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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법에 대해서>

나베가 2008. 11. 28. 03:34

<대위법에 대해서>


애청자 이현승 님께서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법이 사용된 걸 발견하게 되셨다구요.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그것이 대위법이라고 하는데,
대위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라고 질문 주셨어요.
또 윤순영 님은 얼마 전 열린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바흐의 ‘푸가의 기법’을 듣고 난 뒤에
글 올려주셨는데, 바로크 음악을 듣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카논, 푸가, 대위법 같은 용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는 질문을 함께 올려주셨는데요.

 

대위법이나 카논이나 푸가, 모방. 이런 말들은
많이 들어는 봤지만 알쏭달쏭 설명하기는 어려운 용어들이죠.
대위법은 라틴어 ‘콘트라풍투스’(contrapunctus),
영어로는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라고 하는데,
이 말 속에는 ‘점 대 점’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점 대 점’이라는 말은 음악적으로 확대하자면
선율 대 선율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대위법이란 주제가 되는 하나의 선율이
여러 성부에서 어떻게 주고받으며 전개되는지에 관한
규칙을 정리해놓은 기법을 뜻합니다.
대위법으로 작곡한 작품을 보면, 하나의 주제 선율이
시간 차이를 두고 여러 성부에서 등장하는데,
주제가 그대로 반복되기도 하지만, 몇 음 위나 아래에서
모방되기도 하고, 축소 또는 확대된 형태로 나오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변형되느냐에 따라서 곡은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짜임새를 지니게 됩니다.

흔히 대위법은 바로크 시대의 산물로 생각되지만,
사실 대위법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여러 성부로 연주하는 다성 음악이 발달한 13세기부터
대위법에 관련된 다양한 규칙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대위법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던 16세기를 지나
바로크 시대에는 규칙과 더불어 성부간의 어울림과
소리의 조화를 고려한 작곡가들이 늘어났는데요.
이러한 18세기 대위법의 대가가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였죠.
주제와 모방, 변주 등을 중심으로한 대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 아름다운 그의 작품들은
대위법을 가장 잘 적용시킨 악곡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대위법을 바탕으로한 악곡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푸가’인데요. 푸가는 ‘쫓아가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주제와 그에 대응하는 대선율을 정한 뒤에
이 두 가지 선율이 여러 성부에서 쫓고 쫓기듯
긴장감 있게 이어지는 악곡을 가리켜 푸가라고 합니다.

푸가를 쓸 때, 중요하게 사용되는 기법 중에 하나가
‘카논’인데요. 그리스어로 ‘규칙’이라는 뜻을 가진 카논은
하나의 선율을 다른 성부에서 모방하는 것으로,
같은 선율을 시간 차이를 두고 똑같이 따라하는 돌림노래는
바로 이 카논의 가장 단순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파헬벨의 ‘카논 변주곡’은 다양한 카논 기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악곡이기도 하죠. 

바로크 시대, 푸가를 가장 정교하교 세련되게 작곡한 인물은
역시 요한 세바스찬 바흐였는데, 특히 그가 말년에 남긴
두 작품, ‘푸가의 기법’과 ‘음악의 헌정’은
바흐가 사용한 대위적인 기교가 집약적으로 담겨진
대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바로크 시대의 푸가는
고전과 낭만, 그리고 현대의 작곡가들에게도
중요한 음악의 소재로 사용되었는데요.
베토벤과 멘델스존은 푸가를 사용한 악장을 자주 썼고,
쇼스타코비치는 바흐와 마찬가지로 스물네 개의
프렐류드와 푸가 작품집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글: 정주은(새아침의 클래식 작가)

KBS에서 펌