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공연후기...
리골레토는 워낙 인기있는 오페라라서 사실 여러번 본 오페라지만, 그래도 제 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로 열리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니 또 오페라극장에 들어선다.
이번에는 '김동규'가 분한 리골레토다.
사실 김동규는 그렇게 인기 성악가임에도 불구하고 실황공연은 처음이고,
음반조차도 크로스 음반 하나뿐이다.
단 하나뿐인 그 음반이....마치 신앙과도 같아서 마음이 한없이 가난해졌을때 들으면 얼마나 위로가 되며 가슴을 에이게 하는 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던 음반이기도 하다.
그 이미지가 너무나 강해서 인 지 왠지 김동규가 오페라 무대에 선다니 기대감과 함께 조금은 낯설기도 한....ㅎㅎ
서막이 힘차게 연주되며 오페라 상황이 설정된 배경이 자막으로 뜨고있다.
그리고 드디어 막이 올랐다.
한참 파티가 열리고 있는 궁정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힘찬 합창이 가슴을 뻥 뚫으며 시선을 잡아맨다.
그러나 만토바 공작의 성량이 너무 작아서 .....
합창이 너무 우렁차게 그런가??
암튼...조금은 답답하던 차에 이내 등장한 리골레토-김동규의 풍부한 성량은 다시금 속이 후련하게 했다.
아~~역시 남성성은 바리톤이야~ 멋져! ㅋㅋ
2장의 무대변환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무대도 괜찮다.
무엇보다 질다의 미모와 음색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그뿐만이 아니라 무대를 사로잡는 풍부한 성량까지 갖추었다.
거기다가 베르디가 만들어 낸 아리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주옥같은 중창과 합창은 베르디 작품에서 받는 풍성한 보너스....
아!! 그러나 만토바 공작의 목소리는 끝내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미성이긴 했지만 너무 작아서 좀 답답했고, 이 오페라의 백미인 '여자의 마음'에선 음정까지 약간 프랫되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하긴...워낙 유명한 아리아라서 세계적인 테너들의 노래에 익숙해져 버린 관객에게 왠만큼 잘해야 어필이되어 마음을 흡족하게 하겠는가만...
암튼...
하지만 뭐....워낙 유명해 익숙한 작품이다 보니, 그저 편안히 앉아서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이젠 그만 나이가 훌쩍 들어버려 애정공세을 펴는 노랫말도 낯간지럽다~ㅎㅎ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해~
무슨 '죽을때까지 사랑한다'는 극단적인 말을 저다지도 쉽게 쓰는 지...
역시 매혹적인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일 수록 위험인물이야~
물론 그 말을 지킬거라고 기대를 한다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고.
도대체 오페라 여주인공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달콤함에 사죽을 못쓰는 지....ㅉㅉ
하긴 바로 그게 사랑에 빠진증세지??
ㅋㅋㅋ
문득 이번에 다녀온 이스라엘 여행에서 유대인들의 엄격한 가르침이라는
<말을 아끼고 조심하라...>말이 떠올랐다.
말대로 이루어진다고....조심하라고....
리골레토의 아부, 비아냥이 비극을 차처하기도 했지만 '저주'를 함부로 퍼부울일도 아니다.
말대로 이루어질 지도 모르니까...
인간이 인간에게 저주를 퍼붓다니 참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원래 제목이 '저주'였었다니....
에긍~ 듣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원래의 제목과 주인공들의 이름과 배경까지 다 바뀌어 버렸지만, '저주'라는 단어보다는
<리골레토>가 훨씬 낫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딸을 죽였으니 어마어마한 저주이기는 하다.
적개심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저주를 낳고....그렇게 되는것 같다.
리골레토가 자신의 외모의 초라함과 삶의 비굴함에서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 지...
알고보면 자기자신의 자긍심을 갖는게 가장 중요한것도 같다.
무엇보다 3막에서 딸을 간절히 원하는 리골레토의 아리아가 가장 가슴 뭉클했고 감동적이었다.
아!!
정말 베르디~
대단한 작곡가다.
오늘도 베르디의 작품에 감탄하며 이만큼 소화해낸 글로리아 오페라단,그리고 너무나 잘해주었던 합창단,
오케스트라, 그리고 김동규와 최고였던 질다-프란체스카 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예당을 나왔다.
다음작품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해 진다.
베르디의 <리골렛토> 중에서 리골렛토의 아리아
'가엾은 리골렛토.. 몹쓸 악당같은 가신들'
Giuseppe Verdi (1813 - 1901) / 'Povero Rigoletto..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from Rigoletto (Act 2)
광대옷을 입은 리골렛토가 딸이 유괴되어 왔음을 짐작하며 일부러 쾌활한 척
꾸민채 동정을 살피며 부르는 부분이다.
유괴된 딸 질다의 행방을 찾아 궁전에 나타난 리골렛토는 애써 태연한 척
광대짓을 하면서 찾아 헤메다가 결국 공작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딸을 걱정하며 당장 놓아주기를 요구하지만 공작의 가신들이 길을 막자
분노를 터뜨리다가 이내 간절하고 아픈 호소를 담은 부탁으로 바뀐다.
음악 형태에 있어서 종전의 틀에서 벗어났으며 복잡한 주인공의 다면적인
내면을 잘 그려내었다.
<출처:http://cafe.daum.net/amicib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