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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와 동양적 이상향

나베가 2010. 4. 8. 04:10

말러와 동양적 이상향
2010.03.03 970
 

연주곡 :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4번> 3악장 일부
연  주 : 비엔나필하모닉,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귀국 후 한동안은
그토록 좋아했던 이탈리아 음식을 끊고 살았더랬습니다.
어느 식당을 가봐도 밀라노나 로마의 길거리 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과 느낌이 나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푹끓인 순대국밥의 진한 맛이
로마에서는 절대로 재현되기 힘든 것처럼
재료와 토양과 사람들의 기질이 서로 다른데
어찌 현지와 똑같은 음식이 나오겠냐는
어떤 깨달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흥건한 국물이 있는 한국식 파스타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작곡가 말러는
오래 전부터 동양사상에 심취해왔습니다.
한문을 읽을 수 없었던 그는
주로 번역된 글을 통해 중국의 시문학과
동양 특유의 내세관, 무위자연에 기초한 세계관 등을 접했습니다.

이태백 등의 시에 기반한
<대지의 노래>처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작품 외에도
그의 음악 곳곳에서 서양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동양적 세계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말러의 음악은
비엔나 사람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숲(비너발트 Wienerwald),
너도밤나무, 전나무로 가득찬 그 숲 속에서 느껴지는
짙고 향기로운 공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것은 마치
깊고 깊은 산 속의 비밀스런 대나무 숲에서
피어나는 한없이 맑은 공기와도 같아서
그 청명한 슬픔이 조용히 우리를 눈물짓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