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일주 배낭 30일(2011.8~

29.잔지바르/능귀해변의 오후...근사한 까페에서

나베가 2011. 11. 10. 08:12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앉아있고 싶었다.

성여씨와 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머슈룸 크림 파스타와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패션쥬스 한잔을 시켰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눈이 아플만큼 아름다운 이 매혹적인 해변 풍광에 풍덩 빠져서 헤어나고 싶지 않아서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우린 꼼짝도 않고 서로 이어폰을 꽂은 채 각자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그렇게 꿈결같은 시간을 말없이 보냈다.

 

쏟아지던 햇살은 구름에 살짝 가리워 아침바다와는 사뭇 다른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내 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결 조차도 사랑하는 이의 손길처럼 사랑스럽고 감미롭다.

 

 

 

어느사이 구름사이로 해가 또 반짝 드러나면  그 햇살이 얼마나 강렬한 지 화상을 입을 것만 같다.그러다가도 구름이 해를 가리기만 하면 바람결에 더없이 상큼하기까지 하니 짖궂은 장난같다. 

 

훗~저 아래 백사장 바닷가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오오~ 진아씨구나~ 역시 포토그래퍼답다.

저 멋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작렬한 포스....

 

헐~ 이쪽엔 의진씨..

역시 작품사진 찍느라 삼매경에 빠져있는...ㅎㅎ

 

그러더니 어느 순간 또 다른 일행들과 열심히 백사장을 뛰며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뭐얏~ 체력단련 하는거?? ㅋㅋ

그 모습이 너무 우습고 재밌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느라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잔 또 시켰다.

아니, 커피가 고팠다.

 

 

레스토랑을 나와서 해변가를 또 걸었다.

느낌이 아침과는 다른것이 또 새롭다.

 

 

 

 

문득...서양인들은 대부분이 커플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눈치챘다.

(잠시후 이곳을 떠날것이기에) 옷도 해변패션이 아닌 옷을 입고, 심지어 신발도 등산화를 신고 해변을 걷고 있는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웃음보가 터졌다.

 

홀로있음.....

왠지 동양인만이 누리는 여백의 미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홀로 중얼거렸다.

이 휴양지에 와서 홀로 있어도 너무나 행복하단다...

 

아무 말없이 홀로있는 이 여유로움이 너무 좋아~

비움이 더 커지고 거기에 충만함이 더 크게 차오르거든~ 

 

 

 

 

 

 

 

 

 

 

 

 

 

 

 

밀물이 세차게 들이 밀었다.

숙소앞 해변까지 걸으려 했는데 밀물이 차서 해변길이 바닷물에 묻혀버렸다.

발길을 돌려 리조트를 통과해서 가려고 하다가 일행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올라갔다.

문득 어제 마신 망고쥬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놔~

그러나 간사하게도 다른 일행이 마시고 있는 '코코넛 키스'가 맛있어서 시켰는데....

이것이 사람이 하는 것이라 서로 배합이 달랐는 지 맛이 훨씬 덜하다.

에잇~ 이름만 멋있었잖아~ㅠㅠ

 

 

 

 

끝없이 펼쳐졌던 백사장이 밀물로 인해서 조그만 공간만을 남겨둔 채 싹뚝 잘려나가 버린듯하다.

불과 몇시간 전 풍광과는 너무나 다른 풍광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나는 공책을 몇장 찢어 파래더미 위에 깔고  앉았다.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 안의 것들에게도 간간히 시선을 주고....그리고 간간히 공책에 끄적거렸다.

 

파도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

멀찌감치 있을때는 몰랐는데, 발끝을 향해 달려들던 파도는 순식간에 내 발끝까지 왔다.

헐~~ 자리를 옮겨야하겠네~

그래도 발끝까지 올때까지 버텨봐야지

 

파래더미 위에 앉아서 아슬 아슬 하게 그 밑까지 파도가 왔다가 되돌아갈때의 그 짜릿함이 흥분되었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 난짱 올라앉아 있는 듯한....

 

 

 

텅비어 있던 해변에 점심을 먹은 이들이 다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시각 2시....

아! 조금있으면 이곳을 떠나는 구나~

미야씨가 이곳이 천국이라고....그래서 멀미때문에 죽어나도 이곳을 찾아 또 아프리카에 온다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 일정중 이런 곳은 오직 여기뿐!

 

 

 

드디어 파도가 발끝을 적셨다.

엉덩이만 앉았던 파래더미 위로 난짝 올라 앉았다.

그리고 15분이 흘렀다.

30분까지 리셉션으로 가야한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그때 저만치서 앉아있던 소연씨와 의진씨도 자리를 떴다.

 

이제 다시는 못올 이 아름다운 해변을 끝까지 초까지 계산하면서 나는 이곳에 버티고 있었다.

아놔~ 그러다가 결국은 일어나려고 하던 마지막 순간에 파도에 직격탄을 맞았다.

아~~ 걍 1초만 먼저 일어날걸~~ㅋㅋ

그래도 좋기만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리고 올때 예약했던 봉고택시를 타고 다시 스톤타운으로....

모두들 아쉬웠는지 한마디씩 했다.

다음부터는 스톤타운에서 1박하고 여기 능귀에서 2박하자고...

.

 

 

 

 

 

 

 

 

 

 

 

 

 

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