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에서의 감동은 침대에 누워서도 이어졌다.
이어폰을 통해 내 온몸을 감싸고 도는 선율...
말러 5번 아다지에토.....
내 머릿속은 온통 마추픽추의 정경이 차지하고 있고
나는 그 공중을 끊임없이 부유하며 떠 다녔다.
완전 무방비상태....
온 몸에 힘이 쫘악 빠진 노곤 노곤한...이대로 마냥 떠 다니다가 그냥 꿈속으로 잦아 들어갈것만 같은.....
아주 아주 새털처럼 기분좋은....
오늘 밤은 그냥 깊은 수면속으로 푸욱 빠져들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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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내다보았다.
골짜기 마다 하얀 구름을 품고 있는 녹음 짙은 풍광은 여전히 기분좋게 했다.
오늘은 다시 페루레일을 타고 오따이땀보로 가서 몇군데 유적지를 돌아보고 꾸스꼬로 간다.
오늘 밤은 지난번에 누리지 못했던 꾸스꼬의 밤을 맘껏 즐겨야지~
아르마스 광장에 나가서 아름다운 야경에도 맘껏 젖어보고...
근사한 까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꾸스꼬가 주는 낭만에 푸욱 빠져볼거야~아!! 맥주도 좋아~~ㅎㅎ
역사로 가는 길목엔 여전히 화려한 옷가지와 모자 가방등이 주렁 주렁 메달려 우리의 눈길을 멎게 한다.
색깔이 너무나 열정적이고 화려해서 눈길이 안갈래 안 갈수가 없는 이들의 기념품가게다.
세상에~~
저기 메달려 있는 애기들 쉐타좀 봐~
온갖 곤충과 동물, 꽃과 나무들로 수놓아진 알록달록한 쉐타들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
일일이 다 손으로 뜨고 문향도 넣은건데,
얼마나 또 값은 싼 지...
난...여기서 편안한 체크문향 몸배바지를 하나샀다. 현지인보다 여행객들이 더 많이 입는바지....ㅋㅋ
정말 재밌는것이 그 체크바지는 정작 현지인들은 안입는다는 것....
티켓에 그려져 있는 페루레일 지도...
지도를 보니 페루레일의 종착지는 꽤 멀리 가는것 같다.
우린 마추픽추에서 타고 오따이땀보까지만 가서 전용 투어버스를 타고 꾸스꼬로 이동할 예정이다.
가는 중에 산에 있는 계단식 염전...살리나스도 보고...
계단식 밭-모라이에도 가고...
직물시장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잉까의 고산마을 친체로에도 들린다.
이곳을 다 들리고 꾸스꼬까지 가려면 혹시 오밤중에 도착해서 오늘도 꾸스꼬의 야경을 놓쳐버리는건 아닐까....??
에잇~ 설마 아니겠지??
너무나 매혹적이고도 어메이징했던 마추픽추를 이제 떠난다.
기차도 매혹적이야~
세상에 천창이 있어.
지난번 마추픽추에 올때도 이 열차를 탔었건만....세상에 어찌 천창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까....
밤에 탔으니까 하늘을 바라볼 이유가 없어서...??
그냥 까맣게 보여서 전혀 시선을 끌지 않았기때문일 수도 있겠지??
천창이 왜 있는 지. 기차가 출발한 뒤에 알아차렸다.
파아란 하늘이 .....
그리고 너무나 높은 산이 가까이 있어서 천창으로 하늘만 보이는게 아니라 산이 보이는거야~~
마추픽추의 웅장한 기암절벽과 파아란 하늘이 어제의 감동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기차는 의자도 넓직하고 가운데 탁자도 있어서 마치 무슨 까페에 와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아니, 어쩌면 기차의 시설물보다는 사람들의 분위기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너무나 편안한....까페에 앉아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는...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나도 이어폰을 꽂고 음악파일을 찾아 박종호의 내가 사랑한 클래식...샘플 CD를 클릭했다.
애잔한 음악이 내 온몸을 감싸고 돈다.
이제 시선은 온전히 창밖에 두고....
기차가 달리면서 영화의 스크린 처럼 보여주는 풍광에 내 몸 던져놓고...
그리고 나는 선율이 이끄는 데로 시공간을 초월한 시간여행을 떠나면 되는 거지~
모짜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2악장의 선율은 이런 내 꿈같은 감정을 그대로 대변하듯 매혹적이다.
새털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천창 한 가운데 산새사이 뻥 뚫린 파아란 하늘로 비상한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마추픽추에 올땐 밤 기차라서 풍경을 못봤는데...아니 그동안 제대로 못잔 잠을 기차에서 한 번에 다 잤지~ 아주 타자마자 죽어서....ㅋㅋ
암튼 아침 열차를 타니 잉카레일 주변의 깊고 깊은 산 속 풍광에 얼마나 가슴이 벅찬 지...
파아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에 실려
기차의 속도로 달리고 있자니
이게 또 그 어떤 여정보다
꿈을 꾸듯 좋다.
어떻게 이 행복감을 표현할까....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이 감정에 휩쌓여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그냥 이대로 가만 놔두고 싶다는...
음악 때문일까...
<박종호의 내가 사랑한 클래식> 샘플 씨디의 주옥같은 선율에 휩쌓여 있으니....
'오직 외로움을 아는 자만이..' 첼로 선율이 이처럼 처절하게 외롭고 그래서 또 가슴을 에이도록 아름답기도 한....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도 가슴을 파고 든다.
아! 정말 꿈결같아~~
세찬 강물도 흐르고,
깍아지른 듯한 절벽에 걸린 구름...
수백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
그리고 절벽을 끼고 도는 스릴...
예쁜 들꽃,
옆창이 아닌 천창을 봐야만 보이는 높디 높은 산...
창밖으로 가득 들어오는 풍광에 눈을 호사시키며
음악과 함께 달리는 이런 순간이 어쩌면 홀로 떠나온 여행자의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일기를 스다가 이런 호사스러움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않아 접어두고
오로지
본능적인 감정에 나를 놓아 두었다.
산봉우리로 둘러친
파아란 하늘 공간에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까지...
아!!
갑자기 기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그 속도만큼 하늘 공간은 더 커졌고,
그리움도 점 점 더 증폭되어졌다.
음악은 때맞춰 격한 마음으로 까지
나를 이끌고 갔다.
그 간절함이....
하얀 구름 처럼 피어올랐다.
그리움이 있어...
애잔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웠다
세상에~
커피가 고팠는데....때맞춰 승무원이 간단한 먹을 거리와 커피를 써빙한다.
오오~ 이젠 완벽하군!!
됐어~이 분위기에 커피까지 있으니 더 이상 뭘 바래~
커피를 한 잔 하고 나니 어느새 기차는 깊은 산중을 빠져나와 넓다란 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높디 높은 산등선의 짜릿함은 덜해도 멀찌감치 보이는 풍광이 또 너무나 아름답다.
기차가 달리는 길섶에는
노오란 야생화가 여심의 본능으로 탄성짖게 만들었고
찻길 옆으로 우루밤바 강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이제 사진좀 찍어볼까~
이풀자리쪽 풍광이 좋아서 난 자리를 옮겨
열차안에서 뵈는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느 사이에 친해졌는 지...
우리 앞자리에 앉았던 외국인들과 사진도 한 컷
찍었다. 캐나다인이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랬었든거 같아~ㅎㅎ
가족이 함께 모여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와 보였다.
이들의 얼굴에서도 풍겨나오듯~~
이제 오따이 땀보역에 거의 도착해 가는 것 같다.
이 분위기로 좀 더 달렸음 좋으련만....
내려서 빨리 또 오늘의 일정에 합류해야지~
남은 일정도 예사롭지 않잖아~
아!! 정말 남미는 매일 매일, 매 순간 순간이 너무나 장관인것 같아~
매일 용량 초과야~~
ㅎㅎ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Nur wer die Sehnsucht kennt,
내 아픔을 알리라! Weiß, was ich leide!
홀로 Allein und abgetrennt
모든 기쁨을 저리하고 Von aller Freude,
저 멀리 Seh ich ans Firmament
창공을 바라보누나 Nach jener Seite.
아! 나를 사랑하고 아는 님은 Ach! der mich liebt und kennt,
저 먼 곳에 있다. Ist in der Weite.
몸이 어지럽고 Es schwindelt mir, es brennt
애간장이 타구나 Mein Eingeweide.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Nur wer die Sehnsucht kennt,
내 아픔을 알리라! Weiß, was ich leide!
Schwarzkopf, Sop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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