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2010 오페라페스티발/리골레토/글로리아오페라단/예당

나베가 2010. 6. 16. 13:22

 

 

<출처:네이버 캐스트>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이런 노래 아시죠? 원래 이탈리아어 가사에서는 ‘깃털’이었는데, 우리말로 번역할 때 ‘갈대’가 되었네요. 이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라는 아리아는 아주 가볍고 명랑하게 들리지만, 이 노래가 들어있는 오페라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여러 걸작 오페라 가운데서도 가장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16세기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와 그의 궁정 광대였던 트리불레를 주인공으로 삼아 권력자의 부도덕성과 횡포를 고발한 원작 드라마 [왕의 환락 Le Roi s'amuse]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 의 희곡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군주와 귀족들이 벌 받을 위험 없이 온갖 방탕하고 못된 짓을 저지르는 신분사회 시스템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이었죠. 1832년 프랑스 초연 당일, 곱추 광대가 왕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전복적인 설정을 두고 귀족과 평민 관객의 격한 충돌을 불러온 이 연극은, 그 후 오랜 세월 상연이 금지되었답니다. 베르디는 위고의 희곡을 읽고 흥분한 나머지 이 작품을 꼭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는, 대본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에게 대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는군요.

 

만토바 공작의 궁정광대 리골레토는 젊은 공작의 호색적인 성격을 부추겨 궁정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게 하면서 쾌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숨겨두고 곱게 기르던 자신의 딸마저 공작이 유혹해 겁탈하자 분노한 그는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려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사랑하는 공작을 살리기 위해 자객의 칼에 대신 뛰어들고, 리골레토는 자루에 든 공작의 시신을 강에 버리려다가 그것이 공작이 아닌 자기 딸임을 알게 됩니다. 농락당한 딸의 명예를 위해 싸우다 리골레토에게 조롱을 당한 귀족이 그에게 퍼부은 저주가 실현된 것입니다.


 

 

 

검열 때문에 제목과 주인공이 달라진 오페라


그러나 오페라 무대 위에서 왕의 암살을 보여주는 일은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원작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대본가 피아베가 미리 다 삭제했는데도, 그 무렵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검열 당국은 이 대본에 ‘혁명적’이라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당연히 공연 허가는 받을 수 없었지요. 고민하던 베르디는 누군가의 조언을 얻어 원작의 무대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궁정은 이탈리아 만토바 궁정으로 둔갑했답니다. 어디선가 대가 끊겨 베르디 시대에는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이 만토바 공작의 가문이 오페라 무대에 오른 것이죠. 실재하지도 않는 이 공작을 비난하는 일에 대해서는 검열관들도 별 말이 없었습니다. 베르디는 오페라의 제목도 원래 ‘저주 (La Maledizione)’라고 붙였지만 검열 당국과의 마찰 때문에 결국 주인공의 이름을 따 ‘리골레토’로 바꿔야 했습니다. ‘저주’라는 제목이 훨씬 더 관객을 끌 것 같았지만 말입니다.


위고의 원작에 담긴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베르디의 오페라는 구구절절이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검열 당국의 감시 때문이기도 하고 오페라라는 무대예술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 오페라의 탁월한 극적 효과는, 긴 대사 없이도 오페라로 사회비판극이 가능함을 충분히 보여줍니다. 자신의 이 희곡이 오페라로 작곡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원작자 빅토르 위고까지도 [리골레토] 3막에 나오는 4중창을 보고 나서는 “내 연극에서도 오페라처럼 네 명이 동시에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과적일까”라는 말로 감탄을 표했다고 합니다. [리골레토]는 도니체티벨리니의 ‘벨칸토 오페라’(서정적인 선율과 가수의 목소리 기교가 핵심을 이룬 오페라)를 계승했던 베르디의 초기 오페라 끝 부분에 해당하는 작품이면서,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 중기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음악적인 면에서 볼 때 실제로 [리골레토]는 벨칸토적 선율미가 넘치는 동시에, 벨칸토 오페라에서 흔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설득력을 함께 지니고 있거든요.

 

 

 

경박한 테너, 순수한 소프라노, 극적인 바리톤

베르디의 여러 오페라가 그러하듯 [리골레토]에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세 명의 핵심인물이 있습니다. 테너 주인공인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에게 베르디는 경쾌하고 표피적인 음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이 여자나 저 여자나 Questa o quella,’ ‘여자의 마음’ 등).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주인공인 ‘돈 조반니’의 노래들이 그러하듯, 공작의 아리아들은 유려하고 매혹적이지만 별 깊이가 없습니다.

 

소프라노 주인공인 10대 처녀 질다의 노래는 세상과 단절되어 새장에 갇혀 사는 듯한 그의 삶에 걸맞게 순수하고 단조롭지만, 공작과의 사랑을 경험하고 난 뒤로 아버지 리골레토와 함께 부르는 2중창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하룻밤새 성숙한 질다의 변모를 음악으로 보여줍니다. 따라서 질다 역의 소프라노는 벨칸토 스타일의 아리아 ‘사랑스런 그 이름 Caro nome’과 격정적이고 극적인 ‘복수의 이중창 Si, vendetta’을 동시에 다 제대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고 매력 있는 소프라노와 테너에 가려져 바리톤 주인공 리골레토의 비중이 약해져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 오페라의 타이틀 롤인 리골레토는 이 격정의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존재인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가장 깊이 있고 에너지 넘치는 가창을 들려주는 배역이기 때문입니다(‘가신들,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주인공이 곱추라는 장애를 지녔다는 설정 자체가 세상에 대한 그의 분노와 저항을 암시하는데요, 자신을 인간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공작과 귀족들을 향해 리골레토는 “내가 사악하다면 그건 다 너희들이 못돼먹어서다”라고 독백합니다.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질다의 죽음은 사랑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 아닙니다. 질다는 꼭 첫사랑에 눈이 멀어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열어 보이지 않는 아버지, 그리고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에 절망한 나머지, 어른이 되는 문턱에서 삶을 포기했는지도 모릅니다. 젊은 시절에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잃어야 했던 베르디의 깊은 우울이 이 드라마 속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도 역시 진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다시 ‘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면요, 베르디는 초연 전날까지 테너 가수에게 이 곡을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부르지 말라고 해놓고 꼭꼭 숨겨두었답니다. 마침내 공연 당일, 무대에서 테너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자 이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반한 관객들은 오페라가 끝난 뒤 다들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집에 돌아갔고, 이 노래는 다음날 당장 히트곡이 되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리골레토-질다-만토바 공작 순)

[음반) 티토 곱비/마리아 칼라스/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5년 녹음, Decca

 

[음반] 셰릴 밀른즈/존 서덜랜드/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암브로시언 오페라 합창단, 1971년 녹음, EMI

 

[DVD] 잉그바르 빅셀/에디타 그루베로바/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리카르도 샤이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장 피에르 포넬 연출, 1983년 영화판, Decca

 

[DVD] 파올로 가바넬리/크리스티네 쉐퍼/마르셀로 알바레스 등, 에드워드 다운즈 지휘,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1996년 공연 실황, 데이비드 맥비카 연출, BBC-Opus Arte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공연후기...

 

리골레토는 워낙 인기있는 오페라라서 사실 여러번 본 오페라지만, 그래도 제 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로 열리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니 또 오페라극장에 들어선다.

이번에는 '김동규'가 분한 리골레토다.

사실 김동규는 그렇게 인기 성악가임에도 불구하고 실황공연은 처음이고,

음반조차도 크로스 음반 하나뿐이다.

단 하나뿐인 그 음반이....마치 신앙과도 같아서  마음이 한없이 가난해졌을때 들으면 얼마나 위로가 되며 가슴을 에이게 하는 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던 음반이기도 하다.

 

그 이미지가 너무나 강해서 인 지 왠지 김동규가 오페라 무대에 선다니 기대감과 함께 조금은 낯설기도 한....ㅎㅎ

 

서막이 힘차게 연주되며 오페라 상황이 설정된 배경이 자막으로 뜨고있다.

그리고 드디어 막이 올랐다.

한참 파티가 열리고 있는 궁정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힘찬 합창이 가슴을 뻥 뚫으며 시선을 잡아맨다.

그러나 만토바 공작의 성량이 너무 작아서 .....

합창이 너무 우렁차게 그런가??

암튼...조금은 답답하던 차에 이내 등장한 리골레토-김동규의 풍부한 성량은 다시금 속이 후련하게 했다.

아~~역시 남성성은 바리톤이야~ 멋져! ㅋㅋ

 

2장의 무대변환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무대도 괜찮다.

무엇보다 질다의 미모와 음색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그뿐만이 아니라 무대를 사로잡는 풍부한 성량까지 갖추었다.

거기다가 베르디가 만들어 낸 아리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주옥같은 중창과 합창은 베르디 작품에서 받는 풍성한 보너스....

아!! 그러나 만토바 공작의 목소리는 끝내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미성이긴 했지만 너무 작아서 좀 답답했고, 이 오페라의 백미인 '여자의 마음'에선 음정까지 약간 프랫되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하긴...워낙 유명한 아리아라서 세계적인 테너들의 노래에 익숙해져 버린 관객에게 왠만큼 잘해야 어필이되어  마음을 흡족하게 하겠는가만...

암튼...

 

하지만 뭐....워낙 유명해 익숙한 작품이다 보니, 그저 편안히 앉아서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이젠 그만 나이가 훌쩍 들어버려 애정공세을 펴는 노랫말도 낯간지럽다~ㅎㅎ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해~

무슨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는 극단적인 말을 저다지도 쉽게 쓰는 지...

역시 매혹적인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일 수록 위험인물이야~

물론 그 말을 지킬거라고 기대를 한다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고.

도대체 오페라 여주인공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달콤함에 사죽을 못쓰는 지....ㅉㅉ

하긴 바로 그게 사랑에 빠진증세지??

ㅋㅋㅋ

 

문득 이번에 다녀온  이스라엘 여행에서 유대인들의 엄격한 가르침이라는

<말을 아끼고 조심하라...>말이 떠올랐다.

말대로 이루어진다고....조심하라고....

 

리골레토의 아부, 비아냥이 비극을 차처하기도 했지만 '저주'를 함부로 퍼부울일도 아니다.

말대로 이루어질 지도 모르니까...

인간이 인간에게 저주를 퍼붓다니 참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원래 제목이 '저주'였었다니....

에긍~ 듣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원래의 제목과 주인공들의 이름과 배경까지 다 바뀌어 버렸지만, '저주'라는 단어보다는

<리골레토>가 훨씬 낫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딸을 죽였으니 어마어마한 저주이기는 하다.

적개심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저주를 낳고....그렇게 되는것 같다.

리골레토가 자신의 외모의 초라함과 삶의 비굴함에서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 지...

알고보면  자기자신의 자긍심을 갖는게 가장 중요한것도 같다.

 

무엇보다 3막에서 딸을 간절히 원하는 리골레토의 아리아가 가장 가슴 뭉클했고 감동적이었다.

 

아!!

정말 베르디~

대단한 작곡가다.

오늘도 베르디의 작품에 감탄하며 이만큼 소화해낸 글로리아 오페라단,그리고 너무나 잘해주었던 합창단,

오케스트라, 그리고 김동규와 최고였던 질다-프란체스카 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예당을 나왔다.

 

다음작품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해 진다.

 

 

 

 

 

베르디의 <리골렛토> 중에서 리골렛토의 아리아
'가엾은 리골렛토.. 몹쓸 악당같은 가신들'
Giuseppe Verdi (1813 - 1901) / 'Povero Rigoletto..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from Rigoletto (Act 2)


광대옷을 입은 리골렛토가 딸이 유괴되어 왔음을 짐작하며 일부러 쾌활한 척
꾸민채 동정을 살피며 부르는 부분이다.

유괴된 딸 질다의 행방을 찾아 궁전에 나타난 리골렛토는 애써 태연한 척
광대짓을 하면서 찾아 헤메다가 결국 공작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딸을 걱정하며 당장 놓아주기를 요구하지만 공작의 가신들이 길을 막자
분노를 터뜨리다가 이내 간절하고 아픈 호소를 담은 부탁으로 바뀐다.
음악 형태에 있어서 종전의 틀에서 벗어났으며 복잡한 주인공의 다면적인
내면을 잘 그려내었다.
<출처:http://cafe.daum.net/amicib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