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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춤곡, 샤콘느와 파사칼리아>

나베가 2008. 11. 28. 03:52

<바로크 춤곡, 샤콘느와 파사칼리아>



청취자 조진 님께서, 샤콘느와 파사칼리아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고, 두 음악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대표적인 작품도 함께 전해달라는 글을
올려주셨어요. 또 김정욱 님 역시 파사칼리아와 샤콘느 같은
음악들은 어떻게 분류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샤콘느는 원래 페루와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앙 아메리카와 남 아메리카의 민속 춤곡이었는데요.
1532년, 스페인이 페루를 점령한 이후로
샤콘느가 스페인 본토에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멕시코 씨티에서 1590년 경에 기록된 문헌에 의하면,
샤콘느는 열정적이고 감각적이고 거친 춤곡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이처럼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고유한 민족적 정서를
반영한 샤콘느는 노래로 불리기도 했고,
때로 캐스터네츠나 탬버린 같은 타악기가 가세하기도 했죠.

스페인 본토에 유입된 샤콘느는 1605년부터 20여 년 동안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춤으로 성행했구요.
1620년 경에는 이탈리아로, 그리고 1650년 이후에는
독일과 프랑스에 각각 전파되기 시작했는데요.
유럽에 전해진 샤콘느는
민속 춤곡인 본래의 특징은 점차 사라지고,
당시에 유행하던 양식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됩니다.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샤콘느는
베이스 성부에는 일정한 선율이 되풀이 되고
윗 성부에서는 화려한 선율이 등장하는
바소 콘티누오 양식을 기초로 작곡된 곡이 대부분이었구요.
느린 3박자에, 특히 두 번째 박에 강제가 붙는
독특한 리듬이 인상적으로 사용되었죠.
이러한 샤콘느는 모음곡이나 소나타, 협주곡의 한 악장을
차지하면서 춤곡이라는 본연의 의미보다는
기악곡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요.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악장, 샤콘느와
비탈리의 ‘샤콘느’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특히 비탈리의 ‘샤콘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항간에는 이 곡이 비탈리의 작품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어서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곡이기도 하죠.



샤콘느와 짝을 지어 자주 등장하는 또다른 춤곡으로는
파사칼리아가 있는데, 파사칼리아는 ‘걷다’,
‘거리를 행진하다’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파사칼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원래 파사칼레는 16세기 스페인에서 유행한
2박자 계열의 행진곡으로, 네 마디에서 여덟 마디로 된
짧고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형식의 악곡이었죠.
파사칼리아는 이 행진곡이 확장된 것으로,
반복되는 베이스 위에, 주제 선율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변주곡 형식으로 이루어진 춤곡을 뜻하는 말이 되었는데요,
행진곡이 춤곡으로 바뀌면서, 박자도
빠른 2박자에서 춤곡에 맞게 느린 3박자로 바뀌었습니다.
파사칼리아 역시 17세기 초반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샤콘느와 마찬가지로 춤곡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기악곡의 한 악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민속 춤곡에서 시작된 샤콘느와
스페인 행진곡에서 파생된 파사칼리아는
서로 그 뿌리는 다르지만, 음악 양식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많은데요.
바로크 시대의 샤콘느와 파사칼리아는
일정하게 되풀이 되는 베이스 선율 위에
선율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변주곡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구요.
두 가지 악곡이 모두 스페인에서 유행했기 때문에
비슷한 정서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나란히 연주되었을 때 잘 어울리는 악곡이기도 합니다.
<KBS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