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곡 : 리하르트 바그너 <발퀴레 Die Walkure> 중 2막 피날레(지그문트의 죽음)
연 주 : 테너 페터 호프만(지그문트), 소프라노 제이닌 알트마이어(지글린데)
연출 파트리스 쉐로
바그너 오페라(악극)만을 공연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극장 옆에 앰뷸런스 한 대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누가 다쳤나요?"
"아니요, 공연보다가 가끔 졸도하는 분이 있어서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겁니다."
바그너의 작품은 대개 3~4시간 정도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2배 길이입니다.
가수나 관현악단을 위해, 한 여름철에 에어컨 없는 극장에서 '신음하는' 관객들을 위해
막간에 1시간씩 휴식이 있습니다.
덕분에 오후 4시에 시작한 공연이 밤 11시가 넘어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제가 <파르지팔>로 바이로이트를 첫 경험한 날 밤
옆자리의 독일 할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참 수고했지요? 뿌듯한 기분이에요.'
그렇습니다.
그의 오페라는 황홀한 음악도 감동적이지만
극장에서 7시간을 버텨가며(?) 전막을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성질급한 이탈리아인들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졸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