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2012.2)

18.히말라야 간드룽을 떠나며..산행 마지막날-1.

나베가 2012. 5. 5. 06:01

 

 

아침을 먹고 우린  출발을 했다.

 

여늬 여행처럼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것도 아니고, 기차나 비행기 시간에 허둥댈 것도 없고

그저 새벽 정령이 와서 깨우면 창문 가득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면 되었고,

연인은 아니어서 쬐끔 아쉬웠지만 방앞까지 배달해주는 모닝 Tea에 더없이 행복했고,

예쁘게 단장하고 나가면 쿠커들이 정성스럽고도 맛있게 해놓은 밥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정기가 가득한 곳에서의 식사란 그야말로 1년은 족히 힘찬 발걸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터였다.

 

그리고 우린 또 걸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시간을 잊고, 대기와 호흡하면서 히말라야에 있는 나무나 돌, 풀들처럼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우린 무려 일주일을 살았다.

세상의 복잡함 속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텅 빈 마음으로 오로지 두 발로 걷기만을 했던 시간....

아무것도 소유할 것도 소유할 필요도 없는...

그리고 애쓸 필요도 없는....

그 시간은 정말 너무나 평화로운 천상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첫 롯지에 발을 디뎠을때 그곳이 천국이 문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던 것 처럼...

그건 정말 한 치의 거짓이 아니었다.

 

그런 꿈같은 천상에서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게도 오늘로서 끝을 맺는다.

그러니 오늘은 내게 허락되는 한 최대한으로 천천히 걸을 것이야~~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인듯 했다.

오늘이 산행 마지막 날이니 당연한 거다.

 

간드룽에서 비레탄띠를 지나 나야플까지 ....

그리고 올때 처럼 그곳에서 차량을 타고 포카라까지 가는 것이다.

 

산행은 항상 오르막보다 내리막길이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걸어야 할 것이다.

위험한 것도 그려려니와 특히 나이가 들면 무릎과 발목을 아주 잘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다름아닌 우리나라 대학생들...

헐~ 그런데 어떤 학생은 전혀 등산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어찌보면 너무나 무모해 보일 정도로 위험한 산행을 하고 있었다.ㅠㅠ

 

젊은이에게는 모든게 허용이 되는거야?? ㅎㅎ

그래도 우린 그들에게 그 용기를 칭찬해주기도 했지만 약간의 조언도 해주었다.

암튼 어린 대학 초년생들이 이 험란한 여정을 선택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걷고 있음이 ...그 젊음과 용기와 패기가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고,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정교수님이나 이교수님은 마치 당신의 학생들 처럼 보였을테니

더욱 그러한 맘이 컸을게다.

이쁘고 대견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ㅎㅎ 

 

 

 

 

 

매혹적인 다랑이 밭의 향연은 이곳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 맞아~

비행기에서 내려다 봤을때 히말라야 전체가 하얀 설산 봉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랑이 밭이었잖아~~

제볍 경사가 있는 다랑이 밭 사이 사이에는 그야말로 영화제목 처럼 전망 좋은 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랑이 밭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지 밭이나 집들이나 꼬물 꼬물...장난감 집들 처럼 보인다.

 

 

 

노랗게 피어오른 유채꽃은 걷는이의 마음을 더욱 이쁘고 아름답게 물들여 준다.

 

 

 포터들이 짐을 지고 걷는 모습이다.

한 사람이 보통 두사람의 짐을 한데 묶어서 지고가는데, 사진에서 처럼

끈으로 묶어 어깨에 메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매는 것이다.

20kg이 넘는 저 무거운 짐을 머리에 메고 간다는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개가 단번에 자라 목으로 될것만 같은데...

 

            <히말라야의 길섶에 메여있는 기발한 쓰레기통...>

 

 

밭 이랑들이 구불 구불한것이 너무 평화롭다.

거기에 한 마리의 검은 황소가 나타났는데도 무서움은 커녕 넘 멋져서 정신없이 카메라 포커스 잡았다.

 

 

 

 

 

 

걷다가 아이들만 만나면 카메라에 담았다.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우수가 담겨있는 듯 하다.

이마에는 몇알의 밥풀이 묻어 있었는데.

일부러 저렇게 붙여놓은 거란다.

문득

이들의 배고픔이 느껴져 왔다.

앞으로 살면서 배고프지 말라고 저리한걸 보니....

 

어쩌면 이들의 가장 큰 바람과 욕심이

바로 굶주리지 않는것일 지 몰라서...

그래서 마음이 또 아파졌다.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이 아이들에게 줄 선물꾸러미를 푼다.

사탕, 초콜릿, 예쁜 볼펜.... 

 

 

 

 

다랑이밭의 모습은 점점 더 비경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 아름다운 비경에 우리의 포토그래퍼들의 발걸음을 자꾸 잡아메는 것 같다.

나야 뭐~ 일부러 최대한으로 느리게 천천히 걷고 있는 것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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