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이름도 귀엽지...포켓사이즈 교향곡이란다. ㅋㅋ
이름에 걸맞게 짧막한 교향곡이 끝난 뒤 오늘의 협연자 '신현수'가 무대에 섰다.
계절이 봄인지라 연주자들의 옷차림이 화사하고 따사로운게 이쁘다.
며칠 전 조성주 바이올리니스트도 연두빛과 노랑이 어우러진 드레스였고, 어제 힐러리 한 드레스도 노오란 꽃이 만발한...
정말 나도 저런 원피스 하나 맞춰 입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예쁜 드레스였는데....
오늘 신현수 협연자도 초록빛 드레스다,
화장도 예쁘게 하고...어느새 어엿한 숙녀로서 아름다움을 풍겨낸다.
금호에서 유망주에게 대여해주는 과다니니 크레모나 바이올린에 눈길이 간다.
문득 자신보다도 더 아낄....아니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을 저 악기를 손에서 떼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잘땐 어떻하고 잘까....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장영주의 TV 에서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옛날에 장영주가 연주중에 바이올린 줄이 끊어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주도 거의 끝부분이었기때문에 악장의 악기를 순간 빼앗아 연주를 마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악장이 바이올린을 주지않으려고 힘을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화악~ 빼앗아 연주를 마친 뒤 물어보았다고 한다.
왜 악기를 안주려 했냐고...
그랬더니 악기를 대여해줄때의 조건이 어느 누구에게도 이 바이올린이 한순간도 가면 안된다는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고....ㅎㅎ
신현수가 가진 과다니니를 보는 순간 신현수에게도 혹시 그런 조건이 붙지 않았을까....불현듯 생각들었다.
이제 스물을 갓넘긴 신예지만 롱티보 콩쿨에서 우승을 하고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실력파로서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흔들림없이 연주에 몰입...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매혹적인 연주에 관객들 조차도 그녀의 연주에 빨려들어갔다.
특히 3악장....
모두들 얼마나 숨을 죽였던 지 3악장이 끝나고 모두들 참았던 기침을 해대느라 한바탕 소란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스코틀랜드의 장엄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움속에 연주 내내 빠져들어 그곳을 떠다닌듯 했다.
연주가 끝나자 신현수의 팬아 얼마나 많은 지....아니, 그녀의 훌륭한 연주에 엄청난 환호로 홀이 뒤덮였다.
그녀의 앵콜곡은 과연 무엇일까....순간 궁금해졌다.
그 순간...앵콜연주 들어가기 전 악장에게 뭐라 말을 하더니만 즉석에서 스타카토 연주를 주문한다.
그러더니 마치 즉흥연주를 하듯 멋드러지게 '파가니니'의 <베니스의 카니발>을 연주해냈다.
그 어떤 앵콜곡 보다도 익사이팅한게 축제 분위기를 돋구워 주었다.
사람들 더욱 더 열광하며 환호했다.
아~~ 저 멋진 연주자의 연주를 나는 내일도 들을 수 있다.
그녀의 리사이틀이 내일 금호아트홀에서 있기때문이다.
아직 KBS 오케스트라 2부 연주도 안들었는데 벌써 내일 연주의 기대감에 맘이 다 설렌다. ㅎㅎ
자리에 그냥 앉아 2부를 기다렸다.
2부에도 엄청난 곡을 들을것이기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미리 공부를 해온 메모지를 읽어보며 불현듯 남편생각이 나서 문자를 보냈다.
"그대는 나의 영웅이여~~" 라고....ㅋㅋ
그말에 울 남편 답변이 더 웃긴다.
"네~"
난 하마터면 주위사람들 다 있는데서 폭소를 터뜨릴 뻔 했다. 푸핫<<<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기 시작한다.
하프가 2대,호른이 무려 9대, 그리고 4관편성으로 평소에 볼수 없는 타악기들로 무대 뒷편이 꽉 차고 그에 상응하는
현악주자들까지 그야말로 무대가 더 이상 오를 수도 없을 만큼 꽉찼다.
벌써부터 이 제목부터 엄청난 <영웅의 생애> 사운드가 어떨 지 눈에 선하다.
연주도 KBS 오케스트라이고 지휘자도 훌륭하니 풍부한 악상과 색채적 화성으로 가득한 이 멋진 슈트라우스의 최고의 걸작을
얼마나 멋지게 오케스트레이션을 보여줄까.... 기대감에 마음이 다 설렌다.
사실, 이런 대곡을 100여명이 넘는 연주자의 실황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감히 오디오로는 이런 엄청난 흥분과 감동을 느낄 수 없기때문에....
<영웅의 생애>는 단일곡이지만 6개의 제시어가 있는 교향시이다.
무대뒤에 내려진 스크린에는 '영웅'이라는 제시어가 떴다.
독수리의 모습을 한 장대한 주제로 영웅에게 앞으로 일어날 싸움과 사랑의 모습을 제시한다.
무겁고 광활한 장대함과 함께 애로틱한 선율이 교차되어 흐른다.
어쩌면 그렇게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악상으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표현해 냈는 지....
2번째 제시어- 영웅의 적수가 나타났다.
영웅과 인간의 대립구조로 목관악기들이 영웅에 대한 비웃음과 공격을 표현한다.
참으로 항상 그렇게도 오케스트라의 꽃이자 보석처럼 느껴졌던 목관악기들의 소리가 오늘은 깔깔깔 비웃고 앙칼진 악상으로 들리는 지....
이후에도 계속 나타나며 영웅을 괴롭히고 파멸시키려 한다.
아~ 매혹적인 바이올린 솔로연주다.
바로 세번째 제시- 영웅의 애인, 반려자다.
전체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악상이며 아주 매혹적이고도 애로틱한 악상이다.
사랑의 표현의 정교함과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는 악상....
정말 바이올린 솔로는 누가 들어도 에로틱하며 간장을 녹여낸다.
이 부분이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겐 가장 어려운 레파토리라고 한다.
하긴, 이곡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오늘 악장의 연주는 그 에로틱함이 조금은 아쉬웠다.
악기 소리때문이었을까???
으음....악기소리도 그랬고....암튼 무척 아쉬웠다는....
애간장이 녹아나야하는뎁~
슬그머니 트럼페니스트들이 무대뒤로 나간다.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3번째 제시 - 영웅의 싸움터를 그려내기 위해서다.
출입문이 빼곡히 열리더니 트럼펫이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이어 마치 독일장병들이 진군하는 것만 같은 타악기들이 연주가 멋드러진다.
용맹한 영웅의 모습...
개선장군의 위풍당당함이 스네어드럼을 비롯 화려한 관악기가 격렬하게 고조되며 무대를 제압한다.
와아!! 실황의 짜릿함 감동의 순간이다.
당연히 영웅은 승리한다. ㅎㅎ
이제 5번째 제시어 - 영웅의 평화사업이다.
영웅의 주인공이 바로 슈트라우스 자신이란게 여기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동안 자신의 수많은 작품들의 주제를 단편적으로 이곳에 토로해내며 영웅의 업적을 묘사한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의 주제가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되는 슈트라우스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악상이기도 하다.
정말 곡도 대단하지만 자신을 영웅으로 칭한 것이 그 무엇보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마지막 제시어- 영웅의 은퇴와 완성이다.
아름다운 대 자연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그린 지극히 회화적인 악상이다.
목가적인 분위기.....
인간은 나라와 인종을 막론하고 자연에서부터 나고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는게 이치인가 보다.
정말 흙과 돌과 물과 불과 나무...로 만들어져 하느님의 숨결을 받아 인간이 된것이라
결국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것.....
누구나 자연속에서 유유자적 여생을 마치기를 소망하는 걸 보면....ㅎㅎ
환호와 박수갈채가 대단했다.
이런 대곡을 실황으로 듣노라면 누구라도 함성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에....ㅎㅎ
앵콜곡으로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들려주었다.
지휘자가 종이에 한국발음을 적어서 또박 또박 한국어로 앵콜곡을 제시해준 섬세함이 좋았다.
참 다정다감하고 섬세하고 열정적인 지휘자인것 같다는....ㅎㅎ
브루흐 - 스코틀랜드 환상곡 Op.46 -
Max Bruch (1838~1920)
Kyung Wha Chung, Violin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Rudolf Kempe, Conductor
제1악장 : Intrduction - Grave Adagio Cantabille 08'13
제2악장 : Allegro 05'23
제3악장 : Andante sostenuto 06'52
제4악장 : Finale - Allegro guerriero 07'39
브루흐, 스코틀랜드 환상곡 작품 46
브루흐는 영국의 작가인 월터 스코트경의 여러 소설작품에 자극을 받아 로맨틱하
고 감상적이며 기술적으로 현란한 이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작곡하였다. 4개의 악장으
로 되어 있는 이 곡의 각 악장에는 스코틀랜드의 민요풍 멜로디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브루흐는 그런 민속 멜로디를 단순히 책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
접 영국을 여행하면서 발견한 것들이라고 자랑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
여주고 있다. 환상곡이란 제목이 붙여져 있지만 5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인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쌍벽을 이루는 바이올린의 걸작이다.
특히 일생동안 브루흐가 스코틀랜드 민요에 흥미를 가졌음을 이야기 해 주는 최고의
역작이다. 민요 연구에 대한 브루흐의 작업은 그의 개인적인 음악적 개성을 발전시키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리스트나 바그너같은 신독일 학파와 맞설 수 있는 큰 무
기이기도 했다.
이 곡은 그의 작품 가운데서 민요 연구에 대한 결과가 가장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Richard Strauss 'Ein Heldenleben')
1898년, R. 스트라우스가 작곡한 관현악곡(작품 40)으로
작곡자의의 지휘로 1899년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초연되었다.
그가 쓴 교향시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며,
표제인 “영웅”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자서전적인 음악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형식은 단일악장이고, 2가지 주요 주제인 영웅과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영웅의 모습,
영웅을 둘러싼 사람들, 영웅의 사랑, 적대자와의 싸움과 승리, 영웅의 은퇴 등을 묘사하였다.
정묘한 관현악법을 써서 여러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한 기량이 돋보이고,
<영웅의 업적>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나타나듯
개개의 묘사가 단편으로 끝나지 않고 커다란 유기적 통일체를 형성하고 있다.
작품의 구성은 6개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고전음악처럼 일정한 형식이 없고 표제적 형식을 띄고 있다.
전체적으로 극적 흥분이 감돌고 있고,
아울러 행복을 찬미하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연주시간 : 약 44분)
▶ 영웅(Der Held) : 서주 없는 쾌활한 곡으로 영웅의 모습을 제시한다.
I. Der Held
▶ 영웅의 적수(Des Helden Widersacher) : 영웅과 인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II. Des Helden Wiedersacher
▶ 영웅의 애인(Des Helden Gefahrtin) : 바이올린 독주의 부드러운 선율이 영웅의 반려자를 표현한다.
III. Des Helden Gefahrtin
▶ 영웅의 싸움터(Des Helden Walstatt) : 트럼펫으로 전장의 모습이 나타나며, 대담하고 용맹한 영웅의 모습과 개선장군의 위풍당당함이 표현된다.
IV. Des Helden Walstatt
▶ 영웅의 평화 사업 (Des Helden Friedenswerke) : 영웅의 업적을 나타내는데,「돈키호테」등 R.스트라우스의 다른 작품의 테마가 단편적으로 나타난다.
V. Des Helden Friedenswerke
▶ 영웅의 은퇴와 완성 (Des Helden Weltflucht und Vollendung) : 목동의 피리 소리를 연상케 하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이제 여생을 평안 속에 보내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웅은 옛날의 투쟁을 회상할 뿐, 더 이상 투쟁도 정열도 없다. 다만, 평화와 위안, 정화와 도취가 가득히 번질 따름이다.
VI. Des Helden Weltflucht und Vollendung
작품 해설
교향시 대부분을 니체, 세르반테스 등의 문학 작품에서 착상하여 작곡해 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34살 때 문학과는 관계가 없는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그의 교향시 중에서 최고 걸작의 하나이며, 동시에 일련의 교향시 작품을 총결산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단일 악장으로 되어 있으나 교묘하기 이를데 없는 오케스트레이션, 색채적인 화성, 풍부한 악상, 단단한 구조, 그리고 원숙기의 작품답게 알찬 내용을 가진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서, 재현부를 생략한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용을 나타내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곡자 자신의 시사에 의해 구성을 다음과 같이 6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부 ‘영웅’은 영웅을 나타내는 의연하고 당당하고 장대한 주제로 시작된다. 이 주제를 듣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마 다음과 같이 동일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크게 활개치는 독수리의 모습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늘의 왕자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최초의 인상적이고도 장대한 주제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즉 향후에 나타나게 될 연인과의 사랑의 주제, 영웅의 싸움 등 많은 요소들이 그것이다.
이 장대한 영웅의 주제가 서서히 사라질 무렵, 갑자기 영웅을 비난하고 조소하는 적들의 공격이 예리하게 울리는 플루트, 불평을 늘어놓는 오보에, 앙칼지게 아우성치는 피콜로 등으로 묘사되어 나타난다. 제2부 ‘영웅의 적’ 부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적들은 후에 영웅과 적들의 싸움에서도 계속적으로 나타나 영웅을 괴롭히고 파멸시키려 한다. 음악을 통해 들리는 목관 악기들의 앙칼진 음향들은 정말 간교하고, 간사한 적들의 모습을 훌륭하게 구사하고 있다. ‘깔깔깔’ 하고 웃는 적들의 모습이 슈트라우스의 천재에 의해 완벽하게 우리들의 귀에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힘찬 영웅의 주제와는 완전히 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래, 네가 바로 영웅이란 말이지? 우리들은 너를 파멸시키고 말겠어!’ 우리는 이 음향들을 들으며 섬뜩함을 느끼면서 후일에 있을 이들과의 싸움이 얼마나 격렬할지 충분히 예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서서히 적들의 앙칼진 조소와 비난이 사라지면서 제3부 ‘영웅의 반려’가 시작된다. 이 부분은 영웅과 그 연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교향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부분이다. 영웅과 연인과의 아름다운 사랑의 대화는 음악만을 듣고도 그 장면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며,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마치 우리는 하나의 오페라에서의 사랑의 장면을(비약하자면 정사 장면) 보는 듯 하다. 사랑을 애절하게 호소하는 한 여인과 그를 무심한 듯 바라보면서도 결국에는 그 사랑을 힘차게 받아들이는 영웅의 모습,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이 같은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는 연인과 영웅이 등장한다. 영웅의 여인은 독주 바이올린으로 묘사되고 있고, 영웅은 장대한 저음현에 의한 오케스트라이다. 제2부에서 적들이 사라질 무렵, 영웅의 연인을 나타내는 독주 바이올린이 등장하여 우아하게 노래하지만 영웅이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이올린은 더욱 기교적으로 노래하면서(이 부분은 정말 기교가 넘친다. 어떠한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도 이와 같이 기교 넘치는 부분을 들어보지 못했다.) 영웅의 주제와 대화를 나눈다(이 부분에서의 독주 바이올린 솔로는 바이올린 연주자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레파토리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인이 계속적으로 화려한 기교, 즉 소위 ‘교태’를 통해 사랑을 애절하게 호소하자 마침내 영웅은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연인을 힘차게 껴안는다. 이 힘차게 연인을 껴안는 장면에서의 음악은 슈트라우스의 다른 어떤 작품에서의 주제보다도 아름답고 감동적인 울림을 전해준다. 눈물날 정도로 그 둘의 사랑은 음악 속에서 완벽하게 이미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도 잠시 갑자기 무대 뒤에서 3개의 트럼펫에 의해 적들은 선전 포고를 하고 드디어 아까 예감했던 전쟁이 시작된다. 이 부분은 쉬트라우스에 의하면 ‘전장의 영웅’! 이제 갑자기 음악은 완전히 분위기를 바꾸어 마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레닌그라드’)에서의 독일군의 진군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스네어 드럼의 울림과 똑같은 음향이 음악 전체 분위기를 전투의 장면으로 끌고 간다. 이제 많은 수의 군사들이 진군해오고, 그 속에서 아까 적들의 앙칼진 목소리도 들린다. ‘영웅을 없애라!’ 여기서의 압권은 진군을 독려하는 스네어 드럼과 영웅을 묘사하는 듯한 관악기들의 묘사이다. 이 부분은 서로 각 악기들이 경쟁적으로 도입되어 전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러나 싸움이 진행되고, 적들과 영웅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지만, 결국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적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영웅이 승리한다.
이제 격렬한 음악이 잠잠해지고, 우리의 영웅은 지난 날의 생애를 뒤돌아본다. 제5부 ‘영웅의 업적’은 영웅이 자신의 업적을 되새겨보는 부분으로 슈트라우스가 그때까지 발표했던 수많은 작품의 주요 주제가 나타난다. 이 부분에서 슈트라우스의 천재적인 면모가 나타나는데, 각각의 주제들이 교묘하게 얽혀서 아름답게 그리고 회상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장 쉽게 들리는 주제는 ‘돈환’에서 나오는 호른에 의한 돈환의 제2주제인데, 이‘돈환’의 주제가 다시 이 곡에서 어렴풋이 그러나 당당하게 형상화되어 나타나는 순간은, 이 교향시를 더욱 아름답고, 위대한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듯 하다. 그가 묘사한 돈환은 영웅이었고, 그 영웅은 다시 슈트라우스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여러 주제와 함께 또 하나 아름답게 나오는 주제는 바로 ‘돈환’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하는 오보에의 선율이다. ‘돈환’에서 나오는 이 주제는 다시 똑같이 이 교향시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선율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그 어떠한 오보에 솔로에도 비할 수 없다. 이 오보에 솔로가 다시 ‘영웅의 생애’에서 지나가듯이 회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슈트라우스 교향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제 중에 하나를 다시 이 곡에서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무튼 이 교향시 중에서 특히 연인과의 사랑 장면과 함께 자신의 업적을 뒤돌아보는 이 장면은 슈트라우스 개인의 업적을 뒤돌아본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곡은 마지막으로 다가가고, 제6부 ‘영웅의 은퇴’에서 슈트라우스는 은퇴한 영웅이 모든 것을 다 긍정하며 아름다운 대자연에 싸여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 또한 매우 묘사적으로 곡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기서도 슈트라우스의 천재적인 면모가 보이는 것이다.
후기 낭만파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아마도 그의 작품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브루크너나 말러 그리고 그 이후 시대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듣는 것은 음악 감상에 있어서 커다란 거목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정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마지막 낭만주의자가 아니었을까?
-- kmh.yeungnam 웹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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