리스탄을 맡았고, 뒤이어 레바인 지휘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오타와 내셔널 아트센터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을, 에드먼턴 심포니와 야냐체크의 <글라골 미사>를 공연하였으며, 뱅쿠버 오페라에서 <팔리아치>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 출연하였다. 2009-2010년에 로테르담에서 게르기예프와 <피델리오>를, 댈러스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서 하딩이 지휘하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트리스탄과 이졸데>(2막) 콘서트 버전을 공연하였다. 브램웰 토비와 뱅쿠버에서 말러 교향곡 8번을 지휘하였으며, 주커만 지휘로 오타와에서도 동곡을 공연하였다. 또한 에드먼턴 오페라에서 <오텔로>를, 퀘벡 심포니와 베르디의 <레퀴엠>을, 애틀랜타와 카네기홀에서 <글라골 미사>를 공연하였다. 이외에도 야니크 네제세갱과 <대지의 노래>를, 찰스 매커라스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신들의 황혼>을, 에이지 우에와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를 공연한 바 있다. 리처드 히콕스와 <토스카>와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을 공연하였으며, 찰스 매커라스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글라골 미사>를 공연하였다. 디트로이트와 몬트리올에서 <피터 그라임스>를, 빈 폴크스오퍼에서 <노르마>, <보리스 고두노프> 등을 공연하였으며,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와 뉴욕 시티 오페라에도 출연하였다. 런던 심포니와의 <피델리오>와 베토벤 9번 교향곡(LSO Live) 외에 샨도스 레이블로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이 출반되어 있으며, 헨델의 <베레니체>, 생상스의 <레퀴엠>도 녹음하였다.
소프라노 (이졸데) : 이름가르트 필스마이어 _ Irmgard Vilsmaier, soprano (Isolde)
'이졸데 역의 이름가르트 필스마이어는 놀라웠다. 아스트리드 바르나이의 제자였던 그녀는 오늘날 최고의 가수들에 도전할 만한 이졸데이자, 그녀의 스승이나 심지어 비르기트 닐손과 함께 언급될 만한 가치가 있다. 목소리는 크고, 둥근 톤으로 완벽하게 조절되었으며, 최고역을 울렸으며, 진실로 아름다웠다.'
- Seen and Heard International, Goran Forsling, 2008.5
이름가르트 필스마이어는 바이에른의 프로텐하우젠에서 태어나 뷔르츠부르크와 뉘른베르크에서 공부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스튜디오의 멤버였으며, 인스부르크 주립극장으로 옮겼다. 2001년부터 솔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하이) 드라마틱 소프라노이다. 아스트리드 바르나이, 요제프 로이블, 그레고리 라마르, 아다 자페리를 사사했다. 그녀는 지글린데와 브륀힐데(발퀴레), 이졸데와 브랑게네(트리스탄과 이졸데) 제2, 3 노른(신들의 황혼), 마르샬린(로젠카발리에), 쿤드리(파르지팔), 베누스(탄호이저), 헤로디아스(살로메), 산투차(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을 맡아왔다. 바라크의 부인(그림자 없는 여인), 엘렉트라(엘렉트라), 오르트루드(로엔그린), 코스텔니츠카(예누파), 마리(보체크) 등을 맡을 예정이다. 그동안 틸레만, 메타, 마젤, 도흐나니, 조르당, 페트렌코, 티치아티, 나가노, 오자와, 비치코프, 시노폴리 등의 지휘자, 레만, 렌호프, 노이엔펠스, 플림, 콘비츠니, 라이저 등의 연출가와 함께 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섰으며, 그밖에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베를린, 함부르크, 부다페스트, 빈, 런던, 브뤼셀, 파리, 드레스덴, 토론토, 리옹의 오페라 극장 무대에 섰다.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 마리 수녀(카르멜 수녀들의 대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기타(난장이), 빈 폴크스오퍼에서 헤로디아스(살로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어머니(헨젤과 그레텔),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마리 수녀 등을 맡으며, 2013년에는 빈 폴크스 오퍼,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브륀힐데를 맡을 예정이다.
메조소프라노 (브랑게네) : 예카테리나 구바노바 _ Ekaterina Gubanova, mezzo-soprano (Brangane)
'예카테리나 구바노바의 프리카 역할은 매우 빼어나서, 작은 역할을 훨씬 심오한 것으로 끌어올렸다. (…) 구바노바는 젊음을 뿜어내는 듯 노래불렀고, 황폐함과 목마름보다는 성장과 재생의 느낌에 훨씬 가까웠다.'
- 라 스칼라 <발퀴레> 리뷰, 오페라 투데이, 앤 오조리오, 2010.12.11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는 1979년생으로 23세에 런던 로열 오페라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합류하였다. 2005년 그녀는 피터 셀러스가 파리 오페라에서 연출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브랑게네 역을 소화하였다. 일본에서는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베르디 <레퀴엠> 협연자로 나섰으며, 러시아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 페스티벌에서 베르디 <돈 카를로>의 에볼리 역을 맡았다. 2008년에는 같은 페스티벌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차르의 신부>와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에 출연하였다. 200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예브게니 오네긴>에 올가로 출연하였고, 바렌보임과는 라 스칼라에서의 베르디 <레퀴엠>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같은 해에 뉴욕 메트 오페라에 <전쟁과 평화>로 데뷔하였고, 제임스 레바인 지휘의 <호프만의 이야기>로 두번째 무대에 섰다. LA에서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베르디 <레퀴엠>을 공연하였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는 <아이다>로 데뷔하였고, 바렌보임이 이끄는 라 스칼라와 함께 텔 아비브와 도쿄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로마 오페라에서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아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 역을 맡았다. 최근에는 로열 오페라에서 <차르의 신부>를, 라 스칼라에서 <발퀴레>를, 오랑주에서 <아이다>를 공연하였다. 2011/12 시즌에 뉴욕 메트에서 <안나 볼레나>와 <호프만의 이야기>를, 라 스칼라와 암스테르담에서 <돈 카를로>를,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라인의 황금> <발퀴레>를, 빈에서 무티의 지휘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피렌체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에서 주빈 메타 지휘로 <파르지팔>을 공연한다.
바리톤 (쿠르베날) : 크리스토퍼 몰트먼 Christopher Maltman, baritone
'주제가 무엇이건, 요구하는 음량의 폭이 어떻건, 몰트먼의 목소리는 이를 능히 감당해낸다. 음악적으로 흠잡을 데 없고,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며, 모든 음악에게 그에 걸맞는 정체성을 부여하며, 적절히 판단하여 강도를 조절한다.'
- 조지 홀, 가디언, 2010.11.5
1997년 카디프 국제 콩쿠르 가곡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몰트먼은 워릭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로열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쾰른에서 <돈 조반니>의 타이틀롤을 맡았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파파게노(마술피리), 굴리엘모(코지판투테), 삼림관(영리한 암여우), 마르첼로(라 보엠) 등을 맡았으며, 글라인드본에서는 파파게노, 피가로(피가로의 결혼)를 맡았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는 타르퀴니우스(루크레티아의 능욕), 굴리엘모, 마르첼로, 알베르(베르테르)를 불렀다. 그밖에도 파리 오페라에서 백작(피가로의 결혼)을, 빈에서 백작과 에네아스(디도와 에네아스),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피가로(세비야의 이발사)를 맡았으며, 앨드버러 페스티벌과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타르퀴니우스를 맡았다. <빌리 버드>의 타이틀롤로, 웨일즈 내셔널 오페라, 토리노 테아트로 레지오, 시애틀, 프랑크푸르트, 뮌헨에서 활약하였다. 미국의 뉴욕 메트에서 파파게노, 하를레킨(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실비오(팔리야치)를 맡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파파게노를, 시애틀에서 굴리엘모를, 샌디에고에서 피가로(세비야의 이발사), 로랑(테레즈 라켕)을 맡았다. 취리히 오페라와 로열 오페라에서 백작을 맡을 예정이며, 빈 슈타츠오퍼에서 시시코프(죽은 자의 집으로부터)를, 베를린과 툴루즈에서 돈 조반니를, 네덜란드 오페라에서 포자(돈 카를로)를 맡는다.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는, 벨저뫼스트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도흐나니의 필하모니아, 존 애덤즈의 BBC 심포니, 노링턴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래틀, 데이비스 등이 지휘한 런던 심포니,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가디너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콘론의 보스턴 심포니, 살로넨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마주어의 뉴욕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였다. 빈 콘체르트하우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프랑크푸르트 알테 오퍼, 쾰른 필하모니,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 센터 등 전세계 공연장과 앨드버러, 에든버러, 첼트넘, 슈바르첸베르크 슈베르티아데 페스티벌 등에서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위그모어홀 리사이틀은 위그모어홀 라이브 앨범으로 출시되었다. 데카에서 본 윌리엄즈의 `음악에 대한 세레나데`를 녹음하였고, 콜린즈에서 워록, 홀스트, 서머벨의 가곡을 녹음하였으며, DG의 베토벤 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하이페리언에서 출시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래엄 존슨과 슈만의 <리더 크라이스>, 말콤 마르티노와의 드뷔시 앨범, 로저 비뇰스와의 영국 가곡도 출반되었다. 그는 존 애덤즈의 `클링호퍼의 죽음` 영화에 출연하였고, <돈 조반니>를 바탕으로 한 영화 <후안>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베이스 (마르케 왕) : 미하일 페트렌코 _ Mikhail Petrenko, bass (Konig Marke)
'페트렌코의 남성적인 무대에서의 존재감과 텍스트에 대한 전달 능력은 훨씬 ‘전통적인’ 목소리들을 충분히 대체할 만하다.'
- Seen and Heard International, 마크 베리, 2011.4.22
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하고, 제3회 림스키코르사코프 청소년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하였으며, 오브라초바 콩쿠르에서도 입상하였다. 2000년 마리아 칼라스 뉴 베르디 성악 콩쿠르에서도 입상하였다. 마린스키 오페라와 함께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로열 오페라, 라 스칼라, 테아트로 레알, 샤틀레, 산토리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멜버른 페스티벌 무대에 섰으며, 2001/02 시즌에 <전쟁과 평화>로 뉴욕 메트에 데뷔하였다. 최근에 그는 게르기예프와 함께 바덴바덴에서 <반지>의 하겐과 파프너를 맡아 성공을 거두었다. 빌바오에서 하인리히(로엔그린),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바렌보임 지휘로 훈딩(발퀴레)을 맡았으며, 이 역할로 최근에 레바인 지휘의 뉴욕 메트에도 섰다. 보스턴 심포니와 레바인 지휘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달란트 역을 공연하였으며, 메트에서 피스톨라(팔스타프)를 맡았다. 몬트리올 심포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을 공연하였으며, 제네바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자라스트로(마술피리), 바렌보임 지휘로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바를람(보리스 고두노프), 람피스(아이다)를 공연하였다. 파리 오케스트라와 <지그프리트>와 베르디 <레퀴엠>을 에셴바흐 지휘로 공연하였으며,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로렌초(캐퓰렛가와 몬테규가), 종교재판관(돈 카를로), 바실리오(세빌리야의 이발사)를 맡았다. BBC 프롬스에서 유롭스키 지휘로 <불멸의 도시 카시체이>에 출연하였고,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발퀴레>에, 로열 오페라에서 <일 트로바토레>에, NHK 심포니에서 뒤투아 지휘로 야나체크의 <글라골 미사>에 출연하였다. 네덜란드 오페라에서 <돈 카를로>와 파르지팔에 출연하며, 밀라노 라 스칼라와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발퀴레>와 <신들의 황혼>을 부른다. 볼쇼이 극장에서 <루슬란과 류드밀라>의 타이틀롤을, 액상프로방스에서 <엘렉트라>의 오레스트를 맡는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발퀴레>와 라흐마니노프의 <종>에 출연할 예정이며, 게르기예프 지휘로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베르디 <레퀴엠>에 출연한다. 그는 카스퍼 홀텐이 연출한 <돈 조반니>의 영화 버전에도 레포렐로로 출연하였다.
테너(젊은 선원, 목동) : 진성원 _ Sung Won Jin, tenor (Ein junger Seemann, Ein Hirt)
테너 진성원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디플롬, 함부르크 음대 콘체르트엑자멘, 뷔르츠부르크 음대 마이스터클라세를 마쳤다. 국내에서 KBS 신인콩쿠르 금상, 중앙일보 콩쿠르 1위 등에 입상했고,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 특별상, 베를린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무지카사크라 국제 콩쿠르 입상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사랑의 금지>, 프랑크푸르트오더 극장에서 니콜라이의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 힐데스하임 극장에서 베버의 <오베론>, 푸치니의 <로돌포>, 뷔르츠부르크에서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바이커스하임 페스티벌과 페를라다 페스티벌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라인스베르크 페스티벌에서 베르디의 <나부코>, 브란덴부르크 극장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와 푸치니 <라 보엠> 등에 출연했다. 도쿄예술극장에서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 <레퀴엠>, 헤이그에서 베르디의 <레퀴엠>,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멘델스존의 <첫번째 발푸르기스의 밤>에 출연했으며, 베를린 마이스터홀, 레지덴츠 뷔르츠부르크, 에센, 함부르크 등에서 리사이틀과 콘서트를 가졌다.
테너(멜로트) : 박의준 _ Eui Joon Park, tenor (Melot)
테너 박의준은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도니제티 음악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제13회 성정 음악 콩쿠르에서 동상, 대전 청소년 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했다. 한양대학교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주역인 타미노로 출연했으며, 현재 국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스(조타수) : 김장현 _ Jang Hyun Kim, bass (Ein Steuermann)
베이스 김장현은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했으며, 이탈리아 아레나 국제음악 아카데미에서 성악과 지휘 디플로마를 마쳤다. 오페라 <잔니스키키>, <청교도>, <파우스트>, <일트로바토레>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대관식 미사’, ‘카르미나 부라나’ 등을 독창했다. 현재 국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합창 : 국립합창단 _ The National Chorus of Korea
국립합창단은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전문성과 예술성 추구를 위해 1973년 창단된 전문 합창단의 효시로서, 본격적인 합창 예술 운동을 위한 선두 주자이자 합창음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한국 최고의 프로 합창단이자 세계 최고의 전문 합창단이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예술적 차원으로 한국 합창을 끌어 올렸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합창 대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원동력이 되었으며, 배출한 인재들로 인해 한국 성악계에 모든 것을 공급한 모체라는 찬사를 평자들에게서 받았다. 바흐의 마태, 요한 수난곡 등 유명 합창곡을 대한민국에 소개했고 르네상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합창의 정수인 종교음악에 이르기까지, 국립합창단은 세계 유명 합창곡을 모두 무대에 올림으로써 합창음악의 모든 장르를 폭넓게 소화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작곡 발굴에 있어서 칸타타 작곡 위촉과 합창을 위한 창작품 위촉, 공모를 실시해 우수한 창작곡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발표 및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 합창곡 개발과 더불어 한국적 특성과 정감을 표출하는 창법, 해석법의 정립 등에 힘을 기울여 한국 합창음악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합창의 대중화와 합창음악의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키며 한국 음악, 특히 한국 성악계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국립합창단은 지속적으로 정기ㆍ기획 공연, 특별 공연, 지방 순회 공연, 오페라 등 많은 공연을 소화하면서 유럽,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해외 공연을 통해 한국 합창의 높은 수준을 과시하며 한국 합창의 세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창단 단장 나영수, 2대 배덕윤, 3대 나영수, 4대 오세종, 5대 염진섭, 6대 김명엽, 7대 나영수가 대한민국 국립합창단을 이끌었고, 2011년 7월부터 8대 단장 이상훈이 이끌고 있다.
합창 : 안양시립합창단 _ Anyang Civic Chorale
안양시립합창단은 1987년 창단,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발성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파워풀하고 조화로운 소리로 인해 오페라 합창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위치에 올랐는데,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한 오페라 <안중근>을 비롯해 2001년 일본 동경에서 연주한 오페라 <황진이> 등은 안양시립합창단이었기에 가능한 연주였다는 평을 들었다. 그 외 <카르멘>, <리골레토>,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토스카>, <돈 카를로>등 수많은 오페라에 단골 합창단으로 출연해 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였고,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등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지방 초청 연주회로 안양시립합창단의 위상을 높여왔으며 가곡, 성가, 팝송 등을 담은 9장의 CD를 출반했다. 안양시립합창단은 20주년을 맞으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변화와 새로운 비전을 위해 수원시립(18년)과 대구시립(4년)을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으며 ‘소리의 마술사’라 불리는 이상길 지휘자를 5대 상임지휘자로 영입했으며, 그 변화의 첫 신호로 세계합창연맹(IFCM)으로부터 2008 세계합창심포지움(덴마크 코펜하겐)에 시범 합창단으로 초청되어 “훌륭한 프로그램과 동양의 특이하고 환상적인 사운드에 매료되었다”는 평을 듣게 되어 세계 속에 한국 합창단의 존재와 우수성을 나타내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연주 : 서울시립교향악단 _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다. 60여 년간 서울시민과 한국인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온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놀랄만한 변화를 이끌어냈고, 한국 클래식 음악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예술감독의 리더십 아래에서 서울시향은 음악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탁월한 해석으로 선보이면서 음악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부지휘자 성시연과 세계적 명성의 객원 지휘자, 협연자가 함께하는 정기공연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인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기획하는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프로그래밍으로 한국 음악계에 현대음악의 진수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2010년 이탈리아, 독일, 체코, 러시아 등 유럽 4개국 9개 도시 투어를 통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받은 데에 이어 2011년에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등 유럽 페스티벌 투어, 2012년 로스앤젤레스 등 북미 투어를 통해 기립박수와 호평을 받았다.
전문 공연장에서의 콘서트 외에도 학교, 병원, 도서관, 구민회관 등을 방문하여 연중 70회가 넘는 ‘우리 동네 음악회’를 펼치며 서울시민과 호흡하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으며 광복절 기념음악회 등 대형 야외 공연은 서울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음악 이야기’와 ‘오케스트라와 놀자’를 비롯하여 전공학생을 위한 ‘작곡 마스터클래스’, 일반인을 위한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향은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를 통해 미래를 일구고 있다.
2011년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5년 동안 매년 2장의 음반을 출시하기로 계약을 맺고 드뷔시와 라벨의 관현악곡을 담은 첫 음반을 발매, 영국 <그라모폰>지로부터 “서울시향의 울림은 성숙하면서도 디테일에 빈틈이 없고, 페이스와 다이내믹을 조절하는 정명훈의 지휘는 밀고 당김의 분명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뒤이어 말러 교향곡 1번과 2번이 출시되었으며, 2012년 8월에 차이콥스키 ‘비창’ 교향곡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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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 O G R A M N O T E]
글 _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 트리스탄과 이졸데
1849년 5월, 바그너는 궁정악장으로 활약하며 영예를 누렸던 드레스덴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다. 그가 참여했던 혁명이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면서 그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드레스덴을 탈출한 그는 우선 바이마르의 궁정악장인 프란츠 리스트를 찾아갔고,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스위스의 취리히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취리히에서 바그너는 부유한 직물상인 오토 베젠동크라는 인물과 알게 된다. 그의 천재성에 매료된 베젠동크의 후원 덕분에 그는 불안하고 빈한했던 시절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음껏 여행을 다니며 사교계의 저명인사들과 어울렸고 부채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정된 상태에서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착수했다. 그런데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를 완성하고 <지크프리트>를 진행 중이던 1857년 8월, 바그너는 돌연 ‘반지’의 작업을 중단하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매달리게 된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
오토 베젠동크에게는 마틸데라는 젊은 아내가 있었다. 마틸데 베젠동크는 풍부한 감수성과 문화적 소양을 지닌 다정다감한 여인이었고, 남편처럼 바그너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금지된 사랑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내 민나와의 불화로 고뇌하던 바그너가 마틸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두 사람은 바로 이웃에 살면서 밤낮으로 만나고 편지를 교환했다. 바그너는 걷잡을 수 없는 열정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대본을 완성한 후 베젠동크 저택에서 낭독회를 열었고, 그것을 헌정 받은 마틸데가 쓴 다섯 편의 시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밀회는 1858년 여름, 두 사람의 편지가 민나에게 발각되면서 파국을 맞았다. 결국 바그너는 8월에 베네치아로 피신하여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작곡을 이어나갔고, 이듬해 8월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총보를 완성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무한한 동경
사실 바그너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진 시점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1854년 말에 그가 리스트에게 보낸 편지에 이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다룬 드라마를 구상 중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켈트족의 전설로 알려져 있으며, 중세부터 다양한 버전으로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던 이야기다. 그 중에서 바그너가 접한 것은 12세기 독일의 음유시인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서사시를 근대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불안정한 망명생활과 불행한 결혼생활의 여파로 쇼펜하우어의 염세철학에 심취해 있었고, 무엇보다 ‘진정한 사랑의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아마도 그랬기에 현세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내세에서 이룬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를 탐닉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에게 필요한 건 창작에 촉매제가 되어줄 결정적 계기였는데, 바로 마텔데와의 사랑이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바그너 자신이 ‘3막의 한들룽(Handlung)’이라고 규정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1865년 6월 10일, 뮌헨에서 초연되었다. 바그너는 ‘낭만적 오페라’로 규정한 전작 <로엔그린>을 완성한 후 “이제 더 이상 오페라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기에,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는 기법과 개념의 양면에서 새로운 음악극을 추구했다. 즉, 종전까지 시의 각운에 의존했던 오페라들에 비해 ‘두운과 각운을 병합’한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시도했고, 특유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v, 주도동기)’ 기법을 한층 심화·발전시켜 유기적이고 교향악적인 구성미를 강화했다. 특히 그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교대로 진행되는 기존 ‘번호제 오페라’의 도식을 타파한 ‘무한선율’을 이 작품에서 구체화했는데, 마치 직물을 엮어나가는 것처럼 선율의 흐름을 단락 없이 이어가는 이 수법은 ‘의지의 영원성’ 또는 ‘초월론적 무한성’의 발로로 해석되기도 한다. 아울러 무한선율과 연계된 ‘반음계와 불협화음의 빈번한 사용’을 통해서 작품의 기저에 흐르는 심리와 주제의식을 인상적으로 부각시켰는데, 이 기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당대 및 후대 작곡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위대한 걸작 가운데 하나로 추앙돼왔다. 이러한 평가에는 이성적 판단과 더불어 감성적 공감이 결부되어 있을 텐데, 무엇보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라는 주제를 더없이 낭만적인 음악극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극한의 절박성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이상적 승화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불멸의 영원성을 획득했다 하겠다.
제1막
막이 오르기 전에 먼저 유명한 ‘전주곡’이 흐른다. 두 주인공의 현실에서의 운명을 암시하는 이 전주곡에는 전편에서 가장 중요한 라이트모티프(동기)들이 등장한다. 첫머리의 ‘동경의 동기’에 이어 ‘사랑의 동기’가 나타나 차츰 고조되어 가지만, 정점에 오르기 직전 ‘운명의 동기’에 의해 밀려나 차츰 수그러든다. 사랑의 완성이 유보된 것이다. 막이 오르면 바다 위에 떠있는 배의 갑판이 보인다. 콘월의 기사인 트리스탄은 주군인 마르케 왕의 신부가 될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수행하여 본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략결혼의 제물이 된 이졸데의 가슴은 수치심으로 가득하다. 쿠르베날을 비롯한 선원들이 자신을 놀리자 그녀는 화를 내며 시녀 브랑게네를 시켜 트리스탄을 호출한다. 사실 이졸데는 내심 트리스탄을 원망하고 있다. 과거에 이졸데는 정체를 숨기고 자신을 찾아온 한 기사를 치료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치료 도중 그녀는 그 기사가 자신의 약혼자인 모롤트 경을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게 되어 단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그 기사의 슬픈 눈빛과 마주친 순간 그녀는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기사가 바로 트리스탄이었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한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트리스탄은 부상이 회복되자 귀국했고 이졸데는 그와 결혼할 날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신랑이 아니라 수행원 자격으로 그녀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 공주와 자책감과 의무감 사이에서 번민하는 기사 간에 긴 설전이 오간다. 결국 공주는 한 잔의 술을 나누어 마시고 화해하자고 제안하는데, 사실 그녀는 시녀에게 그 술에 독약을 타라고 시켰다. 기사는 그것을 짐작하면서도 잔을 받아 마신다. 그가 술을 다 마셔 버리려 하자 공주가 화를 내며 잔을 빼앗아 나머지를 마신다. 그런데 잠시 석상처럼 굳어 서있던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사랑의 눈빛과 밀어를 주고받는 게 아닌가. 브랑게네가 주인의 명을 어기고 술에 독약 대신 사랑의 묘약을 탔던 것이다. 두 사람이 천지분간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사이 배는 육지에 도착하고 병사들의 힘찬 합창이 울려 퍼진다. 겨우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황망해하는 가운데 마르케 왕이 등장하면서 막이 내린다.
제2막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짧은 전주곡이 흐른 후 막이 오르면 콘월에 있는 마르케 왕의 성 안, 달빛 비치는 정원과 이졸데의 방이 보이고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마르케 왕은 부하들과 사냥을 나갔고,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브랑게네가 왕의 신하인 멜로트의 음모일 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이졸데는 아랑곳 않고 손수 등불을 꺼서 트리스탄에게 신호를 보낸다. 잠시 후 트리스탄이 달려 들어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격정을 쏟아낸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바보 같았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미소 짓는다. 격정적인 음악은 차츰 감미로운 환희로 변해간다. 연인들은 위선과 증오의 ‘낮’을 비난하고, 진실과 사랑의 ‘밤’을 찬미한다. 저 유명한 ‘사랑의 2중창’이 이어진다. “아, 우리를 잠기게 해다오, 사랑의 밤이여!” 유장한 무한선율의 관능적인 일렁임 속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서로를 탐닉하며 사랑의 황홀경을 헤맨다.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서서히 절정을 향해가는 연인들! 함께 밤의 영원 속에 머물자고, 그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자고 노래한다. 마침내 두 사람이 정점에 도달하려는 찰나, 브랑게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곧이어 멜로트를 앞세운 마르케 왕이 들이닥친다.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당한 충격에 왕은 깊은 슬픔에 잠기고, 트리스탄도 주군의 질문에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다. 그는 다만 이졸데에게 자신과 함께 밤의 나라로 떠나겠느냐고 묻고 그녀는 어디든 같이 가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트리스탄은 멜로트의 칼에 몸을 던진다.
제3막
괴로움과 탄식으로 가득한 전주곡이 흐르고, 막이 오르면 브르타뉴 지방의 카레올에 있는 트리스탄의 영지이다. 멀리서 목동의 피리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고, 쿠르베날이 치명상을 입고 잠들어 있는 트리스탄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트리스탄이 쿠르베날에게 여기가 어딘지,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졸데는 어디 있는지 묻는다. 그는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헤매는 듯 몽롱한 상태로 알쏭달쏭한 말들을 읊조린다. 목동의 피리소리가 그에게 어린 시절의 슬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는 자신에게 죽음 대신 영원한 고통을 안겨준 묘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흥분해서 정신을 잃는다. 얼마 후 다시 의식이 돌아온 트리스탄은 배를 타고 자신을 향해 오며 손짓하는 이졸데의 환영을 본다. 그러자 양치기의 피리소리가 명랑하게 울리면서 실제로 멀리서 이졸데의 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정적인 오페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흥분과 환희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붕대를 풀어헤치며 그녀를 마중하기 위해 해안으로 달려 나가는 트리스탄! 그러나 탈진한 그는 이졸데의 품에 안기자마자 숨을 거두고 만다. 뒤늦게 자초지종을 알게 된 마르케 왕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용서하고 두 사람을 맺어주기 위해 달려온다. 왕은 친구의 주검 앞에서 다시금 탄식한다. 이제 오페라사상 가장 ‘낭만적’인 피날레가 펼쳐진다. 바로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이다. 한 인간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유의지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밤의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거룩하고 신비로운 의식을 치른다. 그 클라이맥스의 찬란한 화음에서 제1막의 전주곡에서부터 계속 유보되어온 ‘사랑’은 마침내 완성된다.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
지휘: Zubin Mehta?
연주: Bayerische Staatsoper Bayerisches Staatsor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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