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상의 나스까라인 경비행기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전망대투어를 나간 다른 일행들은 아직 오지않은 상태다.
배도 고프던 차에 우리는 시장통으로 나가 시내 구경도 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네는 아주 작아서 별다른 볼것은 없었다.
우린 사람이 많은 자그마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눈치를 보아하니, 종업원이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딱히 메뉴판이 있는것도 아닌것 같고....눈치껏 주위 사람들이 먹는것을 주문했다.
난..리마에서 먹었던 세비체를 주문했고, 이풀은 사람들이 먹는 수프를 주문했다.
오호~ 그런데 맛이 꽤 괜찮다~
값을 계산하면서 우린 두번째로 놀랬다.
내가 먹은 세비체도 무척 쌌지만, 이풀이 먹은 수프가 단돈 500원이라니~~??^^*
밤에 꾸스꼬로 이동할때 먹을 간식거리와 아침 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슈퍼에 들러 샌드위치 재료와 과일, 물,요거트 등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 치즈와 햄등을 넣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봉지에 잘 싸고, 전망대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일행들과 곧바로 '차우칠리아 무덤'을 보기위해 떠났다.
광활한 사막 길을 한참을 달려 드디어 차우칠리아 무덤에 도착했다.
차에서 무심코 내렸다가 우린 다 날라가는 줄 알았다,
얼마나 바람이 심한 지, 한 순간에 꽁꽁 묶어 쓴 모자 조차 날아갈듯 불어 재꼈다.
카메라를 이대로 들고 있다간 렌즈에 모래가 들어가 단번에 못쓸거 같다.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머리에 둘렀던 스카프를 풀러 카메라를 둘둘 말아넣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무덤을 돌아보았다.
우리 팀에는 대체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수월했지만, 그중에서도 보미학생은 탁월하여
일일이 통역을 해주어 우리들이 특혜를 누렸다고나 할까...
미이라들이 옷을 입은 채 너무나도 생생하게 앉아 있었는데, 역시 사막기후라서 그런 지 특별한 장치가 되어있는
박물관 같은데 보관된것도 아닌데...수백년 역사속에서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옷과 색깔등으로 당시 살아있을때의 신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느시대 어느 나라나 철저한 계급사회가 존재했음에 좀 씁쓸한 맘도 든다.
잘 보존된 생생한 미이라 무덤은 광활한 모래 사막에 꽤 여러군데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니 주변엔 모래위에 선연하게 드러나 있는 하얀 유골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많은 도굴꾼들이 와서 도굴해간 흔적의 일부라고 하니,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 가야 끝낼 수 있는건 지...
모래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카메라도 버릴까봐 신경쓰였고, 사실 더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혹 그렇지 않다해도 무덤과 미이라에 그다지 관심도 없고...
대충 따라가다가 발길을 돌려 차로 돌아왔다.
비교적 짧은 시간의 차우칠리아 무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대충 씻고 짐가방 챙기고,,,
일행들이 저녁을 먹으러 간 사이에 나와 이풀은 간단하게 사온것으로 저녁을 때우고 꾸스꼬로 가기위해 출발을 했다.
앞으로 장거리 이동이 44일중에 여러날이 있기에 처음에만 심지뽑기를 해서 앉고, 그 다음부터는 순번으로 앞자리에서 부터 돌아가기로 결정을 지었다.
별거 아닌것 같아도 여행중에 자리앉기 만큼 예민한 사항도 없기때문이다. 특히 남미 여행은 반 이상이 10시간을 넘는 장거리 이동이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터미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과연 우리가 탈 버스는 어떤 버스일까...
16시간이나 타고 간다는데....
한 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순번대로 예약된 좌석을 찾아 앉았다.
와아~~탄성을 안 지를 수가 없다~
우리 자리는 이층버스 맨 앞자리....
이렇게 환상적일 수가~~
흥분된 맘으로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더니
이내 올라온 승무원이 커튼을 죄다 치고 내려간다.
이윤즉은 지금은 한 밤중...
취침시간이라는 것...ㅠㅠ
아!! 이럴 수가~~오호 통재라~애재라~~
밤 풍경이 얼마나 환상적인데....
할 수 없지 뭐~
16시간이나 이동할 건데....
그려~~ 이 밤은 푸욱 자두는 거야~
분위기에 젖어 똘망 똘망했던 눈은 어느새 감겼는지...
누구의 뒤척임에 깼는 지,,불현듯 눈이 떠졌다.
날이 훤히 새어 버렸으면 어쩌나~얼른 커튼을 재쳐본다.
아!! 다행스럽게도 아직 새벽이다~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은....
커튼을 완전히 재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밖에 펼쳐지고 있는 매혹적인 새벽 풍광에 온 몸을 던져놓는다~
"아~~ 정말 너무나 좋다~"
날이 훤히 샜다.
근사한 일출을 볼 수 있을까...기대했지만 날씨가 잔뜩 흐리다.
얼마를 달렸을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을 끼고 휘돌아치는 산허리의 풍광은 그야말로 구름과자를 뒤짚어 쓴 채로 매혹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아!!
탄성...탄성...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하고 짙어진 온갖 초록의 향연이 ...정말 너무나 판타스틱했다.
경치 삼매경에 빠져 눈 뜨면 가장 먼저 내려 마시던 커피가 그제사 생각이 났다.
우리는 주섬 주섬 준비해온 아침상을 펼쳤다.햄과 치즈까지 넣은 맛있는 샌드위치, 요커트, 과일....
그러고 보니 여행 시작이후 가장 화려한 아침상인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려는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와아~ 저게 뭐야~
산사태 난거야??"
그러고 보니 이곳은 밤새 비가 왔었나 보다.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곳을 겨우 누군가가 뚫어놓은 듯,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로가 심상찮다.
강물이 범람하여 도로를 잠식했고
산에서 쏟아져 내려온 돌들이 도로 사방에 깔려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쏟아진 비길래
이 정도로 도로 사정이 엉망일까...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시간은 무려 10시간이나 남았는데....
과연 꾸스꼬까지 잘 갈 수 있을 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드디어 마을로 들어섰다.
유리창엔 밖과 안의 기온 차로 뿌연 안개가 끼었다.
이젠 창밖의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 처럼 보인다.
방울 방울 빗방울이 맺히고...뿌옇게 되어버린 유리창에 비친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그 느낌과 아련한 색감이 너무나 이쁘다.
잘 닦이는 면 수건을 꺼내놓고 우린 교대해 가며 수시로 뿌연 유리를 닦아냈다.
앞자리에 앉은 일행 4명은 창밖에 펼쳐지는 이 매혹적인 비오는 날 수채화 같은 풍광에 젖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간, 뒷자리에 앉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문득 궁금하여 뒤돌아보니, 모두들 아직 한 밤중...
아!! 이 아름다운 풍광을 못보고 잠들어 있다니...안타깝기 그지없다.
헐~~
저 거대한 바윗덩어리는 언제 굴러떨어진거야~
만약에 저 거대한 바위가 굴러 떨어질때 그때 마침 이 장면을 코앞에서 맞닥드렸다면....
기사를 비롯해서 누군가는 분명 심장마비를 일으켰을거 같아...ㅠㅠ
사방으로 낙석이 흐드러져 있다.
강물은 성난 파도처럼 금방이라도 범람할 듯 거칠게 흘렀다.
정말 낙석은 처음 맞닥뜨린 이후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 나타났다.
겨우 버스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의 길만을 터 놓았다.
사실은 그나마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옆자리에서 과일이 전달되었다.
귤같은 노오란 과일에는 먹어도 된다는 까만 씨앗-마치 올챙이 알처럼 생긴...제법 크고 미끈한 과일이다.
허어걱!!
진짜 눈앞의 광경을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언제 무너져 내렸는 지, 산허리의 무너져 내린 흙과 돌이...아직 그대로 널부러져있었다.
저 길을 반드시 , 어떻게 해서든 지 지나가야만 한다.
아무래도 위험하니 승객들은 모두 내려달라는 멘트가 나온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과연 저 험악한 길을 계속 달려 꾸스꼬까지 갈 수 있을 지...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버스에서 내린 모든 승객들이 저 험준한 바위로 막힌 길을 잘 넘어올 수 있을 지...
신경을 곤두새우며 바라보고 있다.
아!! 드디어 넘었다!!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다시 모두 차에 올라타고 꾸스꼬로 아무일도 없었던 듯 버스는 달렸다.
아~ 저기.
아~ 저기 또...
걱정스러움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이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곳곳이 유실되고,
산으로 부터 흘러내린 물이 도로위로 강물 처럼 흐르고...
누군가의 소리가 귓전 너머로 들려온다.
"아~~꼬옥 우리나라 강원도 길을 달리는 것 같네~"
그 소리를 듣고 보니
정말로 딱 강원도 길이었다.
6월 장마가 한창일때의 우리나라의 강원도 정선과 영월의 풍광...
산과 산의 깊은 계곡에는 신선이 살고 있는 듯...구름이 잔뜩 걸려있고..그 모습에 초등생였던 우리 애들은 저곳에 산신령이 몇명이나 있을까....물어봤어.
늘 듣던 음악도 전혀 다른 천상의 음악으로 들렸고....
우린 모두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었드랬지~
비가 폭풍처럼 쏟아부울때는 도로 한 켠에 차를 세워두고 빗소리를 들었어~
그렇게 빗속을 뚫고 가리왕산 휴양림으로 들어갔었지~
그땐 그곳이 오지중에 오지....완전 밀림이었어.
15년전 ..그렇게 장마를 뚫고 여행을 했던...
환상의 드라이브를 잊을 수 없어
그 후 우린 장마 철만 되면 CD 한 가방 챙겨들고 강원도로 떠났었지.
정말...
지금 여기 이 길이 딱 그때 정선, 영월길을 지나 가리왕산 가는길과 너무나 닮았어~ ㅎㅎ
잠시 까마득한 시절 속에 빠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로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범람하여 도로가 완전 유실되었다.
그래도 저 만치 첩첩 산중은 여전히 신선들의 나라다.
우리 인간들의 세상이 아닌 신들의 나라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있자니 걱정보다는 여전히 감동의 물결이 훨씬 더 세다.
비가 그쳤다.
그리고 작은 동네에는 삼삼오오 청년들이 집앞에 모여있다.
지금, 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오랫동안 내린 비에 꿉꿉했던 맘을 햇볕을 쬐며 씻어내고 있는건가 ??
Schwarzkopf, Sop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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