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곡 : 프레데릭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 제1악장 일부
연 주 :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지휘 샤를르 뒤트와
긴 생머리,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한 검은 눈,
이지적인 고고함 속에 깃든 극적인 표정.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담대한 비르투오조 피아니시즘의 대명사.
그녀의 이름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입니다.
군복무 시절 한국을 찾아온 칠레 해군들과
2박3일 동안 같은 배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배에는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두 명의 장교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한 사람은 마우리치오 폴리니를, 다른 한 사람은 아르헤리치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혈질에 전형적인 라틴남자인 대위는 이지적인 폴리니를
얌전한 샌님 스타일의 중위는 격정적인 아르헤리치를 더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 중위에게 물었습니다.
"아르헤리치의 피아노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는 물어보길 기다렸다는 듯 곧 답했습니다.
"뭐긴 뭐야. 건반 위의 에스프레소지. 그것도 더블 에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