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44.성스러운 계곡...아름다운 잉까도시..친체로(Chinchero) ...

나베가 2012. 6. 19. 13:54

 

 

 

여행 안내서에 보니 친체로가 잉카 도시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서 직접 염색을 해서 파는 직물시장과 농산물 시장인 재래시장도 크게 서는 등 잉까 원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아름다운 친체로 교회도 있어 최근 여행객들이 아주 많이 찾는 도시중 하나라고 설명이 붙여져 있다.

 

그려~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가도 가도 끝이 없이....이토록 아름다운 들녁 풍광이 펼쳐져 있는데, 이 끝 어디엔가 곧 나올것 같은데....

그 마을은 얼마나 매혹적이겠어~

 

황토빛 우루밤바 강을 따라 안데스 산속에 깊이 숨어있는.....성스러운 계곡이라고 감히 이름이 붙여진곳...

그 계곡을 끼고 기막힌 잉까 문명이 꽃을 피운도시...

오얀따이 땀보, 삐삭,살리나스,모라이를 지나 이제 그 끝 ...친체로에 도착을 했다.

 

 

 빨간 지붕, 하얀 회벽의 집들이 초록의 들녘위에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친체로는 나타났다.

얼마나 높은 지대인 지 살갗에 닿는 바람이 초 겨울 바람인 양 싸늘하다.

쟈켓의 지퍼를 까지끝 올리고  정신없이 마을로 달려 들어갔다.

헐~~

날씨가 궂어서 장이 서지 않았나??

아님 너무 늦은 시각이라 벌써 다들 들어갔나??

 

직물시장과 재래시장이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북적거리는 시장을 상상했건만

마을은 쓸쓸함이 감돌 만큼 터엉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갈까...콩딱거리는 마음으로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우릴 반긴 건 역시 이들 마을의 유명 토산품인 직물시장....

'아!! 아직 다 문을 닫은건 아니었어~'

이곳의 토산품은 이제껏 보아왔던 것들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양털...아니...알파까일까?

암튼 털로 짠 옷가지들과 몽글 몽글 털 제품들이 눈에 띄었고, 여전히 모자, 장갑, 가방, 벽걸이등 패브릭이 눈에 띄었다.

 

 ㅋㅋ

우리들은 또 장갑도 끼어보고, 모자도 써본다.

 

'오~ 여기 모자는 또 구슬 장식이 되어있네~

무게감이 좀 있기는 하지만 아주 예쁜것 같아~'

 

모두들 예쁘다고 훈수를 두는 덕에 혹해서 또 사볼까....흥정에 들어갔다.

'아놔~ 나 진짜 한국에 가서 모자장사 해야 할것같아~ ㅋㅋ'

그러나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아니지 이들의 수공을 생각하면 절대 비싸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 벌받을 거야~ㅠㅠ

단지 내 예산에 맞지 않을 뿐인거지~

시간도 없고해서 내려놓기 좀 섭했지만 포기하고 그곳을 나왔다.

 

 

 

 

 위로 주욱 뻗어있는 돌계단을 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머언발치 친체로 마을 풍광이 기가 막히다.

정확하게 구획이 나누어져 농작물에 따라 온갖 빛깔로 보이는 농경지의 색감이 마치 추상화 작품같이 아름답다.

 

헐~ 이게 뭐야~

눈이잖아??

물기를 머금어 반짝이는 골목길 돌을 보고 비가 왔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켠에 쌓여있는 것을 보니 커다란 우박이다.

우와~

이곳이 해발고도 3000 m가 훨씬 웃도는 안데스의 고원마을 이라는게 실감나는 순간이다.

 

 

 

 

 

 

 

 

  

 

 

           

 

 

친체로 교회앞 광장에는 서운하지 않을 만큼 노점상이 펼쳐져 있었다.

원래는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장터가 서는 모양이다.

이들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파는 재래시장도 서고....

 

우린 이곳에 선 장터에서 뭔가라도 좀 요기를 할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농산물이나 음식물을 파는 시장은 전혀 없고,

간간히 이들이 염색하고 짜서 파는 토산품들만이 있었다.

 

날씨도 우박이 떨어질 정도로 춥고 궂은 날씨에 얼마만에 나타난 관광객인 지...

우리들을 본 토착민들은 정신없이 우리에게 손짓을 하며 호객을 한다.

아무래도 살 생각이 없으면 구경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쳤다.

 

 

 

 

 

 

 

 

 

성당앞 광장에 들어섰다.

초록색 잔디밭과 초록이 가득한 산자락 옆에 위치한 붉은 기와와 하얀 회벽의 친체로교회는 아름다웠다.

특이한 것이 교회앞에 서 있는 십자가 한 가운데엔 이들 잉까인들의 상징인 태양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

그뿐만아니라 이들의 예수상은 검은 피부를 가졌다.

그리고 친체로 교회뿐만이 아니라 스페인 지배하에 세워진 이들 교회는 유럽의 교회내부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옷을 입은 성상이 성당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

하나같이 슬프고 아픈 표정의 성상들이라는 것.....

 

결코 이들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어도 그들안에 흐르고 있는 잉까인의 근본은 속일 수가 없었던것 같다.(성당 내부 촬영이 금지)

 

  

 

 

 

 

 

 

 

 

성당을 나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시간이 많다면 일일이 다 골목마다 누비며 이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었지만

길이 유실되어 너무 지체한 탓에 여기서 허락된 시간은 정말 번개불에 콩 튀겨 먹을 순간에 불과했다.

너무 안타까웠지만...그래도 이곳에 들를 수 있었던것 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골목 제일 위....끝자락에 서서 보니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반짝이는 돌로 이루어진 골목길하며...

붉은 기와,하얀 회벽, 돌 담...

멀리 안데스 산 꼭대기에 쌓인 하얀 설산....

구름...

온갖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 들판...

 

 

 

 

골목마다 앙증맞은 토산품 가게는 줄을 지어 있었다.

일일이 들어가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이들의 토산품가게 구경하는 것을 박물관 보기보다 더 재밌어 한다.

이들이 좋아하는 색감과 문향, 디자인...등을 일상에서 알 수 있고...

이들 땅에서 무엇이 많이 나고  유명한 지도 금방 알 수 있고....

현지인들을 가까이에서 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고..

이들의 놀라운 잠재되어 있는 타고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어서 이기도 하다.

 

 

 나는

아프리카에 가서도 원주민들에게 열광을 했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의상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코디가 되었기때문에....

아니, 그들 모두에게서 느낀것...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거의 목숨을 건것 처럼 내게 그렇게 느껴졌었다.

 

티벳에 갔을때도 그랬다.

그들이 사는 집은 하나같이 전체가 그림으로 메꾸어져 있었다.

옆집과도 잘 어우러지고 자연속에서도 전혀 튀지않는 건축물들....

그들의 창틀은 거의 예술이었다.

 

히말라야에 갔을때도 그랬다.

여인네들의 등에는 커다란 짐을 지었어도 귀걸이,팔찌,목걸이,벨트...등 온갖 장신구를 달고 커다란 머플러까지...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힘들고 불쌍해 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환한 미소가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본능이고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는 것...

아니, 살아있다는 것...

 

여기 잉까인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이쁘게 꾸미고 있어~

자수가 잔뜩 놓아있는 조끼와 숄~

모자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ㅎㅎ

 

 

 

          

 

 

헐~~

너무 지체된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엔 잉까의 유적지가 산재한데....우린 겨우 골목길 하나 더 걸었을뿐이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그냥 성당 앞 광장까지만 보고  내려갔는 지, 시야에서 보이지 않은 지 오래인 듯 하다.

우리가 시간을 착각한건 아닌 지.....

아~~ 투어버스를 이용하니 편하긴 한데 이게 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구먼~

뛰자 뛰어~


 
제2악장
Ob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