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6일 금요일....
드디어 내 생애 역사적인 순간의 날이 도래하다.
아침부터..아니, 전날부터 내 생애에 과연 오를 수 있을까...싶었던 설악산 대청봉 산행에 가슴이 콩딱거려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산행이 아닌 무박 야간산행....
설레임과 두려움에 꽁딱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노심초사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메모지에 준비해야할 것들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을 들고 하나씩 하나씩 체크해 가며
대청봉 산행을 준비한다.
그런데....내일도 모레도 하루종일 비가 온댄다~
아!! 오호통재라 애재라~~
그래도 성모산우회 번개팀은 간다!
그러니 나도 당연히 가는것이다.
도대체 모두들 야간 산행은 처음인 완전 초보자들...
날씨는 덥고 비도 온다고 하고..
차량 출발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야 하니 빡센 산행일 터라 우리같은 초보자는 여유있게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고...또 덥고 습한 날씨라 하루 전날 준비하는 도시락이 상할 염려까지....ㅠㅠ
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얼만큼 준비를 해가야할 지..사실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물을 중간에 보충할 때가 없으니 충분히 준비해 오라는 명령만이 확실할뿐...
나는 홍삼엑기스와 꿀을 진하게 타서 한병 얼리고, 국화차, 용정차, 냉커피,물까지.... 냉동실이 가득 차도록 마실 것들을 집어넣어 얼렸다.
그리고 혹시나 졸리울까...장거리 걷기에 힘이 지칠까....mp3 에 신나는 팝음악들을 가득 집어넣어 챙기고,
역사적인 산행의 사진에 욕심을 내고싶어 DSLR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빡센 산행과 빗속산행에 무리라 싶어서 작은 디카를 준비했다.
아!! 어디 그뿐이랴~
갈아 입을 여벌옷들...혹시 젖은 바지의 물이 신발속으로 흘러 들어가 양말이라도 젖기라도 한다면 발이 부르트는건 시간문제...여벌의 양말도 두켤레나 더 챙기고, 치솔,치약에 약간의 화장품(이건 완전 오바~)까지...
드디어 출발 당일 아침이 되었다.
날씨가 더워서 걸으면서 에너지 보충할 초콜릿이 지난 오봉 산행때 보니 다 녹아서 오늘은 초코 브라우니를 굽기로 했다.
아침부터 식구들것까지 굽자니 양이 많아져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계속 몸 만든다고 운동을 열쉼히 했더니만 이거이~ 마악 몸이 지쳐오는것 같다.
헉!! 이러면 안되는뎁~
그나 저나 자꾸 주변 사람들이 내일 종일 비 엄청 올거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아!! 급기야 또 고어텍스 쟈켓외에도 우비를 하나 샀다.
헉!! 우리 일행들이 새벽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기로 했는데...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정신없이 딸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고, 원두커피도 큰 보온병에 가득 내려 담고,...
아무래도 지친 산행에 밥이 들어가야 할듯해서 또 볶음밥을 해서 보온 도시락에 한 가득 담고....
드디어 냉동실에서 꺼낸 물병들을 키친타월로 싸서 비닐에 담아 베낭에 넣으니 ...커다란 베낭이 꽉 찬게 무게가 천근 마근 ...장난이 아니었다.
주엽역까지 태워다 준다는 딸이 베낭을 들더니만, '헐~ 엄마, 이걸 어떻게 메고 산에 올라~'
@#$%^& ?? ㅠㅠ
그렇게 허둥지둥 달려와 8시 반... 주엽역에서 일행과 합류를 했다.
가방이 돌덩이든....
천둥 번개가 치든...
이제 우리의 발걸음은 내딛었다.
설악산 오색부터 대청봉 그리고 백담사까지....이제 가는 것이다!!
양재역 서초 구민회관 앞에서 우리가 타고 갈 버스를 기다렸다.
벌써 비는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예술의 전당에서 집에 오는 버스를 타려고 이곳을 지나칠때 마다 이 대단한 사람들을 늘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았던...야간 산행인들!!
그러나 오늘...내가 이곳에... 그들의 한사람이 되어있다니...감개가 무량하기만 하였다.
와아~ 10시 반이 되자 정확하게 우리를 태울 버스가 도착을 했다.
예약순번으로 자리가 배정된다고...우리의 자리는 비교적 앞자리에 배정이 되어 있었다.
대장의 기~인 설명이 이어지고, 우린 짧은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애를 썼다.
잠깐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벌써 휴계소....
우린 산에 올라 새벽에 먹는다고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야참으로 커피와 함께 먹었다.
난...항상 잘 췌하는게 문제이기때문에 가능한 한 먹는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밤참을 휴계소에서 사서 먹고있었다.
으흠~ 그렇군!!
이곳 휴계소엔 워낙에 야간산행 하는 사람들이 많기때문에 산행하는데 필요한 왠만한 것들은 휴계소에 다 있어서 휴계소에서 준비하고 또 사 먹어도 될것을.....
새벽 2시 15분....오색에 도착을 했다.
아직 등산로 입구는 굳게 닫혀있었다.
원래 개장은 새벽 3시이지만 관리인에 따라서 일찍 2시반쯤 열어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 사이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몸을 풀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우린 생전 처음 사용해 보는 헤드랜턴을 머리에 쓰고 어떻게 켜고 끄는 지 사용법과 성능을 테스트했다.ㅎㅎ
그 사이 버스가 또 한대 도착을 했다.28인승 VIP용...
"우와~ 우리도 담엔 저기 이용해욤~~"
새벽 2시 반.... 드디어 문이 열렸다.
우린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을 따라 등산로 입구를 통과했다.
등산로는 소문과 같이 가파른 길의 연속이었다.
칠흙같이 깜깜한 어둠속을 헤드랜턴의 가녀린 빛을 따라 사람들은 묵묵히 걸어올랐다.
얼마나 이렇게 간단 말인가!!
어느순간 숨이 차 오르고 스틱을 쥔 팔에는 힘이 빠져나갔다.
정말 소문대로 이들은 얼마나 빠른 지...마치 거인처럼 쉬지않고 쑥.쑥. 걸어 올라갔다.
이대로 이들을 따라 올라가다간 숨이 차서 죽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때.....
드디어 우리의 인솔자-가브리엘 형제님이 멈춰섰다.
우리끼리 보조를 맞추어서 천천히 올라가자고..
그렇게 우린 그들에게서 이탈이 되어 우리끼리의 야간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뒤를 따라오던 두번째 버스 팀도 하나 둘씩 우리를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추월당할때의 버거움까지 체력의 한계점에 더해질때
부슬 부슬 내리던 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해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올땐 베낭을 보호하는게 가장 급선무....이미 베낭커버로 베낭은 다 덮었지만,이젠 몸을 보호할때.
모두들 멈춰서서 우비를 입기 시작했다.
나도 오기 직전 산 우비를 꺼내서 고어쟈켓 위에 덧입었다.
두려움??
아니다. 세명이 모이면 집단의 힘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우린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모두들 우리를 지나쳐 올라가고 깜깜한 어둠과 빗속에 우리만이 남겨져 올라가니 되려 편안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얼마나 지쳤는 지..비가 오는데도 우리의 몸은 심하게 갈증을 호소했다.
생각해 보니, 바로 그 힘을 빼는 주범중 하나는 끝없이 오르막인 가파른 등산로로 등산로지만
바로 무거운 베낭이었다는것!!
평소엔 보온 도시락과 작은 보온병의 커피와 과일 몇개가 다였던 내 베낭에
오늘은 도대체 꽝꽝 얼려있는 얼음물만 몇병이 들어있는 거야~
우린 수시로 멈춰서서 물을 들이켰다.
아!! 내가 얼려간 국화차의 향기가 얼마나 좋은 지....온 몸을 파고 들며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는....
어디 그뿐인가!!
극도의 한계점에 도달했을때 드디어 꺼낸 꿀과 홍삼엑기스를 듬뿍 넣은 진한 홍삼차......
그 홍삼차란 말에 모두들 두 눈이 번쩍 뜨여 달려들어 결국 내게 다시 돌아온 병은 빈병이었다는....ㅠㅠ
아아~~ 역쉬 극한에 닥쳤을때는 모두들 인정 사정이 없더라는,,,,, ㅋㅋ
억수같이 퍼붓던 빗줄기가 잠시 소강상태다.
그래도 역사적인 야간산행인데, 이쯤에서 사진 한장 찍어줘야 하잖을까?? ㅋㅋ
이게 바로 우리의 스탈이쥐~~ 푸하핫~~
비까지 내리는 깜깜한 밤이니, 도대체 후레쉬를 터뜨려도 가까이 있는 나무줄기만 왕짱 나오는군!!
상관있나 뭐~~ 렌즈커버도 고장나서 잘 안열려~ 흔들림 보정도 고장나~ 순간 연속촬영만 되는 디카로 뭘 더 원하는거야~
어짜피 야간 산행했다는 인증샷이잖아~
머리에 쓴 헤드랜턴...역쉬 멋져. 폼나!! ㅋㅋ
우리의 산행을 안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한것과는 달리 우린 그저 스스로 장해서 모두 싱글벙글이었다.
어쩌면 가장 초보자인 내가 제일 스스로 장해했고, 그 다음은 네번째인 사람이 , 그 다음은 세번째인 사람...
젤 마지막이 우리를 인솔해간 가브리엘 형제님..??
그래~ 어쩌면 정말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장해하니 그 스스로 에너지를 분출해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낸 .....
그래서 가장 자신했던 가브리엘 형제님이 가장 힘든 산행을 하셨는 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페이스를 놓치셔서 그렇다고...
아무래도 전날에 텃밭을 가꾸시는 형제님이 농사일을 많이 하신탓도 있고.....
하긴....그저 마냥 좋아라 따라가는 사람이 원래 가장 뱃속이 편하고 걱정이 없는 법이다.
이는 내가 가장 산을 잘 올랐다는...?? ㅋㅋ
드디어 대청봉을 가르키는 푯말이 나왔다.
딱 3/5 지점이다.
헐~~ 죽어라 올랐는데..아직도 갈길이 험란하기만 하다.
지금이 몇시쯤 되었을까~
어느새 어슴푸레한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와아~ 안개가 자욱한...잿빛 분위기...그 묘한 분위기가 정말 운치있고 좋았는데....사진이...
그때 핸폰 벨이 울려댔다.
남편이었다.
날이 새서 다행이라면서 대청봉에 올랐냐고....
아직 멀었다고....나...살아서 돌아가면 성대한 파뤼를 열어주라고...
그 말에 울 남편 "됐네~" 한마디!! 푸핫~
그 단칼의 말을 넘겨듣고 모두들 한바탕 웃어재꼈다는.....ㅋㅋ
오잉??
내가 한턱 쏴하는 거였남?? ㅋㅋ
이제 어둠의 시대는 지나고, 산신령이 둥둥 떠다니는 아주 운치있는 안개숲이 펼쳐졌다.
정말 너어무 좋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것이 언제 그렇게 힘겹게 올랐나 싶은듯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갈길은 험란하기만 하다.
와아!!
드디어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뭐얏?? 정상이얏??
멋져 멋져!!
빨리 빨리 서세욧!!
설악의 신령한 기운이 나를 에워싸서 그럴까??
지쳤던 몸이 어느 순간 씻은듯이 사라지고 생기가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구불 구불 돌길이 더없이 낭만적이었고, 잔뜩 낀 운무가 마치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가는것 같은....
여기 저기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이름 모를 아름답고도 이쁜 야생화가 흥분을 더욱 부추긴다.
드디어....
요 돌길만 오르면 정상.....!!
우린 헤냈다!!
Schumann / Der Nussbaum (호두나무)
Soprano : Elly Ameling
Piano : Dalton Bald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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