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날이 어둑 어둑해지는것이 곧 해가 질것만 같다.
예상시간 보다 산행이 많이 늦어지는 것만 같아 좀 걱정이 된다.
와아~ 저 까마득한 아래 구불 구불한 계곡도 정말 멋드러진다.
날씨가 좀더 맑았더라면 사진에도 잘 잡혔을텐데...
하긴...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더 좋다~
왠지 무한대로 뻗어있을것 같잖아~
ㅎㅎ
대승령 표지판이 보인다.
얼마 안 남은것 같다.
아!! 드디어 대승령이닷!
선두에서 빠져서 맘껏 경치삼매경에 빠져 여유자작 걸었지만, 도대체 선두는 뵈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나름 힘차게 걸었는뎁~
걍 쉬지도 않고 빡세게 걸었나??
일행을 볼 수 없으니 쫌 심심하고 지루해질려고도 한다.
넘 멋지다고~ 호들값도 떨구,사진도 쫌 찍어주고 해야 지치지않는데....ㅠㅠ
그렇게 넋두리를 잠깐 했는데, 대승령에서 우리의 수석가이드 바오로 형제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얼마나 반가운 지...
마치 길을 잃었다가 엄마를 찾은 느낌??
쫌 과했나?? ㅋㅋ
자상하게 사진도 찍어주시고...
꿀보다 더 맛있고 시원한 매실쥬스도 얻어 마시고...
사실...
점심을 먹으면서 커피랑 물이랑 다 마셔버려서 몇시간을 물없이 걸으려니 슬슬 몸이 지쳐오기 직전이었었다.
대승령에선 딱히 경치가 볼거리가 없었다.
사진 한컷 없는걸 봐도...ㅋㅋ
워낙에 귀때기청봉부터 1408봉까지 비경을 보면서 온 지라 이젠 왠만한 건 눈에도 안찬다. ㅋㅋ
아놔~ 앞으로 등반이 재미없어지면 어떡하지?
오늘 눈이 너무 호강을 해서리~~
잉??
뭘 걱정하냐구?
불과 몇달 전에 간 지리산 바래봉에선 철쭉밖에 기억못하고, 설악산에 가서도 바위와 폭포, 계곡밖에 기억못하면서??
으윽~ 그렇게 아픈곳을.....
수석 가이드 바오로 형제님은 계속 대승령에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우린 장수대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딪었다.
이젠 정말 내리막 길만이 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무릎엔 더 안 좋은거 같다.
그렇잖아도 오늘 끊임없이 펼쳐진 너덜 길을 걷느라 많은 사람들이 무릎 통증때문에 고생들을 했다.
우리 일행은 아니었지만 다친 사람도 있고,
무릎이 아퍼서,또는 헛발을 내딛어 근육을 다쳐서 애를 태우며 걷는 이들을 많이 봤다.
나도 오늘 무릎보호대를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무릎을 아끼느라 많은 조심을 했다.
그래도 이렇듯 끝까지 무사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지....
장수대로 내려가는 돌길은 무릎이 안좋은 사람들에겐 상당히 힘든 코스였겠지만,
정말 낭만적인 길이었다.
빨간 단풍이 너무나 예뻤고
수북이 쌓인 낙엽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와아!! 우리 저기 들어가서 누워 쉬었다가 가요~"
수북이 쌓인 낙엽은 마치 오리털 처럼 나의 몸을 가뿐하고 따듯하게 감싸주었다.
어느샌가 뉘엿 뉘엿 물들어 가는 노을도 멋드러졌고
하늘을 종이 삼아 마치 추상화를 그리듯 얽혀있는 나뭇가지들도 멋드러졌다.
와아!! 너무 좋다!!
오늘 내가 선택한 것 중에 최고의 선택이야~
신기하리 만치 그 잠깐 동안에 모든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는 순간이었다.
설악의 기운이 내 안에 순식간에 빨려들어온것 같았다.
좋은걸 나 혼자만 누릴 수는 없잖아??
지나가는 일행들 붙잡고 누워보라고 꼬신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ㅋㅋ
그러고 보니 이렇게 걍 비박해도 되는거 아니얌?
비박해보고 싶당~
모르면 용감하다고 점점 겁이 없어진다. ㅋㅋ
이젠 진짜 마지막 코스 대승폭포다.
올해 비가 많이 온거에 비해서 폭포가 너무 빈약하다.
그냥 인증 샷 한컷으로 만족하자.
설악의 폭포는 지난 여름 무박 대청봉 산행때 아주 만끽을 했었지~
자연은 우리에게 꼭 한가지 이상은 선물을 주는것 같아~
절대 빈손으로 빈 마음으로 우릴 보내지는 않아~
그걸 알아차리고 또 그걸 배워야 해.
산에서는 어둠이 순식간에 찾아든다.
노을이 지는걸 봤음에도 금방 어둠이 찾아들거란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또 헤철을 하다가 마지막 발길을 돌렸을땐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찾아든 어둠....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 ....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여 가까스로 불빛을 가지고 내려가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아직은 깜깜한 어둠이 아니었기에 그나마 불빛을 뒤쫓아 내려오기가 수월했지만
아직 내려오지 않고 있는 10여명의 일행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때 저만치 어둠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일행-대장님과 스테파노형제님 이었다.
아이고~ 두번째로 길잃은 어린애가 엄마를 만난 안도감.....
ㅎㅎ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에 시원함이 퍼저난다.
그리고 한참 뒤...
드디어 수석가이드 바오로 형제님 인솔하에 일행들이 도착했다.
아!! 다행스럽게도 바오로 형제님과 몇 사람들이 후뢰쉬를 가지고 있어서 쉬이 내려올 수 있었다.
이제 배가 고프다!
오늘은 야외에서 바베큐 파티를 한댄다~
Wow~~
정말 멋드러진....마치 여기서 하루 자고 갈것같은 착각이 드는 팬션같은 느낌이 드는 식당이었다.
계곡물 소리도 들리고...
달빛이 훤히 비치는 넓다란 야외 마루에서 주인장이 능란한 솜씨로 구워다 주는 바베큐를 먹고있자니
평소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도 술술 넘어간다.
캬아~~
그러나 우린 서둘러 떠나야 한다.
예상시간 보다 무려 3시간이나 더 걸렸기때문에 오늘 중으로 들어갈 수 있을런 지...
하긴 뭐~ 어짜피 도착하면 잘거....내일은 주일...그저 모든게 여유롭다.
아침 8시 산행 시작....저녁 6시 반 하산했으니 총 10시간 반...
누구나 쉬이 할 수 있는 산행은 켤코 아니었기에 모두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한
멋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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