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이탈리아 국립 아떼르발레또 무용단.....
이들의 2007년도 SIDance 개막작을 보고 얼마나 소희씨랑 열광을 했었던 지...
그날 우리는 그 흥분을 제대로 억누룰수 없어 곧바로 집에 오지 못하고 광장 한켠에서 벌이고 있던 인도음식 페스티벌 장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커피 마시고.... 그리고 '국립극장'까지 예찬을 했었다.(마침 재개관을 했던 직후라 무대시야가 엄청 좋았으므로..)
너무나 근사한 주변환경까지 들춰내며....우리 낙엽 다 떨궈진 11월 중순때쯤 다시 이곳에 와서 남산타워에도 올라가 서울의 전경도 보고. 이 낭만적인 거리를 걷자고....ㅋㅋㅋ
근데...
그 환상적인 팀이 우리 동네 아람누리에서 역시 SIDance 폐막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는 것이다.
오옷~
나는 연초부터 달력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쳐놓고, 티켓부스가 오픈하자 마자 예매를 했다.
그 기다림은 ...한달전이 어제같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내겐 순식간에 다가왔다. ㅎㅎ
내가 SIDance를 비롯 현대무용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내 생각을 완전히 깨버리는...
아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놀라운 창조력을 맛보는데 있다.
천재를 발견하고 그 천재성을 직접적인 내 피부로 맛볼수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함이다.
오늘 이들이 펼칠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우기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에 대한 전반적인 모든 상식은 다 버리라고 한다.
오직 로미오와 줄리엣만이 있을 뿐....
더우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파브리찌오 플레시와 손잡고 <관능적일 만큼 압도적이면서 명징한 이탈리아의 감수성>으로 <사랑과 죽음에 대한 농밀한 표현>을 선보인단다.
며칠 전.. <로미오와 줄리엣>오페라 강좌를 듣고 난 느낌이..... 그들의 죽음까지 직행해 버리는 .....그저 단순히 10대들의 불장난이라고 조금은 가볍게 치부해 버렸던 나의 생각이 ...문득 가슴 한켠이 아려올만큼 그들의 열정적 사랑이 고픔으로 느껴왔었는데...
그리고 내 머릿속엔 고전발레..예쁜 의상을 입고 사랑스런 춤을 추는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그들의 애절함과 절규만이 가득한데...
이번 작품은 포스터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드디어 객석의 불이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
그리고 그 어둠은 태초에 빛이 없었던 시대로 순간 이동해 간 양 무대도 찾을 수 없이 그렇게 칠흙같이 까맸다.
그리고 한줄기 빛이 내리비췄다.
뭔가 보이는거 같은데 ....??
꿈틀거림.....
한참을 그 어둠속 한줄기 빛을 잡고 헤멘다음에야 그것이 사람의 몸임을 알아차렸다.
어둠은 서서히 걷히고
윤곽을 드러낸 로미오는 한발에 헬멧같은것을 신고 그 한발에 의지해 위험하리 만치 아슬 아슬한 춤을 추었다.
그 무엇보다 전율케 하는 것은 그 위험함속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꿈틀거리는 근육.....
미스터 대회에 나온것도 아닌데....아니,아니....거기엔 사람의 몸은 없었고 오직 근육과 예술만이 꿈틀대고 있었다.
마치 인간 내면속에 끓어오르고 있는 사랑의 열정같은....끊임없이 아드레나린을 내뿜으며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위험한 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 마지막에 가선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그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같은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대뒤에 빛과 함께 생겨난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란히 누워있는 무덤속을 묘사한것 같은 그들의 애절하고도 격렬한 춤사위는
'마우로 비꼰쩨티'와' 파브리찌오 플레시'라는 천재를 발견한 충격이었다.
오케스트라 실황 음악이 아니고 음악을 틀어놓은 것이라 조금은 거슬렸던 그 음악조차도
이 둘 연출가와 비디오 작가의 천재성....그리고 하나같이 솔로이스트였던 무용수들의 놀라운 춤사위는 그저 모든걸 잊고 오직 무대...무대에만 빠져들게 만들었다.
캐플릿가도 몬테규가도 없는....오직 무대엔 둘만의, 또는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만이 등장해 온몸으로 그들의 사랑을 토해냈다.
마치... 로댕의 작품을 슬라이드로 보고 있는것 같은......착각속에 빠뜨리면서
처음 등장했던 로미오처럼 아드레나린을 끊임없이 뿜어내었다.
"위험해!! 좀 멈춰!!"
아!!
가장 압권인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장면인 '발코니 장면'대신 각색한 거대한 환풍구 속에 들어가서 추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되.....
그리고 전 무용수들이 바톤을 이어받아 가며 추는 이 연속적인 파드되는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다.
아!!
또 있다~
환풍구 속에 들어가기 직전 줄리엣 혼자 추는 춤....
처음 시작처럼 깜깜한 어둠속에 오로지 여자 홀로 있었지.
이미 인간은 없고 빛나는 근육만이 있었어~
어떻게 저럴수가 있지??
빼빼마른 여자 무용수의 몸 어디에 저렇게 수많은 근육이 숨어있는거지?
저게 가능해???
나는 감동에 앞서 그 놀라움이 충격에 가까웠다.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대로 .......
무용수들에 휩쓸려 나 조차도 멈출 수 없는 롤러코스트를 타고 정신없이 달려간것 같다.
위험수위까지....
마지막 장면이 또 압권이다.
거대한 절벽이 서있고 그 사이로 건널 수 없는 거대한 폭포가 흘러내리고 ..
둘은 함께 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절벽으로 타고 올라간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안타까운 마음은 절정까지 오르고...
그제서야 신은 둘을 맺어준다.
냉혹했던 폭포는 뜨거운 사랑의 불길로 타오르며
그 거대한 바위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것이다.
아~~~
그제서야 숨은 토해내지고....
커튼은 내려졌다.
난 ...한동안 박수도 칠 수 없었다.
함성도 내 지를 수 없었다.
감동을 추스릴 수가 없어서 집에 곧바로 돌아가기도 힘들었다.
오페라나 고전발레에서 느꼈었던 그 감정과는 너무나 다른....
그 사랑을....그 젊음을..그 아름다움을....
아니, 그 아픔마저 이 가을 텅빈 내 마음에 들어와 스스로 연민에 빠졌었던것과는 달리
신의 존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든건 다 신이 개입한거라고....
인간의 한계를 다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이 그러했고....
수백년이 흘러도 영원한 아이템으로 남을 이 작품이 그렇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천재들의 탄생도 그렇고....
그리고 후회했다.
이틀 다 보려다가 오늘 하루만 본것을...
Sergei Prokopiev
Romeo and Juliet Suite 1 Op 64A
Death of Tybalt "티볼트의 죽음
Paavo Jarvi, cond
Cincinnati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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