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2009.9.14.월/LG아트센타

나베가 2009. 7. 25. 15:03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불 같은 사랑의 열병, 그 지울 수 없는 고통이여!
 
오늘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있게 한 존 크랑코의 대표작 <오네긴>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의해 제작되어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푸쉬킨의 소설에 담긴 풍부한 문학성과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적 음악 위에 그려진 존 크랑코의 안무는 <오네긴>을 단번에 유럽 발레의 최고 반열에 올려 놓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4년 강수진이 타티아나 역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내한하여 한국 관객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

<오네긴>은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을 향한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안타까운 짝사랑을 그린다. 그녀의 사랑을 거절했다가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해 남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를 갈망하는 오네긴의 뒤늦은 후회, 사랑하는 이와 외면하는 이의 심리변화가 손에 잡힐 듯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에서부터 짝사랑의 아픔을 넘어선 성숙한 ‘여인’까지 넘나드는 타티아나의 섬세한 연기력이 차이코프스키의 서정미 물씬 풍기는 음악과 만나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은 2008년 12월 중국국립발레단의 공연에 이어 아시아 단체로는 두 번째로 제작, 공연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리드 앤더슨을 비롯해 제작진이 직접 내한하여 작품에 완벽을 더할 예정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 이 두 남녀의 가슴 저린 운명적 사랑은 2009년 가장 큰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줄거리:
 
어느 시골 영주의 딸 타티아나는 얌전한 시골 처녀로 '무엇을 입을까'보다 '무슨 책을 읽을까'에 더욱 관심을 쏟는 아가씨다. 이와 반대로 사촌인 올가는 대단한 말괄량이이다. 어느날 올가의 애인인 렌스키가 친구 오네긴을 데리고 영주의 집을 방문하고 타티아나는 그와 짝사랑에 빠진다. 오네긴을 짝사랑하는 마음은 점점 깊어져 타티아나는 오네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쓴다. 그러나 선천적인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마음을 거절하고 그녀의 동생 올가와 놀아난다. 당연히 렌스키는 질투를 느끼고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하지만 렌스키는 오네긴의 총을 맞고 죽고 만다.
 
시간이 흘러 타티아나는 공작의 부인이 된다. 공작의 무도회장에 초청받은 오네긴은 타티아나와 마주치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지난날 자신의 무모함을 뉘우친다. 오네긴은 절박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타티아나는 첫사랑의 추억에 잠겨 잠시 그의 접근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매몰차게 거부한다. 결국 오네긴은 떠나고 타티아나는 고통에 흐느낀다.


 

 
  존 프랑코

존 크랑코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있었던 단 10년 동안 그만의 특징적인 안무 스타일로 수많은 걸작을 남기며 독일의 작은 지방 단체였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고향인 남아공의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한 그는 불과 17세의 나이에 첫 안무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46년 영국으로 건너가 Sadler’s Wells School 에서 수학하며 춤과 안무를 병행하던 존 크랑코는 무용을 그만두고 23세에 안무가로서 Sadler’s Wells 와 Royal Ballet 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안무에 매진한다. 뉴욕시티 발레단, 파리 오페라발레단 등 세계최고의 발레단과 작업을 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196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후 그는 최고의 무용수들인 마르시아 하이데, 리처드 크레이건 등을 이끌며 연달아 많은 수작들을 발표했다.

미국 투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4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기까지 그는 안무가로서 20세기 후반의 빼어난 전막 발레를 만들어 온 몇 안 되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었다.

다른 안무가들에 비해 극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강조하여 드라마 발레의 대가로 불리운 그는 섬세한 감정 묘사들을 결합하여 매우 극적이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이 결과 <오네긴 (1965)>, <로미오와 줄리엣 (1962)>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 (1969)> 등 그의 대표작은 세계적인 레파토리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존 크랑코의 작품은 드라마틱한 안무로 인해 무용수들의 테크닉 뿐 아니라 섬세한 감정표현과 연기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안무 이외에도 고급스런 색감으로 치장한 무용수들과 극의 분위기를 적절히 표현해 낸 무대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공연후기

발칸으로의 기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개의 공연이 있었으니...

바로 드라마발레의 정수....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이었다.

사실...오자마자 여행가방 옆으로 밀쳐두고  일상으로 돌아와 평소와 똑같이 지내는 나로선 늘상처럼 시차적응이란 말이 되려 낯설다. 여행에 푸욱 빠졌다가 컨디션 최상인 상태에서 올때엔 또 운좋게도 비행기에 널다란 좌석 확보...푸욱 자고 오는 복을 누리는 터라....이번에도 4좌석중 2좌석 빈자리 확보....기내식과 와인을 한잔 마시고 쓰러져....아침에 스튜어디스가 깨워서 일어나 밥먹고, 화장실 갔다와서 내렸다. ㅋㅋㅋㅋ

 

토욜...낮공연이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주역이 화려한 러시아 보리스에이프먼 발레단원이었던 지라...

몇년 전 보았을때의 감동이 여전하였다.

아니, 이번엔 지난 번 LG아트센타에서 할때는 음악을 틀어놓고 했었던데 반해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반주였기에

가슴 절절함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틀 뒤....월욜...드디어 고대하던 LG아트센타로 오네긴을 보러갔다.

이 공연...역시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에 우리 딸까지 기꺼이 합류....

서로가 바빠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고,가까스로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을 사들고 곧바로 공연장으로 올라갔다.

그런데....여늬때와는 달리 주위가 너무 고요했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엘리베이터 앞이 북적거려서 한번에 사람들이 다 탈 수 없어야 정상인데....^^

우린 시간도 임박했고, 재빨리 커피를 마시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2층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터엉~ 비어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같은 매니아야 기대하는 공연이면 매일...아니, 하루에 두개를 다 볼 수 있다면 기꺼이 두개를 다 예매하지만, 여늬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아마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그렇다면 <차이코프스키>에 밀린것??

공연기간도 길고...관람료도 높게 책정되었고....

아무튼 앞이 터엉비어 시야는 좋았다. 더우기 내 옆자리는 박쌤...ㅎㅎ

3층엔 승희씨도 남옥씨도 와있단다.

 

공연은 시작되었다.

해설자막없이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이 먼저 나와서 전반적인 오네긴의 내용과 발레에 대한 해설을 상세히 해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공연.....

평소에도 나의 분신처럼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며 보는 나지만, 이번엔 더우기 드라마 발레이니 그들의 표정연기를 놓쳐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자면.....

유난히 체구가 작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드라마 발레를 보고 감동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키 큰 무용수를 좋아해 단원들 모두가 쭉쭉 뻣은 나무처럼 키가 큰 러시아 보리스 에이프먼 발레단원이 무대에 섰을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포스가 가슴까지 전달이 되는데...

우리 유니버설 발레단원은 워낙 체구가 작고 말라서 표정연기만으로 극을 표현하려고 애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특히 주역 발레리나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인형처럼 표현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

한결같은 인형같은 미소가 공연 내내 부담스러웠다.

 

고전발레를 할때의 유니버설 발레단의  깍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몸과 춤이...드라마 발레를 할때는 늘 부담을 느끼게 했던것 같다. 지난 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볼때도 발레리나의 한결같은 표정이 정말 부담스러워서 나중엔 망원경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3막에서의 오네긴과 타치아나의 분장도 너무 어색했다.

겨우 15년 지난 시간이었는데, 그 사이 오네긴은 마치 할아버지가 된듯한 느낌이어서 타치아나의 사랑을 갈구하는 느낌이 여엉 살지 않았고, 시골처녀에서 공작부인으로 아름답고 세련되게 변모했다는 타치아나의 모습도 좀....부담스러웠다.

더우기 거울앞에서 오네긴과 타치아나가 이인무를 출때, 타치아나-황혜민의 의상의 끈이 끊어졌는 지, 풀어졌는 지...

오네긴-엄재용이 정신없이 묶느라고 제대로 춤을 추지 못한 실수까지...보는 내내 불안했다.

엄재용도 그 장면이 끝날때까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힘들고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보여주었던 찰라였기에...

 

차라리...단순하고 명랑한 올가가 드라마발레리나로서 느낌을 잘 살려주었고, 춤도 잘 추었다는 생각이다.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시기에 펼쳐진 <오네긴>이었기에 마치 서로 대결이라도 펼치듯...

언론에서도 내 비쳤는데...

국립발레단 주역 공연은 안봐서 잘 모르겠고...암튼...드라마 발레로 감동을주기에 유니버설 발레단은 무용수가 무대에 서있기만 해도 강한 포스를 느끼게하는 '보리스 에이프먼 발레단'을 따라가려면 갈길이 멀다고 생각들었다는....

<알렉산더 멜리코프>와 <알렉세이 투르코><나탈리아 포보로즈니크>의 춤과 연기는 거의 살인적!!!

 

그리고...아무래도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녹음반을 틀어놓고 하는것의 차이도 크게 느껴졌다.

음악만으로도 감동의 도가니에 젖어들었던 차이코프스키에 반해 오네긴의 음악은 되려 산만하게 만들었다.

(물론 전막 오페라 오네긴의 음악을 쓰지않고,잘 알려지지 않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편곡해서 썼다한다.)

 

암튼.....

여행후 피곤한 몸으로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감동보다는 힘없는 박수를....

순간 순간 나는...오페라 <오네긴>이 이 순간에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찬 오네긴역의 드미트리 호보로프스키의 바리톤 음색을, 아름다운 타치아나-르네 플래밍의 노래를 들었으면..

 

 <2009.9.16. 베가>









<유니버설발레단 소개>



# 한국 최초의 민간 직업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1984년 창단된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발레단으로, 2009년 창단 25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16개국 약 410회의 순회공연과 약 1,200회의 국내공연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9년 공연 단체 최초로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로 자리매김하였다.


# 유니버설발레단을 만든 발레 명장

유니버설발레단은 초대 예술감독 에드리엔 델라스를 시작으로 제2대 다니엘 레반스, 제3대 로이 토비아스, 제4대 브루스 스타이블 예술감독으로 이어지는 발레 명장의 숨결을 전해 받았다. 이후 1998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구 키로프발레단) 예술감독으로 23년간 재직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를 제5대 예술감독으로 위촉하여 약 10년간 러시아 정통 고전발레의 맥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유니버설발레단의 전통으로 승화시켰으며 2009년 창단 25주년을 맞아 제 6대 예술감독으로 유병헌을 임명, 고전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를 고루 발전 시켜나가며 독창성 계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 한국을 세계 발레의 메카로

세계 발레의 메카, 그 중심으로 진일보하고 잇는 유니버설발레단은 러시아 발레의 화려하고 웅장한 고전발레 레퍼토리 뿐 아니라 한스 반 마넨, 윌리엄 포사이드, 하인츠 슈푀얼리, 오하드 나하린, 나초 두아토, 크리스토퍼 휠든 등 세계의 거장 안무가들과의 교류로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지역 순회공연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국내 발레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1985년을 시작으로 19년 간 23차례가 넘는 해외 공연의 역사는 유니버설발레단을 국제감각을 갖춘 단체로 성장시켰다. 특히, 1999년과 2000년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스페인, 그리스, 스위스, 2003년 프랑스 투어를 통해 발레의 본고장 유럽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1998년과 2000년 미국 캐나다 순회 공연과 2001년 전미 3대 오페라극장인 워싱턴 케네디 센터, LA뮤직센터, 뉴욕 링컨센터에서의 공연을 통해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즈', '뉴욕 타임즈', '시카고 트리뷴' 등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저명한 무용평론가 클라이브 반스는 '유니버설발레단이 보인 것은 21세기 발레가 아시아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향후 유니버설발레단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였다.



2006년 일본 11개 도시 순회공연, 미국 슈라인 오디토리움 공연 (국내 최초 <호두까기인형> 해외공연)
2004년 미국3개 도시 순회공연 (뉴욕 링컨센터, 로스엔젤레스 코닥 씨어터, 샌프란시스코 젤러바흐 홀)
2003년 프랑스 파리 공연 (한국발레단 최초 파리입성)
2002년 그리스 공연 (볼로스, 테살로니키)
2001년 미국 3대 오페라 극장 및 캐나다공연 (워싱턴 케네디센터, 뉴욕 링컨센터, LA뮤직센터)
2000년 북미 순회공연 (미국, 캐나다)
2000년 유럽 6개국 순회공연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그리스

 

마르시아 하이데 (타티아나), 하인즈 클라우스(오네긴)
조이스 쿠오코(올가), 에곤 메센(렌스키)
-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

http://uk.youtube.com/user/MarloManners66  

 
등장인물

- 라리나 Larina 시골의 여지주 … Mezzo Soprano

- 타티아나 Tatyana 라리나의 큰딸 … Soprano

- 올가 Olga 라리나의 작은딸, 렌스키의 약혼자 … Mezzo Soprano

- 필리피예브나 Filipievna 유모 … Mezzo Soprano

- 오네긴 onegin 렌스키의 친구, 모스크바의 인텔리 청년 … Bariton

- 렌스키 Lensky 올가의 약혼자 … Tenor

- 그레민 공작 Gremin 타티아나의 남편 … Bariton

 

 

오페라내용으로 살펴본 <Evgeny onegin> 작품해설

 

새벽의 고요를 깨뜨리고 갑자기 울려 펴진 총소리와 함께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이며 젊은 청년이 결투로 쓰러진다. 그 청년은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속의 렌스키가 아니고 작가 알렉산드르 푸쉬킨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은 글링카의 <황제에게 바친 목숨>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국민 가극 중 무소르그스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와 더불어 대표적인 오페라이며,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낭만적인 서정성 때문에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다. 회화적(繪畵的)인 색채를 풍성하게 담은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푸쉬킨 원작에서 비롯된 소박한 극적 요소가 대중을 끌어들이는 원인이 되었지만, 분명 그 러시아 고유의 민족적인 시정(詩情)은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스크바 푸쉬킨 동상 제막식에서 “푸쉬킨은 오네긴과 타티아나라는 두 전형(典型)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는 당시 러시아의 인텔리 계급의 경향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깊은 사색도 없이 그저 표면으로만 마치 온 세계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비통한 얼굴을 지은채 방관자적이고 냉소적인 얼굴을 가진 청년 오네긴과 낭만적인 꿈속에 사는 순진한 처녀 타티아나는 그 무렵 젊은이의 우상이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7년, 37세에 푸쉬킨을 알게 되었다. 그는 즉시 서정성 풍부한 푸쉬킨의 시 세계에 깊이 빠져들어갔다. 어느새 6월에는 작곡에 착수하여 8월에 피아노 스코어를 완성했다.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조곡 <백조의 호수>를 마치고 교향곡 4번을 작곡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정적인 기분과 독특한 개성을 확립한 시기였으므로, 푸쉬킨의 원작이 그의 우수어린 서정적 성격에 바로 알맞는 주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발레곡 <백조의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교향곡 6번<비창(悲愴)>등을 감상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이코프스키가 오페라에서도 가장 훌륭한 몇 작품을 남긴 작곡가란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1840-1893)는 <스페이드 퀸>, <오를레앙의 소녀>, <마제파> 등 11개나 되는 오페라를 썼는데, 그 중에서도 <예프게니 오네긴>(Yevgeny onegin)은 원작자 푸슈킨의 멋진 문학적 향취와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서정미가 함께 어우러진 명작이다.

이 오페라는 오페라들 중에서도 말할 것도 없고, 차이코프스키의 모든 관현악곡, 실내악곡 등을 통틀어서도 그의 최고 수준의 걸작 중에 하나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같은 제목의 원작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이 작품은 다스릴 수 없는 사랑의 열정으로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의 섬세한 심리묘사, 러시아 대자연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초월한 듯한 스케일, 그리고 그의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음악 등으로 원작의 향취를 더욱 짙게 만드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면,

러시아 시골 대지주의 두 딸인 타티아나와 올가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이지만, 그녀들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동생 올가는 명랑하고 외향적이며, 렌스키란 세심하고 친절한 약혼자를 가지고 있다. 반면 언니인 타티아나는 내성적이며 아직도 연애소설에 빠져서 사는 몽상적인 아가씨이다. 어느 날 타티아나는 렌스키의 친구인 예프게니 오네긴이란 인텔리 청년을 만난다. 타티아나는 처음 본 그에게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을 느껴, 그날 밤을 새워 편지를 쓴다. 그러나 다음날 만난 오네긴은 자신을 모두 열어 내보인 타티아나에게 무안을 주면서 경솔한 편지를 쓴 것을 힐책한다. 타티아나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 후, 오네긴은 사소한 말다툼으로 절친한 친구 렌스키와 결투를 하게 된다. 친구를 죽여야 한다는 죄책감으로 밤새 잠을 자지 못한 렌스키는 겨울의 눈밭에 미리 나와 떨면서 기다린다. 불면과 추위에 떨던 렌스키가, 푹 자고 늦게 나타난 오네긴을 제대로 맞출 수 없다. 렌스키는 오네긴의 총에 쓰러진다.

친구를 쏜 후, 죄책감과 고독감으로 오랫동안 유럽을 여행했던 오네긴은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는 그레민 공작의 호화로운 파티에 초대된다. 거기서 오네긴은 결혼한 공작의 새 부인을 소개받는데, 공작부인은 바로 타티아나였다. 타티아나는 이제 더 이상 시골의 문학소녀가 아니라, 우아하고 세련된 사교계의 여왕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제 사랑과 열정에 휩싸이는 것은 오네긴 쪽이었다. 오네긴은 타티아나에게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그에 대한 사랑이 다시 느껴지지만, 결국 뿌리친다.

오네긴은 자신에 대한 절망감으로 고통을 느낀다.

 

참으로 많은 여백의 미와 행간의 심리를 갖춘 이 작품은 심리묘사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주인공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순간순간 감정의 변화가 차이코프스키의 놀라운 음악적 필치(筆致)로 그렇게 적확(的確)하게 표현될 수가 없다.

이 오페라에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지울 수 없는 명아리아와 명장면들이 있다. 먼저 타티아나의 <편지의 장면>은 모든 오페라의 편지 씬들 중에서도 백미(白眉)로 꼽힌다. 처음 본 남자에게 불타오르는 감정에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그러나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상념이 교차하면서, 아침 먼동이 틀 때까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쓰는 이 장면은 참 훌륭하다.

 

다음으로 사방이 흰 눈 밭에서 벌어지는 <결투장면> 역시 푸슈킨 자신의 결투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차갑도록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 장면은 최근의 미국영화 <리플리>에서 친구를 죽이기 직전 주인공이 오페라를 보러간 대목에서 복선(伏線)의 효과로 멋지게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결투에 앞서서 자신의 최후를 예감하듯이 부르는 렌스키의 테너 아리아 <어디로 가버렸나, 황금 같은 나의 청춘이여!> 역시 잊을 수 없는 명곡이다.

또한 젊은 부인을 맞이한 노공작(老公爵) 그레민이 부르는 베이스 아리아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사랑은>도 베이스의 저음이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교사 트리케의 아름다운 <쿠플레>, 오네긴의 아리아, 그리고 우리의 귀에 익숙한 두 관현악곡 <폴로네이즈>와 <왈츠>등도 모두 이 오페라의 명곡들이다

 

 

 

 

아르메니아의 바리톤 파벨 리시치안(Pavel Lisitsian, 1911- )


Act 3: Scene 1 폴로네이즈 (Polonaise)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Cond

Act 2 왈츠 (Waltz)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C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