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17토~7.18.일 /성모산우회 정기산행/농촌체험&청량산 등반
저만치....구름속으로 내 마음은 실려 떠나버리고....
세상 삶이란게 그렇게 녹록하지마는 않은것 같다.
무슨 일을 계획해놓고 보면 수많은 유혹이 꼭 앞을 가리우는 걸 보면....
그래서 우린 늘 선택의 귀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게 또 별개아니다.
용기.....
그래~
난 늘 말하지.
'세상은 용기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인다' 고
성모산악회의 2010년 가장 큰 프로젝트....
경북 봉화 청량산으로의 1박2일 여정....
'무조건 가야한다'는 조건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었는 지....
갑작스레 17일...해외여행을 떠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헉!! 청량산 가야되는데~
하지만 해외여행이라는 강한 유혹앞에 청량산 등반은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다행이라고 말해야할까...해외여행은 남편의 시간없음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그러나 한번 들은 바람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한동안 해외여행 사이트를 누비며 밤을 지새게 만들었다.
그렇게 망설임끝에 하루 이틀 지나고 좌석은 매진의 행렬로 바뀌기 시작했다.
에잇~ 청량산이나 가자!!
그러나 또하나의 걸림돌이 생겨버렸다.
우리집 뒤 아파트 숲에 있는 살구나무와 매실나무의 노오랗게 익은 열매를 주어다가 맛있는 쨈을 만들기를
2주.....오직 선물하려는 천사(?)같은 나의 맘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나무를 발로 차!!' 하는 유혹의 목소리에 사로잡혀 온몸을 날려 나무를 찬다는게 그만 미끄러저 가슴과 머리로 나무를 들이박은것....ㅠㅠ
머리속에 커다란 만붕이 생긴건 며칠사이 가라앉았는데 가슴의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었다.
기침이 나오면 살인적이고 웃지도 못하고 크게 숨을 쉴수도 없고, 오른 쪽 팔은 전혀 힘을 쓸수가 없었다.
과연 이런 몸으로 산을 탈 수 있을까......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왠 비는 그렇게 쏟아지는 지.....
전국에 내린 호우주의보까지....
에잇~ 까짓 가는거야!!
팔을 못쓰면 어때~ 발로 걸으면 되고...
비가 오면 어때~
원래도 비만 오면 CD한가방 챙겨들고 여행을 떠나곤 했었잖아~
더 좋지!!
이렇게 함께 가준다는 사람도 많고....
아!! 드뎌 나 진짜 산신령 되는구낭~~으흐흐흐~~~
전날....프랑스 안무가 '롤랑프티'의 발레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비는 앞이 안보이게 쏟아졌다.
이미 청량산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이 빗속에 공연이 끝나고 집에가면 12시반이 훌쩍 넘을테고...
씻고,짐 챙기고 어찌 어찌 하다보면 금새 두세시가 될테고...거기다 4시50분까지 성당에 가려면 대략 3시반에는 일어나야...?? 허어걱!! ㅠㅠ
열심히 시간계산을 해보곤 남편에게 하트를 한가득 띄운 메시지를 쳤다.
'오늘 같은 날 날 데릴러 와 주면 당신은 나에게 백마 탄 임금님....' ㅋㅋ
지금 술 한잔 하고 있는데 바로 집에 가서 데릴러 가겠다는 답변이 왔다.
얏호~ 성공이군!! ㅋㅋㅋ
예상시간 보다 공연이 일찍 끝나 비타민 플라자 로비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나처럼 데릴러 와주는 사람을 기다리는 지...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가기가 겁나는 지....
로비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중에 아나운서 '황인용'씨도 만났다.
몇해 전 헤이리에 있는 그가 운영하는 '카메라타'에서 만나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을때 보다는 훨씬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잠시 인사만 나누고 나는 주변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엿들었다. 오늘 공연에 대한 감동들을 어깨 넘어 듣는 일도 즐거웠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남편은 도착했다.
비 오는날 밤 드라이브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반짝이는 도로바닥은 거울처럼 수많은 불빛들을 반사시키고....그 청량함은 낯보다도 더 산뜻함을 느끼게 한다.
아!! 이런때는 재즈를 들어야 해!
차 안에는 흐느적 거리는 재즈 선율로 가득하며 분위기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이럴땐 또 옆에서 여우를 한껏 떨어줘야 하는 거다. ㅋㅋㅋ
잠시 소강상태였던 빗줄기가 또 세어졌다.
이 빗속에 청량산 간다는 나의 말에 남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또 낚시간다는 남편에게 '이 빗속에 낚시를 가??'하는 내 말에
이 빗속에 등산하는 사람도 있는데 뭘~' 하면서 약간의 비아냥거림으로 흘끗 나를 바라본다.
내심 함께 낚시를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순간 또.....??
쏟아지는 빗속...저수지 한복판 좌대에 올라 방울 방울 퍼지는 빗방울을 상상했다.
귓가엔 아름다운 음악이 흐를테고 거기다 따끈한 커피까지 ....
으윽~~ 그것도 좋겠당~
어쩌다 보니 하루종일 밥을 먹지를 못했는데 갑자기 순대국집이 시야에 잡혔다.
우린 차를 돌려서 그 야밤에 순대국을 한사발씩 뚝딱 해치웠다.
아놔~~ 가슴을 치는 후회....
이 야밤에 순대국이라니....다이어트는 둘째치고라도 내일 몸 무거워서 어떻게 등반하려고.....ㅠㅠ
결국은 12시가 넘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그제서 이것 저것 찾아 등산가방 챙기고 ...어찌 어찌 하다보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은시간....
잠깐만 잔다는게....그만 눈을 뜨니 새벽 4시 42분....
순간 앞이 깜깜해졌다.
준비는 커녕 지금 집에서 나가도 4시 50분까지는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후다닥 세수만 하고 옷 챙겨입고 가방메고 냅다 집을 나섰다.
어느새 시간은 5시를 넘기고 있었다.
급한 맘에 무단 횡단.....
대장님께 전화를 하니 다행히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지,천천히 와도 된다는 답변이었다.
아놔~~ 이 버스에 오르기 까지가 어째 그리도 길고 긴 사연이 많았는 지....
진짜 그중에서도 마지막 순간이 가장 황당~~
어쨋든 내 몸은 이제 버스에 실려있다.
버스가 빗속 환상의 길을 달려 비온 뒤의 풍요로운 숲으로 데려가 줄것이다.
비가 오면 '언제 빗속 등반을 해보겠나~' 하며 비를 맞으면 되고,
비가 안오면 굽이 굽이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산허리들 속 산신령과 벗하며 환상적으로 펼쳐질 초록의 향연에 빠져들면 되고.....
등반을 안해도 좋다.
지금 이순간...창밖으로 펼쳐진 환상적인 풍광만으로도.....
아!! 좋다~
난...버스 맨 뒷자리가 좋다.
여행을 떠나도 항상 내자리는 맨 뒷자리다.
높아서 시야도 좋고....사람들이 잘 안 앉으니 옆자리도 비어 여유가 있어서 좋고..
양쪽으로 경치를 다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사진 찍기도 좋고....
오늘처럼 늦잠을 자서 맨얼굴로 나왔을때 슬쩍 얼굴에 분칠하기도 좋고....ㅋㅋㅋ
가장 경치가 좋다는 휴계소에 도착을 했다.
그러고 보니 휴계소 이름도 모르겠당~ ㅉㅉ
암튼 가장 경치가 멋있다는 말에 버스에서 내려 휴계소 뒷편으로 가 보았다.
아기 자기하게 꾸며 놓은게 정성을 쏟았다는게 한눈에 느껴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커피한잔...아니, 도시락이라도 싸와서 마치 소풍나온 기분으로 즐기고 가도 될듯싶다.
발걸음을 서둘러 다시 휴계소 앞으로 나왔다.
아직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한개피 피고 있다.
저만치 산 꼭대기에 걸쳐있는 구름이 근사하다.
다시 버스에 올라 마치 이름도 지금 이 분위기하고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청량산으로 간다.
여전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매혹적이다.
전체적으로 높은 다리위를 달리게끔 되어있는 중부 내륙 고속도로는 저만치 까마득한 아래로 마을을 내려다 보게 되어있어 그 숲의 울창함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문득 노르웨이 여행길이 떠올랐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그 황홀했던 순간이 오버랩 된다는게....얼마나 행복하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풍기로 접어들었다.
신부님께서 이곳에서 사제생활을 하신 적이 있기에 이곳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이곳의 명물...풍기 인삼에 대한 말이 귓가에 파악 꽂힌다.
인삼이 6년간 자라고 나면 흙에 있는 모든 영양분을 다 빨아들여 더이상 그 흙에선 식물이 자랄 수가 없어서 다시 스스로 복구할 때까지 휴지기를 주어야 한다는 말.....
그래서 지금 풍기인삼은 이 일대에선 거의 자라지 않고 그 주변으로 뻗어나가 다른곳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와아!! 대단한 인삼!!
6년간 자라야 먹는다는것도 대단하고, 한번 키워내고 나면 향후 오랜기간 동안 다시는 인삼을 키워낼 수 없을 만큼 땅의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인다는 것도 대단하다.
우리는 얼마나 무지한가!!
땅에서 모든 생명이 태동되고 있다는 걸 모르다니....
그리고 스스로 치유될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가장 원초적인걸 모르다니...
기다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
은둔과 끈기의 승리...
철학적 단어들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좋아한다.
아니, 은둔과 끈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적 이 우화를 끊임없이 들려주며 뒤처짐을 위로했고, 또 끈기와 인내를 가르쳤다.
그런데 어느날 대학생이 되어버린 딸아이가 내게 와서 이 우화에 대한 얘기를 했다.
교수님이 외국에 교환교수로 가서 이 우화를 들려주었는데, 한 학생이 이에 대한 반박을 하더라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상대가 안되기때문에 결코 할수 없고,
그리고 경주를 하다가 토끼가 중간에 잠을 잔다는 보장도 없다.....
오옷!!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건 같았는데, 교수님은 어땠을까.....
아!! 이렇게 사고가 다르구나~
물론 그 우화가 들려주는 교훈은 끈기를 가르치는 거였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코웃음을 쳐버린다면...
물론 어떤 것에도 반박의 논리를 또한 배워야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유태인들은 끊임없이 토론하고 반박하는 논리교육을 어렸을 적 부터 배우기때문에 설사 진리를 가지고 토론을 해도 절대로 유태인을 이길 수가 없다고 한다.
어쩌면 그렇기때문에 진리는 논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기다림이 없는...
느림이 없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 씁쓸해진다.
'국내여행 >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청량산/구름속 신선이 되어 점심을 먹다.... (0) | 2010.07.22 |
---|---|
2.청량산...장마비도 멈춰 서 우리에게 등반을 허락하고..... (0) | 2010.07.22 |
4.북한산 성벽트래킹/하산길....2010.6.5.토/성모산우회벙개 (0) | 2010.06.11 |
3.북한산 성벽트랙킹/기막힌 서울정경...만리장성?? (0) | 2010.06.11 |
2.북한산 /산성 매표소-태고사-북한산 대피소-동장대-보국문-대남문-구기동 (0) | 201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