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곡 : 빈첸초 벨리니 <몽유병의 여인 La Sonnambula> 중
'아, 믿을 수 없어라' 외 여러곡
연 주 : 지휘 아담 피셔,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레코딩 세션장면)
파스타에 목숨을 거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알 덴테(al dente)'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면을 푹 삶지 않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살아있도록
적당한 타이밍에 건져내는 걸 뜻하는데,
문제는 사람마다 알 덴테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파올로는 어설프게 익은 물컹한 밀가루면을 좋아하고,
마우리치오는 남들보다 2분30초 더 삶긴 상태를,
비안카는 파스타가 냄비에서 떠오르는 그 순간에 건져낸 걸 알 덴테라고
'박박 우깁니다'.
이러다보니 동네식당 주방장들은 단골들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손님 취향에 맞춰 절묘한 타이밍에 파스타를 건져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운 솜씨이지요.
지휘자에게도 이런 템포감각은 필수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마에스트로 중에는 요리를 잘하는 분이 많습니다.
아예 요리책까지 낸 정명훈 선생도 있고,
아담 피셔는 나흘에 걸친 15시간짜리 오페라 <반지>의 지휘를 앞두고도
헝가리 특제 스프를 직접 끓여 출연자들에게 대접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요리와 음악,
아니 우리 삶 자체가 템포와 타이밍의 예술을 요구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