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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이 그리워 남해에 가다/2010.3.21~22.토~

나베가 2010. 6. 12. 03:13

어느날 문득 꽃을 생각했다.

"오옷~ 벌써 봄인가?? 자기야~ 남해에는 벌써 꽃이 활짝 피었다는데??"

 

계절이 3월하고도 말인데 일산은 그저 춥기만 한게 꽃이란 단어를 생각지 못했다.

늘 4월초 식목일이 되면 1층 아파트에 허락된 화단에 꽃을 잔뜩 사다 심어 단 하루만에 멋진 꽃동산을 만들곤 했는데....올해는 날씨가 너무 스산스러워 꽃을 사다 심었다간 하루 아침에 다 얼어죽을것만 같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남해로 꽃이나 보러갈까??"

"그러지 뭐!"

 

그렇게 우리의 남해 여행길은 시작되었다.

 

 

 

카메라도 챙기고, CD도 한보따리 챙기고, 이것 저것 읽을거리, 옷가지들 챙기고.....

 

이날은 날씨만 추운것이 아니라 황사에 바람까지 심해서 도대체 시야가 얼마나 뿌연 지....

갓 나온 새순들의 예민한 연두빛을 즐기고 싶었는데, 여엉 시야가 산뜻하지 않다.

 

"에잇~ 이참에 수다나 떨면서 가자"

하긴... 비단 시야가 좋다고 하더라도 계속 창밖만 주시하고 가지는 않지. 남편과 함께하는 여정인데....

좀체로 말이 없는 남편하고의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기는 여행을 떠날 때 처럼 절호의 기회는 없다.

함께 사는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못다한 수많은 얘기들이 얼마나 많은 지....

 

어느 순간 다 커버린 애들얘기...

내가 요즘 뭘 생각하고 꿈꾸며 살고 있는 지...

아니, 얼마나 행복함속에서 살고 있는 지....

 

맞아~ '사람들이 내가 늘 그렇게  잘 웃는다고....웃는 모습이 이쁘고 행복해 보인다고....'

그 얘길 했더니,

"그건 당신이 지금 행복해서 그런거야~ 표정에서 그걸 숨길 수는 없는거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아내의 행복에 오히려 자기가 더 행복해 하는 남편....

 

이렇게 시작된 행복론, 칭찬은 릴레이로 이어갔다.

 

 

 

사이 사이 근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에 취하기도 하면서 이어진 칭찬릴레이는

4시간 반이란 기인 시간을 지루함을 느낄새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치게 했다. 

익숙함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창원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었던 아들녀석 면회로 거의 매달 오다시피 했던 길로 우린 접어들은 것이었다.

 

"헉!! 우리가 왜 이길로 들어왔지??  옛날이 그리웠었나?? ㅋㅋㅋ"

그런데 창원에 오니 비가 살짝 뿌리더니 시야가 맑아지고, 활짝 만개한 벗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아~ 진짜네~ 남해엔 꽃이 만개했다더니....벗꽃까지 벌써 활짝 피었어~"

길섶엔 개나리도 완전히 노오랗게 활짝 피어 있었다.

"이렇게 기온 차이가 심한가??"

찌푸둥하기만 했던 시야가 갑자기 아름다운 다른 세상으로 바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느즈감치 출발하여 벌써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린 더 늦기 전에 서둘러서 늘상 가던 바다 끝 ....작은 포구가 있는 수정마을로  향해갔다.

벌써 입안에 맛있는 횟감이 들어가 있는 양 침이 잔뜩고이기 시작했다.

 

"빨리 가자~ 정말 배고프다~ "

직접잡아서 회를 쳐줄뿐 아니라 장부터 채소까지 다 직접 담그고 기른것들이라서 얼마나 맛있고 신선한 지....

이집의 쌈장을 사가지고 오고 싶을 정도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도 여지없이 싱싱한 야채와 빛이 반짝 반짝 나는 구수한 쌈장에

국물보다 조개가 더 많은 조개탕,이것 저것 수북한 싱싱한 횟감이 한상 차려졌다.

식사로 먹은 된장찌게는 완전 해물 된장찜이었다.

얼마나 맛있었던 지...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된장찌게는 처음 먹어본다고....호들갑을 떨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울릉도 호박엿보다 훨씬 더 맛있으니 잘못하다간 둘다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바닷가을 걸었다.ㅋㅋ

 

 

 

한적하고 조용한 것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기분좋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사실...즈음에 통영에서 음악페스티발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중 반은 서울에서도 펼쳐지는 공연이고 이미 본 공연도 있었으나 프로그램도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니

달려가서 그 축제를 흐드러지게 즐기고 싶은 맘이 한켠에 있었다.

그러나 오는 동안 펼쳐진 칭찬 릴레이에 중독되고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그저 남편하고 함께 있는 이 잔잔한 시간이 좋기만 했다.

 

 

 

 

때마침 통영 음악축제엔 크레디아에서 여행겸 패키지로 상품을 팔고있었기 때문에 일숙언니도 통영에 와 있는 상태였다.

언니는 벌써 낮공연은 보았고, 지금 저녁공연을 기다리며 산책을 하고 있는데, 바람이 너무나 불어서 좀 힘들다고 했다.

"아!! 언니랑 함께 공연도 보고 그 감동에 젖어 수다를 떠는 것도 너무나 신나는 일일텐테....ㅠㅠ"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충동이 순간 일기는 했지만....남편도 저녁공연에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

지금 달려가면 저녁 공연은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오오~~ ㅠㅠ

그러나 난 한마리 토끼만 잡기로 했다.

 

고요함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ㅎㅎ

 

 

어느 순간에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어둠이 드넓게 펼쳐졌던 바다를 감추어 버렸다.

좀더 일찍 출발을 하는건데.....ㅠㅠ 아쉬움이 가슴 한켠을 가득 메워온다.

 

차를 몰고 조금 더 달려 바다낚시터로 아주 유명한 곳을 찾아갔다.

주차장에 차는 가득한데 바닷가에 앉아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 배를 타고 나간 것이다.

 

남편은 바다낚시를 하지 않고 민물낚시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든 낚시터를 찾아간다.

내가 늘 공연장에 가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듯이 남편도 그런가 보다.

그냥....낚시터에서 받는 편안함과 여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고요와 적막감이 좋은가 부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찾고 그리워 하는 삶의 모습인 지도 모르겠다.

 

 

 

통영으로 넘어갈까....하다가

그냥 그곳 가까이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으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뵈는 것이 전망이 일품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쪽 저쪽 앵글을 맞춰본다.

그 느낌....

카메라를 조금씩만 움직여도 전혀 다른 모습이 조그만 세상에 펼쳐지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모든게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느닷없이 떠나고 싶을때 떠나올수 있음...

조용함....

비움... 

 

 

 

 

 

 

 

차를 몰고 음악을 들으며 우린 또 바다를 끼고 남해의 도로를 달린다.

그냥 지도를 볼것도 없이 마냥 바다 끝길로.....

 

 

 

그러다 머물고 싶으면 잠시 내려 서기를 반복해 가면서....

 

가끔은 이렇듯 목적지 없이 그냥 달려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얼마나 여유로운 지....

그제서야 진정 비움이 무엇인 지 알수 있다.

비워야 천상의 것이 보이고 내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죽어라 달리고 한계를 넘어선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냥 천상의 것으로 살아진다는 것을....

진짜 행복은 어디에 숨어있는 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ㅎㅎ 

 

 

 

 

 

 

 

다도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02 Serse (Xerxes), opera, HWV 40- Ombra mai fu.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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