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보리스에이프먼<차이코프스키>/2009.9.12.토/예당오페라하우스

나베가 2009. 7. 25. 15:16

보리스 에이프만이 해석한 차이코프스키의 미스터리한 삶과 죽음
<차이코프스키>

2009. 9. 10(목)~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09. 9. 10THU ~13SUN Opera Theater of Seoul Arts Center


 
러시아 국민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역작!!
2006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한 보리스 에이프만.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안무가 중 한사람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 ‘차이코프스키’는 그에게 러시아의 토니상으로 불리우는 황금마스크상을 안긴 작품이다.
발레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청년시절 즉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 치고, 공상과 현실의 혼돈 속에서 휘청일 즈음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보리스 에이프만’의 완성도 있는 연출을 통해 예술가 ‘차이코프스키’의 고뇌와, 창작에의 고통, 작품에 투영되었던 아름다운 상상들을 ‘발레’라는 상징성 강한 장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번 국립 발레단의 발레 ‘차이코프스키’는 예술가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을 설명, 기술, 서술이 아닌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오감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드라마틱 발레의 정수!!
1992년, 국립발레단과 ‘레퀴엠’으로 특별한 인연을 맺은 후 꾸준히 한국 관객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은 보리스 에이프만이 특별히 한국 관객들이 사랑할만한 작품으로 <차이코스키>를 꼽았다. 음악의 감동을 춤으로 풀어내는데 이 시대 어느 안무가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작품은 마치 잘 짜여진 연극 한편을 보는듯한 스토리 텔링스펙타클한 뮤지컬 한편을 보는듯하며 공연에 대한 흡입력은 감히 드라마틱 발레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의 주요인물을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등장시켜 예술가의 고뇌와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 준 부분에서는 보리스 에이프만 특유의 상상력이 극에 달하는 대목이다.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국내 첫 출연!
 
제2의 누레예프라 불리우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수석무용수를 거쳐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예술감독인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말라코프는 테크닉적 탁월함과 서정적 호소력의 어울림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무용수이다. 특히 그의 빼어난 신체는 아도니스와 다비드의 비율을 연상시키며 특유의 섬세함과 남성다움으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신격화 되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이게 되며 특히 그는 이번 작품에서 추게 될 차이코프스키역으로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의 베를린 공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Vladimir Malakhov)


블라디미르 말라코프는 그 세대에 가장 위대한 무용수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나, 모스크바, 파리 등의 세계 유수의 국제무용콩쿠르를 석권했고, 유럽 평론가들로부터 ‘세기의 무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10살부터는 페트르 페스토프(Petr Pestov)의 지도하에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1986년 졸업 이후에는 모스크바 클래식 발레단에 발레단의 가장 어린 주역무용수로 입단. 1992년에는 비엔나 오페라 발레단, 1994년에는 캐나다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합류했다. 1995년 봄에 말라코프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와 함께 뉴욕 데뷔무대를 가졌다. 말라코프의 레퍼토리는 클래식 발레의 주요 작품부터 20세기의 주요 안무가들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오늘날의 주요 안무가들은 블라디미르 말라코프를 위한 작품들을 특별히 창작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말라코프는 세계 곳곳의 주요 무용컴퍼니에서 이름난 발레작품들을 공연하였다.

2002년에 독일의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예술감독이자 주역무용수로 부임하였다. 게다가 말라코프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주역무용수이자 비엔나 오페라 발레단의 프린시펄 게스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말라코프는 러시아 텔레비전의 ‘브라보 말라코프’, 유럽 문화 네트워크의 ‘나르시스, 무용수 말라코프’, CBC의 ‘진짜 왕자’ 등의 프로그램에서 주요 타이틀 롤을 맡았다.



주역 캐스트 (차이코프스키 역)

 
9월10일(19시30분) -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9월11일(19시30분) - 김현웅
9월12일(15시) -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9월12일(19시30분) - 이영철
9월13일(15시) - 김현웅


 


안무자의 변
보리스에이프만  BORIS EIFMAN



위대한 예술가의 창작과정은 항상 미스터리다. 그것은 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 생활과 창의성 사이의 어디에 경계선이 있단 말인가? 예술가의 인생의 이런 양 면은 즐거움과 고통, 승리와 패배가 섞여 있으며 사고의 신격화가 격렬한 열정에 자리를 내주는 상호 연결된 용기에 비유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창의적인 사람의 인생이다: 그들은 열광하는 찬양자와 악의적인 비평가 그리고 그들을 숭배하는 자들과 그들을 파괴시키려는 자들에 항상 둘러 쌓여 있다.
그는 사회와 직면한다. 이런 형세, 비방 그리고 몰이해의 바다에 직면하여 서 있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인생은 자신과의 끊임 없는 대화이며 그의 음악은 고통과 번민으로 가득한 고백이다.”
  공연후기.....


보리스에이프먼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은 2009년 달력에 공연일지를 빼곡히 표시하면서 부터였다.

 더우기 몇년 전 LG아트에서 연속 공연된 3개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가슴 절절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차이코프스키>라니....

 

조금 안타깝다면 이번엔 <보리스 에이프먼 발레단> 공연이 아니라 국립발레단의 공연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 공연이 그런것은 아니었고 다섯번의 공연중 두번은 주역은 보리스 에이프먼 발레단원으로 캐스팅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줄충한 배역들의 춤도 보고싶긴했지만....여행도 계획되어 있던 터라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암튼, 세기의 발레리노로 인정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말라코프'의 차이코프스키 배역을 볼수 있다는 설레임과 지난번 공연에서 너무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알렉세이 투르코'와 무대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환상적이었던 '나탈리아 포보르지뉴크'를 또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발칸 여행에서 돌아와 잠시도 쉴틈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와 레슨, 성서백주간 봉사, 모임, 밀린 집안 일을 하다보니 토욜 낮공연인 이 공연 역시 1분을 다투고 뛰박질을 해서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숨도 채 고르지않았는데.....커튼이 오르며 가슴을 에이는 선율이 나를 사로잡는다.
 아~~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들어도 들어도 들을때마다 처절하리 만큼 가슴을 에이고 들어오는 클라리넷 선율....음악보다는 무대에 사로잡혔던 지난 공연과는 달리 음악이 먼저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며 들어오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LG아트에서의 공연에선 무대특성상 녹음된 음악을 사용했지만, 오늘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선율이야~홀안을 감싸고 퍼지는 차이콥스키의 선율은 순간 콘서트홀에 앉아있는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내 무대위로 시선고정....  병상에서 환영들에 시달리는 차이콥스키역 말라코프의 처절한 춤과 연기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완벽하게 일치를 일으키며 아픔을 승화시켜내고 있었다. 발레를 보고있다기 보단 한편의 휴먼드라마를 보고있는것 처럼....그의 몸짓으로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더욱 더 가슴을 울리며 아픔을 주었다.
그리고 지난 공연에서도 가졌던 놀라움의 연속.... 차이코프스키의 가슴에서 한 순간..쑤욱 빠져나오는 듯한 분신출연 장면은 여전히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다. 으윽~ 신음소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알렉세이 투르코'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강렬한 이미지는 연약한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에 살아서 꿈틀대는 또다른 자아 -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했다.
그 둘...겉으로 보여지는 연약함과 내면에 용솟음 치는 또다른 열정, 동성애에 대한 성정체성으로 인한  갈등과 아픔...보리스 에이프먼이라는 천재안무가에 의해 재탄생된 차이콥스키의 분신과의 대결은 아픔을 넘어 아름다움의 절정까지 오르게 했다 ...차라리 말이 없어  몸으로 표현하는 그 강렬함은 절규하듯 한없이 아팠고  가슴속 깊이 감동으로 파고 들었다.
2악장....호른이 울려퍼진다. 이 소리... 늘 들을 때마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 한가운데 덜렁 혼자 남아있는 듯 한없이 외롭고 한없이 가슴이 시리고 아팠는데....이 순간은 '토도톡....'수많은 백조들의 토슈즈 소리까지 업그레이드되며 가슴을 녹여낸다. ...마치 시간을 초월해 차이코프스키가 살아나와 온몸으로 자신의 내면을 분출해내고 있다는 착각속에서 나는 허덕였다.
사실은 재능도 없고 머리도 나쁜...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단 하나도 모를정도로 차이콥스키에 대해 무지했던...맹목적으로 사랑을 갈구했던...그리고 차이콥스키도 삶에서의 안정을 원했고, 남들의 눈에 사회의 평범한 규범을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결혼을 했던...어찌보면 차이콥스키 만큼이나 고통스러웠을 그의 아내 '밀류코바'를 보리스 에이프먼은 완전히 재탄생시켰다.  모든 매력과 허물을 갖춘 동시에 더없이 아름다운 외모와 관능적인 성격,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세속적인 것에 매혹당하는 팜므파탈의 캐릭터로... 뭇남성들과의 관계를 갖는 타락한 삶의 모습 조차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못했다. 에이프먼에 의해 여성의 상징으로 재탄생된 '밀류코바'는 사실 무대에 서 있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움의 절정이었다. 밀류코바와 차이콥스키가 흰 백조들 사이에서 추는 아다지오는 그야말로 이 발레의 핵심....
'성요한 크리소스톰의 전례가'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분신과의 이인무를 보노라니 온몸에 소름이 쭈뼛쭈뼜 선다. 
이어지는 익숙함....절절한 4악장이 또 홀을 가득메운다.  남녀 군무속에 고뇌하는 차이콥스키와 분신이 나타난다. 분신은 유혹의 잔을 건네고 차이콥스키는 그 잔을 마시려다 집어던진다. 폰 맥 부인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차이콥스키는 명성을 얻고 결국 밀류코바와 결혼을 하지만 더 큰 속박과 고통을 상징하듯 그녀의 면사포에 휘말린 채 1막의 커튼은 내려졌다.
인터미션에 커피를 한잔하러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발레를 보면서 울어본 것이 처음이다'라고 누군가 하는 말이 내 귓가를 스쳤다. 그래~ 아마 아픔보다는 그 아픔이 승화되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렸을거라고....나역시 속으로 지껄이며 그들의 대화에 합류했다.
이제 2막의 커튼이 올려졌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밝게 홀안을 메운다. 차이콥스키의 내면을 상징하는 분신은 왕자를 보고 매혹된다. 작곡가가 처한 현실과 내면의 불일치.....
한편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밀류코바는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며 본성을 드러내고, 차이콥스키는 도박장에서 술과 도박을 즐긴다. 서로의 삶의 파탄과 처절함은 되려 지칠줄 모르고 극점으로 치닫는다.
그 순간....그의 마지막 작품, 레퀴엠과도 같은 '비창 4악장'이 깔린다.                                                              그들의 춤사위를 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죽음이 예견된다. 차이콥스키가 죽은 뒤 정신병동에 수용되어 최후의 20년을 그곳에서 보냈다는 차이콥스키의 아내... 이 드라마 발레에서도 밀류코바는 정신병자가 되어버리고 - 머리를 박박밀듯 연출하고 누더기 옷을 휘휘감고 나타나 차이콥스키와 이인무를 추는 장면 연출은 또 얼마나 극적으로 연출해냈는 지...신음소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이어 나타난 차이콥스키 분신은 쓰러져 죽고,왕자가 나타나 분신을 일으켜 백조의 군무들과 함께  사라지고 이어 상복을 입은 무용수들에 의해 차이콥스키도 검은천으로 덮어지며 극적인 연출로서 죽음을 맞이한다.
커튼은 내려졌고, 음악대신 환호와 감탄으로 홀은 가득 메워졌다.                                                                   그리고 수없이 이어진 커튼 콜.......                                                                                                       감동을 추스리느라...아니, 그 감동의 한가운데서 더 머무르고 싶어서 그대로 앉아 마치 석상이 된것처럼 나는 한동안 앉아있었다.
늘 그렇듯....고통은 한없는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그의 고뇌와 갈등과 번민, 아픔들이 마치 살기위해 발버둥치듯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되어 재탄생 될수 밖에 없는것이라고... 그렇게 재탄생된 그의 수많은 걸작들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마치 그것이 진리인 양...                                                                                                                    영광뒤에는 언제나 희생이 수반된다는것.... 
2009.9.13.베가

 

 

01. Andante - Allegro Con Anima

 

02.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03. Valse. Allegro Moderato

 

  

04.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4악장

제4악장 Finale. Adagio lamentoso [17:11]
Conductor Leonard Bernstein / New York Philharmoni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